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3 제 39 장 - 위상변화 =========================================================================
뭔가 기기를 조작하고 나자 실험실에 불이 켜지며 안쪽에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응? 여기에 이런 것도 있었어?”
“비밀실험실 정도라고 생각해.”
“정아는 정말 비밀이 많은 여자네.”
“그런 셈이지.”
유정아는 굳이 부인을 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30평정도 되는 실험실이 보였다.
그 안에 소울이 부탁한 총알을 개조할 최신형 커스터마이징 키트가 놓여 있었다.
“자! 이제 원하는 재료를 말해봐.”
“탄환, 고블린이나 오크의 뼛가루, 금, 은, 텅스텐…….”
“일단 여기 테이블에 올려놓을게.”
유정아는 벽에서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꺼내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금이 들어가면 단가가 아주 많이 올라갈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탄환을 녹여서 사용할 거니까 재료의 50% 이상은 이것으로 만들면 돼. 금이나 은은 아주 미량만 들어가면 되고 텅스텐도 극소량만 들어갈 거야. 대신 몬스터의 뼛가루는 상대적으로 조금 많이 들어가겠지.”
“꼭 금을 넣어야 해?”
“아니. 금 대신 은을 넣어도 돼. 대신 생체실드를 중화하는 비율은 조금 떨어질 거야.”
“그런 뜻이구나. 내가 뭘 도와주면 되지?”
“열을 가해서 탄환을 녹이고 그 안에 일정 비율로 몬스터의 뼛가루, 은, 텅스텐을 집어 넣어줘. 비율은 내가 적어줄게.”
“알았어.”
유정아가 소울을 돕자 정말 순식간에 재료가 잘 섞이고 준비가 됐다.
금을 넣은 것과 은을 넣은 것을 따로 표시하고 몬스터의 뼛가루를 세 단계로 조절해서 시료를 만들었다.
“자! 이제 거푸집에 재료를 넣고 탄환을 만들자.”
“그래.”
소울과 유정아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들은 빠르게 모든 준비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수제 탄환을 만들기 시작했다.
[까망아, 거푸집 안에 고블린의 몸에서 얻은 마석의 가루를 아주 조금씩만 넣어줘. 정말 조금씩만 넣어야 해.]
[규!]
까망이는 소울의 말에 개미 똥만큼의 마석가루를 거푸집 안에 집어넣었다.
너무나 미세하고 적은 양이라 눈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들어 활성화를 시키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인챈트 마법의 시동어를 써서 생체실드 중화탄에 마나를 집어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석가루를 이용해 마나를 자체적으로 흡수시키는 방법이다.’
소울은 아무리 유정아를 믿는다고 해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절대 모든 비밀을 다 가르쳐줄 수 없었다.
그래서 인챈트 마법의 시동어를 쓰는 것보다 마석의 가루를 조금 써서 활성화시키기로 했다. 그것도 F급 소형 몬스터인 고블린의 마석을 썼다.
나중에 자신이 직접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들 때는 재료를 충분히 넣어서 더욱 강력한 총알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만드는 총알은 일반 병사들이 대 몬스터 전용으로 사용될 생체실드 중화탄이다. 범용으로 만들어 대량생산해서 뿌릴 총알을 굳이 그렇게 좋은 재료를 쓸 이유는 없었다.
“흐음, 이게 전부야?”
“그래.”
“재밌네. 이렇게 간단히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들 수 있다니……. 오히려 난 앞으로 어떻게 보안을 걸어야 할지 그게 궁금하네.”
“실험이 성공해서 계약하게 되면 자세히 알게 될 거야.
“그렇겠지.”
그들은 1시간 동안 5.56mm, 7.62mm, 12.7mm 세 가지 사이즈에 재료를 각각 달리해서 종류별로 10개씩 총 200개의 생체실드 중화탄 탄환을 만든 후 탄피와 결합했다.
유정아의 실험실에 이미 모드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녀가 준비한 커스터마이징 키트도 최신식이라서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드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실험을 하러 가볼까?”
“어디로 내려가는데?”
“지하로 갈 거야.”
“이쪽으로 와!”
유정아는 한쪽 벽에 서서 그를 불렀다.
소울이 그녀의 옆에 서자 그녀는 발로 어딘가를 툭 찼다.
그러자 벽이 좌우로 쫙 벌어지면서 승강기가 나타났다.
“이건 또 뭐야?”
“몰라도 돼! 알려고 하지 마.”
“알았어.”
유정아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서로 비밀을 간직한 채 그렇게 승강기에 의해 지하실로 내려갔다.
