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1화 (151/492)
  • 00151  제 38 장 - 벼락스타  =========================================================================

    ‘지금이라면 나도 얼마든지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제 와서 자신이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미 그녀에게는 손정도란 사내가 있고, 자신의 옆에는 고하라가 있었다.

    역시 민세경은 인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애초에 이런 비극이 생기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란 역시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

    “우와! 두 사람 결국 만났구나?”

    “유 박사님?”

    고개를 돌려보니 유정아가 하얀 가운에 두 손을 넣은 채 묘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울은 무표정하게 유정아를 쳐다봤다. 그러자 유정아는 오히려 환한 웃음을 보이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니 그런데, 복도에서 뭣들하고 있는 거야? 안으로 들어가서 뜨겁게 회포를 풀지 않고?”

    “아, 아니에요. 그러려고 온 거 아니에요.”

    “세경아, 넌 얼굴이 또 왜 그렇게 붉어지고 그러니? 내가 그랬잖아. 화끈하게 벗고 용서를 빌라고 말이야.”

    “저, 그만 가볼게요. 오빠, 그럼 다음에 봐요.”

    “그래, 잘 가라!”

    민세경은 유정아가 나타나자 크게 당황하더니 소울에게 손을 흔들면서 승강기가 있는 곳으로 총총히 걸어갔다.

    “뭐야? 이거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모양이네?”

    “뭔 소리야? 그리고 왜 남의 사생활에 끼어들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어?”

    “내가 뭘? 자기야, 혹시 내가 끼어들어서 분위기 망쳐서 그래?”

    “됐어.”

    소울은 유정아에게 차갑게 말하곤 승강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민세경을 한번 쳐다봤다. 그러더니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조용히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유정아는 그런 소울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그래? 괜히 나한테 성질을 부리네?”

    유정아가 고개를 돌려 민세경을 쳐다봤다. 마침 승강기가 도착했는지 그녀의 모습이 사라져갔다.

    “이상하네? 두 사람 분위기가 왜 저러지? 혹시 얘기를 다 털어놓지 않았나? 흐음, 하긴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어린 애들도 아니고 지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뭐…….”

    유정아는 그렇게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피곤한 몸을 쉬어줘야 또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그녀의 입이 크게 벌어지며 길게 하품을 하곤 그녀의 모습도 복도에서 사라져갔다.

    민세경이 흘린 눈물만이 복도 바닥에 점점이 아롱져 있었다.

    * * * * *

    USB를 노트북에 꽂아 동영상을 열어봤다.

    그냥 눈으로 본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환상적이었다.

    특히 푸티나가 헤드스핀을 걸고 두 다리를 쫙 펴서 돌리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모습은 푸티나의 발바닥에서 터져 나오는 형광색 불빛과 합쳐져 동영상의 백미를 이루고 있었다.

    “이건 무조건 대박이다.”

    소울은 미소를 지으며 유튜비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푸티나가 춤을 추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 3개를 차례로 업로드 시켰다.

    클럽 알헤나의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가 3개라서 동영상이 3개 나온 것이다.

    그는 제목과 키워드에 ‘댄스의 귀재’, ‘춤을 추는 새끼 곰’, ‘떴다! 발광곰!’, ‘소환수, 비보잉 새끼 곰!’ 등 온갖 자극적인 글귀를 써 넣었다.

    업로드가 끝나자 구들의 애드센스 옵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흐음, 이 정도면 되겠지.”

    왠지 느낌이 좋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여자들이 귀여워 미칠 것 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최소한 중박은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수연도 곧 동영상을 편집해서 올린다고 했으니 유튜비만으로도 적지 않은 돈을 벌 것이 분명했다.

    “푸티나! 넌 이제 벼락스타가 될 거야.”

    그는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국정현에게 전화를 했다. 민세경을 만나고 나니 갑자기 국정현이 생각났던 것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 소울이에요.”

    -소울아! 너 어떻게 지내니?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아저씨는 어떻게 지내세요?”

    -뭐 나야 뭐 똑 같지.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거지.

    “에이, 왜 말을 그렇게 하세요?”

    -그러는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계속 몬스터 잡으러 다닐 거야?

