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40화 (140/492)
  • 00140  제 35 장 오빤! 소환스타일!  =========================================================================

    택시비를 계산하고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들어가자 건물 안은 난장판으로 변해있었다.

    어제 일어난 가고일 전단의 공습에 대한 뒤처리를 하느라 서울지부의 전 직원이 로비에 모여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이 아니었나?’

    소울은 로비에 한가득 쌓여있는 무기와 보급품을 보자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고일과의 싸움은 어제 유람선에서 싸운 것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그는 빠르게 걸어서 승강기에 올라탔다.

    17층에 도착하자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조용한 복도를 홀로 걸으니 이곳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는 일단 옷부터 갈아입었다. 그리고 다시 장비를 확인했다.

    아직 토벌되지 않은 가고일이 있을지 모르니 일단 확실하게 무장을 해야했다.

    앞으로는 항상 전투배낭을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전투배낭에 필요한 보급품도 잘 챙겨 넣었다.

    숏소드를 전투슈트의 왼쪽 허리에 있는 고리에 걸고 3연발 쇠뇌와 화살도 잘 챙겨서 전투배낭에 걸어 놓았다.

    이제 언제든지 전투가 시작되면 그는 전투배낭만 매고 달려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주방에 있는 TV를 켜서 교육방송을 틀어 놓고 까망이와 푸티나를 주방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들이 TV를 잘 볼 수 있게 각도를 맞춰 놓고 밖으로 나오자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확인해보니 유정아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자기야! 무사했네?

    “무사하긴, 나도 어제 가고일 놈들에게 습격을 당해서 죽을 뻔 했어.”

    -그래도 목소리를 들어보니 잘 살아있네?

    “운이 좋았어.”

    소울은 유정아의 담담한 말투에 살짝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아무리 우리 사이가 그렇고 그런 파트너 관계라지만 좀 걱정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말 속에서 살짝 까칠함을 느낀 듯 유정아의 목소리에 애교가 섞여 나왔다.

    -아잉, 우리 자기 어제 많이 힘들었구나? 지금 어디야?

    “방에 있어.”

    -그럼 내가 잠시 시간 내서 올라갈까?

    “그러든지 말든지.”

    -호호호, 알았어. 바로 올라갈게. 조금만 기다려!

    유정아는 맑은 웃음을 터뜨리며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자신을 보러 올라온다고 하자 소울은 서운한 감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정윤이와 고하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면서 이제 유정아의 관심까지 독차지 하고 싶은 것일까?

    나만 유독 이렇게 미녀에게 약한 건가?

    여러 가지 생각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소울은 자꾸 쓸데없이 욕심만 늘어나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마 이래서 있는 놈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그럼 막간을 이용해서 라펠소환진을 한번 그려보도록 할까?’

    소울은 노트북을 가져와 라펠에게 배운 라펠소환진을 컴퓨터로 그려봤다. 확실히 라펠의 특강이 헛되지 않아 단 한번 만에 라펠소환진을 정확히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라펠소환진이 정확하게 그려졌는지를 확인하고 예전처럼 몇 개의 점을 일정한 방식에 의해 지워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기호와 도형도 하나씩 뺐다.

    ‘이 정도면 보안이 되겠지?’

    소울은 라펠소환진이 그려진 파일에 보안장치를 하고 소망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까톡을 쳐서 암호를 보냈다.

    잠시 후, 소망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형, 나야.

    “이메일로 보낸 것 잘 받았지?”

    -응, 이거 또 은판 만들어서 보내달라는 거야?

    “맞아. 가능하겠지?”

    -물론이지. 이제 정밀 세공기계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돼서 아무 문제없어.

    “예전의 것은 일단 은판으로 10개만 만들어줘. 그리고 지금 보낸 것은 3개면 될 것 같아. 돈은 바로 네 계좌이체 해줄게.”

    -알았어. 최대한 빨리 보내줄게.

    “지금 것은 1개라도 일단 만들어지는 대로 바로 보내줘! 조금 급해서 그래.”

    -알았어. 형! 참, 계약은 했어?

    “단독주택 계약 말하는 거야?”

    -응.

    “물론이지. 내가 주소 보내줄 테니까 이제부터는 강원도 집으로 가지 말고 그리로  올라와서 편하게 지내도록 해라. 이제 그 주택은 우리 집이니까…….”

