소설리스트

SOULNET-160화 (160/492)

00160  제 40 장 - 본 투 비 와일드  =========================================================================

한성신문과 한성케이블TV에서 나온 기자들이 제일 먼저 요구를 받아들였고 그 다음이 지상파 방송국 기자들이 뒤를 이었다. TTN 방송국 사회부 기자 정송화와 고려신문 편집부장 강강한도 서둘러 그들의 무리에 합류했다.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 방송국이 정일용 변호사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한성신문과 고구려일보까지 그 대열에 합류하자 이미 대다수의 주류 방송국과 언론사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머지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정일용은 웃으면서 차분히 기자 한 명씩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스마트폰으로 녹음도 하고 동영상도 찍어 확실하게 증거를 확보해 놓은 정일용의 앞에 마지막으로 술냄새를 풀풀 피우는 한일일보의 기자 박제순이 섰다.

“저희 한일일보는 이소울 능력자와 그의 고문변호사인 정일용 변호사님의 요구를 수용하겠습니다.”

“잠깐 어디시라고요?”

박제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일용 변호사는 그에게 질문을 했다.

“한일일보입니다.”

“으음.”

정일용 변호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소울이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한일일보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또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군. 취재를 하러온 기자가 이렇게 술 냄새를 풍기고 있다니…….’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박제순을 쳐다보며 크게 소리쳤다.

“한일일보의 취재나 촬영은 일체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우리 한일일보를 무시하는 겁니까?”

박제순은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많은 기자들도 정일용의 말에 큰 의혹을 느끼고 있어 두 사람을 주목했다.

하지만 정일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

“한일일보가 무슨 생각으로 저희 로펌의 클라이언트를 취재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처럼 술에 잔뜩 취한 기자를 보낼 정도면 절대 정상적으로 기사가 나가지 않을 것 정도는 알 수 있겠네요. 즉시 물러서세요. 아니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아니 바로 옆에 계시네요.”

소울은 단순히 예전에 강남 세븐 병원 사건 때 전화를 걸어 기자를 바꿔달라고 해도 바꿔주지 않은 일로 인해 그 앙심으로 한일일보를 배제했다.

하지만 정일용 변호사는 한일일보의 오랜 친일, 매국적인 행태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다 박제순이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면 취재를 하러 온 것을 보고 역시 소울은 나름 개념이 잡힌 훌륭한 청년, 아니 능력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소울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일을 크게 벌려버렸다.

쉽게 말해서 다른 방송국과 언론사 기자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개망신을 시켜버린 것이었다.

평소 박제순 기자가 다른 기자들이나 주변 사람에게 신망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아마 단체행동을 해서라도 이런 일을 막았을 텐데 그의 행실이 개차반이라는 소문은 이미 도서 지방의 섬마을 기자들에게까지 전해진 상태였다.

누구하나 나서서 그를 지원하기는커녕 다들 고것 쌤통이다 하며 손가락질을 했다.

얼굴이 빨개진 박제순은 정일용에게 다가가 이를 갈았다.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감히 나에게 이런 수모를 줘! 앞으로 너 밤길 다니는 거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박제순 기자님, 지금 말씀하신 내용 잘 녹음되었습니다. 조만간 법원에서 만납시다. 협박죄가 성립되니 기자생활을 이어나가시기 그렇게 쉽지는 않겠네요.”

“으으으…….”

박제순은 눈에 핏발이 잔뜩 선 채, 두 주먹을 꼭 쥐고는 부들부들 떨다가 엄한 땅바닥을 걷어차고는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발을 잘못 디뎠는지 중심을 잡지 못한 박제순이 크게 휘청하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져 등을 땅바닥에 세차게 부딪쳤다.

쿵!

컥!

박제순은 척추가 부서지는 고통에 자신의 가슴을 붙잡았다.

“와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그 새끼 꼴 좋다.”

“술이 아직까지 덜 깼나봐.”

“저 새끼 도대체 어제 얼마나 향응을 받아 처먹은 거야?

