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4화 (154/492)

00154  제 39 장 - 위상변화  =========================================================================

소울과 비스크의 대화내용이 좀 이상했는지 유정아가 옆으로 다가와 슬쩍 물었다.

“혹시 나 없는 사이에 비스크랑 무슨 일 있었어?”

“일은 무슨? 별거 아니야. 그런데 실험은 어땠어?”

“뭐 더 이상 볼 것 있나? 이 정도면 대성공이지. 빨리 올라가서 계약이나 하자. 이 계약 하나로 자긴 재벌소리를 듣게 될 거야.”

“정말?”

“그럼, 당연하지. 자기는 나만 믿어.”

재벌이란 말과 나만 믿으라는 말이 묘하게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재벌은 되고 싶지만 그녀만을 믿을 마음은 사실 추호도 없었다.

그는 최근에 몇 차례 믿는 도끼에 발등을 계속 찍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정아는 승강기에 올라타 콧노래를 부르며 연신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예쁜 얼굴에 웃음까지 짓고 있자 절로 승강기가 밝아지는 것 같았다.

‘일단 계약부터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자. 내일은 본을 데리고 강남필드에 가서 능력을 확인해보는 거야. 아니 이미 12시가 지났으니 오늘인가? 난 능력자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역시 소환수의 능력이야.’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50여발의 각종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지작거리며 내일을 기대했다.

그리고 그의 내일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밝게 드라마틱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 * * * *

능력자가 된 이후, 좋은 점을 찾으라면 아마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힘이 세지고, 정력도 좋아지고, 피부가 뽀송뽀송해지고, 키도 크고, 살도 빠지고, 얼굴도 젊어지고…….

하지만 소울은 이중에서도 적게 잠을 자도 피로가 싹 풀린다는 것을 꼽고 싶었다.

보통 성인은 하루에 7~8시간 정도 충분히 잠을 자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그러나 신진대사가 활발한 능력자들은 하루 4~6시간만 자도 피로가 풀린다고 한다.

8시간을 꼬박 채우는 잠꾸러기인 소울은 조금씩 잠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4시간만 자도 피로가 풀리는 지경까지 와 있었다.

이건 엄청난 특혜다. 하루에 4시간을 더 살 수 있게 된, 어찌 보면 수명이 확 늘어나는 효과를 가지고 되는 것이다.

그는 새벽 3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지만 아침 7시가 되자 번쩍 눈이 뜨여졌다.

‘흐음, 좋아! 앞으로는 매일 밤 이렇게 소울넷에서 하급 영혼체험을 2번씩 체험해야겠다.’

그는 기분 좋게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때리며 마사지해주자 몸이 마치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그는 샤워를 하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봤다.

‘이번에는 타이로스와 라펠의 기억창고에 접속했으니 내일은 울프리나와 옥사나의 기억창고에 접속해봐야겠다. 이들의 인생을 체험하는 것은 나에게 큰 힘이 될 거야.’

점점 늘어나는 소울넷 포인트로 인해 이제 소울은 하급 영혼체험에 대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마치 매일 전철을 타는 것처럼 물을 마시는 것처럼 쉽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양치질을 한 다음, 새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나와 미리 준비해 놓은 새 속옷을 입었다.

깨끗이 세탁을 마쳐 새것처럼 보이는 전투슈트와 전투슈즈를 장비하고, 정비를 마친 전투헬멧까지 착용을 하자 소울은 누가 봐도 잘나가는 능력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신거울에서 자신의 몸을 앞뒤로 돌리며 확인한 그는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에 멋진 포즈를 한번 해보고는 무장을 챙겼다.

어제부로 소울의 무장은 3연발 쇠뇌에서 대물저격총으로 확정됐다. 이제는 더 이상 쇠뇌를 쏴야할 필요성이 없어진 것을 유정아가 공식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숏소드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대신 정글용 대검을 쓰기로 했다.

일반 대검에 비해 조금 크고 무거워서 숏소드 대용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토마호크는 여전히 그의 주 무기이다.

하지만 양쪽 허벅지에 12.7mm 대구경탄을 쓰는 대형권총인 ‘데저트이글’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차자 토마호크의 존재감은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소음기까지 장착한 데저트이글의 위용에 토마호크를 담은 도끼집이 완패를 당한 것이다.

대물저격총의 탄창과 데저트이글 탄창에 생체실드 중화탄을 채우고 표시를 해놓은 그는 완전무장을 한 후, 전투배낭에 필요한 보급품을 챙겨서 일어났다.