    -우와,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우리에게 집이 생기다니 말이야.

    “사실은 나도 그렇다.”

    -오케이. 알았어. 빨리 가서 내 방부터 일단 찜해 놓아야지.

    “하하하! 그래. 그렇게 해라.”

    -형, 집 주소는 나도 아니까 괜히 수고스럽게 또 보낼 필요 없어. 지난번에 갔을 때 이미 주소 스마트폰으로 다 찍어놨어.

    “잘했다. 그럼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자주 연락하자.”

    -응, 형도 잘 지내!

    소울은 얼굴에 절로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우리 집이라……. 후후후! 정말 우리 집이 생겼네. 역시 집을 사기 잘했어.’

    우리 집이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 팍팍 박혀 들어왔다.

    집 없는 설움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자 소울은 새삼 뒤늦게 감개무량해졌다.

    똑똑똑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보지 않아도 유정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을 열자 유정아가 그를 쳐다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점프를 하며 안겨왔다.

    소울은 달려드는 그녀의 몸을 받아내며 발로 문을 툭 차서 서둘러 닫아버렸다.

    “남들이 보면 어쩌려고 그래?”

    “뭐 어때?”

    유정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뭔가 말하려고 하는 소울의 입술을 자기 입술로 콱 막아버렸다.

    “읍읍, 야, 뭐하는 거야. 대낮부터…….”

    “아이 참, 좋으면서 왜 그래? 그냥 좀 닥치고 있어.”

    소울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손에 등 떠밀려 방으로 들어갔다.

    유정아는 갑자기 뭔가 제대로 발동이 걸린 듯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어던지더니 이내 소울이 입고 있는 전투슈트를 거칠게 벗겨왔다.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뭔가를 뜨겁게 갈망하는 눈동자를 한 나신의 유정아가 자신의 몸 위에서 육탄공세를 하자 소울은 한순간에 무장해제가 되어 버리고 그녀에게 점령되고 말았다.

    점령군은 거칠고 뜨거웠다. 광폭하게 상대를 유린하며 조금의 용서도 없이 순수한 욕망을 절절히 풀어댔다.

    마침내 거대한 욕망의 화산이 분출하자 양측은 큰 함성과 함께 축 늘어져 버렸다.

    “하악 하악…….”

    “헉헉헉…….”

    유정아가 그의 품에 안겨 눈을 지그시 감고 숨을 몰아쉬자 소울도 눈을 감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잠시 그렇게 호흡을 조절하던 그들은 동시에 눈을 뜨더니 서로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맞춤을 했다.

    “너 요새 잘나가나보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네 몸에서 다른 여자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뭐라고? 그, 그런…….”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사실 그녀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에서 정곡을 찔리자 그는 단박에 무너져 뭐라고 변명할 말을 찾지 못했다.

    “호호호, 그렇게 얼빠진 표정 지을 필요 없어. 그런데 누구야? 예뻐? 나보다 더 괜찮은 여자야?”

    “너처럼 예쁜 여자는 사실 방송국이 아니고선 찾기 힘들지. 괜찮은 여자들이야.”

    “여자들이라고? 그럼 한명이 아니란 말이야?”

    “그래. 둘이다. 왜?”

    유정아가 살짝 흥분한 듯 눈을 크게 뜨자 소울은 오히려 뻔뻔한 얼굴로 당당하게 나갔다.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요염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와 야릇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잉, 자기는 참 능력도 좋네. 그 여자들은 누구야? 도대체 어떤 년들이야?”

    “네가 그렇게 함부로 말할 여자들이 아니야. 그리고 나도 지금 알아가고 있는 중이야.”

    “너 지금 하는 짓이 양다리라는 거 알아? 아니다. 나까지 합치면 세 다리나 걸치고 있는 셈이네? 조금 있으면 문어발 되겠다.”

    “거기에 네가 왜 들어가? 너와 나는 파트너라고 네가 먼저 그러지 않았어?”

    소울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유정아는 여전히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생각이야 변할 수도 있는 거지. 파트너 하다가 여보로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냐?”

    “너 장난치는 것 다 아니까, 이제 그만 하시지?”

