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46화 (146/492)

00146  제 37 장 - 댄스의 귀재  =========================================================================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푸티나는 신이 나서 걸어갔다. 아니 달려갔다.

오히려 그런 푸티나의 속도를 맞추지 못한 소울이 같이 달려가며 헉헉거려야 했다.

덕분에 들어올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게 동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동문으로 다가가자 경비를 서는 능력자 가드들이 소울을 쳐다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소울도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그들의 맨 앞에 서있는 능력자 가드 한명에게 말했다.

“수고 하십니다. 이거 좀 처리해주세요.”

“이게 뭡니까?”

“트롤입니다.”

“네? 트, 트롤이라고요?”

“쉿!”

소울이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에 대자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그는 즉시 자신의 입을 막았다.

“죄송합니다.”

“조용히 처리하고 싶으니까 협조해주세요. 이걸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옮겨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즉시 사람을 불러서 처리하겠습니다. 잠시 확인해도 되겠지요?”

“물론입니다.”

지퍼를 열어 트롤이라는 것을 확인한 능력자 가드들은 놀라고 부러운 표정으로 소울을 쳐다봤다.

아마 사냥을 나갔던 다른 능력자들이 봤다면 대박이다 뭐다 난리를 피웠겠지만 그래도 동문 가드들은 그 정도로 경우가 아예 없진 않았다.

몬스터 사체 인수증을 받은 소울이 동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다른 능력자 가드 한명이 소울의 앞에 서 있는 푸티나를 보면서 물었다.

“저건 뭡니까?”

“제 소환수입니다.”

“그럼 소환계 능력자란 말입니까?”

“그런데요. 무슨 문제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소환수가 너무 귀엽고 특이하게 생겨서 그렇습니다.”

귀와 가슴 그리고 네 발바닥에서 형광색 불빛이 나는 새끼 곰을 보았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소울은 그저 미소만 짓고 동문을 벗어났다.

주차장에 도착한 그는 굳이 푸티나의 몸을 줄여 놓아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까망이는 자신의 숨겨진 히든카드라서 계속 숨기기로 하고 대신 푸티나를 메인 소환수라고 소개해 전면으로 내세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푸티나, 이쪽으로 타!”

“낑!”

푸티나는 좋다고 소울의 옆 좌석에 올라탔다.

소울은 푸티나가 자리에 앉자 안전벨트를 잘 매주고 차를 출발시켰다.

목적지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였다.

그는 도로 위를 질주하며 유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자기가 웬일이야. 먼저 전화를 다 주고? 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유정아는 소울이 전화를 걸자 좋아하는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곧 이어진 그의 말에 그녀는 곧바로 비즈니스 모드로 변해버렸다.

“정아야! 나 오늘 트롤 잡았다.”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응, 지금 강남필드 동문에서 출발했는데, 트롤 사체를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옮겨달라고 해놓았어. 내가 잡은 트롤 사체 네가 살래?”

-당연하지. 그런데 혹시 트롤 피도 챙겨놨어?

“물론이지. 거기에다 C급 마석도 하나 나왔다.”

-대박! 내가 마석이고, 피고, 사체고, 전부 다 살 테니까 가지고 있는 것들 전부 내게 가져와! 최소한 능력자협회에서 매입하는 가격보다 넉넉하게 계산해줄게, 알았지?

“좋아! 그렇게 할게. 그런데 내가 너한테 직접 팔면 나중에 문제가 되진 않을까?”

-우리 연구팀에서 연구용으로 자기에게 의뢰하는 형식으로 서류를 꾸미면 가능해. 어차피 나도 일단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소속이니까 문제될 건 없어. 그리고 나한테 가져오면 세금도 면제받게 해줄게.

“뭐 그렇다면 당연히 정아에게 팔아야지.”

-고마워. 그런데 언제 도착하지?

“막히지만 않으면 사실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린데……. 지금 같아서는 30분은 걸릴 것 같아.”

-그럼 도착하면 연락해!

“알았어. 이따 보자.”

통화종료버튼을 누르는 소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사실 마석을 이런 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자신도 미처 몰랐다. 면세만 되도 들어오는 돈의 액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했다.

