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9화 (159/492)
  • 00159  제 40 장 - 본 투 비 와일드  =========================================================================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최하급 몬스터를 대량 살상할 때는 이 방법이 좋겠네. 마치 토네이도처럼 순식간에 고블린들을 휩쓸어버리잖아.’

    소울은 자신이 개발한 공격방법이 나름 큰 효과를 내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고블린이 수백 마리가 오는 것도 아니고 수십 마리에 불과한지라 그는 적당히 몸이 데워져 땀이 나려고 할 때, 더 이상 공격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아쉬움을 접고 까망이를 땅바닥으로 살짝 던져 죽은 고블린의 사체에서 마석을 뽑아내게 만든 소울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봤다.

    사방은 이미 고블린 시체로 가득 차 있었다.

    대략 100마리에 가까운 고블린들이 정말 순식간에 소울과 그의 소환수로 인해 몰살을 당해버린 것이다.

    ‘흐음, 이제는 고블린을 잡는 것이 무척 비효율적인 일이 되었구나. 앞으로는 오크 이상만 잡아야겠다. 아니 오크도 어차피 F급 아냐? E급 몬스터를 잡으러 다녀야겠다.’

    소울은 그렇게 마음먹고 본을 쳐다봤다.

    부지런한 본은 어느새 두 마리의 스켈레톤을 또 일으켜 놓고, 한 마리는 스켈레톤 창병으로 다른 한 마리는 스켈레톤 궁병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이제 본은 스켈레톤 창병 셋, 스켈레톤 궁병 셋 그리고 스켈레톤 바이킹 하나 이렇게 총 일곱 마리의 스켈레톤 부대를 가지게 됐다.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가 부지런을 떨자 주변은 금세 청소라도 한 듯 깨끗해졌다.

    바닥에 피와 뇌수, 고블린들의 허접한 무기와 낡아빠진 소지품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것 말고는 어디에도 이곳에 고블린들이 몰려왔었다는 것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몬스터 부산물 회사에서는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를 아주 싫어하겠는데…….’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면서 느긋하게 남쪽을 향해 걸어 내려갔다.

    그가 움직이자 곧바로 그의 소환수들이 그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원진을 만들며 걸어갔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10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자 주변에서 고블린을 잡고 있는 능력자들이 소울 일행을 쳐다보며 뭐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부러운 건지 아니면 질투를 하는 건지 모르지만 소울은 그것이 영 신경 쓰였다.

    그냥 무시할까 생각하던 소울은 결국 서둘러 나무사이로 들어가 본을 불렀다.

    [본, 이제 강남필드를 나가야하는데 너와 네 부대를 이렇게 끌고 다닐 거야? 어떻게 숨기는 방법 없어?]

    [깍! 깍깍! 깍깍깍!]

    본은 입을 딱딱거리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다.

    물론 그 소리는 소울의 뇌리로 바로 들어오는 것이라 다른 사람은 들을 수 없었다.

    본이 긍정적으로 말한다는 것을 알아챈 소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이 있다면 바로 사용해야지. 본 지금 당장 다 숨겨봐!]

    [깍!]

    본은 소울에게 정중히 군례를 하더니 자신의 부대를 한쪽으로 모았다.

    그리고는 입을 크게 벌리며 소리쳤다.

    까드득 까드드득 까라라라라라라…….

    그때였다.

    본의 입이 마치 악어처럼 커다랗게 변하면서 강력한 흡입력을 일으켰다. 순간 그의 부대가 일제히 그의 입을 향해 우르르 달려오더니 쏟아지듯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데 일곱 마리나 되는 스켈레톤 부대가 본의 입속으로 들어갔는데도 본의 몸은 조금도 커지거나 늘어나지 않았다.

    자신의 입을 정상으로 만들고 닫은 본은 소울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입을 쫙 벌렸다.

    소울의 눈에 그의 어금니 뼈가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까드득 까라라라라라라…….

    또다시 요상한 소리가 나며 그의 몸이 순식간에 어금니 뼈로 빨려 들어갔다.

    그 기괴한 모습에 소울은 입을 딱 벌리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툭!

    자신의 손바닥만 한 하얀 어금니 뼈 하나가 땅에 툭 떨어졌다.

    [이리와!]

    [깍!]

    어금니 뼈로 변한 본이 총총거리며 뛰어서 그의 손바닥 위로 올라갔다.