지하실에 도착하자 소울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전투슈트를 입고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바글바글 했기 때문이다.
“여긴 통제구역이야. 그러니까 보안검색에 협조해줘!”
“알았어.”
소울은 그때부터 경비병들을 통해 철저한 보안검색을 거쳤다.
보안검색이 끝나자 유정아와 소울은 정면에 보이는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대충 눈치를 봐도 수십 미터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그들의 눈에 또다시 전투슈트를 입고 각종 무기로 중무장한 경비병들이 들어왔다.
그들 사이를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보기만 해도 부담스럽게 두꺼운 특수합금으로 지어진 연구동이 보였다.
유정아는 한쪽 벽으로 다가가 보안감지기에 자신의 눈을 대고 말을 했다. 그리고 동그랗게 뚫려있는 구멍에 손을 집어넣고는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유정아 박사다. 문 열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육중한 특수합금으로 된 제 7 연구동의 문이 좌우로 스르르 열렸다.
“저리로 가자.”
“응.”
유정아는 소울을 데리고 제 4 연구실로 들어갔다.
연구실 안은 이미 모든 연구원이 퇴근을 했는지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가 벽 어딘가를 만지자 넓고 커다란 연구실 중앙의 바닥이 갈라지며 아래에서 특수합금으로 된 커다랗고 육중한 원형의 벽이 올라왔다.
위이이이이잉!
원형 벽에는 웨어울프 한 마리가 목과 팔다리에 수갑과 족쇄를 찬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머리와 몸체 여기저기를 원형의 벽에 고정시켜 놓은 은빛으로 빛나는 구속구도 보였다.
“어? 저건 비스크 아냐?”
“맞아.”
“어디로 데려갔나 했더니 여기에서 실험을 하고 있었구나?”
소울은 비스크의 모습을 보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비스크는 소울을 보자 마치 하늘에서 구세주가 내려온 듯이 낑낑 대며 좋아했다.
“주인님, 드디어 저를 만나러 오셨군요?”
“주인님? 내가 왜 네 주인이야?”
“헤헤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주인님은 당연히 제 주인님이십니다.”
비스크는 개처럼 혓바닥을 내밀며 마구 꼬리를 흔들었다.
그 모습이 소울에게는 굉장히 위화감을 일으켰다.
소울은 유정아를 쳐다보며 물었다.
“쟤 왜 저래? 얘를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변했어?”
“내가 뭘? 난 그냥 실험만 했어.”
“그러니까 무슨 실험을 했는데 얘가 이 모양이냐고? 웨어울프가 아니라 똥개가 다 되어 버렸잖아?”
“글쎄? 그건 직접 물어봐. 나가서 실험에 사용할 총을 가져올게.”
“그래.”
유정아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비스크가 소울을 향해 눈물을 흘리면서 결사적으로 애원했다.
“주인님, 제발 저를 좀 데리고 나가 주세요. 앞으로 시키는 데로 다 할게요. 저 여자와 여기에 있는 놈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악마에요. 악마!”
“흐음.”
소울은 비스크의 표정을 통해 뭔가 지독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도 이미 당해본 것과 아주 비슷하다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널 어떻게 믿지?”
“그거야 당연히 제가 피의 맹세를 하면 되지요.”
“그래? 그럼 어서 빨리 해라.”
“네.”
정말 급하긴 급했나 보다. 비스크는 자신의 혀를 깨물어 피를 내더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소리쳤다.
“이소울님을 나의 영원한 주군으로 모실 것을 조상의 피에 대고 맹세합니다.”
그때였다.
비스크의 입에서 나온 피가 허공에서 촤악 펴지더니 소울에게 다가왔다.
소울의 몸에 닿은 피는 그대로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소울과 비스크는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로 묶여 하나가 되었다.
“으음, 이게 진짜 피의 맹세로구나.”
“마이로드! 주군을 뵙습니다.”
소울은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비스크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피의 맹세는 웨어울프의 영혼과 육체 양쪽으로 각인이 되어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다. 노예들의 몸에 새기는 마법의 문신보다 훨씬 강력하고 절대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이 피의 맹세였다.
비스크는 마지막 탈출구로 소울을 선택하고 모든 것을 걸었다.
얼마나 시달렸으면 이렇게 소울을 보자마자 피의 맹세를 했을까?
그것을 생각하니 소울은 비스크가 조금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울은 비스크가 했던 행동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차가운 그의 시선과는 달리 비스크의 눈빛은 이제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나가고 싶은가?”