    “뭐 당분간은 그렇게 해야지요. 그러는 아저씨는 아무것도 안하세요?”

    -나야 뭐 할게 있나? 그냥 이렇게 조용히 살다가 가야지. 왜? 뭐 좋은 일 있냐?

    “글쎄요. 사업을 하나 해볼까 하는데 아저씨가 생각나서요.”

    -무슨 사업인데?

    “뭐 이것저것 여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아저씨!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돼요?”

    -뭐? 네 사업?

    “네. 지금 하시는 일도 없다고 하시니 한번 만나 뵙고 의논을 드렸으면 좋겠어요. 들어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저 좀 도와주세요.”

    -흐음, 사람 되게 궁금하게 만드네? 그래 알았다. 일단 우리 같이 만나서 소주라도 한잔 하자.

    “네, 그렇게 해요. 그럼 제가 술집 좋은데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래. 네 좋은 시간에 아무 때나 전화해!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너도 건강하게 잘 지내라.

    국정현과 통화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자신을 좀 도와달라는 말이 나왔다.

    아무래도 사업을 하려면 나이도 좀 있고 뭔가 백이 있어 보이는 국정현 같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건물도 가지고 있고 그동안 자신에게 했던 일을 보면 최소한 자신에게 사기를 칠 것 같지는 않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지만 요새 세상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당장 소울의 아버지인 이대산도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답게 뭐든지 손만 대면 다 망해버리니 혈육이라고 꼭 믿고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세 번째 소환수를 소환해보자.’

    소울은 그렇게 결심을 하고 은판 하나를 가져와 골방으로 들어갔다.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을 확인하자 은판 위에 마나가 푸른색의 안개처럼 뿌옇게 덮여 있었다.

    원형의 도형을 보자 눈금이 가득 찬 것이 확실히 마나가 풀(full)로 채워져 있었다.

    그는 은판에 라펠소환진이 제대로 새겨졌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봤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공구를 꺼내 라펠소환진이 그려진 은판에 조심스럽게 점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기호와 도형도 하나씩 그려 넣었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라펠소환진을 활성화 할 차례구나.’

    그는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 위에 가운데가 뚫린 작은 앉은뱅이 보조의자를  올려놓고 그 위에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을 올려놓았다.

    준비가 모두 끝나자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을 활성화 시키는 시동어를 외쳤다.

    “זימון מעגל של דש מופעל(라펠소환진 활성화)!”

    궁!

    묵직한 공명음이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에서 터져 나왔다.

    마나집적진 위에 뭉쳐있던 마나가 빠르게 위로 솟구치더니 라펠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뒤덮었다.

    화아악!

    은판에서 밝은 빛이 아롱지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울은 미리 준비한 토마호크를 꺼내 자신의 약지를 살짝 그었다.

    토마호크에 베어진 상처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 위로 다가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피를 그 위에 떨어뜨렸다.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 위에 충분히 피를 적시자 어느 순간, 은판을 덮고 있던 그의 피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흡수되었다.

    [까망아! 내 손가락 치료 좀 해줘!]

    [규!]

    까망이가 그의 상처 난 손가락에 달라붙어 치료를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상처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치유됐다.

    그는 까망이의 머리를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이번에는 강한 공격력이 있는 소환수가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소울은 심호흡을 한번 한 후,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시동어를 외쳤다.

    “זמן(소환)!”

    궁!

    또다시 둔중한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 위의 공간이 쫙 갈라지며 안에서 뭔가 하얀 게 툭 떨어져 내렸다.

    “성공이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라펠소환진이 새겨진 은판을 향해 다가갔다.

    소환이 끝나 자신의 사명을 다한 은판을 통째로 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은 그는 은판 위에 놓여있는 하얀 물체를 쳐다봤다.

    ‘이게 뭐지? 웬 개뼈다귀가 놓여있지?’

    보는 순간 멍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하얀 물체를 손으로 집어 이리저리 살펴봤다.

    뼈 같기도 하고 이빨 같기고 했다.

    ‘이거 설마 누군가의 어금니 뼈는 아니겠지?’

    그는 뼈를 들고 밖으로 나와 노트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포털사이트 ‘너입어’ 홈페이지에 어금니 뼈를 쳐봤다.

