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41화 (141/492)
  • 00141  제 36 장  - 사랑은 창가에 흐르는 빗물 같아요.  =========================================================================

    “M107A1 대물저격총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말하는 거야?”

    “얼만데?”

    “소매가격이 12,000달러가 넘어. 스코프 달린 것은 3,000달러는 더 줘야 할 거야. 전용소음기도 3,000달러는 할 것이고 각종 액세서리까지 더하면 20,000달러는 가볍게 넘어갈 걸? 거기에다 총열이나 전용소음기, 탄약 같은 소모품도 넉넉히 구하려면 최소한 25,000달러는 줘야 할 거야. 2세트면 50,000달러는 되겠네. 원화로 따지면 5800만원이 넘는 돈이야.”

    “우와아! 그렇게 많이 들어?”

    “그래. 그래도 구해다줘?”

    “응, 2세트 구해줘! 그리고 총알을 개조해야 하니까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키트도 구해주고…….”

    “뭐야? 너 지금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내가 모르는 뭔가 있지? 그렇지? 응? 말해봐? 빨리 말해줘?”

    유정아는 소울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꼭 알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과 환상적인 몸을 이용한 애교 필살기를 마구 퍼부어댔다.

    하지만 아무리 유정아가 예쁘고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도 또 그것을 이용해 소울의 의지를 융단폭격하고 있어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함부로 떠벌일 정도로 그는 입이 가볍진 않았다.

    “명색이 능력자인데 나도 몬스터 사냥은 해야 먹고 살잖아. 강화계 능력자도 아닌 내가 근접박투를 벌이겠어? 아니면 칼질을 해대겠어? 그저 멀리서 고블린이나 오크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보려고 그래. 그리고 가고일 같은 비행 몬스터 잡으려면 꼭 필요하겠더라고…….”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또 뭐가 있는데? 도대체 나한테 무슨 소리를 듣고 싶은 거야? 이렇게 솔직하게 다 얘기하고 있잖아?”

    “흐응!”

    유정아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의 말을 듣고 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구해줄게. 지금 당장!”

    “뭐? 지금 당장 구해줄 수 있다고?”

    “잠깐 기다려봐!”

    유정아는 그의 몸에서 일어나 침대 아래로 내려갔다. 아름다운 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자신의 가운을 찾은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침대 위로 다시 올라왔다.

    소울은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을 쳐다보느라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정말 그렇게 보고 또 보고, 만지고 다시 만져도 질리지 않는 환상적인 여체였다.

    ‘혹시 유정아는 엘프의 피가 섞인 게 아닐까?’

    소울이 속으로 감탄을 하고 있자 유정아는 힐끗 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그렇게 좋아? 왜 자꾸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휴우, 절대 너하고 결혼하면 안 되겠어. 심장마비로 죽던가, 아니면 삐쩍 꼴아서 해골이 되어 죽던가, 둘 중 하나일 테니까…….”

    “호호호, 세상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칭찬이 다 있어?”

    “칭찬이라고?”

    “그럼 아니야?”

    “맞다. 칭찬이다. 그것도 최고의 칭찬이지.”

    그는 유정아의 물음에 그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다 됐다.”

    “뭐야? 문자 메시지 보낸 거야?”

    “응, 잠시만 기다려봐. 곧 원하는 장난감을 보게 될 테니까.”

    “어디서 가져오는 건데? 혹시 주한미군에서 가져오는 거야?”

    “맞아. 하지만 미군 캠프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무기고에서 가져오는 거야.”

    “그럼 대물저격총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무기고에 있다는 말이야?”

    “아니. 내 개인 무기고에 있다는 말이야.”

    “뭐? 개인 무기고?”

    “응, 내가 뭘 연구하는 지 잊었어?”

    “아! 그렇구나.”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녀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도저히 뭐라고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세상에 개인 무기고라니…….

    “유정아!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어떻게 일개 연구팀의 팀장이 개인 무기고를 가지고 있을 수가 있지? 그것도 주한미군의 무기를 말이야?”

    “뭐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렇다고 해두지. 그리고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오호호호홋!”

    그녀의 살짝 광기어린 웃음소리를 듣자 소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맞다. 비밀이 많은 여자와 가까이 해서는 결코 뒤끝이 좋을 리가 없었다.