2층 뷔페식당에 가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소울은 강남필드로 가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전용버스에 올라탔다.

소울처럼 몬스터를 잡아 돈을 벌려는 능력자 집단은 파티라는 이름으로 이제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전용버스는 만석으로 강남필드를 향하게 됐다.

‘이제 나도 나만의 파티, 아니 길드를 만들어야겠다. 소환길드가 만들어지면 아주 대박 나겠는데? 가만 그러려면 먼저 F급 소환계 능력자 리스트부터 뽑아야 하잖아? 능력자협회에 문의해볼까? 아니야. 그런 정보를 일개 능력자에게 쉽게 알려주지는 않을 거야. 그럼 유정아에게 물어봐야하나? 아니다. 정일용 변호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머릿속으로 소환사들로만 이뤄진 소환길드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는 사이 전용버스는 어느새 강남길드 남문에 도착하게 됐다.

‘아차, 난 동문으로 가야하는데 왜 여길 왔지? 할 수 없네. 오늘은 그냥 여기서 본이나 데리고 다니면서 능력개발이나 해야겠다.’

소울은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대 몬스터 장벽 남문을 지나 강남필드로 들어갔다.

능력자로 이뤄진 남문 가드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들어간 소울은 바깥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공기에 절로 심호흡을 크게 했다.

“좋았어! 바로 이거야. 역시 공기가 다르군. 그럼 오늘도 즐겁게 시작을 해볼까?”

그는 곧바로 나무 사이로 들어가 푸티나를 전면에 앞세웠다.

까망이를 자신의 머리 위에서 레이더 역할을 맡기고 본을 자신의 어깨에 살짝 걸어 놓았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소울은 드디어 아마존 밀림처럼 울창한 수풀을 자랑하는 숲속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렇게 소울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몬스터 사냥을 떠나고 있을 때, 인터넷 세상에서는 유튜비에 올라온 한편의 댄스 동영상을 시작으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 미드타운 34가 고층 아파트.

“오마이갓, 이건 도대체 뭐지? 헨리, 이리 와봐!”

“왜 그래? 나 바빠.”

“빨리 와서 이것 좀 봐! 장난 아냐!”

“리사, 도대체 뭔데 그렇게 급해? 나 저녁식사 준비하는데……. 어? 이거 죽이는데?”

“그렇지? 너무 귀엽고 대단하지?”

“정말 끝내준다. 혹시 다른 동영상도 있어?”

“응, 여기 3개가 같이 올라왔어.”

“그것도 한번 틀어서 보자.”

“오오오! 원더풀! 판타스틱! 그레이트!”

“어썸!”

리사와 헨리는 결혼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신혼부부이자 맞벌이 부부다.

유튜비 애용자로 매일 이렇게 재미있는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두 사람은 퇴근하자마자 집에 들어와 같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연히 유튜비에서 흥미로운 동영상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이거 핫한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까?”

“100% 흥미로운 뉴스가 될 거야.”

“그럼 CNNM에서 기자로 일하는 처제에게 알려주자.”

“좋은 생각이야.”

“처제에게 메시지를 보낸 후, 난 내 블로그에다 이걸 올려야겠어.”

“나도 내 SNS에 올려야지.”

“후후후! 이런 명작을 혼자 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호호호!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두 사람은 주변에 아는 사람들에게 동영상에 대한 얘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단지 뉴욕의 리사와 헨리 뿐만은 아니었다.

강남대로 커피콩 커피전문점 강남점.

“꺄악! 너무 귀여워!”

우아하게 커피를 즐기던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비명을 지른 여자를 쳐다봤다.

두 손을 귀여움이 가득한 얼굴 앞에 들고 바르르 떨며 눈을 빛내고 있는 20대 초반의 여자는 사람들의 날선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며 놀라워했다.

“야! 이 기집애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쪽팔리게…….”

그녀의 앞자리에 앉아 남자친구와 까톡을 즐기던 그녀의 여자 친구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녀의 팔을 툭 쳤다.

“이것 좀 봐! 진짜 예술이야.”

“도대체 뭔데 그래? 히익! 뭐야 이거? 새끼 곰이 춤을 추잖아?”

“그냥 춤이 아니야. 새끼 곰이 비보잉을 하는 거야.”

“그, 그게 가능한 거야?”

“대박! 이거 헤드스핀 아니야? 세상에 비보이들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큰 소리로 떠들며 주위사람에게 피해를 주자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계산대로 가서 항의를 하자 결국 보고만 있던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총대를 메고 다가갔다.

“저, 손님. 여기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시면 안 됩니다.”