‘오늘은 불행만 있는 날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행운도 있었구나. 아까까지는 정말 화가 나서 돌아버릴 것만 같더니 이제는 그럭저럭 견딜만하네. 정윤이와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끝난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신애라 같은 사이코를 평생 장모로 모시고 사는 것도 악몽이 될 거야. 정윤이는 이제 깨끗이 포기하자.’

소울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자 앓던 이가 뽑힌 것 같이 시원해졌다.

아마 정윤이와 조금만 더 깊은 관계로 발전했더라면 그도 이별의 슬픔에서 이렇게 쉽게 헤어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 이렇게 인연이 끝난 것이 어떻게 보면 그에게는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거기에다 소울은 정윤이란 카드만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윤이에 못지않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정윤이보다 훨씬 더 괜찮은 고하라라는 카드도 있었다.

‘어제 고하라를 만난 것이 어떻게 보면 내게 큰 행운이 되는 셈인가? 가만 오늘 저녁에 채희라도 만나기로 했잖아. 이거 앞으로 정치 잘해야겠네.’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강남필드로 갈 때까지만 해도 마음이 불편해 채희라와 만날 약속을 취소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굳이 약속을 취소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어디 가서 그만한 여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일단 한번 만나서 오빠, 동생 사이로 친하게 지내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 소울의 이런 생각은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고하라나 채희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화를 낼만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지키려는 무의식의 방어기재가 작동하고 있었다.

고하라를 떠올리는 이유도 정윤이와 이별하는 아픔을, 신애라에게 받은 모욕과 수치심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자기애(自己愛)의 발로였다.

다행히 고하라라는 존재는 지금 그에게 심리적으로 충분한 완충작용을 해주고 있었다.

소울은 채희라를 만나기는 하겠지만 고하라를 생각해서 이번에는 절대 사고치지 말아야겠다고 나름 단단히 마음먹었다.

그러나 정윤이도, 고하라도 소울이 먼저 달려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지금 이 순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때려왔다.

크고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자 소울의 눈빛이 달라졌다.

세상의 쓴 맛을 한번 보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일의 우선순위가 살짝 바뀌어가고 있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가슴속에 조용히 잠자고 있던 야망의 불꽃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 * * * *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놀라서다.

스마트폰에 있는 은행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한 숫자가 그의 눈에서 아른 거릴 때마다 입 꼬리가 절로 귀밑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소울은 지금까지 태어나서 숫자가 이렇게 무서워보긴 처음이었다.

또한, 숫자를 보고 이렇게 기뻐해보기도 처음이었다.

잔고: 7,290,000,000 원

정말 무시무시한 숫자였다.

72억 9천만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자신의 은행계좌에 꽂혀있자 그는 정말 기절할 듯 놀랐다.

원래 가지고 있던 그의 잔고는 492,500,000 원이었다.

이중에서 250만원을 라펠소환진과 초 간단 소환마법진을 만드는데 보태라고 동생인 소망이에게 돈을 계좌이체 해주었다.

그렇다면 오늘 유정아를 통해 입금한 총액은 얼마일까?

그는 유정아가 보낸 상세내역서을 통해 확인해봤다.

무려 68억 원이었다.

먼저 트롤에게 얻은 C급 마석 1개를 평균 시가에서 20% 더 얻어준 12억에 팔았다. 그리고 트롤의 피를 리터 당 3천만 원에 80리터를 팔아 24억을 챙겼다.

이건 100% 까망이의 공이었다. 까망이가 트롤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쪽쪽 빨아먹은 다음에 빈 용기에 꽉꽉 채워줬기 때문인데, 그 어떤 능력자도 트롤의 피를 이처럼 손실 없이 챙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트롤의 사체도 통째로 넘기는 조건으로 3억이나 받았다.

차원의 균열에서 획득한 마석(D급 10개, E급 30개, F급 10개)을 팔아 16억을 받았는데 역시 모든 마석을 평균 가격에서 20%를 더 쳐준 것이었다. 면세에 플러스 알파를 넣어 계산해줬다는데 굳이 그런 사소한 것까지 유정아는 일일이 얘기해주지 않았다.

