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8 제 40 장 - 본 투 비 와일드 =========================================================================
투 툭 툭 툭 툭 툭…….
그는 데저트이글을 뽑아 본격적으로 오크의 대가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물론 100% 명중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연습을 겸해서 하는 것이라 안 맞아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다만 놓칠 때는 자신이 왜 놓쳤는지 분석해서 즉시 교정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소울의 권총실력은 수직으로 상승했다.
수십 마리의 오크 떼는 이제 더 이상 푸티나를 쫓아다닐 수 없었다.
이제는 오히려 푸티나와 본 그리고 스켈레톤 창병들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깍! 깍깍!”
푸티나는 집요하게 도망가는 오크들을 쫓아다니며 결국 한 놈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렸다.
푸티나는 소울을 생각해서 그런지 그리 멀리 가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은 마치 오크들과 원수라도 진 것처럼 끈질기게 쫓아가 죽이고는 시체를 끌고 왔다.
‘하아, 저놈 의외로 질기네.’
소울은 본의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바닥에는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쓰러져 있었다.
소울은 주변을 둘러보며 오크의 노린내와 피비린내로 인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절로 인상을 썼다.
까망이는 이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오크사체에서 마석을 뽑았고, 본은 죽은 오크들의 사체에서 심장을 뽑아 씹어 먹거나 흡수하는 것을 반복했다.
가만히 지켜보니 10마리의 심장을 먹거나 흡수할 때마다 본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의 몸에서 빛이 나면 그의 외형이 변하며 반드시 뭔가 더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본의 머리에는 마치 로마군단의 병사들이 쓰던 투구와 비슷하게 생긴 본 헬멧이 씌워져 있었다. 몸에는 중갑(重甲)이라고 부를 수 있는 본 아머가 뒤덮여 있었고 발에는 본 부츠를 신고 있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일으켜 세운 두 마리의 스켈레톤도 어느새 뼈로 된 창과 큼직한 사각방패를 든 스켈레톤 창병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이 스켈레톤 솔저에서 스켈레톤 베테랑이 되면서 두 마리의 스켈레톤 신병을 받아들였는데 그의 스켈레톤 등급이 올라가자 스켈레톤 신병들도 자연스럽게 창병으로 승급하여 진화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바닥에는 오크의 사체가 넉넉했다.
본은 죽은 오크의 심장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흡수했다.
그리고는 스켈레톤 신병을 두 마리나 만들더니 기어코 스켈레톤 궁병으로 업그레이드까지 시켜버렸다.
소울이 본을 살펴보니 스켈레톤 창병 두 마리와 스켈레톤 궁병 두 마리를 거닐고 있는 스켈레톤 엘리트가 되어 있었다.
자신은 네크로맨서가 아닌 소환사라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래도 판타지 소설을 100편 이상 독파한 애독자로써 무장을 한 수준으로 스켈레톤의 계급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연녹색 빛이 계속 터져 나오는 것으로 봐서 본은 아직 F급 소환수의 능력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녹색의 빛이 터져 나온다면 아마 한계를 돌파하게 될 거야.’
소울은 자신의 소환수를 하나씩 쳐다봤다.
까망이는 열심히 마석을 뽑아내고 있었고, 푸티나는 소울의 앞에서 등을 보이며 버티고 서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본도 죽은 오크 사체에서 모조리 심장을 뽑아낸 터라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한쪽에 서서 조용히 시립해있었다.
‘아! 이거 대장할 맛 나는데……. 겨우 소환수 셋에 스켈레톤 네 마리를 가지고도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공격대의 대장을 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아니 길드장을 한다면 과연 무슨 기분이 날까? 아마 끝내주겠지?’
그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전투에 의해 잠시 뜨거워진 머리가 조금은 식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북으로 가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렇다. 그는 겨우 이런 일로 흥분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
반쪽 자리 능력자로 불리는 F급 소환계 능력자들을 모두 찾아내서 계약을 맺고 소환길드로 끌어 들여 거대한 길드를 만들어 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아주 멀었다.
벌써부터 별것 아닌 일로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려 버리면 아주 곤란해진다.
괜히 전 국민이 고생했던 IMF시절이 잠시 생각났다 사라져갔다.
[얘들아! 돌아가자.]
[규!]
[낑!]
[깍!]
그의 명령에 까망이와 푸티나 그리고 본은 동시에 대답을 하곤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들의 뒤로 오크들이 흘린 피와 그들이 들고 다니던 몽둥이만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본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냈고 얼마나 강력한지 확인을 했으니 오늘 강남필드로 들어온 목적은 200% 달성한 셈이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만장일치로 귀환을 결정한 그들은 이제 스켈레톤 창병을 앞세워 숲을 가로질렀다.