    이미지 사진을 보자 그 모양이 어금니 뼈와 똑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뭐 이런 개뼈다귀 같은 일이 다 있어? 소환을 했더니 왜 어금니 뼈가 튀어나오는 거야?”

    소울은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소환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결국 소환되어 나온 것은 어금니 뼈를 확대한 모양의 뼈만 하나 나왔다.

    그는 일단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자신이 소환했던 소환수 중 소환수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또한 처음부터 제대로 된 소환수는 한 번도 없었다.

    ‘일단 내 피부터 먹여야겠다.’

    소환된 소환수에게 제일 먼저 자신의 피를 뿌려주는 행위는 소환의식 중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사항이었다.

    그는 토마호크를 꺼내 다시 약지를 살짝 베고는 어금니 뼈에 피를 뿌렸다.

    순간 어금니 뼈에 묻은 소울의 붉은 핏방울이 안으로 쑥 흡수되더니 안에서 하얗게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소울은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눈앞에 거대한 스켈레톤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나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이거 환상인가? 저 어금니 뼈의 주인이 이 거대한 스켈레톤이라는 건가?’

    그는 덩치가 오우거보다 큰 새하얀 뼈로 만들어진 거대한 스켈레톤의 얼굴을 쳐다봤다.

    휑하니 뚫려있는 두 눈에 녹색의 광망을 줄기줄기 뻗어내고 있는 스켈레톤은 연신 자신을 쳐다보며 뭐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전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스켈레톤이 알 하나가 당구공만한 커다란 보석이 줄줄이 박혀 있는 황금의 왕관을 머리에 쓰고 있다는 것이다.

    ‘희한하게도 스켈레톤이 저렇게 비싸 보이는 왕관을 쓰고 있네? 설마 이놈 스켈레톤 킹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자, 스켈레톤의 오른손에 왕이 들고 다니는 홀이 들려있고 어깨에는 금빛으로 빛나는 망토를 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스켈레톤 킹은 자신을 보면서 껄껄 웃고 있었는데 그의 입 안에 있는 어금니 하나가 밝게 빛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환상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끝나버렸다.

    ‘우와아아아! 별놈이 다 있네? 스켈레톤 킹의 어금니라……. 그런데 이걸 앞으로 어떻게 사용하지? 또 뭐라고 부르냐?’

    소울은 자신의 손 안에 들린 거대한 스켈레톤 킹의 어금니를 들고는 고민했다.

    “그래. 일단 너의 이름은 본(Bourne)이다. 너의 근본이 뼈이니 뼈(bone)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거야.”

    화아악!

    그때였다.

    거대한 스켈레톤 킹의 어금니, 아니 본의 몸체에서 우유 빛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허공을 한 바퀴 휙 돌더니 곧바로 소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으음, 호오! 이런 방식이야?”

    그제야 소울은 본과 자신이 제대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너의 이름은 본이다. 알고 있지?”

    “깍!”

    “너 말할 줄 알아?”

    “까각!”

    “휴우, 역시 내 소환수들은 전부 이런 식이군.”

    소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혹시 마음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몰라 한번 시험해보기로 했다.

    [본! 내 말 들리니?]

    [깍!]

    [그렇구나. 여기는 첫째 형, 까망이다. 이쪽은 둘째 누나인 푸티나다. 넌 셋째야. 사이좋게 지내라.]

    [깍! 깍깍!]

    소울은 자신의 한 손을 꽉 채우는 본을 방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까망이와 푸티나가 본에게 다가와 뭐라고 열심히 얘기를 했다.

    보기에는 말도 통하지 않을 것 같은데 셋은 뭐가 그리 좋은 지 연신 소리를 내며 키득거렸다.

    “규! 규규!”

    “낑! 낑낑!”

    “깍! 깍깍!”

    소울은 셋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실소를 터뜨렸다.

    “후후후, 정말 재밌게들 노네.”

    본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모르지만 당장은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스켈레톤이 나오는 판타지 소설이라도 한권 읽어야 될 것 같았다.

    ‘가만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대물저격총에 들어가는 12.7mm 총알을 가지고 대 몬스터용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들어야 해.’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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