가고일로부터 획득한 E급 마석 40개도 팔아서 5억을 받았다.

대박인 것은 강남터미널 지하도에서 잡은 가고일의 사체 값과 포상금이었다. 가고일 사체 한 마리당 100만원이었는데 포상금도 역시 한 마리 당 100만원을 줬다.

가고일을 무려 400마리나 죽인 것이 인정되었으니 이었고 가고일 사체 값으로 4억 그리고 포상금으로 역시 4억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마석, 트롤의 피, 포상금, 몬스터 사체 값을 모두 합치자 68억 원이나 되었다.

68억 원이 입금되자, 당장 거래 은행의 VIP담당 직원에게 전화가 와서 능력자 전용 플라티늄 카드를 발급해서 내일 직접 찾아뵙겠다는 말을 들었다.

새삼 돈의 위력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니 예전의 자신과 비교해 너무나도 달라진 현실에 격세지감을 느껴야했다.

“여기 시원한 탄산수 한 잔만 주세요.”

“네, 손님.”

그는 자꾸 목이 타서 벌써 두 번이나 탄산수를 주문했다.

‘이제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충분히 편하게 인생을 즐기며 사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 있겠어.’

앞으로 자신이 번 이 돈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그의 눈빛에서 충만한 자신감이 솟구쳤다.

채희라와 만나기로 한 신사동의 스테이크 전문점인 스테이크 하우스 2층 창가에 앉아있는 소울을 향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참 많았다.

소울은 슬쩍 주변을 한번 훑어보고는 절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을 쳐다보는 주변의 젊은 여자들의 시선을 이제는 조금씩 즐기고 있었다.

‘그래 이제 여자들이 날 좀 주목할 때도 됐지. 이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을 거야. 그런데 설마 유정아가 준 새로운 이 전투슈트 때문에 날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를 쳐다보는 여자들보다 그가 앉아 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서 귀엽게 혼자 놀고 있는 푸티나를 보며 하트를 뿅뿅 날리고 있는 여자들이 사실은 더 많았다.

아마 이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면 소울의 자존심에 거대한 금이 가게 될 것이다.

푸티나는 혼자 놀고 있지는 않았다. 사실은 까망이와 같이 놀고 있었다. 그러나  까망이는 소울에게만 보이는 존재이니 남들이 볼 때는 푸티나가 혼자서도 참 잘 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두 귀와 가슴 그리고 네 발바닥이 형광색으로 반짝이는 새끼 곰을 보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여자가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젊은 여자들과 언제든지 가까워질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

“어, 희라구나.”

탄산수를 한 모금 마시며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을 때, 속이 훤히 비치고 배꼽이 보일랑 말랑 하는 하얗고 얇은 티셔츠에 역시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희라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소울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가워했다.

“반가워요.”

“그래. 나도 반갑다.”

채희라는 소울과 인사를 하고 나자 바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손가락으로 푸티나를 가리켰다.

“오빠, 그런데 이 새끼 곰은 뭐에요?”

“내 소환수야.”

“우와, 정말 귀엽다. 나 한번만 만져 봐도 될까요?”

“응. 만져봐!”

푸티나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채희라는 자신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푸티나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푸티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덕분에 소울은 본의 아니게 그녀의 핑크빛 속옷을 정면으로 보게 되어 급히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푸티나는 소울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이 암컷에게 관심이 있고 교미할 생각인 것 같아 그녀의 손길이 귀찮았지만 그냥 가만히 내버려뒀다.

“배고프지 않아?”

“어머, 내 정신 좀 봐! 미안해요. 오빠, 너무 귀여워서 제가 정신이 좀 나갔었나 봐요.”

“괜찮아. 일단 자리에 앉아 밥부터 먹자.”

“네.”

채희라는 귀엽게 미소를 지으며 소울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자꾸 푸티나에게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소울은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푸티나에게 주면서 말했다.

“푸티나, 저쪽으로 가서 이거보고 있어.”

“낑!”

푸티나는 소울이 준 스마트폰을 받아 소울이 가리키는 테이블 아래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그제야 채희라의 시선이 소울을 향해 돌아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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