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37화 (137/492)

00137  제 35 장 오빤! 소환스타일!  =========================================================================

아직도 서울특별시의 하늘은 특별하게도 조명탄으로 인해 대낮처럼 밝혀져 있었다.

자주대공포와 중기관총의 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졌고 사방에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고막을 괴롭혔다.

“이 상태로 집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그러게 말이에요. 잠깐 전화 좀 할게요.”

“네.”

고하라는 소울과 몇 발짝 떨어져서 누군가와 전화를 시작했다.

소울은 굳이 들으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F급 강화계 능력자에 육박하는 몸이 된 상태라 저절로 통화하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고하라는 그녀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집으로 택시를 타고 바로 들어가겠다는 고하라의 말에 그녀의 어머니는 지금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격렬하게 말리셨다.

차라리 근처에 있는 특급호텔로 들어가 커튼을 닫고 숨어 있는 것이 좋겠다는 현실적인 제안에 고하라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울 씨!”

“전화통화 끝났어요?”

“네, 사실은 엄마하고 전화통화를 했는데 지금 택시타고 들어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시네요. 차라리 호텔에 가서 커튼을 닫고 하룻밤 숨어 있으라는데요?”

“네?”

소울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살짝 놀란 척을 했다.

‘이거 오늘도 여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것 아니야? 나하고 같이 특급호텔로 가자는 말이잖아?’

그는 시치미를 뚝 떼고는 과장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사실은 그게 현실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지금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주 위험해요. 가까운 호텔로 가도록 하죠.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당연히 남자가 에스코트 해드려야지요.”

소울은 일단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가까운 호텔을 검색했다. 다행히 현재위치에서 직선으로 1km 서쪽에 특급호텔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라 씨, 여기서 15분만 서쪽으로 걸어가면 코란드 호텔이 있어요. 특급호텔이라는데 거기로 가실래요?”

“네.”

고하라는 소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소울은 즉시 코란드 호텔로 전화를 걸어서 호텔방을 예약했다.

“네? 스위트룸 밖에 남는 방이 없다고요?”

“괜찮아요. 그걸로 예약해요.”

의외의 복병이 튀어나왔으나 고하라의 한마디 말에 가볍게 해결됐다.

“네, 그럼 그걸로 예약해주세요.”

소울은 고하라가 내미는 신용카드를 들고 하룻밤에 38만원이 넘는다는 그랜드 킹 스위트를 예약했다.

호텔방을 예약하고 나자 어느새 눈앞에 5호선 여의나루역이 보였다.

여의동로에서 여의나루로로 좌회전을 해서 걸어가자 가로수가 울창해서 그런지 길이 상당히 어두웠다.

조명탄이 터지고, 총소리가 나고, 가고일들이 날아다니며, 길까지 어둡기만 하자 고하라는 자신도 모르게 겁이 났는지 소울의 몸에 바짝 붙었다.

“왜요? 추워요?”

“아니요. 조금 무서워요.”

“그렇군요.”

여자가 무섭다는데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도 바보짓 같아 소울은 고하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몸 쪽으로 바짝 끌어안았다.

단단한 근육과 온기가 있는 소울의 몸에 붙어서 걷자 살짝 떨리던 고하라의 몸이 조금씩 풀렸다.

무엇보다도 가고일을 순식간에 해치우는 소울의 모습이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생생했다.

그래서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두려움은 멀리 사라져가고 있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워가는 것은 묘한 흥분과 기대였다.

‘같이 있어 달라고 해볼까? 아니면 그냥 보내야 하나?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어떻게 그와 내가 호텔방을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겠어?’

젊고 아름답고 건강한 고하라는 그만큼 몸도 뜨거웠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지 벌써 2년이나 지났다. 스스로 뜨거운 몸을 위로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실 알게 모르게 욕구불만이 상당하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몸을 굴리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라면 모를까 아무하고나 즐길 정도로 개방적이진 않았다.

‘소울 씨는 내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야. 조선시대에는 생명의 은인에게 시집도 갔다던데……. 하룻밤 그와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어머! 내가 미쳤나? 갑자기 왜 이런 상상을 하는 거야? 소울 씨와 그렇고 그런 일을 할 생각을 하다니…….’

고하라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자신의 얼굴이 보기 좋게 발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의 팔뚝에 기대어 숨을 쌕쌕거리며 몰아쉬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아무 말도 없이 걸어 가다보니 어느새 코란드 호텔이 눈앞에 나타났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더니 정문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호텔 프런트 앞에 소울이 서자 고하라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과 카드로 예약된 그랜드 킹 스위트룸의 카드키를 받더니 슬며시 소울의 팔을 끌어당겨 위로 올라가는 승강기 앞에 섰다.

소울은 뭐라고 해야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사실은 모두 쓸데없는 잡생각에 불과했다.

젊고 건강한 남녀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죽음의 위기 속을 함께 했다. 거기에다 두 사람이 서로를 원하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띵!

승강기의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서로의 손을 잡고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걸어갔다.

스위트룸 앞에 도착하자 고하라가 살짝 그의 눈치를 보더니 카드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울은 순간 갈등에 휩싸였다. 자꾸 정윤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사귀자고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윤이가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문을 사이에 두고 두 남녀의 눈이 마주쳤다.

고하라는 소울이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자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확 들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뇌리에 정윤이와 채희라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여자의 직감은 무섭다.

그녀는 소울이 지금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 중이라는 눈치 챘다.

고하라는 두 번이나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듬직한 소울을 그냥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늘 그를 그냥 돌려보내면 나중에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들어와서 샤워라도 하고 가세요. 온몸에 먼지와 피 같은 게 잔뜩 묻어 있네요.”

“아!”

