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43화 (143/492)
  • 00143  제 36 장  - 사랑은 창가에 흐르는 빗물 같아요.  =========================================================================

    ‘이제 한계다. 가고일 놈들이 눈치를 채고 떼거리로 몰려오고 있어. 여기서 늦장을 부려 잡히거나 포위되면 죽는다.’

    소울은 푸티나를 쳐다봤다.

    푸티나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발광을 억제하느라 힘들게 가고일들의 전진을 막고 있었다.

    “푸티나, 발광해도 돼!”

    “낑! 낑낑!”

    소울의 말에 푸티나의 몸에서 형광색의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퍼퍼퍽 퍽 퍽퍽!

    휘익 데구루루 쾅 쿠쿵!

    소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푸티나의 몸에서 형광색의 빛이 터져 나오자마자 갑자기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은 것처럼 푸티나의 힘이 몇 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마치 비보이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화려한 동작으로 헤드스핀을 하면서 허공으로 떠올라 두 다리를 쫙 벌리며 가고일들을 마구 후려치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둥글게 말아서 굴러가다가 퉁 튀어 올라 공처럼 가고일의 머리를 박살내며 밀어 붙이지를 않나, 유쾌한 만화영화인 쿵푸 팬더의 주인공처럼 온갖 독특한 무술동작으로 가고일의 급소를 신나게 때리고 있었다.

    ‘뭐야 저놈? 저런 것을 다 어디에서 배웠지? 설마 아까 내가 틀어준 TV에서 배운 것은 아니겠지?’

    소울은 요즘 교육방송에서 무엇을 틀어주는 지 알지 못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이 뭘 틀어서 보여줬는지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푸티나! 후퇴하자.”

    “낑!”

    소울은 푸티나에게 소리치자마자 곧바로 몸을 돌려 지하도 입구를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갔다.

    어차피 까망이와 푸티나는 자신이 다시 소환하면 되는 존재이니 조금도 그들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다행히 푸티나가 뒤에서 그들의 주의를 끌어주었는지,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 지하도의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안에서 무너지고, 깨지고, 가고일들의 비명소리가 진동하자, 지하도 입구 밖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능력자들이 입구로 우르르 몰려들고 있었다.

    소울은 그들이 지하도 입구를 막기 직전에 잽싸게 밖으로 튀어나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후우…….”

    뒤늦게 가고일들이 지하도 입구까지 따라 나와 소울을 쳐다보며 악을 써대고 있었다. 하지만 햇빛 밖으로 나오는 것은 꺼려지는지 한 마리도 밖으로 튀어 나오지는 못했다.

    그 사이를 푸티나가 자신의 몸을 공처럼 만들어 빠져나와 계단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푸티나! 이리로…….”

    “낑!”

    소울의 말에 즉각 반응을 한 푸티나는 계단 끝에서 허공으로 높이 점프를 하더니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그의 품속으로 착 안겨들었다.

    “수고했다. 푸티나! 오늘 너 진짜 멋졌어.”

    “낑! 낑낑!”

    푸티나는 소울의 얼굴에 마치 꿀이라도 발라진 것처럼 마구 혓바닥으로 핥으며 좋아했다.

    소울은 그런 푸티나를 한번 꼭 안아준 뒤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지하도에서 죽은 가고일의 사체에서 마석을 모조리 챙겨오도록 해!]

    [규!]

    까망이는 소울의 말이 있기 전부터 이미 몸을 숨기고 가고일의 사체와 사체를 건너다니며 마석을 챙기고 있었다.

    역시 소환수는 소환사의 성향에 쉽게 물드는 모양이었다.

    강남터미널 지하도 상가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의 가고일을 몽땅 쓸어버린 소울로 인해 까망이가 직접 돌아다니며 챙겨야 하는 마석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가고일은 E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만큼 3~4마리 중 1마리에는 반드시 마석이 들어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유람선처럼 꽝이 나오지 않고 꾸준하게 마석이 나와 주었다. 그리고 까망이가 챙기는 것은 마석뿐만이 아니었다. 가고일의 머리와 가슴에 있는 마법회로까지 챙기고 있었다. 동생처럼 생각하는 푸티나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소울은 까망이가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지하도 입구 근처에 앉아 유정아와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녀는 소울의 전해준 정보를 듣자마자 곧바로 어떻게 이용해먹을지 궁리를 하는 것 같았다.

