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32화 (132/492)

00132  제 33 장 - 두 번째 소환수  =========================================================================

그는 자신의 손 안에서 꼬물거리는 아기 곰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꾸 낑낑 거리는 모습이 배가 고프다고 소리를 치는 것 같아 보이자 그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더니 밖으로 나와 부엌으로 걸어갔다.

냉장고를 열자 따지도 않은 우유팩이 하나 보였다.

그는 접시와 우유팩을 들고는 거실로 갔다.

테이블 위에 자신의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아기 곰을 올려놓고 우유팩을 따서 접시에 우유를 부었다.

아기 곰을 접시에 끌어다 놓자 킁킁 냄새를 맡더니 할짝할짝 핥아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정말 방송에서 봤던 아기 곰이 하는 짓과 비슷해 보이자 가슴속의 기대와 희망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빌어먹을, 이번 소환은 실패했구나. 그런데 저 아기 곰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설마 지구 어딘가에서 여기로 소환되어 온 것은 아니겠지? 에이, 마나집적진에 마나가 채워지면 다시 한 번 소환해봐야겠다.’

그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온몸에 힘이 쫙 빠져서 소파에 드러눕듯이 퍼져버렸다.

잠시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던 그는 슬쩍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 위에는 어느새 까망이가 올라가 있었다. 까망이는 아기 곰에게 다가가 옆에 딱 붙어서 뭐라고 소곤거리고 있었다.

“안녕! 동생! 안녕! 동생! 난 까망이, 넌 동생, 안녕…….”

그 모습에 소울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동생이 생길 거라고 잘 돌봐주라고 했더니 자신의 말을 그대로 잘 이행하고 있었다.

귀여운 까망이를 보자 그래도 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있는 노트북을 열어 ‘너입어’ 홈페이지로 들어가 아기 곰을 어떻게 키우는지 검색을 해봤다. 아기 곰을 키우는 것은 제법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한참 검색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눈에 밝은 광채가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새까만 아기 곰의 몸에서 연두색 광채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어?”

소울은 노트북을 옆으로 내려놓고 테이블 위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관찰했다.

“동생, 많이 먹어. 쑥쑥 큰다. 까망이 형, 좋다. 동생, 많이 먹어…….”

까망이가 계속 아기 곰 옆에서 속삭이고 있고 아기 곰은 연두색으로 보이는 뭔가를 냠냠 빨아먹고 있었다.

“까망아, 너 이 녀석한테 뭘 준거야?”

“네!”

“아니 대답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 녀석의 몸에서 왜 이런 광채가 나오는 거야? 너 혹시 뭐 준거 없어?”

“까망이, 동생 준다.”

“그러니까 뭘 줬다는 말이야?”

툭 데구루루루…….

소울이 까망이를 다그치자 까망이가 입에서 연두색의 구슬 같은 것을 하나 내뱉듯이 꺼내보였다.

“야! 이건 마석이잖아? 연두색이면 F급인데……. 설마 너 이걸 이놈 먹으라고 준거야?”

“네!”

까망이의 대답을 듣고 나자 소울은 갑자기 멍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아기 곰의 몸을 하고서 소환됐다고 해도, 이 아기 곰이 그냥 일반 곰에서 태어난 그 아기 곰 일리 없었다.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소환수가 분명했다.

그제야 소울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소울은 아기 곰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미안하다. 나는 네가 소환수가 아닌 줄 알았어. 이제 보니 너도 까망이와 같은 소환수가 분명하구나.”

“끼깅 끼깅!”

“아무래도 너도 까망이 같은 성장형 소환수인 것 같아. 참 이름을 지어줘야지?”

일단 소환수가 분명하니 아기 곰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멋진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 같았다.

“웅녀가 어떨까? 마늘 먹고 여인이 된 최초의 곰인데 말이야?”

“끼깅 낑!”

“뭐라고? 싫다는 거야? 그럼 웅순이는 어때?”

“끼깅 낑!”

“이것도 싫다고? 뭔가 촌스러워서 그러나? 그럼 푸티나는 어때? 아! 그래. 푸티나가 좋겠다. 앞으로 너의 이름은 푸티나야. 알겠지?”

“낑! 낑낑!”

화아아악!