“거지같은 새끼, 아주 기자 망신은 혼자 다 시키고 있네.”

“적당히 좀 할 것이지.”

“한일일보가 이번에 아주 큰 타격을 입겠는데?”

“무슨 그런 헛소리를 해. 재벌에서 밀어주는 친일 기업이라서 절대 안 무너져!”

“하긴 그건 그렇지.”

…….

기자들의 욕설은 끝이 없었다.

정일용은 잠시 쓰러져서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박제순을 쳐다보다 곧 몸을 돌려 남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곧 방송국 카메라가 몰려 있는 바로 앞에 간이로 기자회견장이 몬스터 장벽에서 일하는 인부들에 의해 빠르게 만들어졌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꽤 그럴싸해 보이는 기자회견장이었다.

그때까지도 박제순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이소울 능력자께서 이렇게 저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제 전국적으로 이름과 얼굴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하하! 은혜라니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다. 정일용 변호사는 제 고문변호사가 되셨잖아요? 이제 한배를 탔으니 그런 말 하지 마세요.”

“하하하! 맞습니다. 한 배를 탔으니 우린 이제 쭉 같이 가는 겁니다.”

소울의 손을 잡는 정일용의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그의 부담스러운 눈빛과 몸을 살짝 떼어놓은 소울은 틈사이로 남문 안의 상황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때마침 나수연의 문자메시지를 못 봤다면 아주 큰 일 날 뻔했어.’

그는 남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확인한 나수연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살짝 고개를 빼고 남문 안을 살펴본 그는 몰려있는 방송국 차량과 카메라 그리고 기자들을 보자 질겁했다.

나수연에게 즉시 전화를 해서 사정을 파악한 소울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정일용 변호사가 생각나자 즉시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정일용은 능력자협회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확인하느라 은곡마을에 와 있었다.

그의 사정을 들은 정일용은 머릿속에 불이 켜지며 촉이 발동하자 즉시 만사를 제쳐놓고 대 몬스터 남문을 향해 미친 듯이 차를 몰아 달려왔다.

결국 서로에게 도움이 될 고문변호사 계약을 체결한 그들은 앞으로의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며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해나가기로 결정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기자회견이었다.

어수선하게 취재를 하는 기자들을 피해 도망가는 것보다는 당당히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일반 대중에게 훨씬 멋있고 세련되게 보일 것이 분명했다.

기자회견장이 만들어지는 동안 소울은 정일용 변호사와 어떤 말을 할지 의논을 했다.

10분 정도 지나 기자회견장이 만들어지자 소울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는 푸티나를 쳐다봤다.

“푸티나, 발광!”

“낑!”

“잘했어!”

그의 말에 푸티나의 두 귀와 가슴 그리고 네 개의 발바닥에 즉시 형광색의 불빛을 들어왔다.

“우와! 이거 정말 대단하네요.”

“하하하!”

소울은 정일용이 놀라는 것을 보며 피식 실소를 터트렸다. 그러더니 푸티나의 손을 잡고 떨리는 심정으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와아아아아아!”

“나왔다.”

파파파팍 파파파팍 파파파팍!

도대체 대낮에 왜 카메라 플래시를 저렇게 펑펑 터뜨리는지 몰랐다.

덕분에 소울의 눈은 일순 멀어버릴 것 같은 불빛에 세상이 마치 하얗게 변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긴 책상에 하얀 식탁보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각 방송국과 언론사가 설치한 마이크가 수십 개나 뭉쳐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울과 정일용이 의자에 앉자 푸티나도 그의 옆에 있은 의자에 위로 올라와 앉았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순간적으로 카메라와 기자들이 모두 푸티나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놈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요물일세!’

소울은 푸티나를 보며 눈을 빛내는 기자들을 보며 그제야 여유를 좀 찾을 수 있었다.

그의 눈에 바닥을 박박 기고 있는 박제순이 보였다.

‘어? 저놈 아직도 저기에 있네? 그런데 왜 저러지? 아픈 것 같은데…….’