    그가 보내준 사진 속의 가고일의 시체들을 보며 그녀는 소울에게 가고일을 대량 살상하는 어떤 비법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것은 그만의 사냥법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능력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비기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었다.

    소울이라고 그런 것 하나 가지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유정아는 소울과 애매모호하고 이상야릇한 파트너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면 몰라도, 서로의 등에 비수를 꽂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소울은 자신이 넘겨준 정보를 유정아가 어떻게 가공을 해서 우려먹을지 정말 궁금했다. 또한 자신 있게 자신이 사냥한 가고일의 숫자에 맞춰 포상금을 받아 내겠다는 말에도 기대를 걸었다.

    ‘최소한 350마리는 잡아 죽인 것 같다. 마석이 50개만 나와 주어도 대박이네. 거기에다 나중에 포상금과 정보에 대한 대가까지 챙기면 잠깐 나와서 아르바이트 한 것 치고는 대박이로구나.’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현장을 빠져 나왔다. 당장 그의 신변이 노출되면 기껏 넘긴 정보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원 하나가 유정아의 명령을 받아 H사의 중형차 한 대를 가져오더니 말없이 자동차 키를 넘겨주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동차 키를 건네받은 소울은 트렁크에 대물저격총과 전투배낭을 집어넣고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주차장으로 이동한 그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전용버스 앞에 차를 잠깐 세워놓고 자신의 3연발 쇠뇌를 챙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까망이를 소환하고, 반포로 이동하며 정윤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소울 씨?

    “나 지금 일 끝났어? 어디로 가면 되지?”

    -여기 반포본동 사거리에 있는 커피콩 반포점이에요. 2층으로 올라오시면 되요.

    “그래 알았어. 금방 갈게.”

    소울은 전화를 끊으며 살짝 목소리가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긴장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괜히 긴장이 됐다.

    하긴 잘하면 장모가 될 사람을 처음 만나는 것이니 긴장이 안 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지도 몰랐다.

    ‘이거 오늘 일이 잘되면 나 정윤이와 결혼하게 되는 건가? 이 정도로 일이 빨리 진행될지는 몰랐는데…….’

    소울은 상기된 표정으로 차안에 있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살펴봤다.

    머리에 먼지가 묻고 땀이 좀 난 것을 제외하면 얼굴은 비교적 멀쩡했다.

    전투슈트와 전투화는 잠시 차를 세워놓고 세기의 발명품인 물티슈를 꺼내 닦으면 그만이다.

    그는 떨리는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목적지에 있는 커피전문점의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한 그는 전투헬멧을 벗어서 트렁크에 넣고 숏소드와 토마호크가 담긴 도끼집까지 풀었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이런 무기를 보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토마호크는 언제든지 자신의 손안으로 소환이 가능하니 사실 트렁크에 놓아둔다고 무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주차장에서 올라와 제일 먼저 할 일은 역시 물티슈를 들고 커피콩의 화장실로 가는 일이었다.

    머리에 묻은 먼지를 털고 세수를 한 후, 전투슈트와 전투화에 묻은 먼지를 박박 닦자 어느새 얼굴과 슈트에서 광채가 흐르는 것 같았다.

    ‘역시 남자는 자신감이지.’

    그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소리 나게 탁탁 쳤다. 그런데 자꾸 자신의 작은 키가 마음에 걸렸다. 그나마 키높이 슈즈처럼 보정이 되는 전투슈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모습보다 훨씬 볼품없었을지도 몰랐다.

    ‘키가 좀 더 컸으면 좋았을 것을……. 어라? 그러고 보니 키가 좀 큰 것 같기도 하고…….’

    169.5cm에서 컸으면 얼마나 더 커졌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키가 큰 것이 느껴졌다. 최소한 이제 160cm대에서 170cm대에 진입한 것은 확실했다.