    유정아는 치명적인 미모만큼이나 치명적인 비밀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가늘고 길게, 아니 굵고 길게 살고 싶은 소울은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이 자신의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똑똑똑!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유정아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보더니 빠르게 문자를 쳤다.

    그러자 곧 뭔가 묵직한 것을 문 앞에 내려놓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문 앞에 놔뒀으니까 자기가 가서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벌써?”

    소울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을 열자 미군의 마크가 찍힌 검은색 가방 2개가 바닥에 얌전히 놓여있었다.

    가방 2개를 두 손으로 들고 발로 문을 차서 닫는 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덜렁거리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거실로 들어온 그는 테이블 위에 가방 한 개를 올려놓고 서둘러 열어봤다.

    “오오오!”

    그는 절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검은 색 가방 안에는 M107A1 대물저격총이 검은색 윤기를 번득이며 분해된 상태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

    소울은 마치 사랑하는 여인의 나신을 더듬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대물저격총의 총열을 만져보았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지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대물저격총을 꺼내 이리저리 살펴봤다.

    “그게 그렇게 좋아? 아주 제사를 지내는 분위기네?”

    “내 생명을 지켜줄 무기니까 그렇지. 넌 무사가 칼을 함부로 다루는 것 봤어?”

    “하긴 능력자라는 인간들은 어떻게 보면 전부 무기 마니아나 마찬가지니까.”

    유정아는 소파에 앉아 있는 소울의 뒤로 와서 백허그를 했다. 그녀의 가슴이 눌리며 터질 것처럼 양옆으로 밀려나왔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이런 섹시한 모습을 그는 결코 볼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탄력 있는 가슴이 짓누르는 느낌만으로도 신체 일부분에 힘이 빡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소울은 마치 이성과 감성을 두 개로 나누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유정아는 소울이 집중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챘는지 더는 그를 자극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앞으로 돌아 나와 그의 허벅지 위에 떡하니 걸터앉아 대물저격총을 조립하는 법을 가르쳐줬다.

    “이건 이렇게 조립하는 거야. 아주 쉽지?”

    “그렇구나. 전혀 어렵지 않네.”

    “이번에는 자기가 한번 해볼래?”

    “그래.”

    소울은 무기 전문가이기도 한 그녀와 같이 조립과 분해를 몇 번 해봤다. 1:1 개인지도를 통해 사용법을 배우자 아주 쉽게 대물저격총에 익숙해져갔다.

    이제는 실제로 사격을 해서 감각을 익히고 자신에게 뭐가 부족한지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걸 가지고 강남필드에 가서 한번 테스트를 해봐야겠다.”

    “그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위험하긴, 여기 전용소음기도 있잖아.”

    “아니 그래도……. 차라리 서울 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게 어때?”

    “거긴 왜?”

    “강남터미널 지하도 상가에 가고일이 떼가 들어가 있어서 지금 대대적으로 토벌하는 중이거든.”

    “아! 그러니까 나 보고 거기 가서 가고일도 잡으면서 테스트도 진행해보란 말이구나?”

    “응, 원한다면 내가 살짝 꽂아줄게. 거긴 지금 다른 능력자들도 많으니까 아무래도 좀 더 안전할 거 아니야?”

    “정아가 그렇게 나를 생각해줄 줄은 미처 몰랐네?”

    “어? 이거 왜 이래? 난 항상 자기 생각만 한다고…….”

    정말 그녀의 말을 액면 그래도 믿으면 심장이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이렇게 사람을 항상 긴장시키고 흥분시키는 그녀를 보면서 소울은 반대로 뭔가 안타깝고 안쓰러운 심정이 되어갔다.

    “참, 이거 얼마주면 돼?”

    “뭐? 대물저격총? 그걸 자기가 왜 돈을 내? 벌써 우리가 합의한 것 잊은 거야?”

    유정아의 날카로운 반응에 소울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하지만 난 이걸 개조해서 쓸 생각이야. 그러다보면 분명히 고장 나거나 못쓰게 될지도 몰라.”

    “괜찮아. 망가져도 되니까 그냥 쓰고 고장 나면 반환해!”

    “그래도 그건 아니지. 정아에게 손해를 끼칠 수는 없잖아. 얼마야? 바로 계좌이체 해줄게.”