“아! 죄송해요. 너무나 귀여워서요. 이거 한번 보실래요?”

“네? 뭘요? 헉! 이게 다 뭐에요? 에니메이션이에요?”

“아니네요. 유튜비에 올라온 동영상이에요.”

“대박! 세상에 발광을 하면서 비보잉을 하는 새끼 곰이 있다니…….”

상황이 이쯤되자 옆 테이블에서 이제는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참, 무슨 동영상인데 그래요? 얼마나 대단한 동영상인지 한번 구경이나 해봅시다.”

“아! 죄송합니다. 그럼 벽걸이 LED 화면에 띄워드릴게요.”

여자 아르바이트생은 소리를 질렀던 손님에게 유튜비의 주소를 따곤 계산대로 돌아왔다. 유튜비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주소를 치고 동영상을 찾자 곧바로 틀어서 가게 벽 곳곳에 비치된 벽걸이 LED 화면에 띄웠다.

“꺄아악!”

“꺅! 너무 귀엽다.”

“어머 이게 다 뭐야?”

“저거 새끼 곰 맞지?”

“대박이다. 선수로 나가도 되겠다.”

“비보잉을 하는 새끼 곰이네.”

“저거 소환계 능력자의 소환수 아냐?”

“맞아.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형광색 빛을 낼 수가 있겠어?”

“기절하겠네.”

“이건 무조건 뜨겠는데…….”

처음에 소리를 질렀던 귀엽게 생긴 여자는 사람들의 반응이 자신과 다르지 않자 왠지 춤추는 새끼 곰이 자신의 애완곰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곧바로 자신의 블로그와 홈피, 페이스책과 SNS에 올려 마구 퍼뜨리기 시작했다.

신기하고 귀여운 것을 본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특히 여자들은 형광색으로 발광하며 비보잉을 하는 새끼 곰을 보자 마치 약에 취하기라도 한 듯 가족과 친구, 친척, 선후배, 직장동료 심지어는 잘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하게 유튜비 주소를 퍼뜨렸다.

이러한 행동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빠르게 인터넷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리고 결국 이 동영상은 기자와 방송사에 포착이 되었다.

한성신문 편집실.

“수연 언니? 이것 좀 보세요.”

“뭔데?”

“이거 혹시 언니가 독점으로 인터뷰 딴 그 능력자가 가지고 있는 소환수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알아먹게 설명해봐!”

“일단 이 동영상 좀 보세요.”

편집실에서 날밤을 까며 소울이 준 동영상을 간신히 편집한 나수연은 자신의 심복처럼 부리는 후배 기자인 오연수가 가져온 노트북에서 돌아가고 있는 동영상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아까까지만 해도 썩은 동태눈깔처럼 칙칙했던 그녀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별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거 엄청 귀엽네. 그런데 새끼 곰의 몸에 뭘 달았나? 왜 이렇게 반짝거려?”

“그렇죠? 귀엽죠? 이건 소환수에요. 키워드에도 나와 있잖아요. 세상에 이렇게 형광색으로 빛을 내며 비보잉을 하는 새끼 곰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군. 잠깐만 확인 좀 해보자.”

나수연은 즉시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소울의 유튜비 주소를 쳐봤다.

그러자 춤추는 새끼 곰의 동영상 3개가 올라와 있었다.

“이거 대박이 아니라 초대박이네. 안 그래도 포텐이 만발하게 터지는 특종기사에 날개를 달아주는구나.”

“확실히 이소울 능력자의 소환수 맞네요. 이거 벌써 게임 끝난 것 같네요.”

“그러게 말이야. 다행히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어. 우리가 편집한 것도 바로 올려야겠다.”

“제가 연락할까요?”

“아니야. 직접 올려달라고 나한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줬어. 내가 지금 바로 올릴게.”

“언니, 이소울 능력자 독점 취재기사 언제 나가죠? 그거 오늘 저녁에 나가지 않아요?”

“그렇지. 안되겠다. 지금 바로 올려달라고 편집장님을 졸라야겠다. 최소한 한성 케이블TV에 미리 광고라도 올려달라고 해야겠어. 물들어 왔을 때 확실히 배 띄워야지.”

“저도 지원 사격할게요.”

“오케이. 이거 내 인생 최고의 멋진 작품 하나 나오겠다.”

“호호호, 언니! 제 노고 잊으시면 안 돼요?”

“당연하지. 내가 올라가면 너도 같이 올라가게 될 거야.”

“언니,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호호호! 좋아! 하지만 일단 편집장부터 구워삶는 게 먼저야.”

“콜!”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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