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50화 (150/492)
  • 00150  제 38 장 - 벼락스타  =========================================================================

    “너 그게 무슨 소리야? 고하라가 다 가지고 있다니?”

    “설마 고하라 언니 집이 어떤 집안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에요?”

    “응? 모르는데?”

    “헐!”

    채희라는 소울의 말에 그저 입을 딱 벌렸다. 정말 모르고 있었을 줄은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소울은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고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이거 정윤이의 재탕은 아니겠지? 가만 그러고 보니 고하라가 사는 동네가 부촌으로 유명한 방배동이잖아. 집에 데려다 줬을 때 그 고래 등 같은 저택을 보면 확실히 그저 그런 부자는 아닌 것 같은데…….’

    소울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채희라가 고하라의 집안이 대단하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또다시 정윤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고하라의 집안이 도대체 어떤 집안인데 그래?”

    “자산 12조원, 재계 22위의 미래백화점그룹 고지선 회장이 고하라 언니의 큰아버지에요. 언니의 아버지는 고교선 미래백화점 그룹 부회장이고요.”

    “뭐? 그럼 고하라가 그 말로만 듣던 재벌가의 딸이란 말이야?”

    “오빠는 그럼 그런 사실도 모르고 고하라 언니를 만난 거예요?”

    “이런…….”

    골이 띵했다.

    마치 해머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세상에, 막장 드라마의 단골 메뉴로 나오는 재벌 2세와의 로맨스 스토리가 여기서 나오다니…….

    ‘그럼 뭐야? 내가 지금 재벌가의 딸내미인 고하라와 사귀려고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이거 일이 아주 요상하게 돌아가네?’

    소울은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이건 술 마시면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일단 고하라와 얘기를 좀 해봐야할 것 같았다.

    “희라야, 오늘은 그만 일어나자. 도저히 술 마시고 놀 기분이 아니다.”

    “왜요? 고하라 언니 때문에 그래요?”

    “너 때문에 그래. 요새 같은 시기에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고 바로 집에 들어가라. 난 들어가서 좀 쉬어야겠어.”

    소울이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 말하자 채희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한다.

    서민에 불과한 소울이 재벌가의 영애와 결혼을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동화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현실은 그보다 훨씬 차갑고 냉정하다.

    비록 그가 이번에 능력자가 되었다고 하지만 등급이 제일 낮은 F급이라고 들었다. 거기에다 소환수를 보니 이건 나이트클럽에서나 인기를 끌 수 있을 것 같은 새끼 곰이었다.

    채희라의 눈에는 소울이 고하라와 연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아니 애초에 그런 스토리는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다.

    여유를 찾은 그녀는 더 이상 소울을 자극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녀도 오늘 많이 무리를 했던 것이다.

    소울이 웨이터를 시켜서 마기철을 부르자 그가 5분도 되지 않아 나타났다.

    “형님, 부르셨습니까?”

    “응, 나 그만 가봐야겠다. 계산서하고 내가 아까 부탁한 것 좀 가져다줘!”

    “벌써 가시게요?”

    “그래.”

    “알겠습니다.”

    눈치가 100단인 마기철은 방안의 분위기를 보고서 뭔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나가 웨이터를 시켜 계산서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직접 내실로 들어가 푸티나가 녹화된 화면을 모두 USB에 담아서 가져왔다.

    똑똑똑!

    “들어와!”

    “형님, 말씀하신 것 가져왔습니다.”

    마기철이 VIP룸으로 들어가자 계산을 끝낸 소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USB를 받은 소울은 밖으로 나가며 마기철의 손에 넉넉히 팁을 쥐어줬다.

    “수고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형님.”

    “그래. 다음에 또 보자.”

    “네, 형님.”

    마기철은 형님이란 말을 아예 입에 붙이고 사는 것 같았다.

    90도 각도로 그의 뒤에 인사를 하는 마기철을 뒤로 하고 소울은 채희라와 같이 클럽 알헤나를 빠져나갔다.

    [푸티나, 그만 가자.]

    [낑!]

    소울이 푸티나를 부르자 또다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댄스 플로어를 초토화시키고 있던 푸티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푸티나의 뒤에서 여자들의 아쉬워하는 탄식소리가 물밀 듯이 들려왔다.

    하지만 소울의 품속으로 뛰어든 푸티나는 주인의 얼굴을 핥으며 바동거렸다.

