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39화 (139/492)
  • 00139  제 35 장 오빤! 소환스타일!  =========================================================================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평생을 E급 소환계 능력자로 살아가야하는 내가 고위급 능력자의 삶을 바라보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D급이나 C급까지는 문제없을 것 같고, 잘하면 진정한 고위급 능력자의 세계인 B급이나 A급이 될지도 몰라. 아니야. 어쩌면 꿈에서도 감히 생각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S급 능력자가 될 수 있을지도…….’

    소울은 잠시 꿈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흔들며 제정신을 차렸다.

    ‘S급은 지랄, 오르지 못할 나무라면 잘 보면서 사다리를 올려야지. 무턱대고 높은 곳만 쳐다보고 올라가단 나중에 떨어질 때 많이 아파. 일단 목표는 중급 능력자인 D급과 C급을 노려보기로 하자. 중급 능력자만 되도 한 달에 버는 수입이 수십억에서 수백억은 된다고 했어.’

    그는 빠르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라펠을 쳐다봤다.

    “좋습니다. 라펠이 원하는 데로 해드리지요.”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절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펠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진정한 소환사가 되는 것은 그의 일생일대의 꿈이었다. 이제 그 꿈이 소울을 통해서 현실화 되려고 하고 있었다.

    소울은 라펠이 웃는 모습을 보니 자기도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그의 이름을 보조 보고자로 올리는 것은 그에게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어차피 울프리나와 옥사나도 보조 보고자로 올리기로 마음먹었으니 보조 보고자 자리에 라펠 이름 하나 더 집어넣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하지만 라펠은 소울의 승낙에 크게 고무됐다. 그래서 소울을 돕기 위해 자신의 전력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그는 소울의 사냥 스타일에 대한 언급을 시작했다.

    소울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제가 지금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겁니까?”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환사로써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소환사가 되는 것입니까?”

    소울은 라펠의 조언을 들을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었다. 소환이론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가 바로 라펠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초보 소환사나 마찬가지인 자신이 라펠에게 이런 금쪽같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크나큰 행운이었다.

    “마나회로를 얻기만 하면 사실 이런 모든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만, 그건 지금 당장 불가능하니 차선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소울 능력자에게는 차선책이 바로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차선책이 최선의 방법이 된다고요?”

    “그렇습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소환수를 소환하는 겁니다. 그것도 몸빵을 할 수 있는 튼튼한 물리 방어용 소환수를 소환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의 기억은 아직 아무에게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었다. 당연히 소울이 이미 푸티나라는 소환수를 소환한 것을 라펠은 모르고 있었다.

    일단은 그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어떤 소환수가 좋을까요?”

    “음,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생각에 달렸습니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사용하고 계시는 소환마법진을 바꿔야 합니다.”

    “초 간단 소환마법진 말입니까?”

    “네, 탄탈라스가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한 초 간단 소환마법진은 소환력이 거의 없는 사람을 위해 개발한 것입니다. 이미 E급 소환계 능력자로 인정을 받은 이소울 능력자께서 사용하실만한 소환마법진이 아닙니다. 소환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말이지요.”

    “진짜요?”

    “네, 정말입니다. 초 간단 소환마법진은 이제 F급 소환계 능력자들에게나 던져 주십시오. 대신 제가 이소울 능력자를 위해서 새로운 소환마법진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소울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번갯불이 자신의 머리통을 훅 지지고 도망가는 느낌을 받았다.

    ‘엥! 초 간단 소환마법진을 F급 소환계 능력자들에게나 던져주라고? 가만, 이거 좋은 아이디어인데? 예전의 나처럼 소환력이 별 볼일 없어서 제대로 된 소환수도 하나 소환하지 못하고 지내는 F급 소환계 능력자가 나 말고도 분명히 더 있을 거야. 국내라면 수십 명은 될 테고 해외의 능력자까지 합치면 수백, 아니 수천 명은 될 거야. 초 간단 소환마법진으로 소환수를 얻게 해주고 돈을 받으면 이거 제법 장사가 되겠는데…….’