    [본, 너 어렵게 스켈레톤 엘리트가 됐는데 나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 아니야?]

    [까각!]

    [아니라고? 그럼 다시 스켈레톤 엘리트로 변신이 가능한 거야?]

    [깍!]

    [그래? 그럼 한번 변해봐!]

    [깍!]

    본은 소울의 손바닥에서 허공으로 훌쩍 뛰어 내리더니 땅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스스로 빛을 발하며 스켈레톤 엘리트로 변해버렸다.

    ‘오오오, 이거 대단하네. 본이 순식간에 스켈레톤 엘리트로 변해버렸잖아? 혹시 이놈도 아공간 같은 것을 가지고 있나?’

    본은 스켈레톤 엘리트로 변하고 나자 즉시 아까처럼 입을 커다랗게 만들더니 속에서 일곱 마리의 스켈레톤 부대를 한꺼번에 꺼냈다.

    그 과정이 정말 순식간이어서 다시 한 번 소울을 놀래게 만들었다.

    본은 이제 반대로 자신의 입속으로 스켈레톤 부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스켈레톤 엘리트도 어금니 뼈 속으로 들어가 봉인됐다.

    “기가 막히네.”

    소울은 어느새 자신의 손바닥 위에 기어 올라와 가만히 서 있는 본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는 본을 왼쪽 어깨 위에 있는 고리에 걸었다. 본은 그 고리에 어금니 뿌리 쪽을 동그랗게 모아 고리처럼 만들었다.

    그러자 마치 무슨 특이한 액세서리를 단 것처럼 보였다.

    소울은 푸티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푸티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발광(發光)을 하지 말라고 말해놓아서 이제 더 이상 능력자들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부지런히 걸어가자 멀리 대 몬스터 장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문을 향해 걸어가는 소울의 머리 위로 까망이가 원을 그리며 순찰을 하고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소울은 자신이 E급 소환계 능력자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

    또한, 자신의 세 소환수가 다른 E급 소환계 능력자의 소환수와는 구별되는 아주 특별한 소환수라는 것도 깨달았다.

    걸어가는 그의 어깨가 쫙 펴지며 점점 자신감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 * * * *

    “방 기자, 확실한 거야?”

    “그래. 그게 확실한 정보가 아니면 미쳤다고 내가 방송차량까지 끌고 여기를 오겠어?”

    ‘KBSC 뉴스 9’의 기자 방정한은 한일일보 박제순 기자를 보며 큰소리쳤다.

    박제순은 아직 술이 덜 깨서 시뻘건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며 방정한 기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쳇, TTN 방송국에서도 방송차량을 가져온 것을 보니 아주 없는 말은 아니었네?”

    “야! 이 새끼야! 제발 술 좀 작작 처먹어. 너 그런다가 한 방에 훅 가는 수가 있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한일일보 때려치우고 다른 곳으로 이직해라. 요새 한일일보를 매국일보라고 부르는 것 몰라?”

    “누가 그런 개소리를 해?”

    박제순이 핏발 선 눈을 부라리며 방정한을 쳐다보자 방정한은 고개를 흔들며 작게 말했다.

    “너 내 대학동기만 아니었으면 이런 정보도 안줬어. 나도 이제 너한테 질렸다. 앞으로 서로 연락 끊고 살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삐졌냐?”

    “저리 꺼져! 재수 없어 이 새끼야. 네 몸에서 술 냄새만 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오물 냄새까지 난다.”

    “뭐야? 정말이야?”

    방정한은 자신의 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박제순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했다.

    ‘시발, 이 나라가 살려면 언론이 개혁되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를 감시하는 민중의 눈이 되기는커녕 저렇게 온갖 비리와 뇌물로 썩어가고 있으니…….’

    방정한은 잠시 박제순을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카메라맨에게 다가갔다.

    박제순은 아직도 술이 깨지 않아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어깨에 맨 카메라를 눈으로 한번 확인하고는 남문을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곧 그는 더 다가가려는 생각을 포기해야했다.

    대 몬스터 장벽의 남문 안쪽은 이미 경찰들이 몰려와서 폴리스라인을 구축해놓았다.