    “그래. 재미있게 놀았어?”

    “낑!”

    푸티나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절로 미소가 돌았다.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그의 얼굴이 조금씩 풀리자 그를 쳐다보며 긴장하고 있던 채희라의 얼굴도 같이 풀려나갔다.

    “희라야, 오늘은 우리 여기서 헤어져야겠다.”

    “네, 오빠!”

    “택시 잡아 줄 테니까 바로 집으로 들어가.”

    “네,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 오빠, 오늘 죄송했어요.”

    채희라는 소울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그녀의 숙인 머리를 보자 소울은 그만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사실 그녀가 자신에게 뭔가 특별히 잘못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죄송하긴 뭐가?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너 잘못한 거 없으니까 괜히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그리고 나중에 만나서 다시 차분히 얘기하도록 하자.”

    “네.”

    채희라는 그저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택시를 잡아 태워준 소울은 채희라가 탄 택시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를 향해 몸을 돌렸다.

    ‘결국 채희라는 고하라와 헤어질 것을 대비해 마지막으로 남겨둔 히든카드가 되는 셈인가? 흐음, 하긴 내 주제에 채희라 정도면 황송하지. 그런데 고하라는 왜 나한테 자신이 재벌가의 딸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지? 아니 내가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줬을 때 그 저택을 보고 대충 짐작을 했어야 했나? 아니면 누구라도 그런 집을 보면 정체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보고 간접적으로 내게 말해준 것을 내가 둔해서 놓친 건가? 이건 집안 차이가 나도 너무 나니 결국 파행으로 치닫게 생겼네.’

    그의 머릿속에서 계속 고하라에 대한 생각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가만 지금 나 뭐하고 있는 거지? 고하라가 재벌가의 딸이라고 지레 겁먹고 도망칠 생각부터 하고 있는 거야? 그건 아니지. 나도 이제 E급 능력자야.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자수성가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단 말이야. 내가 왜 꼬리만 강아지처럼 피하고 도망쳐야하지? 아니지. 그건 절대 아니지. 이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떻게든 꼭 가지고야 말겠다. 그리고 재벌가의 딸내미와 연애 좀 한다고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꽉 막혀있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었다.

    소울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바로 고하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라 씨! 접니다.”

    -아! 소울 씨!

    “그냥 생각나서 전화 한번 해봤습니다.”

    -잘하셨어요. 안 그래도 저도 전화할까 생각 중이었어요.

    “하하하, 이거 텔레파시가 서로 통했군요.”

    -호호호, 그런 셈이네요.

    두 사람은 비록 전화통화에 불과하지만 왠지 서로가 통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소울 씨, 언제 시간 나세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안 바쁘신 날에 같이 만나서 커피 마시려고요.

    “좋은 생각이네요. 저 내일 한가해요.”

    -그럼 제가 아침에 신사동으로 갈까요?

    “아닙니다. 제가 방배동으로 가죠.”

    -호호호, 말씀은 고마운데 백조인 제가 가야죠.

    “아니 왜 하라 씨가 백조에요? 병원에서 일하잖아요.”

    -그게 병원 리모델링하는 시간이 처음에 계약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걸린다고 해서요. 아무래도 다시 출근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아! 일이 그렇게 됐군요. 그럼 내일 이쪽으로 오세요. 대신 아침은 제가 사드릴게요.”

    -좋아요. 그럼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해요.

    “네. 내일 봐요.”

    소울은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며 눈을 번득였다.

    ‘그까짓 거, 내가 재벌하지 뭐…….’

    그는 비릿한 웃음을 날리며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안을 걸어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72억9천만 원의 은행계좌 잔고가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띵!

    승강기에서 내린 소울은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삑!

    능력자 등록증을 대고 문을 연 소울이 안으로 막 들어가려고 할 때 뒤에서 뭔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소울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벽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아있던 여자가 얼른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오빠!”

    “어? 세, 세경아!”

    놀랍게도 그녀는 민세경이었다.

    소울은 여전히 아름답고 청순한 민세경의 얼굴을 보자 그만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기쁨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그녀의 눈에서는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살아있었군요. 역시 오빠는 살아 있었어요.”

    “어, 그, 그래. 나 이렇게 살아있어.”

    “오빠!”

    민세경은 거침없이 소울의 품속으로 뛰어 들었다.

