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5 제 34 장 - 가고일의 공습 =========================================================================
순식간에 두 마리의 가고일이 쓰러지자 남은 두 마리가 일제히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아올랐다. 뭔가 불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토마호크, 까망이, 돌아와라!]
하지만 소울에게는 토마호크와 까망이를 순간적으로 자신의 손안으로 불러들이는 사기 같은 스킬이 존재했다.
소울은 토마호크가 손에 잡히자마자 곧바로 날아오르려는 가고일에게 집어 던지고 이어 까망이를 이미 날아올라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가고일을 향해 집어 던졌다.
휙! 퍽!
휙!
토마호크는 제대로 날아가 가고일의 배를 뚫고 들어가 박혔다. 배가 뚫린 가고일은 힘을 잃고 배 위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까망이는 급히 날갯짓을 한 가고일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다.
[안 돼! 돌아라! 크게 회전해라.]
소울은 빗나간 까망이가 유턴해서 돌아가기를 염원했다.
순간 까망이의 몸이 날카로운 부메랑으로 변하더니 허공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가고일을 향해 날아올라갔다.
놀랍게도 날아가는 까망이의 몸이 부메랑에서 다시 날카로운 단창으로 변해있었다.
소울의 눈에 자신과 까망이가 희미한 빛을 내는 실 같은 것에 의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소울과 까망이가 이어진 영적인 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자!’
소울은 즉시 자신의 힘을 까망이에게 집어넣겠다는 맹랑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생각을 하는 순간, 자신의 몸에서 뭔가가 쑥 빠져나가더니 빛을 내는 실을 따라 쏜살같이 까망이에게 전해졌다.
휙! 팍!
놀랍게도 까망이는 도망가는 가고일의 뒤통수를 단번에 관통해버리고도 힘이 남아 한강 위의 밤하늘을 유영했다.
그러자 뒤통수가 뚫린 가고일이 힘을 잃고 그대로 강물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풍덩!
[까망아, 돌아와!]
소울은 까망이를 소환했다. 그러자 까망이가 곧바로 자신의 손 위에 나타났다.
[잘했다.]
[규!]
[그래. 규 다! 하하하…….]
소울은 까망이의 머리를 엄지손가락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까망이도 소울이 자신에게 순간적으로 힘을 나눠줘서 더 멀리, 더 강력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때였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손가락 한 뼘밖에 안 되는 푸티나가 꼬물꼬물 기어 나오더니 밖으로 휙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열심히 달려가 쓰러진 가고일의 가슴위로 뛰어 오르고는 소울을 쳐다보며 소리를 냈다.
“낑 끼깅, 낑 끼깅…….”
소울은 얼른 가고일에게 다가가 푸티나를 쳐다보면서 까망이에게 물었다.
[까망아, 혹시 푸티나가 가고일의 사체를 먹으려는 거니?]
[규!]
[그렇구나. 그럼 허락한다고 해.]
[규! 규규!]
까망이는 대답을 하고나자 그의 몸에서 즉시 뛰어내려 푸티나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몸을 가고일 쪽으로 밀면서 뭐라고 열심히 중얼거렸다.
모르긴 해도 어서 먹으라는 소리가 아닐까 싶었다.
소울에게 허락을 받자 푸티나는 즉시 가고일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한 뼘 밖에 안 되는 푸티나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몸속으로 파고 들어갔네? 어떻게 하려는 거지? 혹시 마석을 먹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는 혹시나 가고일에게서 쓸 만한 마석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까망이에게 명령을 내렸다.
[까망아, 가고일에게서 마석을 모두 수거해와!]
[규!]
소울의 말에 까망이는 즉시 죽은 가고일의 사체들을 한 번씩 확인하고는 돌아왔다.
[이런, 혹시 꽝인 거야?]
[규!]
마석이라는 것이 몬스터를 잡으면 100%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가끔은 이렇게 꽝일 때가 있었다.
소울은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최소한 푸티나가 지금 가고일의 마석을 먹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하늘로 돌렸다. 동시에 까망이도 그의 어깨로 올라오더니 소리쳤다.