    라펠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울의 얼굴빛을 보고는 잠시 기다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소울은 라펠이 기대하는 그런 고민과 결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금 어떻게 하면 이 초 간단 소환마법진을 이용해 떼돈을 벌까 궁리 중이었던 것이다.

    ‘아냐. 그냥 돈만 받고 끝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야. 뭔가 지속적으로 우려먹을 아이디어가 필요해.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할까? 아! 길드! 그래 바로 그거야. 소환길드를 만든 다음 모두 길드에 들게 하는 거야. 난 소환길드 길드장이 되고 저들은 내 길드원이 되면 소환계 능력자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어. 뭉치면 뭐든 힘이 될 수 있지. 이거 전혀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대박을 치는 아이템 하나가 뚝 떨어졌네.’

    소울은 일단 자신의 이 좋은 아이디어를 기억 속에 잘 담아두기로 했다.

    지금 급한 일은 그것보다 눈앞의 라펠의 조언을 듣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생각할 것이 좀 있다 보니…….”

    “아닙니다. 그렇게 충분히 생각을 하고 움직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법사는 준비하는 자라고 합니다만 소환사도 그에 못지않게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부류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준비하는 자가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이렇게 말이 잘 통하니 아주 예감이 좋습니다.”

    라펠은 한차례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진지한 모드로 들어갔다.

    “초 간단 소환마법진 대신 그럼 어떤 것을 쓰라는 말입니까?”

    “제가 개발해놓은 소환진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하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탄탈라스의 초 간단 소환마법진에 비교해서 조금 복잡하지만 효과 하나는 확실합니다.”

    “그럼 그것을 일단 라펠소환진이라고 부르기로 하죠. 라펠소환진을 통해 소환수를 소환한 다음에는 어떻게 하죠?”

    “몸빵이 되는 소환수를 소환했으면 이제 소환수를 이용해 사냥을 하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소환수를 몬스터에게 보내서 어그로(aggressive)를 끌고 뒤에서 저격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환계 능력자는 강화계 능력자와는 많이 다르니 직접적인 전투는 가급적 피해야 합니다. 다행히 이소울 능력자께서는 쉐도우 스텝이라는 좋은 스킬이 있으시니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치면 됩니다.”

    “흐음,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3연발 쇠뇌는 사정거리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파괴력도 낮고요.”

    “저는 쇠뇌를 쓰라고 한 적 없습니다. 저격을 하라고 했지요.”

    “네?”

    “지구에는 훌륭한 저격무기가 있지 않습니까? 대물저격총이라는…….”

    “아! 대물저격총!”

    소울은 그제야 라펠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곧바로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대물저격총이 사거리도 길고 파괴력도 좋지만 소음이 심하고 중형 몬스터에게는 생체실드 같은 것이 있어서 한 방에 저격하기는 곤란하지 않습니까?”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지구인이 만든 대물저격총은 아주 훌륭한 저격무기입니다. 우리 루크푸르트 행성에도 대물저격총과 매우 비슷한 것이 있는데 몬스터 사냥에 아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겁니까?”

    “특별한 방법이라니요? 그런 것 없습니다. 대물저격총에 소음기를 달고 쏘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래도 소음이 심하다면 대물저격총에 사일런스 마법진을 인챈트하면 되겠네요. 가지고 다니기 좀 무겁다고 생각하시면 중량감소 마법진을 인챈트 해도 되고요.”

    “그럼 중형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생체실드를 뚫는 것은요?”

    “그거야 생체실드를 중화시키는 총알을 만들어 쓰면 되지 않습니까? 지구에서 쓰는 대물저격총 총알에다가 몬스터의 뼈와 마석가루를 조금만 섞으면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제조방법을 아세요?”

    “물론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지요? 루크푸르트 행성에서도 대물저격총과 비슷한 무기가 있다고요.”