하지만 오크 밭이 괜히 오크 밭이 아니다.
100m 도 빠져 나오기 전에 벌써부터 오크들이 소울 일행의 냄새를 맡고 그들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까득! 까드득!”
오크 네 마리가 정면에서 달려오자 본이 스켈레톤 창병 옆에 서더니 뼈 갈리는 묘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스켈레톤 창병 두 마리는 그 말을 알아먹기라도 한 듯 앞으로 걸어 나가더니 들고 있는 창을 냅다 앞으로 던져버렸다.
휘익 휘익!
퍽 푸욱!
꾸웨엑 꿰엑!
동시에 오크 두 마리의 배가 꽤 뚫렸다.
스켈레톤 창병은 투창을 끝내고 나자 허리에 매달린 글라디우스를 뽑아 들었다.
글라디우스는 90cm를 넘기지 않는 짧은 검으로 고대 로마군단의 주력무기이자 거의 모든 로마시민이 사용했던 무기다.
그들은 창을 잡고 쓰러지는 오크 두 마리에 이어 달려오고 있는 또 다른 오크 두 마리를 향해 사각방패를 내밀었다.
쾅 콰앙!
동료의 죽음에 눈이 뒤집힌 오크들의 거센 돌진에도 스켈레톤 창병, 아니 이제 스켈레톤 검병이 된 둘은 조금도 뒤로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각방패를 앞으로 힘차게 밀더니 곧바로 글라디우스를 뻗어 오크의 배를 쑤셔 버렸다.
꿰에엑 꾸웨엑!
배에 구멍이 난 오크 두 마리는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스켈레톤 검병 둘은 물러서는 오크들을 따라 빠르게 달려가 목을 긋고 가슴에 다시 한 번 글라디우스를 쑤셔 넣었다.
오크 두 마리가 단말마를 내며 쓰러지자 본의 뒤에 서 있던 두 마리의 스켈레톤 궁수가 뼈로 된 큰활에 뼈 화살을 재더니 빠르게 발사했다.
핑 핑!
컥 켁!
두 개의 뼈 화살은 번개처럼 날아가 배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오크 두 마리의 목젖을 그대로 관통했다.
잠시 자신의 목을 잡고 허우적거리던 오크들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스켈레톤 검병 둘이 걸어가서 자신들의 창을 잡아 뽑아 다시 스켈레톤 창병이 되자 본은 그 사이에 네 마리의 오크의 가슴을 쪼개 심장을 흡수하고 몸을 해골바가지로 만들어 버린 후 흡수했다.
그럴 때 마다 미묘하게 본의 몸이 더 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쪽으로 직진하자!]
[규!]
[낑!]
[깍!]
소울과 그 일행은 다시 앞으로 전진 했다.
20~30m 정도를 나아갈 때마다 오크들이 몇 마리씩 나타나 그들의 앞길을 막고 공격해왔다. 하지만 결코 오크들은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마석을 헌납하고 나면 심장을 빼앗겼고 해골과 뼈까지 알뜰하게 본이 챙기면 그들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숲속에서 사라져야했다.
결국 본은 스켈레톤 하나를 더 일으켜 세우더니 끝내 일반 스켈레톤보다 덩치가 두 배는 더 클 것 같은 본 메이스(철퇴)를 든 스켈레톤 바이킹으로 진화시켰다.
오크 밭을 나오자 이제는 고블린들이 달려들었다.
고블린 떼는 겁도 없이 스켈레톤 창병이 들고 있는 사각방패를 향해 손도끼를 날리고 독침을 쏘아댔다.
하지만 손도끼는 뼈로 만든 사각방패를 뚫지 못했고 고블린들이 자랑하는 마비독침은 스켈레톤들에게는 그냥 날아오는 낙엽이나 마찬가지였다.
수십 마리가 떼거지로 몰려왔지만 그들이 근접전투를 시작하기 전까지 이미 반 정도가 스켈레톤 궁병의 활과 소울의 대물저격총에 맞아 땅바닥에 쓰러졌다.
“푸티나, 가서 쓸어버려!”
“낑!”
소울의 말에 푸티나가 자신의 몸을 공처럼 만들더니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는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고블린들을 이리저리 치고 돌아다녔다.
고블린은 푸티나의 이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쓰러졌다.
물론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라서 바로 즉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대열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원천봉쇄가 가능했다.
[까망아, 이번엔 네 차례다.]
[규!]
소울이 까망이를 부르자 즉시 그의 오른손에 검은 당구공 모양의 까망이가 나타났다.