    노란 띠로 길게 주변을 막아 놓은 곳 바로 앞쪽에 지상파 방송국부터 케이블TV 방송국까지 차례대로 방송용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옆과 뒤로 수십 명의 기자들이 한 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일본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는 남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TTN 방송국의 사회부 기자 정송화는 그래도 서두른 보람이 있어 정면의 제법 괜찮은 자리를 차지하고서 느긋한 마음으로 남문을 바라봤다.

    “정송화 기자님!”

    “어? 강강한 편집부장님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고구려 일보 편집부장 강강한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인사를 하자 정송화도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오랜만이네요?”

    “몇 달 됐네요.”

    “그런데 오늘 우리가 취재하려는 능력자가 누군지 알고 계세요?”

    “물론이죠. 강남 세븐 병원 사건 때 그 사람이잖아요.”

    “알고 계셨군요.”

    강강한은 정송화가 이미 알고 있자 맥 빠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이소울 씨, 아니 이소울 능력자에게 아무런 연락 없었어요?”

    “이상하게도 한 번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신세만 지고 보답을 하지 못한 파렴치한이 되어버렸지요.”

    “저도 같은 입장이에요. 사실 취재를 하러 오긴 했는데 막상 얼굴을 보려니 좀 미안해지네요. 능력자가 된 줄도 이번에 알게 돼서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네요.”

    정송화의 말에 강강한도 비슷한 표정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두 사람은 결론적으로 소울에게 큰 신세를 지게 된 셈이 됐다.

    소울이 직접 전화를 해서 강남 세븐 병원의 일을 알려줬기 때문에 당시 거의 특종에 해당하는 기사를 낼 수 있었다.

    그것으로 두 사람 모두 회사에서 큰 칭찬을 들었고 보너스도 넉넉히 챙겼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바쁜 방송국 생활과 신문사 생활로 인해 두 사람 모두 그만 그에 대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떴다.”

    “준비해!”

    갑자기 기자들이 웅성거리더니 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방송국 카메라맨들은 일제히 카메라를 남문을 향해 고정시키고 촬영을 시작했다.

    강강한과 정송화도 서로에게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안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나오지 않자 기자들이 웅성거리더니 그 중 하나가 남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대장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능력자로 구성된 남문 가드들은 기자들이 남문에 다가오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사실 폴리스라인을 구축해놓은 경찰들이 남문 근처를 철저히 지키고 있긴 했지만 능력자로 구성된 남문 가드들이 있는 이상 일반인들에게는 이미 철옹성이 이미 구축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15분 쯤 지났을까?

    갑자기 밖에서 말끔한 정장을 입은 자가 남문 가드들에게 다가가 명함을 내밀자 뭐라 뭐라 하더니 안으로 쑥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기자 하나가 가서 항의를 하자 능력자 가드 한명이 다가와 멱살을 잡아 번쩍 들고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원래 있던 자리에다 가만히 내려놓았다.

    멱살이 잡힌 기자는 능력자의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살기에 질려서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잠시 후, 남문 안에서 아까 들어갔던 말끔한 정장의 사내가 나오더니 방송국 카메라가 줄줄이 늘어선 곳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는 스마트폰 쥔 손을 들어 기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저는 오늘 여러분이 취재하려고 하시는 이소울 능력자의 고문변호사 정일용입니다. 제 클라이언트께서는 사전 통보도 없는 이런 기습적인 취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또한, 맘대로 사진을 찍고 촬영을 하고 멋대로 기사를 내는 최근 언론의 태도에 깊은 우려를 가지고 계십니다.”

    “…….”

    정일용 변호사는 잠깐 말을 끊고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방송국과 언론사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을 둘러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분들이 직접 여기까지 찾아와 주신 노고가 있으시니 그냥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제가 나서게 됐습니다. 방송이나 기사를 내보낼 때 사전에 변호사인 저에게 보여주시고 제 클라이언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 기사를 내보내겠다는 약속을 하신 방송국과 언론사에게만 기자회견을 열어 취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말은 모두 이 스마트폰으로 녹음이 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각 방송국과 언론사의 기자 분들께서 대표로 나와 육성으로 약속을 해주시면 저희의 요구를 승낙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정일용 변호사의 말에 기자들이 일제히 분통을 터뜨렸다.

    감히 방송국 기자와 언로사의 기자들을 뭐로 알기에 이런 짓을 하냐며 소리를 치는 기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화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TV 방송국은 자기들끼리 의논을 하더니 곧바로 우르르 몰려와 정일용 변호사의 앞에서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며 그의 요구를 수용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 후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