아기 곰이 소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의 몸에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소울은 그 빛이 자신의 몸에 닿자 마치 빨려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이 아기 곰 소환수 아니 이제 푸티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자신의 두 번째 소환수와 뭔가 영적으로 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환한 빛이 사라지고 나자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었던 푸티나가 새까맣게 반짝거리는 눈을 깜빡거리며 소울을 향해 앞발을 허우적거렸다. 몸도 못 가누던 놈이 이제는 앉아 있기는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손을 흔들며 첫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푸티나, 안녕! 반갑다.”

“낑! 낑낑!”

대답을 하는 건지, 배고프다고 밥 달라고 하는 건지 모를 소리를 내는 푸티나를 보자 소울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것은 몰라도 엄청 귀엽긴 하네.’

접시를 보니 어느새 우유가 바닥을 긁고 있었다.

그는 우유팩을 들어 접시에 우유를 가득 부어주었다.

푸티나는 접시에 우유가 차가 즉시 고개를 접시에 처박고는 열심히 우유를 핥아댔다.

그때, 소울의 눈에 테이블 위에 놓인 연두색의 마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그동안 뭘 잊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아! 차원의 균열에 있을 때 모아놓았던 마석을 전부 까망이가 가지고 있었지? 내가 왜 이런 중요한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지?’

그는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한 대 쳤다. 그리곤 갑자기 로또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까망아! 네가 가지고 있는 마석 전부 이 테이블 위에다 꺼내놔! 하나도 숨기면 안 된다?”

“네!”

까망이는 왠지 대답에 힘이 없었다. 그에 반해 소울의 두 눈은 별빛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촤르르르르륵!

무려 100여개에 가까운 마석들이 테이블 위에 쏟아져 내리며 연두색, 녹색, 주황색으로 각각 반짝거리고 있었다.

소울은 일단 색깔별로 마석을 나눴다.

그러면서 푸티나를 쳐다봤다.

“까망아, 혹시 푸티나에게 이 연두색 마석을 먹여야 하는 거니?”

“네!”

“마석을 먹으면 성장하는 거야?”

“네!”

까망이의 말에 소울은 즉시 연두색으로 빛나는 F급 마석 중에 제일 빛이 약하고 작은 것들을 따로 몇 개 빼놓았다.

그리고는 정확하게 색깔별로 구분해 놓은 마석을 확인했다.

연두색이 60개, 녹색이 30개, 주황색이 무려 10개나 되었다.

연두색이 F급으로 100만원, 녹색이 E급으로 1000만원, 주황색이 D급으로 1억을 호가한다.

그냥 산술적으로 계산 해봐도 13억 6천만 원이나 되는 거금의 결정체였다.

소울은 속으로 생각해봤다.

연두색 50개를 까망이에게 주고 자신이 나머지를 가져가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까망이가 마석을 빨아 먹는 것을 본 이상 그건 좀 곤란했다.

괜히 쓸데없이 욕심을 부렸다가 까망이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까망아, 너 이 연두색 마석 말고 녹색 마석도 빨아 먹을 수 있니?”

“네!”

“그렇구나. 그럼 요새 연두색 마석을 빨아 먹니? 아니면 녹색 마석 빨아먹니?”

“이거!”

까망이가 가리키는 것은 연두색 마석이었다. 녹색을 빨아먹을 수는 있지만 뭔가 이유가 있는지 아직은 연두색 마석만을 빨아먹는다는 얘기다.

“그럼 이 주황색 마석은?”

“…….”

까망이는 소울을 쳐다보면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나름 욕심이 나서 대답을 못하는 모양이었다.

“주황색 마석은 아직 네가 빨아먹지 못하니까 일단 내가 가져갈게. 나중에 네가 주황색 마석이나 녹색 마석을 빨아먹게 되면 나눠주도록 할게. 알았지?”

“네!”

“그럼 우리 공평하게 반씩 나눠가지자. 알았지?”

“네!”

까망이는 소울의 말에 금방 설득 당했다. 주황색 마석을 당장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모두 흡수하지는 못한다. 지금은 연두색 마석을 빨아 먹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았다. 나중에 주황색 마석을 자신에게 준다고 했고 지금 눈앞의 마석을 반씩 똑같이 나누기로 했으니 까망이는 특별히 불만이 없었다.

참 단순한 까망이다.

