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49화 (149/492)
  • 00149  제 38 장 - 벼락스타  =========================================================================

    그 덕분에 푸티나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은 여러 대의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멋지게 촬영되어 실시간으로 클럽 알헤나의 대형 LED 모니터로 방송되고 있었다.

    ‘세상에 능력자라고 모두 몬스터만 때려잡아 돈을 벌라는 법은 없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벌어가는 방식은 이제 고전(古典)에 속한다.’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리에 흥이 나는지 푸티나는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점점 완성도 높은 춤과 비보잉으로 헐벗은 미녀들의 마음을 초토화시켰다.

    쿵 콰콰쾅!

    드디어 음악이 끝이 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두 손을 번쩍 들고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아!”

    “최고다.”

    “멋지다.”

    “예술이었어.”

    “기가 막히네.”

    …….

    누구 하나 감탄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클럽 알헤나에서 푸티나의 춤을 본 사람들은 모두 100% 감동해버렸다.

    소울은 옆에서 모른척하고 한 손을 슬며시 위로 들어 푸티나를 외쳤다. 그러자 채희라가 소울의 말에 즉각 동조하며 푸티나를 소리쳤다.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그러자 옆에서도 한 명씩 푸티나를 외치며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를 연호하는 행위는 마치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에게 빠르게 퍼져 이내 클럽 알헤나의 모든 사람들이 두 손을 하늘로 높이 흔들며 푸티나를 외쳐댔다.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푸티나…….”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이 하나도 빠짐없이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에 차곡차곡 담겨 녹화되고 있었다.

    푸티나는 어디서 배웠는지 두 손을 번쩍 들고 플로어를 통통 뛰어 다녔다.

    순간, 그 귀엽고 깜찍한 모습에 여자들이 일제히 푸티나에게 몰려들어 손으로 쓰다듬고 만지고 뽀뽀를 하며 난리를 부렸다.

    “후우! 우린 잠시 들어가서 쉬자.”

    “네. 푸티나의 인기가 정말 하늘을 찌르네요.”

    “그러게 말이야. 오늘 너와 나는 푸티나 들러리 하러 온 것 같아.”

    “그러게요.”

    소울과 채희라는 푸티나를 내버려두고 VIP룸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컵에 얼음을 넣고 콜라를 따라 흔든 뒤 벌컥벌컥 들이켰다.

    “카아아! 시원하다.”

    “정말 시원하네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소울은 그렇게 몸을 많이 쓰지 않아 별로 땀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채희라는 음악과 비트에 취해 그리고 푸티나의 춤에 흥분해서 꽤나 몸을 격렬히 흔들었다.

    그녀의 목을 타고 흐르던 땀방울 하나가 그녀의 가슴골 사이로 또르르 흘러들어갔다.

    소울은 그 모습에 시선을 뺏겨 침을 꿀떡 삼켰다.

    채희라의 매 같은 눈이 이런 그의 모습을 정확히 포착했다.

    그녀는 수호가 모르게 살짝 웃더니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오빠, 물수건 좀 주세요.”

    “응, 여기 있어.”

    소울은 그녀의 말에 테이블 위에 있는 물수건을 들었다. 그러자 채희라는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자신의 머리를 한손으로 쓸어 내렸다.

    “목뒤 좀 닦아주세요.”

    “어? 그, 그래.”

    자연스런 그녀의 부탁에 그는 하얀 그녀의 목을 물수건으로 닦아줬다.

    바로 옆에 앉아 그녀의 목을 닦아주다 보니 자연히 그의 눈에 그녀의 깊은 가슴골이 들어왔다. 그리고 향긋한 그녀의 체향이 코를 자극했다.

    “이제 제가 오빠의 땀을 닦아 드릴게요.”

    “아냐. 굳이 안 그래도 돼!”

    “에이, 왜 그러세요? 이건 그냥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채희라는 소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그가 살짝 목을 뒤로 빼며 어색한 미소를 짓자, 그녀는 곧바로 소울의 품에 안기듯 다가와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녀의 먹음직스럽고 보함직스러운 가슴이 그의 얼굴에 닿을 듯이 가까워지고, 그녀의 부드러운 엉덩이가 자신의 아랫배를 짓누르며 자극을 해대자 소울은 ‘확 덮쳐버릴까?’ 하는 강한 유혹을 받았다.

    ‘아니다. 참자! 고하라와의 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질 때까지 더 이상 사고 치면 안 돼!’

