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7화 (157/492)
  • 00157  제 40 장 - 본 투 비 와일드  =========================================================================

    툭 툭 툭 툭…….

    데저트이글에 달린 소음기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탁한 소리가 이어졌다.

    오크들의 머리통이 그에 맞춰 하나씩 산산조각 나버렸다.

    ‘손맛이 끝내주네.’

    소울은 데저트이글을 눈앞으로 가져와 돌려보며 미소를 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파괴력이 엄청났던 것이다.

    원거리에서는 대물저격총, 근거리에선 데저트이글이란 공식이 그의 머릿속에서 바로 만들어져갔다.

    [규우!]

    [그래. 나도 알아. 이거 오크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네.]

    까망이가 그에게 경고를 하자 소울은 가만히 까망이를 달래주며 주변을 살펴봤다.

    사방에서 오크들이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가 아직 세 자리 숫자까진 올라가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됐다.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얘들아! 모조리 죽여 버리자!]

    [규!]

    [낑!]

    [깍!]

    소울의 의지가 서릿발처럼 차갑게 표출되자 그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까망, 푸티나, 본 이 세 소환수도 덩달아 차가운 살기를 뿌려대며 달려오는 오크들을 쳐다봤다.

    ‘가만 그런데 본은 왜 대답을 한 거지? 뼈다귀 주제에 지가 뭘 하겠다고?’

    까망이와 푸티나는 알겠는데 본이 왜 대답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소울이었다.

    드디어 수십 마리의 오크들이 소울이 숨어있는 잡목 아래로 몰려와 눈에 가장 띄는 푸티나부터 몽둥이로 마구 때리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꾸에엑 꾸해애 꿰에엑 쿠에엑…….

    퍽 퍼퍼퍽 퍽퍽 퍼퍼퍽…….

    푹 푹푹 푹푹푹 푹푹…….

    함성과 비명소리가 섞이고 격타음이 난무하며 그 사이에 간간히 들려오는 소음들로 가득 찬 잡목 숲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오크의 몽둥이를 막고, 피하고, 오크들 사이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신나게 공격해대는 푸티나와 땅바닥에서 오크들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찌르고 다니는 까망이로 인해 대지는 금방 녹색의 진득한 오크의 피로 물들어갔다.

    꾸웨에엑 꿰에에엑 쿠웨에엑…….

    죽는다고 비명을 고래고래 질러대는 오크들로 인해 전장은 혼란을 더해 더할 나위 없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그런 소란 가운데 하나의 변화가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

    녹색의 피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본을 흠뻑 적셨다.

    피를 한껏 머금은 본이 순간 가로에서 세로로 벌떡 일어났다.

    이리저리 몸을 틀어 주변을 살피던 본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오크 사체를 발견하자 총총히 달려갔다.

    죽은 오크의 얼굴 앞으로 다가온 본은 피를 토하고 죽어 있는 오크의 입안을 향해 쏜살같이 파고들었다.

    그리고 몇 초가 흘렀다.

    갑자기 오크의 사체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급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열사의 사막위에 놓인 시체가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바싹 마르다 못해 미라가 되어버린 모습 같았다.

    피와 근육이 마르고 오장육부와 피부가 사라지자, 반짝이는 해골과 뼈다귀만 남겨졌다.

    번쩍!

    해골로 변한 오크 사체의 눈두덩이 에서 갑자기 검은 색 광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보통 검은색을 보면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나는데, 이 검은 색 광망은 분명히 앞으로 쏘아져 나오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해골이 눈을 뜨자 놀랍게도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뼈다귀들이 해골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하나씩 맞춰지며 몸을 이뤘다.

    “깍!”

    해골과 뼈로 이뤄진 몸이 완성되자 본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소울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난다는 생각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잡목 아래를 내려다보니 스켈레톤 하나가 비틀비틀 일어서더니 자신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헉! 너 뭐야? 설마……. 본이야?”

    “깍깍!”

    “대박이다!”

    소울은 순간 자신이 잡목 위에 숨어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소리쳤다.

    본이 오크의 사체를 이용해 스켈레톤이 되어 일어난 것을 본 순간,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깍!”

    본이 다시 그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것은 마치 ‘이놈들을 전부 쓸어버릴까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허허허, 그래. 능력 있으면 모두 쓸어버려!”

    “깍!”

    소울이 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허락을 하자 본은 그를 향해 오른 손을 들어 가슴에 대고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순간 소울은 가슴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까망이나 푸티나한테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주군에 대한 멋진 충성의 군례였기 때문이다.

    본은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제일 가까이에 있는 오크를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번개같이 오크의 목에 매달리더니 옆 목을 콱 깨물어 버렸다.