소울은 일단 주황색 마석 10개를 챙기고 녹색 마석 30개도 챙겼다. 그리고 연두색 마석 중 알이 굵은 놈으로 10개를 챙겨 50개를 채웠다.

당연히 남은 연두색 마석 50개는 까망이의 차지였다.

소울은 지나가는 말로 까망이에게 툭 던졌다.

“여기 네 동생 푸티나를 잘 챙기도록 해!”

“네!”

소울은 얼른 대답을 하면서 연두색 마석 50개를 쓸어 담는 까망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르긴 해도 까망이가 푸티나의 성장을 위해 연두색 마석을 적지 않게 내어 놓아야 할 것이다.

소울은 까망이 앞으로 미리 떼어 놓은 연두색 마석 몇 개를 슬쩍 밀었다.

까망이가 그의 눈치를 보더니 얼른 챙겨 넣었다.

그는 능력자협회 지원센터에서 만들어 보급하고 있는 담뱃갑 같이 생긴 알루미늄 케이스를 꺼내 테이블 위의 마석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개당 1억 원을 호가하는 주황색의 D급 마석이 10개에다 개당 1천만 원이 넘는 녹색의 E급 마석이 30개나 됐다. 이것만 해도 13억 원이나 됐다.

물론 연두색의 F급 마석도 10개가 있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은행에는 5억에 가까운 돈이 들어있고 자신의 손에 들린 알루미늄 케이스에는 13억이 넘는 값어치의 마석이 들어 있었다. 소울은 왠지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았다.

‘아차, 그러고 보니 나 점심 굶었네?’

소울은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다.

“까망아, 이거 네가 가지고 있어. 나중에 내가 달라고 할 때 주면 돼!”

“네!”

소울은 까망이에게 담뱃갑만한 알루미늄 케이스 2개를 줬다. 그 안에는 자신의 몫인 마석이 꽉 차 있었다. 괜히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리느니 까망이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 100배는 더 안전했다.

까망이는 얼른 대답을 하고는 즐거운 마음으로 얼른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아공간이지만 소울이 볼 때는 그냥 자신의 몸속으로 집어넣는 것처럼 보였다.

“까망아, 그런데 네 몸속에다 집어넣을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크지?”

“공.”

“공? 축구공?”

“네!”

“축구공 정도는 들어간다는 말이지?”

“네!”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구나.”

소울은 야구공보다 조금 작은 몸집의 까망이가 자신의 몸보다 몇 십 배는 더 큰 축구공 크기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두 사람의 대화에서 공의 크기에 대한 약간의 오해가 있긴 했지만 소울은 축구공 크기만으로도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까망아, 가자. 나 밥 먹으로 가야겠다.”

“네!”

까망이가 잠시 창문 밖의 옥외광고를 쳐다보더니 즉시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갔다.

소울은 테이블 위에서 빈 접시를 핥고 있는 푸티나를 집어 자신의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2층 뷔페식당을 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

1702호실의 거실 전면에 만들어진 거대한 통짜 유리창 너머 건너편 빌딩 옥상에 설치된 옥외광고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스타인 ‘혼나도’가 멋지게 축구공을 차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었다.

* * * * *

여의나루역에 도착한 소울은 3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걸어가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한강에서 디너 크루즈를 즐기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지.’

그는 고하라가 선택한 이 독특한 방식의 디너가 마음에 들었다.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즐기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강유람선을 타고 디너 크루즈를 즐기는 것은 자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의도 선착장 터미널에 도착한 그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6시40분부터 티켓을 교환하고 7시부터 승선이라고 했는데, 자신은 이미 6시30분에 약속장소에 도착해있었다.

‘조금 일찍 왔나?’

고하라 같은 미녀를 만나는데 조금 일찍 오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소울은 자신의 생각을 바로 정정해야했다.

놀랍게도 자신의 앞에 이미 천사처럼 아름답고 발키리처럼 섹시한 고하라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 벌써 와 계시네?”

“소울 씨,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소울은 석양을 배경으로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고 있는 하얀 드레스의 고하라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안 그래도 몸짱으로 유명한 미녀인 고하라인데, 옅은 화장을 한 얼굴에 석양까지 배경이 되어주고 아일랜드 크루즈에서 눈이 부실정도의 조명까지 반짝거리자 마치 천사가 지상으로 강림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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