    “그렇군요. 그럼 혹시 사일런스 마법진과 중량감소 마법진도 알고 있습니까?”

    “부여마법은 제가 취미로 배워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여마법은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 어렵지 사실 그리 복잡하거나 어려운 마법분야가 아닙니다.”

    “아!”

    소울은 그의 말을 듣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그동안 너무 고정관념이란 틀에 박혀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의 발상의 전환만으로도 능력자로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배럿 M107A1 대물저격총에다 전용 소음기를 달고 사일런스 마법진을 인챈트 하면 3연발 쇠뇌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겠구나. 생체실드를 중화시키는 총알까지 만들어 사용하면 중형몬스터도 잘하면 한두 방에 잡을 수 있겠지? 내가 왜 여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정말 괜찮은 방법 같았다.

    이미 푸티나가 제법 힘이 센 녀석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굳이 또 따로 몸빵 소환수를 소환할 필요는 없었다.

    ‘아니야. 그래도 라펠소환진을 이용해 소환수 하나 정도는 더 소환해봐야 해. 얼마나 다르고 효율인지 확인도 해야 하잖아.’

    소울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라펠에게 1:1 개인지도로 라펠소환진을 그리는 법을 배웠다.

    과연 전문가답게 소울이 이해하기 쉽도록 요점만 콕콕 찍어서 가르쳐줘서 생각보다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소울넷을 통해 알찬 시간을 보낸 소울은 즐거운 마음으로 라펠을 환송하고 소울넷 접속을 해제했다.

    눈을 감는 그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꿈과 희망이 가득했다.

    * * * * *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한차례 격전을 치는 소울과 고하라는 호텔 콘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통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각각 주문했다.

    아침에 입으려고 보니 가고일의 몸에서 나온 피와 돌가루로 인해 도저히 다시 옷을 입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호텔 뷔페로 나와 아침을 먹었다.

    이제는 누가 봐도 연인처럼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외국인들조차 부럽다는 눈길을 보냈다.

    소울은 고하라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얼굴과 몸매가 되니 뭐를 입어도 잘 어울렸다.

    각자의 짐을 쇼핑백에 챙긴 그들은 체크아웃을 하고 택시를 탔다.

    고하라가 살고 있는 방배동까지 가는 동안 소울과 고하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창문만 쳐다봐야했다.

    어제 일어난 가고일 전단의 공습으로 인해 서울시의 피해가 생각보다 컸던 것이다.

    비록 건물이 무너지거나 박살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곳곳에서 어제의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소울은 택시기사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잠시 차 밖으로 나왔다.

    “소울 씨, 어제부터 오늘까지 정말 고맙고 즐거웠어요.”

    “천만에요. 저도 즐거웠어요.”

    고하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소울의 품에 덥석 안겼다.

    따뜻하고 풍만한 그녀의 몸이 자신의 가슴을 압박하자 소울도 그녀를 꼭 한번 안아줬다.

    고하라는 아쉽다는 듯 쉽게 그의 품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집 앞에서 언제까지 소울의 품에 안겨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며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소울 씨! 꼭 전화주세요.”

    “네, 들어가서 푹 쉬어요.”

    그녀가 현관문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소울은 고개를 살짝 위로 들어 그녀의 집을 살펴봤다.

    ‘고래 등 같은 집에서 사네? 고하라의 부모님이 누군지 모르지만 보통사람은 아니겠구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위축이 됐다.

    택시를 타고 신사동에 있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오는 동안 그는 고하라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아니 사실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정윤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골치가 아팠다.

    ‘여자가 둘만 되도 이렇게 머리가 아프구나. 그런데 세 명, 네 명은 어떻게 만나지?’

    소울은 유정아까지 계산하면 자신도 셋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의 계산법에는 유정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마음속에 유정아는 파트너 또는 섹파(섹스파트너)로 확실히 인식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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