[온다. 조금 온다.]
[그래, 가고일 편대가 하나 더 오는 것 같네.]
소울은 토마호크를 도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까망이를 집어 들었다.
[까망아, 공 모양보다는 투척무기가 좋겠어. 비수의 모양으로 변하도록 해.]
[규!]
까망이가 즉시 비수의 모습으로 자신의 몸을 변화시켰다. 그러자 소울은 비수로 변한 까망이를 단단히 잡고는 창가 모서리로 다시 한 번 몸을 숨겼다.
이번에는 까망이만을 이용해 가고일 편대를 잡을 생각이었다.
‘토마호크를 던지고 다시 까망이를 던지는 것보다는 까망이를 조정하는 것이 훨씬 쉽다. 기운이 부족하면 내 기운을 조금 나눠주면 될 거야. 그런데 지금 내가 나눠주고 있는 이 기운의 정체는 뭘까? 주술력일까? 정령력일까? 아니면 소환력일까?’
그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주술력, 정령력, 소환력이 섞인 어떤 영적인 힘의 일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냥 귀찮은데, 스피릿파워 라고 생각하자.’
머릿속의 잡념을 떨쳐내자 가고일 편대가 날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에도 네 마리가 내려오는 것을 보니 1개 편대는 네 마리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자 고하라가 테이블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을 향해 주먹을 꼭 쥐고 입모양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그 귀여운 모습에 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누군가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모습이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지킬게 없을 때는 마음 편하게 싸웠는데 지킬 것이 있다고 생각하니 신경이 절로 분산됐기 때문이다.
캬아오오오 캬오오오오…….
펄럭 펄럭 펄럭…….
날카로운 가고일의 포효와 함께 날개를 펄럭대며 유람산 위로 내려앉는 소리가 들렸다.
소울은 살짝 고개를 빼서 가고일 네 마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정확히 그를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소울은 할리우드의 매력적인 여배우가 주연으로 나와 총알을 휘게 만들어 원형으로 모인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장면에 여배우 대신 자신이 들어가고 총알 대신 까망이를 집어넣었다.
당연히 악당들은 가고일로 바꿨다.
[까망아, 가라!]
[규!]
소울은 한쪽 몸을 바깥쪽으로 빼면서 오른손에 스냅을 줘서 까망이를 집어 던졌다.
날카로운 비수모양의 까망이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휙!
순간 소울은 주변의 사물이 조금씩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그것은 분명 착각이 아니었다. 확실히 세상이 느려지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TV에서 영화를 보다가 리모컨을 이용해 슬로우비디오(slow video) 모드를 켰을 때처럼 동작이 느려지고 있었다.
소울은 이런 현상을 분명하게 인식하고는 신기해했다. 하지만 당장은 전투중이라 날아가는 까망이에게 더욱 정신을 집중해서 그와의 교감을 극대화시켰다.
그러자 아까 봤던 자신과 까망이 사이에 연결된 희미하게 빛나는 선이 다시 보였다.
‘이게 또 보이네. 기운을 조금 불어넣어줘야겠다.’
이미 한번 해본 일이라 자신의 스피릿파워를 넣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소울의 기운이 까망이와 연결된 선을 따라 흘러들어가자 까망이의 움직임이 더욱 부드러워지고 힘이 넘쳐흘렀다.
소울은 까망이와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주술환 모환을 먹은 소울은 주술환 자환을 흡수한 까망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바로 거리와 속도라는 한계였다.
반경 10m 이내에는 그나마 움직임도 자유롭고 속도도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가면 급격히 컨트롤이 무너졌다. 속도는 말할 것도 없이 굼벵이 느림보가 되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소울이 원거리에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직접 까망이를 손에 들고 던져야했다. 자신이 1차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주고 그 힘에 더해 까망이가 2차적으로 속도를 더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공격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일어난 현상을 통해, 소울은 까망이에게 스피릿파워를 전해주면 그런 제약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경 10m 이내의 유효사거리가 반경 20m 정도로 늘어난 것 같은 효과를 지니게 됐다.
