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5화 (155/492)

00155  제 39 장 - 위상변화  =========================================================================

오연수는 나수연에게 마치 군기가 잘 잡힌 군인처럼 경례를 했다.

둘은 동시에 책상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접어서 편집장실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10분도 안 되어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나수연은 소울에게 독점 인터뷰 방송과 기사가 앞당겨졌다는 문자를 하나 보내고는 곧바로 편집했던 소울의 동영상부터 유튜비에 올렸다. 그리고 한성신문과 한성케이블TV에 연락해 지급으로 소울과의 독점인터뷰 기사와 춤추는 새끼 곰 동영상 기사를 올려 달라고 말했다.

한성신문 홈페이지와 한성케이블TV에서 곧바로 소울의 인터뷰 기사와 푸티나의 춤추는 동영상 기사가 올라갔다. 곧이어 심층 취재 기사가 나간다는 광고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곧 일파만파로 치닫기 시작했다.

종로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협회장실.

“이거 개나 소나 전부 공격대를 만든다고 하니 정말 죽겠습니다.”

“능력개발청을 두고 한 말은 아니겠지요?”

“설마 제가 능력개발청 청장님을 앞에 두고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국방부를 두고 한 말입니다.”

강직한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의 말에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비록 백두원이 국방장관 태공명이 주도하고 있는 공격대 조직 움직임을 언급하고는 있었지만 능력개발청장인 자신의 주도아래 조직되고 있는 능력개발청 공격대까지 싸잡아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사실 그의 의도와는 달리 최근 능력개발청은 자꾸 능력자협회와 부딪치고 있었다.

미래에는 능력자협회가 결국 능력개발청의 힘을 뛰어넘어 또 하나의 강력한 세력과 권력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가정하고 능력개발청은 능력자협회와 긴밀히 협조하며 악어와 악어새처럼, 실과 바늘처럼 가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는 그들을 마냥 밀월의 관계로만 있게 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걸림돌이 야심만만한 국방장관 태공명의 행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걸림돌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이었다.

대통령 안천수는 합리적인 인물이라 잘 알아듣게 설명하면 상당히 말이 잘 통했지만 그 밑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 한명회는 이름 그대로 욕심도 많고 권력에 집착하는 전형적인 모사꾼이었다.

특히 그가 부추기고 있는 능력자 특별법 개정 움직임은 안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38% 라는 세율을 일률적으로 적용받고 있는 국내의 능력자들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은 능력자가 곧 미래의 국방력이라는 것을 진즉에 깨닫고 15% 미만의 적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그마저도 능력자 특별법을 이용해 절감해주는 추세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떻게 된 나라인지 대통령 비서실장 한명회와 총리 서반석을 중심으로 국무위원과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쳐 어떻게 하던지 능력자협회의 힘을 빼앗으려 하고 능력자들의 권리를 줄여나가려고 했다.

물론 능력자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신흥 세력으로 기득권층을 불안하게 만든 것도 있다. 하지만 당장 잊을만하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능력자들을 너무 흔들기만 하면 자칫 쪽박을 깨버리는 대형사고가 터질 수도 있었다.

아직 능력자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자각하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맘먹고 힘을 결집한다면 현 시점에서 63만의 상비군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힘을 능가하는 강력한 세력으로 발돋움 할 것이 분명했다.

지동현 청장은 비록 정부에 속해있지만 근본은 그도 능력자라서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국방부가 공격대를 만든다고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지만 능력자들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결국 허접한 F급, E급 능력자로 구성된 하급 공격대에 불과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능력개발청에서 만들고 있는 공격대는 다르지요. 벌써 C급 능력자까지 한 명 포섭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백두원 협회장의 말에 지동현 청장이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었다.

“말이 C급 능력자이지. 대인공격에 특화된 능력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능력자 범죄를 단속하기 위해 특별히 초빙한 것뿐입니다. 능력개발청이 모집하고 있는 공격대는 앞으로 능력자협회와 긴밀히 협조해서 오히려 능력자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 나갈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겁니다.”

“지금 제 진의를 의심하는 겁니까? 우리 둘이라도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그래요? 3대 길드와 7대 길드에 이어 이제 7대 재벌길드가 탄생했습니다. 벌써 7대 재벌길드는 능력개발청의 말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 능력자협회의 말도 쉽게 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전부 누가 꾸민 짓이겠습니까? 그리고 7대 재벌길드를 만드는데 가장 반대한 사람이 나라는 것을 잊었습니까?”

“으음.”

지동현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한 말에 백두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도 지금 7대 재벌길드의 행보에 굉장히 날이 서 있는 상태였다.

조만간 7대 재벌길드 길드장을 불러 강력한 경고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백두원이 더 이상 아무 말을 안 하자 지동현은 길게 한 숨을 쉬면서 그를 달랬다.

“나도 능력자라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이번에 능력자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의 능력자들의 해외이탈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건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외통수네요.”

“우리 둘 다 외통수입니다. 저도 한명회 비서실장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좋습니다. 이번 건은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하지만 능력개발청이 한 일을 모두 잊은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능력개발청에도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국무회의의 입김이 아주 드셉니다. 지금 저는 제 자리를 지키는 것도 힘이 들 정도입니다. 만에 하나 제가 나가면 이제 누구한테 하소연하실 겁니까? 그리고 제 후임으로 오는 사람이 과연 이런 대화를 하려고나 할까요?”

“알겠습니다. 일단 청장님의 말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10분만 쉬었다가 다시 얘기를 나눕시다.”

“좋습니다.”