소울은 박제순이 두고 보자는 말에 화가나 양쪽 팔목에 찬 타이타늄 팔찌에 인챈트 된 그리스 마법을 펼쳐 그를 넘어지게 만들었다.

지은 죄가 있으니 도저히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정일용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박제순을 향해 걸어갔다.

“으으으……. 가슴이, 가슴이…….”

가까이 다가가자 박제순이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의식을 잃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여기 응급환자가 생겼어요. 의사를 불러오세요.”

“구급차도 불러요.”

소울이 소리를 치자 정일용이 벌떡 일어나 같이 소리쳤다.

그제야 박제순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은 기자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박제순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찍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하아! 이 사람들 정말 강적이네. 사람이 쓰러졌는데 구할 생각은 안하고 사진부터 찍고 있잖아.’

소울은 방송국이고 언론이고 좌우지간 기자라는 인간들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하면서 뒤에서는 자기 마음대로 자극적인 기사를 마구 써대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나몰라 하며 책임을 지지 않는 이들의 태도에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 몬스터 장벽에 상주하고 있는 젊은 의사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의 뒤로 간호사 한 명이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달려오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소울은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젊은 의사는 흐르는 땀을 닦지도 못하고 즉시 박제순의 동공을 살피고 손을 코에 대보고 가슴을 만져보더니 놀라서 소리쳤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다!”

그는 자신을 따라온 간호사를 쳐다봤다.

그러자 간호사가 가방을 열더니 안에서 제세동기를 꺼냈다. 제세동기는 규칙적인 심장 박동을 회복시키기 위해 흉벽을 통해 전기 충격을 심장에 전달하는 장치이다.

간호사는 즉시 제세동기의 전원을 켜고 전기충격을 준비했다.

젊은 의사는 박제순의 옷을 벗겨 상체를 노출시켰다.

간호사가 옆에서 줄이 연결된 다리미 같은 것을 넘겨주자 그는 우측 쇄골 아래쪽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또 다른 다리미 같은 것을 받아 좌측 유두 바깥쪽 아래의 겨드랑이 중앙선 위로 가져갔다.

“클리어!”

젊은 의사가 소리치자 간호사가 환자의 몸에서 손을 떼고 두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제세동!”

그는 제세동이라는 말을 함과 동시에 박제순의 몸에 두 개의 다리미 같이 생긴 놈을 가져가 댔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젊은 의사와 간호사는 동시에 크게 당황했다.

놀란 젊은 의사는 다시 한 번 다리미 같은 것을 박제순의 몸에 가져다 댔다.

하지만 역시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비싼 돈을 주고 새롭게 구입한 제세동기가 전혀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왜 그래요?”

“제세동기가 고장 났나 봐요. 이게 작동을 안 하네요.”

“그럼 어떻게 해요?”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구급차는 달려오면서 불렀어요.”

“그때까지 살아있겠습니까?”

“그, 그건…….”

젊은 의사는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박제순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푸티나를 쳐다봤다. 푸티나의 몸에서 발광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왠지 푸티나도 전기를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푸티나, 너 혹시 전기충격도 가능하니?”

“낑!”

“그래? 그럼 한번 나한테 전기충격을 줘봐. 아주 약하고 짧게 해야 해!”

“낑!”

소울은 푸티나에게 손가락을 살짝 내밀었다.

푸티나는 자신의 앞발을 소울의 검지에 대고 전기를 일으켰다.

파직!

“윽!”

소울은 순간 전기가 몸속으로 흐르자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예전에 집에서 전기에 감전을 당한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강하게 해봐. 아주 조금이야.”

“낑!”

소울은 겁먹은 표정으로 푸티나를 쳐다보며 검지를 내밀었다.

파직!

“억! 이정도면 뭔가 될 것도 같은데…….”

소울은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5kV 내로 전압을 출력하고 200J 정도의 에너지를 넣으면 되겠지? 그럼 지금의 2배 정도면 가능하겠다.’

심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고 있는 박제순의 얼굴은 이제 하얗다 못해 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바로 요단강을 건널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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