그는 제일 가까운 고블린을 향해 까망이를 집어 던졌다.
휙 퍽!
휙 퍼퍽!
휙 퍼퍼퍽!
고블린 한 마리의 목을 관통한 까망이가 허공에서 사라지더니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날아가 고블린 두 마리의 가슴을 동시에 뚫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소울의 손안에 나타나 나란히 달려오는 고블린 세 마리를 길게 꼬치를 만들어 버렸다.
[까망아, 이제부터 내가 발을 들면 던지는 것이 아니라 차는 거니까 축구공처럼 변해라!]
[규!]
소울은 까망이의 말을 듣기가 무섭게 까망이를 허공으로 살짝 던졌다. 까망이가 바로 축구공으로 변하자 그는 허공으로 가볍게 몸을 띄우더니 시저스 킥으로 까망이를 후려 찼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까망이는 고블린의 머리를 향해 살짝 방향을 틀고는 주먹 만한 가시를 뽑아내서 그대로 가서 부딪쳤다.
뻥! 팡!
고블린의 머리가 뒤로 확 재껴지며 즉시 목이 부러졌다.
그리고 이마에 구멍이 하나 뻥 뚫려있었다.
그 상태로 힘을 이기지 못한 고블린의 사체가 허공을 살짝 떠서 날아갔다.
던지는 것보다 차는 것이 몇 배는 더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소울의 순간적인 기지였다. 하지만 결과는 훌륭했다.
굳이 손안으로 소환하지 않아도 소울은 고블린과 부딪친 반동을 이용해 빠르게 소울에게 날아왔다.
그러자 소울은 축구공을 잡지도 않고 다시 한 번 발로 뻥 찼다.
뻥! 펑!
이번에는 전면의 고블린을 향해 찼는데 정면에 있던 고블린의 갈비뼈가 박살이 나고 심장에 구멍이 하나 뚫린 상태로 뒤로 날아갔다.
재미있는 것은 소울을 향해 바로 돌아오지 않고 옆에 있는 고블린의 목을 한 번 때리고 날아 왔다.
그러자 목을 맞은 고블린의 경동맥이 끊어져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일타쌍피! 좋아!’
소울은 뒤쪽에서 달려오는 고블린의 존재를 눈치 챘다.
이번에는 똑 바로 서 있는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들고는 뒤로 넘어지듯 체중을 이동시켰다.
몸이 허공으로 뜨자 곧바로 반대쪽 발로 날아오는 까망이를 세게 걷어찼다.
뻥! 펑!
소울의 멋진 오버헤드킥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고블린의 사타구니 사이를 맞히고 허공으로 높이 떠서 날아왔다.
고블린은 두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잡더니 그대로 꼬꾸라졌다.
“이런 미안, 고의가 아니었어.”
소울은 땅에 어깨를 대고 두 다리와 허리를 이용해 재주넘듯 한 번에 벌떡 일어나더니 고개를 돌려 고블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같은 수컷으로써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생식기가 잘려 피를 펑펑 쏟고 있는 고블린은 결코 얼마 견디지 못할 것이다.
[까망아, 내가 이제 손으로도 후려칠 테니까 내가 말하기 전까지 계속 그 상태로 있어. 아니다. 손으로 칠 때는 배구공으로 변해라.]
[규!]
참으로 시키는 것도 많은 주인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착한 소환수 까망이는 두말없이 소울이 원하는 데로 변하라면 변하고 바꾸라면 바꿨다.
뻥! 펑!
팡! 펑!
뻥! 펑!
팡! 펑!
…….
소울은 정신없이 손과 발을 이용해 까망이를 치고 찼다.
그럴 때 마자 주위에서 그를 공격하려고 다가오는 고블린이 꼭 하나씩 둘씩 쓰러져갔다.
까망이는 처음에 배구공이 돼야할지 축구공이 돼야할지 몰라 고생을 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울과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이제는 오히려 큰 힘 안들이고 고블린의 몸에 닿을 때만 날카로운 단창의 창촉을 꺼내 공격했다. 또한 미리 변하지 않고 소울이 손과 발이 닿을 때를 노려 순간적으로 몸을 변화시켰다.
그러자 좀 전보다 몇 배나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사실 소울이 고블린을 노리고 차고 있기는 하지만 까망이가 방향보정을 해주지 않으면 열 마리에 한 마리도 맞추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점점 배구공 치듯 축구공 차듯 치고 차는 일을 반복하자 정확도가 크게 향상되어 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 수정공지: 중간에 몇 문장이 잘려서 올라간 것이 있어서 다시 올렸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과 후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