    오늘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 돌아가면 확실히 자신의 신장을 재어 봐야겠다고 그는 굳게 결심했다.

    생수 한 병을 사서 계단을 올라가자 2층 창가 끝에 정윤이의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을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옆에는 판박이처럼 닮은 중년여자가 앉아있는 것도 보였다.

    “소울 씨! 여기에요.”

    정윤이가 일어나 손을 흔들자 소울은 살짝 미소를 손을 흔들며 그녀가 앉은 테이블로 걸어갔다.

    정윤이와 그녀의 어머니 신애라는 소울이 걸어오는 모습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고정했다.

    정윤이의 어머니에게, 아니 미래의 장모가 될지도 모를 신애라에게 소울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소울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그의 인사에 신애라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이쪽으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차는 뭐로?”

    “전 생수 미리 사왔습니다. 이걸로 괜찮습니다.”

    소울이 자신이 산 생수병을 보여주자 신애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하고 있는 사람을 불러내서 미안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딸이다 보니 제가 욕심이 좀 과했네요.”

    “아닙니다. 일 다 끝내고 오는 길입니다. 그리고 편하게 말씀 놓으십시오.”

    “어머,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호호호, 고마워요. 그럼 말을 놓도록 할게요.”

    “네.”

    소울은 일단 신애라가 자신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자 남모르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행히 첫인상을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최근에 만난 것 같은데 집의 어른들은 알고 있는가?”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조금 이따가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렇군. 뭐든지 일을 순리대로 풀어야지 급하게 몰고가다보면 실수하기 마련이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긴장했던 근육이 조금씩 이완이 되어갔다. 왜 처음에 긴장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신애라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주도해나갔다.

    덕분에 소울과 정윤이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만 같았다.

    “능력자라고 들었는데 등급이 어떻게 되지?”

    “E급 능력자입니다.”

    “그래도 F급은 아니니 다행이군.”

    “네, 최근에 승급하게 됐습니다.”

    “군대는 다녀왔고?”

    “군대는 자대배치 후에 사고가 나서 의병전역을 했습니다.”

    “저런, 그럼 다친 곳은 괜찮고?”

    “네, 지금은 완벽하게 치유가 됐습니다. 능력자가 된 후로는 다쳤었다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건강합니다.”

    “학교는 마쳤는가?”

    “제가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 간신히 고등학교만 졸업했습니다.”

    “으음, 배움의 길은 나이와는 상관없으니 나중에라도 대학에 가면 될 거야!”

    “그, 그렇지요.”

    아무래도 자신의 학벌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얼굴을 붉히자 정윤이가 옆에서 신애라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는 것이 보였다.

    “부모님은 모두 안녕하신가?”

    “네, 두 분 모두 건강하게 잘 계십니다.”

    “아버님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조금 일찍 은퇴하셔서 강원도에 계십니다. 이번에 전원주택을 사서 서울로 이사를 올 계획입니다.”

    “어머님은?”

    “네, 어머니도 같이 올라오십니다.”

    소울은 신애라의 질문과 자신의 대답이 뭔가 초점이 안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식구들은 어떻게 되지?”

    “제 밑으로 쌍둥이 동생이 있습니다.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 소울 군은 앞으로 계속 능력자 생활을 할 생각인가?”

    “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능력자로 일하면서 돈을 모아 나중에는 몬스터 부산물 사업을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아무래도 몬스터 부산물 사업이 전망이 좋긴 하지. 하지만 굉장히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하던데…….”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나름 생각이 있으니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호호호, 역시 젊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패기가 넘치는구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소울은 신애라로부터 호구조사를 당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어느 정도 드러내야 했다.

    “아이참, 엄마는 딱딱하게 계속 그런 소리만 하실 거예요?”

    “아차, 그렇구나. 내가 너무 질문이 많았네. 미안하네. 나이가 들면 노파심이 생겨서 자꾸 이렇게 물어보게 되거든…….”

    “아닙니다. 얼마든지 물어보십시오.”

    소울은 정윤이가 자신을 위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을 알고 속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다행히 신애라는 더는 비슷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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