    소울은 두 주먹을 꽉 쥐고 필사의 인내력으로 채희라의 은근한 도발을 견뎌냈다.

    채희라는 그를 쳐다보며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가만히 참고 앉아있는 것을 보니 기특했다.

    보기에는, 주면 얼른 받아먹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나름 꽤나 자제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어차피 남자는 다 늑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자들이 거부하지 못하는 가장 확실하고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소울에게 바로 키스를 해버린 것이다.

    “읍!”

    이렇게 직접적으로 공세를 펼쳐오자 소울도 어쩔 수 없이 키스까지는 양보해야만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꼭 부여잡고 깊고 깊은 프렌치 키스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채희라는 자신이 먼저 키스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소울이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자 서서히 마음속에서 오기가 생겨났다.

    밝고 귀엽지만 만만치 않은 환경으로 인해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이 된 채희라는 소울을 유혹하기 위해 주저 없이 먼저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민소매 아래쪽으로 밀어 넣었다.

    “윽!”

    물컹한 감촉에 놀란 소울이 손을 빼려하자 채희라는 오히려 그의 손을 더욱 꼭 붙잡고 눌렀다.

    한 사람은 빼려하고 한 사람은 못 빼지 못하게 하려다보니 소울은 본의 아니게 그녀의 한쪽 가슴을 마구 주물럭거리게 됐다.

    “아응!”

    채희라의 입에서 달착지근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소울은 그 소리에 놀라 그녀를 힘주어 밀어내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좁은 VIP룸에서 그가 도망갈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띠며 이번에는 온몸을 그에게 던지듯 달려들었다.

    “희라야, 그만. 이제 장난 그만해!”

    “호호호!”

    그녀는 웃으면서 그의 사타구니 사이를 포함한 온몸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적극적으로 몰아붙였다. 그녀는 지금 이게 무슨 게임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본격적인 채희라의 육탄공세가 시작되자 소울은 심각한 갈등 속에 빠져들었다.

    ‘하아! 이거 정말 환장하겠네. 그냥 눈 딱 감고 잡아 잡숴? 아니다. 참아야 한다. 고하라를 위해서나 나 자신을 위해서나 또다시 사고를 치는 것은 좋지 않아. 휴우! 이거 누가 보면 정말 줘도 못 먹는 병신이라는 소리를 듣겠네?’

    저 아래 어디선가 자신을 마구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소울은 이를 악물었다.

    “희라야! 거기까지.”

    “네?”

    “너 나하고 이러려고 여기 오자고 한 거야? 이럴 거면 차라리 호텔에서 만나자고 하지 그랬어?”

    “치잇!”

    소울이 얼굴을 굳히고 단호하게 말하자 그제야 채희라가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뭐에요? 바보같이……. 줘도 못 먹고…….”

    “뭐? 뭐라고?”

    “아니에요.”

    그는 일단 채희라의 말을 제대로 못들은 척 하기로 했다.

    설마 여자에게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서 지금 그에게는 보이지 않는 데미지가 상당하게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절로 자괴감이 들었다.

    갑자기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하렘이 아니라고 얘기를 해도 자꾸 하렘이라고 몰아가는 독자 때문에 고민하는 작가의 심정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난 희라와 좋게 잘 지내고 싶어. 널 보면 마치 내 여동생 같아서 너무 좋아.”

    “전 싫어요.”

    채희라가 눈가에 살짝 물기를 비치며 강하게 거부했다.

    “내가 왜 오빠의 여동생이에요? 난 그런 관계 싫어요.”

    “하아! 이것 참.”

    소울은 채희라의 격한 반응에 조금 난감해졌다.

    “솔직히 말해 봐요.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잖아요. 정윤이나 고하라 때문에 나를 안고 싶어도 참는 것 아니었어요?”

    “뭐?”

    놀랍게도 채희라는 정윤이와 고하라의 존재에 대해서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놀랐어요? 놀랐군요. 박은영 간호사가 그랬어요. 정윤이와 고하라가 오빠를 무척 좋아해서 만나고 싶어 한다고요.”

    “그, 그랬어?”

    갑자기 여기서 왜 박은영이 툭 튀어 나오는지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니, 박은영 간호사는 왜 그런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지?’

    그는 살짝 박은영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녀가 아니었다.

    “오빠 정윤이와 고하라 만난 적 있죠?”

    “응, 만났어.”