만약 그가 더욱 강력한 스피릿파워를 지원하면 아마 이 유효사거리는 더욱 비약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고일 편대가 배 위에 내려서는 순간을 노리고 기습적으로 들어온 소울의 공격은 까망이가 맨 우측에서 내려선 가고일의 가슴을 뚫을 때까지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카악!
손가락 굵기 만한 크기로 가슴이 뚫린 가고일이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지는 순간 이미 까망이는 우측 두 번째 가고일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동료의 비명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우측 두 번째 가고일은 순간 뭔가가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얼핏 눈으로 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운이 좋아서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운은 그의 생명까지 지켜주지는 못했다
카아악!
순식간에 파고들어 가슴을 뚫어버리고 지나간 까망이로 인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자 세 번째 가고일이 다시 옆으로 고개를 들어 살펴봤다.
그 순간 이미 까망이는 세 번째 가고일의 가슴을 여지없이 뚫어버리고 등을 뚫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컥!
마지막 가고일의 운명도 다른 가고일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맨 우측의 가고일이 지르는 비명을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가고일을 쳐다보고, 마지막에 가슴이 뚫려 최후로 비명을 질렀다는 것을 제외하면 똑같은 죽음의 패턴이었다.
카아아아악!
역시 마지막 가고일답게 비명소리가 길고 힘찼다.
털썩!
네 마리의 가고일이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지자 소울의 손에 까망이가 돌아와 있었다. 그제야 소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까망아! 우리가 해냈다.]
[규! 규규! 해냈다.]
놀랍게도 소울은 고블린, 오크 같은 F급 최하급 몬스터도 아니고 E급 하급 몬스터로 분류된 가고일 네 마리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모두 잡아버렸다.
소울은 자신이 해내고도 믿어지지 않은지 주먹을 꼭 쥐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가고일이면 E급 하급 몬스터다. E급 소환계 능력자인 내가 가고일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네 마리나, 그것도 한 방에 몰살을 시키다니……. 이게 정말 E급 소환계 능력자의 위력이 맞는 거야?’
그의 마음속에서 원인모를 불신이 피어올랐다. 아직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그는 곧 악마같이 피어올라와 자신의 멘탈을 갉아먹으려는 불신의 모가지를 잡아 싸대기를 갈기고는 똥침을 찔러서 자신의 머릿속에서 쫓아내버렸다.
‘나도 이제 정말 능력자로구나. 어디 가서 무시를 당하고 살지는 않겠어. 푸하하하하!’
그는 갑자기 속에서 자신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다행히 그가 뒤로 돌아서 있어서 고하라를 비롯한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그를 보면 붉게 상기된 얼굴에 웃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
하지만 소울은 샴페인을 조금 일찍 터트린 감이 있었다.
[온다. 또 온다.]
[응?]
소울은 갑작스런 까망이의 말에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하늘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뭔가가 이리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방향이 일정치가 않았다.
‘설마 사방에서 일제히 공격을 해오는 거야?’
눈으로 보지 않으면 소울은 까망이도 토마호크도 컨트롤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 전쟁에서도 눈에 보이는 창보다 보이지 않게 날아오는 화살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아니 뒤에서 날아오는 놈은 사실 뭐든지 무섭고 치명적인 법이다.
예상치 못한 가고일의 움직임에 소울은 정신이 번쩍 났다.
[까망아, 원을 그리면서 돌아! 적이 다가오면 알아서 공격을 시작하도록 해!]
[규!]
소울은 까망이를 자신의 머리 위로 살짝 던졌다. 그리고는 아까처럼 까망이에게 집중해서 자신의 스피릿파워를 밀어줬다.
그러자 그를 기준으로 반경 10m 안을 돌고 있는 까망이의 움직임이 훨씬 강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눈으로 보는 듯, 까망이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토마호크를 꺼내 들었다.
그때였다. 사방에서 커다란 소음이 일어나며 동시에 가고일이 소울을 향해 돌진해왔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