결국 고하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처녀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강하게 잡아당긴 것은 아니었는데, 소울은 자신이 몇 초 사이에 필사적으로 했던 갈등이 무색하게 너무나도 쉽게 방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녀가 하룻밤 같이 있자고 했다면 거절이라도 하겠는데, 몸에 묻은 먼지와 몬스터의 피 때문에 샤워나 하고 가라고 하니 거절할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아니 사실은 소울도 그녀와 같이 있고 싶었다.

다만 정윤이에 대한 의무감이나 죄책감 같은 것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방에 들어오기 전의 마음은 이미 홀라당 날아가 버리고, 일단 방안에 들어오자 오히려 묘한 흥분과 기대에 휩싸였다.

“그럼 먼저 씻을게요.”

“네.”

고하라는 소울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먼저 씻겠다는 말이 그 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꾸 야릇한 생각을 나게 하는 것이다.

소울은 욕실 앞 테이블에 전투헬멧을 내려놓고 전투슈트와 전투화를 벗었다.

고하라가 말한 대로 정말 몬스터의 녹색 피와 체액 그리고 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는 욕실 안으로 들어가 몸에 딱 붙는 하얀 티셔츠와 팬티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 놓았다.

쏴아아아아아아…….

뜨거운 물이 정수리에서 시작하여 온몸을 때리며 아래로 흘러내리자 소울은 그만 긴장이 탁 풀리며 몸이 녹아나는 기분이 들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몬스터와 전투를 하고 난 후에는 이렇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해주는 것이 좋았다. 긴장된 근육이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절로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소울은 샴푸와 린스를 한꺼번에 머리에다 짜고는 마구 손으로 비볐다. 순식간에 하얀 거품이 왕창일어나 그의 눈과 얼굴을 가렸다.

그는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부르며 손가락을 세워 열심히 머리를 긁어댔다.

손톱과 손가락 끝이 자신의 머리 곳곳을 마사지하듯 긁어대자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샤워기의 물을 틀어 한차례 깨끗이 거품을 씻어내자 이번에는 샤워 볼에 샤워 젤을 듬뿍 뿌리고 마구 쥐어짰다. 그러자 역시 하얀 거품이 빠르게 올라왔다.

그는 어깨에서부터 팔다리, 가슴, 사타구니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닦아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가 봐도 소울은 샤워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욕실의 문이 열리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고하라가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

“어?”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홀딱 벗고 욕실로 쳐들어올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고하라는 그의 표정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곧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그에게 다가와 샤워 볼을 빼앗아 들었다.

“등 밀어드리려고요.”

“아! 네.”

소울은 그녀의 손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리고 벽을 마주봐야했다.

사악 사악 사악…….

손이 닿지 않는 등을 닦아주는 것은 참 시원하다. 하지만 이태리타올로 때를 박박 밀어주는 것도 아니고 샤워 볼로 거품을 묻혀 등을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은 오히려 애무하는 것보다 더욱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고하라도 등만 닦아주려고 했다. 아니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들어왔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알몸을 몽땅 보여준 채 그냥 등만 밀다 밖으로 나가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소울의 탄탄한 근육으로 덮인 몸을 보니 절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벌써부터 사타구니 사이가 간질거렸다.

“이제 샤워기를 틀게요.”

“네.”

쏴아아아아아…….

미지근한 물이 세차게 떨어져 내리자 소울은 자신의 머리와 몸에 묻은 거품들을 깨끗하게 걷어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쿵!

소울은 순간 심장이 떨어져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바로 옆에서 고하라가 샤워기의 물을 맞으면서 뜨거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가슴으로 내려갔다.

이미 탈 아시아권을 지나 남미의 글래머 미녀들을 육박하는 훌륭한 가슴이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떨어대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더 내리자 두 개의 커다란 봉우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탄탄한 복근을 따라 잘 정리된 방초를 흠뻑 적시고 대리석 같은 매끄러운 두 기둥을 따라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꿀꺽!

그는 절로 침을 삼켰다. 그리고 자신의 분신이 힘차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울이 살짝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자 고하라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시선을 아래로 내려 그의 당당한 분신을 쳐다봤다.

눈동자가 살짝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은 착각이었을까?

고하라는 잠시 망설이더니 가만히 손을 뻗어 그의 분신을 쓰다듬었다. 순간 소울은 등골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저 머리 좀 감겨주세요.”

“네? 아! 네.”

소울은 고하라의 뜻밖의 요구에 얼른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의 머리 위에 샴푸를 부었다.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를 비벼주자 금세 거품이 일어났다.

그녀는 부드럽게 그의 분신을 쓰다듬으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그가 자신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소울의 눈에는 그렇게 야하고 섹시할 수가 없었다.

소울은 그녀의 머리를 샴푸로 감겨주고 나서 린스까지 해줬다. 그리고는 내친 김에 샤워 젤을 자신의 두 손에 뿌리고 그녀의 등을 비벼줬다. 자신의 등을 닦아줬으니 당연히 자신도 그녀의 등을 닦아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슬쩍 그녀를 쳐다보자 여전히 자신의 분신을 부드럽게 쓰다듬고만 있었다.

그는 묘한 기분이 들어서 등을 닦아준 후 그녀의 엉덩이까지 부드럽게 문질렀다.

샤워 젤로 인해 그녀의 엉덩이는 아주 미끄러웠는데 탱탱한 엉덩이의 살이 두 손 가득 잡히자 절로 분신에 힘이 빡 들어갔다.

“아음!”

순간 고하라가 그의 분신을 꼭 잡으며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자 뭔가 느낌이 온 모양이었다.

소울은 참을 수 없어서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의 입술에 막 키스를 하려는 순간, 뭔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시 몸을 세웠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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