    “뭐했어요?”

    “뭐, 뭐하긴?”

    “흥, 벌써 사고 쳤죠?”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고 귀여운 여동생 같아 보여도 이미 채희라는 한 명의 어엿한 여자였다. 그녀의 촉은 너무나도 예리해서 자신이 말하기도 전에 이미 대부분의 일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왜 너한테 그런 걸 말해야 하는 거지?”

    “이제 보니 둘 모두와 사고를 쳤군요?”

    소울은 속으로 뜨끔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최대한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걸 왜 내가 너한테 얘기를 해야 하냐고?”

    “어디까지 갔어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은 없다고 했으니까, 여자 친구가 되기로 했겠네요? 어느 쪽이에요? 정윤이에요? 고하라에요? 아니면 둘 다에요? 설마 양다리는 아니겠죠?”

    동문서답이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었다.

    채희라는 소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예리한 자신의 촉을 믿고 이리저리 자신을 찔러보고 있었다.

    “일단 정윤이와는 끝났어. 아니 사실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끝나게 됐어.”

    “어머, 그럼 고하라네요.”

    “너 고하라 간호사한테 언니라고 부르지 않았었니?”

    “연적(戀敵)한테 무슨 언니에요?”

    “연적?”

    기가 막혔다.

    언제 그녀가 자신과 고하라 사이에 들어와 삼각관계를 이뤘단 말인가?

    하지만 듣고 보니 또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자신은 채희라를 정말 여동생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나를 안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당나귀 돼지뼈다귀 씹어 먹는 소리야?”

    “오빠, 혹시 남자 좋아해요?”

    “지랄, 나 여자 좋아해. 너 자꾸 이상한 소리할래?”

    “그런데 왜 나한테 이랬어요?”

    “뭘 이래? 너야말로 진짜 나한테 왜 이러니?”

    그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또다시 채희라의 눈에서 맑은 물기가 비췄다.

    “고하라를 안았으면 최소한 여기서 나를 안았어야 동등한 조건이 되잖아요.”

    “뭐? 너 설마 그래서 나한테 안기려고 했던 거야?”

    “그럼 내가 왜? 미쳤다고 이런 클럽 안에서 오빠에게 닥돌을 했겠어요?”

    “잠깐, 이거 하나만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너 나하고 사귀는 사이 아니다. 그리고 고하라도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 아니야.”

    “정말이요?”

    소울의 말에 채희라는 순간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말이야. 하지만 지금 고하라와 사귀어 볼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그건 안 돼요.”

    채희라는 즉시 고개를 도리질하며 반대했다.

    “되고 말고는 네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결정해. 그리고 희라 너!”

    “네?”

    “넌 나한테 그냥 귀여운 여동생일 뿐이야.”

    “흥, 거짓말 말아요. 날 여자로 생각했었잖아요?”

    “크흠, 그래. 솔직히 네가 내 여자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 넌 그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니까…….”

    “그럼 됐네요. 내가 오빠 여자 친구 되어 드릴게요. 아니 내 남자 친구가 되어주세요.”

    소울은 그녀의 말에 그만 말문이 딱 막히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정윤이, 고하라, 채희라는 거의 동시에 알게 된 사이다.

    만약 자신이 정윤이나 고하라를 만나기 전에 채희라를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봤다. 아마 십중팔구는 채희라와 사귀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게 아니면 최소한 나에게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하아! 이거 참 당황스럽네. 네가 날 좋아해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데, 나한테도 다 생각이 있다고……. 아니 그러지 말고 나한테 시간을 좀 주면 어떻겠니? 고하라와 얘기 좀 해보고 그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그러다가 오빠가 고하라에게 훌쩍 날아가 버리면 난 어떻게 해요?”

    “고하라 언니!”

    “네, 알았어요. 언니라고 부르면 되잖아요. 왜 성질을 내고 그러세요.”

    채희라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휴우! 그래 소리 질러서 미안하다. 하지만 희라야! 남녀사이의 일은 무슨 경쟁하듯이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순리대로 풀 수 있도록 나한테 시간을 좀 줘!”

    “그럼 저는요? 저한테는 왜 기회를 안주세요? 먼저 저와 사귀어보고 나서 고하라 언니와 사귀면 안돼요? 고하라 언니는 오빠 없어도 다 가지고 있잖아요. 난 오빠 없으면 아무것도 없단 말이에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일면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그녀의 말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했던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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