    꾸웨에에엑!

    놀란 오크가 크게 몸을 흔들었다.

    본은 오크의 사력을 다한 몸부림에 몸 전체가 허공에 떠올랐다.

    하지만 본은 결코 한번 물어버린 오크의 목을 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세차게 물어뜯었다.

    경동맥을 물린 오크는 결국 분수처럼 피를 흘리다가 몸을 한차례 크게 떨더니 땅바닥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본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오크의 사체 위로 올라탔다.

    두 손을 칼처럼 세워 가슴을 푹 쑤시더니 힘껏 양옆으로 벌려 가슴을 열었다.

    오크의 심장이 나타나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으로 잡아 뽑고는 그대로 입으로 가져가 씹어 먹기 시작했다.

    순간 본의 몸에서 연두색의 빛이 터져 나와 해골과 뼈를 감쌌다.

    ‘뭐야? 저렇게 성장하는 건가?’

    하지만 소울의 생각과는 달리 본의 모습은 처음과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본, 살아있는 오크들을 잡아 죽이고 심장을 얻는 것보다 이미 쓰러진 오크의 심장을 먹는 게 어때? 그게 더 빠를 것 같은데…….]

    [깍!]

    소울의 의지에 본도 자신의 의지를 담아 대답했다.

    본은 소울을 향해 다시 한 번 정중히 군례를 하더니 곧 주변에 죽어있는 오크의 사체를 뒤지기 시작했다.

    본이 죽은 오크의 가슴을 양손을 이용해 쪼개고 후벼 파서 심장을 뽑아 씹어 먹을 때마다 본의 해골과 뼈에서 흐린 연두색의 빛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의 외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다만 처음보다 조금 더 힘이 세지고 몸이 민첩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다.

    푸티나와 까망이의 합작으로 수십 마리의 오크들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본은 차분히 오크 사체에서 심장을 하나씩 뽑아먹으며 빛을 발했다.

    ‘아니 근데 본은 저 짓을 언제까지 하려는 거지? 벌써 심장을 열 개나 뽑아먹었는데?’

    본은 입에 녹색의 오크 피를 잔뜩 묻히며 벌써 열 번째 오크의 심장을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었다.

    그때였다. 본의 해골과 뼈에서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연두색의 강한 광채가 터져 나왔다. 이건 분명히 전(前)과는 다른 변화였다.

    본은 벌떡 일어나 해골을 위아래로 끄덕이더니 바로 옆에 심장이 사라진 오크사체 하나에게 다가가 머리통에 손을 댔다.

    순간 오크의 몸이 순식간에 쪼그라들며 미라가 되어갔다. 그리고 최후에는 역시 해골과 뼈만 남게 됐다.

    본은 그때까지 계속 오크의 해골을 잡고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그때 본이 손을 대고 있던 오크의 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은 그제야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서 달그락거리던 오크의 뼈가 일제히 그의 몸을 타고 올라가더니 어느새 그의 몸을 가득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스르륵 본의 몸속으로 하나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해골과 뼈가 그의 몸에 완전히 스며들자 그의 몸이 크게 한번 흔들거렸다. 그러더니 하얀 뼈로 된 갑옷이 생겨났다.

    “깍! 깍깍!”

    본은 신이 나서 소리를 치며 다른 오크 사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똑같은 방식으로 죽은 오크의 머리에 손을 대고 잠시 기다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역시 오크 사체가 순식간에 해골과 뼈로 변해버려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어갔다.

    뼈들이 그의 몸에 완전히 스며들자 또다시 그의 몸이 한번 크게 흔들거리더니 이번에는 하얀 뼈로 만들어진 검과 원형방패가 생겨났다.

    “깍! 깍깍!”

    본은 이제 자신 있게 소리쳤다.

    ‘세상에, 본이 스켈레톤으로 변하더니 이제는 스켈레톤 솔저로 업그레이드 된 건가?’

    소울은 이 황당한 변화에 할 말을 잃고 본을 쳐다봤다.

    하지만 본은 자신이 원하는 성장을 마치자 곧바로 푸티나를 쫓고 있는 오크들을 향해 달려갔다.

    맨 뒤에서 달리고 있는 오크에게 가까이 다가간 본은 오크의 등을 향해 뼈로 된 검을 푹 찔러 넣었다.

    등을 뚫고 심장을 단번에 관통시킨 뼈로 된 검을 타고 오크의 심장이 통째로 본의 몸속으로 옮겨졌다.

    심장이 사라진 오크는 그대로 바닥으로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다.

    “깍!”