    눈을 부라리며 말하자 유정아는 입맛을 다시며 얼굴 표정을 확 풀어버렸다. 과연 천의 얼굴을 가진 여우다웠다.

    “호호호, 알았어. 성질내기는……. 어쨌든 너 그렇게 양다리 하는 거 아니다. 여자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천벌 받아!”

    “휴우,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만난 지 얼마나 됐는데?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거야?”

    “아니, 아직 둘 다 사귀귀로 약속한 적은 없어.”

    “엥, 그럼 뭐야?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여자 친구도 아니라는 거잖아?”

    “뭐 일단은 그렇게 됐어.”

    “야! 그건 결국 아무사이도 아니라는 말이잖아? 그냥 원나잇스탠드네…….”

    유정아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다.

    “아니야. 그런 하룻밤의 불장난은 아니야. 의도적으로 동시에 만나려는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뿐이야.”

    “그럼 혹시 둘 다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응, 사실은 그게 문제야. 누구 하나를 선택하기가 좀 애매해.”

    “흐음, 역시 자기는 욕심쟁이였구나? 하긴 혈기 넘치는 나이에 열 여자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 그래도 하나씩 사귀는 게 좋아. 그러다 뒤통수 맞으면 졸라 아파!”

    “나도 어제까지는 마음이 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둘 다 비슷한 비중이 되어버렸어. 이렇게 마음이 변하게 될지는 사실 나도 미처 몰랐어.”

    “헷갈리면 그냥 일단 가만히 두고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 하지만 정식으로 사귀려면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너와 그녀들 모두에게 좋다는 것만 알아둬!”

    “알았어. 나도 며칠 안에 확실하게 결정할거야. 네 조언은 고맙게 받을게.”

    소울은 유정아의 말이 왠지 깊이 가슴에 다가왔다. 자신을 위해 조언을 해주는 것을 보니 그녀와 최소한 여자사람 친구 사이는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만,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우리 자기가 여자 친구 만들면 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거잖아? 안 돼! 사귀지마! 그냥 두 년 모두 나한테 데리고 와! 내가 확실하게 망가뜨려서 너의 하렘을 만들어 줄게.”

    “야! 너 미쳤어? 진정해!”

    “응? 그런가? 내가 순간 너무 흥분했나? 헤헤!”

    소울은 유정아가 장난을 치는 건지 아니면 언중유골이라고 말속에 진짜 진심을 담은 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혹시 우정보다는 가깝고 사랑보다는 멀다는 그 애매모호한 썸이라는 것을 타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유정아의 눈빛이 정윤이나 고하라의 눈빛과 가끔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박은영도 저런 눈빛을 하고서 나를 쳐다봤던 것 같은데…….’

    소울이 유정아를 지그시 쳐다보자 유정아는 눈을 몇 번 깜빡이다 살짝 고개를 돌리며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홱 돌리더니 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자기 혹시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어?”

    “아! 맞다. 할 말 있어.”

    “그게 뭔데?”

    유정아가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기대 섞인 눈빛을 했다.

    “나 무기를 바꿔야 할 것 같아.”

    “에이 씨! 무기 얘기였어?”

    “응.”

    그녀는 잔뜩 실망했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보이며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소울은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굳세게 자신이 원하는 무기를 말했다.

    “배럿 사(社)에서 만든 M107A1 대물저격총 2세트 구해줘!”

    “대물저격총은 왜? 너 설마 그걸 가지고 강남필드에 들어가서 쓰려는 거야?”

    “응, 전용소음기(QDL Suppressor)와 스코프 그리고 액세서리 일체도 필요해. 내가 괜히 세트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지?”

    유정아의 눈빛이 순간 냉정하게 바뀌며 그의 몸 위로 성큼 올라왔다. 어느새 그녀는 차갑고 도도한 유정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고 있는 소울은 아무리 그녀가 도도한 표정을 하고 있어도 무섭지 않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새하얗고 풍만한 가슴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습에 그저 심장만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지독히도 예쁜 모습이네. 내가 평생 정아의 모습을 잊고 살 수 있을까?’

    소울은 갑자기 드는 엉뚱한 생각에 당황했다. 하지만 다행히 유정아가 그의 이런 혼란스러움을 한방에 해결해줬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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