“마이로드! 제 모든 것은 주군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소울은 비스크의 말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피의 맹세라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었구나. 나중에 웨어울프를 생포하면 모조리 피의 맹세를 시켜서 데리고 다녀야겠다. 차원의 균열 중심에 있는 코어를 보러가려면 이런 놈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그는 코어에 대한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힘이 없어서 차원의 균열 중심으로 가지 못하는 것이지 가고 싶지 않아서 안간 것은 아니었다.
“이거면 되겠지?”
소울의 뒤로 카트에 각종 총기를 담아온 유정아가 보였다.
카트 위에는 M107A1 대물저격총, PSG-1 저격총, K2 소총, 데저트이글 대형권총, 헤클러&코흐 G3, HK-416/417, FN SCAR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총이 가득했다.
“응, 충분해.”
“좋아. 그럼 난 센서를 켜고 동영상을 찍어야겠다.”
“그런데 우리 여긴 왜 온 거야?”
“당연히 실험을 하러왔지.”
“뭐야? 그럼 설마 웨어울프도 생체실드를 쓸 줄 안다는 거야?”
“물론이지. 저놈이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서 잘 안 써서 그렇지, 생체실드를 쓰지 못해서 안 쓰는 것은 아니야.”
“그렇구나.”
소울은 유정아로부터 몰랐던 것을 하나 알게 됐다.
왼쪽 벽에 붙어있는 커다란 LED 모니터가 하나씩 켜지고 천정에 달린 각종 센서에 불이 들어왔다.
그는 K2소총을 집어 탄창을 분리하고 그 안에 생체실드 중화탄 중 가장 재료를 적게 넣은 총알을 채워 넣었다.
“시작해!”
“알았어.”
소울은 유정아를 한번 쓱 쳐다보고는 비스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스크, 지금부터 네 왼쪽 허벅지에 총을 쏘겠다. 너는 생체실드를 이용해 네 자신을 보호해라.”
“예! 마이로드!”
“마이로드? 저놈 갑자기 왜 저러지?”
“하하하, 실험이나 하자.”
그는 유정아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피카트니 레일에 스코프를 달고 있는 K2소총을 실험대에 고정시키고 비스크의 왼쪽 허벅지 중앙을 과녁삼아 정조준 했다.
“1발 사격!”
소리를 치며 소울은 K2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퍽!
크윽!
비스크의 왼쪽 허벅지에 구멍이 뚫리며 피가 튀었다.
“동영상 다시 틀어봐!”
“알았어.”
왼쪽의 벽에 걸린 커다란 LED 모니터를 보자 녹화된 동영상이 엄청나게 느린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총알이 느리게 날아가 비스크의 허벅지에 맞는 순간 노란 빛이 터지며 생체실드가 활성화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총알이 안으로 파고 들어가자 노란 빛이 총알에 잡혀 먹히면서 빠르게 힘을 잃는 모습이 보였다.
허벅지 전체에 퍼진 노란 광채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총알이 파고 들어가는 공간만큼은 확실하게 그런 현상이 드러났다.
비스크는 고통을 참으며 관통상을 입은 자신의 허벅지를 재생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처럼 빠르게 재생되지 않았다.
“재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인데?”
“아주 놀라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5.56mm 생체실드 중화탄이 이정도면 생각보다 재료를 많이 아낄 수 있겠어. 물론 단가를 많이 줄일 수도 있겠고…….”
“어느 정도나 가능할까?”
“아무리 줄여도 기존의 총알 값보다 2배에서 3배 정도가 한계일거야. 공정이 추가되면 당연히 인건비도 상승하니까. 2.5 에서 5 달러 정도 받을 수 있도록 해봐야지. 물론 재료를 듬뿍 넣은 특수탄환도 만들어서 비싸게 팔아먹어야지.”
유정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건 반드시 된다는 확신이 왔다.
“다른 것도 한 번씩 사용해보자.”
“그래.”
5.56mm 생체실드 중화탄을 썼으니 이제 7.62mm 생체실드 중화탄을 써볼 차례였다. 권총, 소총, 저격소총도 차례대로 시험해보고 마지막에는 12.7mm 생체실드 중화탄도 써보기로 했다.
덕분에 이날 비스크는 자신이 주군이라고 믿는 놈에 의해 양쪽 허벅지가 뚫리고 어깨가 통째로 날아가고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회복과 재생을 할 수 있는 웨어울프의 비애라고 할 수 있었다.
“크아악!”
“비스크, 조금만 더 참고 있어. 내가 3개월 안에 꼭 구하러올게.”
“으으으, 알겠습니다. 마이로드!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보자.”
소울은 간신히 안면관리를 하며 제 4 연구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