    “아이참, 그냥 쓰라니까? 나도 연구를 위해서 지원받은 거란 말이야. 그걸 자기에게 어떻게 팔아?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자기가 가져가서 쓰도록 해.”

    유정아는 이제 대놓고 짜증을 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공짜라는 말이 아닌가? 공짜라면 먼저 소도 잡아먹는 다던데 이건 먹고 튀어도 하자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 말 정말이야?”

    “그래.”

    “하하하! 이거 고마워서 어쩌지? 5800만원이 넘는 무기를 공짜로 받게 되다니…….”

    “그건 소매가격이고……. 설마 미군에서 그렇게 비싼 가격으로 납품 받겠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들여오겠지.”

    “어쨌든 고마워!”

    “진짜 고마워?”

    “응, 정말, 진심, 혼또니(ほんとうに), really 고마워!”

    “고마우면 우리 한 번 더 하자. 응? 나 점심약속 있어서 가봐야 한단 말이야. 그 사이에 화끈하게 날 사랑해줘!”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살짝 감싸며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45도 각도로 틀면서 몸을 살살 꼬아대는 유정아의 모습에 소울은 순간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며 불끈 일어섰다.

    “하아! 이거 정말 미치게 만드네. 너 이리와!”

    소울은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유정아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폴짝 뛰어서 그의 몸 위로 올라왔다.

    그녀의 이런 동작을 보면 확실히 보통 능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주체할 수 없는 거대한 욕망이 소울의 속에서 터질 듯이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침실로 들어가는 시간도 아깝다는 듯 소파 위에서 본격적인 살풀이(?)를 시작했다.

    덜덜 떨어대는 달콤한 체향의 살 떨림 속에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오묘한 감창소리가 VIP 스위트룸 안을 가득 울리며 끝도 없는 성난 사내의 뜨거운 질주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참 자알! 하는 짓이다.

    * * * * *

    서울특별시 서초구 신반포로 지하200

    이곳은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강남터미널 지하도 상가이다.

    능력자협회는 서울시설공단의 의뢰를 받아 서울지부의 능력자들을 투입해서 이곳 강남터미널 지하도 상가에 들어가 있는 가고일 떼를 토벌하고 있었다.

    하지만 빛을 싫어하는 가고일이 지하도 상가의 모든 형광등을 박살내놓은 상태에다 숫자도 만만치 않아서 토벌은커녕 능력자들의 피해만 키우고 있었다.

    물론 중급 능력자들이 넉넉하거나 중화기를 마음대로 쓸 수만 있어도 가고일 토벌이 이리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급 능력자들은 다른 급한 곳의 일을 처리하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다 이곳은 하루에도 수십만 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도심 한복판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지하도 상가가 무너져버리기라도 하는 날엔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소울은 유정아를 통해 강남터미널 지하도 상가 중에서도 가장 끝에 있는 토벌팀으로 은근슬쩍 끼어들 수 있었다.

    ‘뭐가 이렇게 난장판이지?’

    직접 와서 살펴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지하도 입구에는 사람의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가고일이 뜯어 먹다만 시체들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절로 욕지기가 치밀었다.

    거기에다 몇 번이나 지하도 상가 안으로 진입하는 작전이 실패해서 능력자들의 피해도 컸고 사기도 이만저만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덕분에 힐러들은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올 정도로 탈진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소울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전용버스 안에서 전투슈트와 전투화 그리고 전투헬멧을 제대로 장비했는지 확인했다. 숏소드와 토마호크로 무장하고 3연발 쇠뇌 대신 대물저격총을 조립해서 들고 나왔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소울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급히 꺼내서 확인해보니 정윤이었다. 그는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소울 씨, 윤이에요.

    “응, 잘 있었어?”

    -네, 전 잘 지냈어요.

    “그런데 갑자기 웬 존댓말?”

    -호호호,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혹시 옆에 누가 있어.”

    -네.

    “아 그렇구나.”

    -소울 씨! 오늘 바빠요?

    “응, 왜?”

    -저기…….

    정윤이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소울은 비약적으로 상승한 신체능력으로 인해 그녀의 옆에 다른 누군가가 자꾸 만나자고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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