백두원은 자신의 방에서 나와 옆방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한 병 꺼내 마셨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지부장인 천명훈이 들어왔다.

“협회장님!”

“천명훈 지부장!”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신뢰가 가득했다.

“잘 지냈는가?”

“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런데 청장님이 와 계신 것 같더군요.”

“응, 옆방에 와 계시네.”

천명훈은 백두원의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와는 비밀이 없는 사이였다. 그들은 몬스터를 대항하며 생사를 걸고 같이 싸운 전우이기도 했기에 눈빛만 봐도 서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것 좀 한 번 보시겠습니까? 잘만하면 협회장님이 사용하시기에 아주 쓸 만한 보검(寶劍)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

백두원은 호기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천명훈이 가지고 온 노트북을 쳐다봤다.

백두원의 얼굴이 피곤에 절어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큰 뜻을 품고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를 창설했지만 역시 정치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더구나 부정부패와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기득권의 견제 속에 능력자협회가 자립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이 정도로 능력자협회가 돌아가는 것은 모두 백두원이 살신성인의 자세로 헌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오오! 이런 일이? 이게 정말 사실인가?”

“이소울 능력자입니다. F급 소환계 능력자인데 최근 E급으로 승급을 하더니 드디어 소환수를 소환해낸 모양입니다. 현재 서울지부 VIP룸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소환수가 아주 귀엽게 생겼군. 거기에다 춤을 추는 새끼 곰이라……. 여자들이 아주 좋아하겠는데?”

“물론입니다. 거기에다 한성신문과 한성케이블TV에서 독점으로 이소울 능력자를 인터뷰해서 심층취재까지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편으로 만들면 최상이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영웅으로 만들기에는 최적의 조건입니다.”

“그건 손정도로 낙점하지 않았는가?”

“손정도야 말로 정말 훌륭한 인격을 갖춘 능력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출신이 나중에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하긴 재벌 3세라는 타이틀이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

“다른 재벌이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왕자의 난을 일으켰던 로테의 혈육이니 그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소울은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능력자입니다. 국민들, 아니 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뒤탈이 날 염려도 없습니다. 손정도의 케이스처럼 굳이 작업을 하지 않아도 증거가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이미 영웅인 친구입니다.”

“그를 영웅으로 만든다면 과연 능력자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 같은가?”

“물론입니다. 거기에다 우리가 시작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한성신문과 한성케이블TV에서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미 한성신문에 독점 인터뷰 기사가 나갔고 한성케이블TV에서는 독점 인터뷰 방송이 한 차례 방송되었습니다. 거기에다 그의 행적과 말, 유튜비에서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올라가는 여러 가지 전투 동영상, 그리고 그의 귀여운 소환수가 형광색으로 발광을 내며 하는 비보잉, 이정도면 더 뭐가 필요한 지 전 잘 모르겠네요. 혹시 뭐 더 작업할 것이 있습니까?”

“하하하! 훌륭하군. 내가 들어봐도 더 이상 좋은 재목이 없어 보이는군. 손정도 대신에 이소울을 쓰도록 하지. 자네에게 전권을 줄 테니 한번 멋진 작품을 만들어보게. 아니 이미 멋진 작품인가?”

“맞습니다. 이미 멋진 작품입니다. 하지만 포장을 잘 하면 더욱 잘 팔리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자네의 말이 백번 다 맞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줄 테니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저 안의 곰의 탈을 쓴 여우인 지동현 청장이 알아채기 전에 먼저 재목을 확보하게.”

“네, 제가 직접 나서서 멋진 작품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하하! 자네 덕에 내가 이렇게 간만에 웃게 되는군.”

“하하하! 앞으로 계속 웃는 일만 생기실 겁니다.”

백두원과 천명훈은 그렇게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옆방에서 능력자협회 협회장인 백두원을 기다리고 있던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도 자신을 찾아온 방문객을 만나고 있었다.

“청장님, 여기 계셨군요?”

“백인천 과장,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요?”

지동현은 능력개발청 인재교육팀장 백인천 과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왜요?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일단 이것을 보고 말씀을 나누시죠?”

“뭔데요?”

백인천 과장은 서둘러 안고 있는 노트북을 열어 지동현에게 보여줬다.

“이건 한성신문의 홈페이지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이 기사를 읽어 보십시오.”

“네?”

백인천 과장의 똥줄타는 표정에 지동현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고 빠르게 기사를 읽었다.

“다음에는 이것을 보시기 바랍니다.”

“한성케이블TV?”

“그 다음은 유튜비의 동영상을 보셔야합니다.”

지동현은 이미 한성신문의 독점 인터뷰 기사를 읽은 뒤로 눈빛이 변했다.

한성케이블TV의 독점 인터뷰 방송을 대충 훑어보고 유튜비의 동영상 몇 개를 보자 이미 그의 머릿속은 무섭게 돌아가고 있었다.

“능력개발청에서 이번에 내세우려는 능력자 모델이 누구였지요?”

“손정도 능력자입니다.”

“그거 취소하고 이 자를 잡으세요. 이름이 이소울이라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알아보니 E급 소환계 능력자더군요.”

“이런 훌륭한 애국자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줄 수 있는 상이 뭐가 있지요?”

“능력개발청장상이 있습니다.”

“훈장은요?”

“죄송합니다만 훈장은 국무회의에 보고를 하지 않고 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럼 능력개발청장상을 먼저 수여하도록 하세요. 일단 그걸로 안면을 트고, 그의 행적을 조사해서 줄 수 있는 보상과 포상금을 모두 챙겨주세요. 우리에게 최대한 호감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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