    본은 승리의 표시로 뼈 검을 하늘로 한번 높이 들었다가 내렸다.

    그의 얼굴이 다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았다.

    역시 푸티나를 쫓는 오크 무리의 맨 뒤로 다가간 본은 가장 뒤에서 달리는 오크의  등에 뼈 검을 쑤셔 넣었다.

    심장이 관통당한 오크는 쇼크사로 인해 즉사했다. 동시에 오크의 심장이 뼈 검을 통해 본에게 넘어왔다.

    그렇게 뒤치기를 몇 번 반복하자 오크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뒤를 돌아봤다.

    하얀 스켈레톤이 뼈로 된 검과 원형방패를 들고 달려오자 오크들 중 몇 마리가 즉시 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본은 자신의 뼈로 된 원형방패를 이용해 가볍게 오크의 몸을 이리저리 밀어내어 그들의 돌진을 옆으로 흘리고 정면으로 달려오며 몽둥이를 휘두르는 오크 한 마리의 왼쪽 가슴에 또다시 뼈 검을 쑤셔 넣었다.

    푹!

    빠각!

    용감한 오크는 자신의 심장에 검이 꽂히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세차게 몽둥이를 휘둘러 본의 머리통을 후려치는데 성공했다.

    본의 머리뼈가 그대로 뒤로 꺾여버렸다.

    꿱!

    하지만 달려든 오크의 심장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달그락 달그락!

    본의 꺾인 머리가 그대로 세워지며 원상복구 됐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그렇게 꺾인 뼈가 다시 저절로 돌아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본은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존재였다.

    뼈 검을 통해 오크의 심장이 쪽 빨려왔다.

    풀썩!

    오크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부우웅!

    그때,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본은 가볍게 한발 옆으로 피하더니 그대로 몸을 돌리면서 뼈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철썩!

    뭔가를 후려치는 듯한 경쾌한 소리가 들리자 뒤쪽에서 본의 어깨를 노리고 달려들던 오크의 머리통이 허공으로 사뿐히 솟구쳐 올랐다.

    본은 허공에서 뼈 검을 부드럽게 한번 휘돌리며 가볍게 목이 사라진 오크의 가슴에 뼈 검을 쑤셔 박았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멋있고 박력 있게 보였다.

    ‘저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어디서 저런 멋진 검술을 배운 거지?’

    소울은 자신의 소환수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질투가 났다. 뼈다귀에 불과한 본의 움직임 가운데에는 카리스마가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오크 몇 마리를 처리하자 또다시 본의 몸에서 강한 연두색 빛이 터져 나왔다.

    “깍! 깍깍!”

    본은 마치 껄껄 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죽은 오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가락뼈를 머리에 댔다.

    오크의 사체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며 미라가 되더니 이내 해골과 뼈만 남겨놓았다.

    본은 자신의 가슴 안에 손가락을 쑥 집어넣더니 연두색의 빛이 흐르는 뼈다귀 하나를 꺼내 해골의 이마에 푹 쑤셔 박았다.

    달그락 달그락!

    순간 해골의 눈에서 연두색 빛이 터져 나오며 움직이더니 곧 뼈가 하나로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입을 딱 벌렸다.

    ‘저 새끼 진짜 뭐야? 이제는 막 새끼도 치네?’

    이마에 본의 몸에서 나온 뼈를 심은 스켈레톤이 몸을 일으키자 본은 해골의 대가리를 한번 툭툭 쳤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오크를 가리켰다.

    그러자 스켈레톤은 마치 상관에게 하는 것처럼 고개를 꾸벅 숙이며 손으로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몽둥이 하나를 집어 오크를 향해 달려갔다.

    본은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더니 죽은 오크 사체를 이용해 또 한 마리의 스켈레톤을 만들어냈다.

    ‘스켈레톤 솔저가 스켈레톤 신병 둘을 만들어 데리고 다니는 셈인가?’

    소울은 본이 하는 짓을 보면서 절로 실소를 흘렸다.

    저렇게 하다가 여기에 누워있는 모든 오크사체가 스켈레톤이 되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푸티나와 까망이는 본이 변해도 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 조금도 본과 스켈레톤 신병 둘을 공격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들과 힘을 합쳐 오크들을 신나게 때려잡았다.

    [얘들아! 일단 오크들의 기동력을 뺏어! 다리를 공격해!]

    [규!]

    [낑!]

    [깍!]

    소울의 명령이 떨어지자 까망이와 푸티나 그리고 본은 지체 없이 오크들의 다리를 공격해 쓰러뜨렸다. 확실히 그렇게 하니 오크들과의 싸움이 훨씬 쉬워졌다.

    그 모습에 소울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 후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