    얼떨결에 그녀를 품게 된 소울은 그녀의 체향이 느껴지자 자신도 모르게 두 팔에 힘이 들어갔다.

    결국 그도 참지 못하고 보고 싶었던 그녀를 덥석 끌어안고 말았다.

    “오빠, 고마워요. 이렇게 살아 있어줘서…….”

    “아!”

    소울은 그녀의 말에 가슴이 메어지는 것만 같았다.

    민세경은 그렇게 한참동안 소울의 품안에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그녀의 우는 목소리가 잦아지자 소울이 그녀를 달랬다.

    “세경아! 이제 그만 울어. 진정해. 나 안 죽었으니까…….”

    “헤에, 그렇지. 오빠 안 죽었지?”

    그제야 민세경은 그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손등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고 베시시 웃었다.

    소울은 그녀의 처연한 모습에 그만 심장이 쿵하고 가라앉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쓸어 올려주며 어색하게 웃는 그의 손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자신이 길거리에서 사줬던 하얀 꽃 모양의 머리띠가 걸려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런 소울의 가슴에 민세경이 순간 확 불을 질러버렸다.

    “흡!”

    어느새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이 소울의 입을 막고 있었다.

    소울은 순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녀가 자신의 목을 잡고 설육을 밀고 들어오자 그만 이성의 끈이 뚝 끊기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서 정신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며 서로에게 몰입했다.

    “으음!”

    그러던 어느 순간, 소울의 머릿속에 민세경이 손정도와 키스를 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고하라의 웃는 얼굴도 스쳐지나갔다. 채희라가 볼을 부풀리며 자신을 혼내는 모습도 뒤따라 등장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소울은 부드럽게 세경을 밀어내며 깊고 깊은 키스의 종지부를 찍었다.

    민세경은 아직도 그와의 키스에 취한 채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입가에 묻은 침을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

    “유정아 박사님이 알려줬어요. 오빠가 살아있다고요.”

    “그랬구나.”

    민세경은 소울의 목소리가 조금씩 딱딱해져가자 그의 마음을 눈치를 채고는 바로 눈을 빛냈다.

    “세경아, 그런데 우리가 이러면 안 되는 것 알지?”

    “네?”

    “손정도에게 미안하잖아.”

    “그, 그게…….”

    소울이 손정도를 언급하자 민세경의 어깨가 바로 축 늘어져버렸다.

    그리곤 마치 세상을 다 산 여자처럼 슬픈 표정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

    “오빠,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나도 가끔 네가 보고 싶었어.”

    그의 말에 민세경은 뭐가 그렇게 서운한지 그만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빠가 건강하게 살아있으니 됐어요. 정말 다행이에요.”

    민세경은 흐르는 눈물은 손등으로 급히 닦으며 금방 다시 미소를 지었다.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대려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세경아, 오늘은 그만 돌아가고 나중에 밝은 대낮에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

    “네, 알았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죄송해요.”

    “아니야. 이렇게 찾아와줘서 정말 고마워.”

    민세경은 소울이 어느새 자신을 향해 보이지 않는 벽을 하나 세운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죄가 있으니 그에게 뭐라고 할 문제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일을 이렇게 만든 자신이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소울은 잠시 세경의 눈치를 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참, 아버님은 좀 어떠시니?”

    “아버님은 완쾌되셨어요.”

    “아! 그거 정말 잘됐구나. 축하한다.”

    “고마워요.”

    소울은 가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손정도는 그녀의 아버지를 치료해준 것이다.

    일이 어떻게 됐던 간에, 그것만으로도 손정도는 정말 훌륭한 사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할 수 없던 일을 해낸 그가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 독자님들 댓글 폭탄 맞고 항복했습니다.

    사실 채희라 펠라 씬 쓸때 어쩐지 욕먹을 것 같아서 통편집하고, 세경과의 재회 섹스 씬도 가위질을 해서 다 빼버렸습니다. 그런데도 채희라 편에서 이렇게 두들겨 맞으니 할 말이 없네요.

    앞으로 글의 진행 상 꼭 필요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당분간 로맨스 씬은 등장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에 정통 로맨스 한번 써볼라고 했더니만 난 그냥 하렘이나 퓨전 판타지를 죽어라 써야겠네요. ㅠㅠ

    '제 38 장 - 벼락스타' 후반부터 본격적인 주인공의 화려한 출세가도가 펼쳐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 고려의검 배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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