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31화 (131/492)
  • 00131  제 33 장 - 두 번째 소환수  =========================================================================

    “혹시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

    “신사동으로 갑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가시는 겁니까?”

    “네, 그런데요.”

    “그럼 제 차를 타고 같이 가시죠?”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럼 염치불구하고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하하! 천만에요.”

    소울은 그의 차에 잽싸게 올라타고는 편하게 몸을 뒤로 기대고 안전벨트를 맸다.

    정일용의 차인지 아니면 로펌에서 사용하는 차인지 모를 고급차는 신사동을 향해 부드럽게 출발했다.

    “아주 편하네요.”

    “국산차 중에서는 제일 좋은 차니까요. 그런데 이소울 능력자께서는 차 없으세요?”

    “당장 필요가 없어서 안 샀는데, 아무래도 이제 하나 사야겠어요.”

    “특별히 생각해 놓으신 모델이라도 있으십니까?”

    “아직 없습니다.”

    정일용은 법에만 박식한 것이 아니라 차에 대해서도 꽤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가면서 소울은 정일용에게 새 차를 사는데 필요한 나름 귀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차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리자 소울은 조심스럽게 정일용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오늘 비용은 어떻게 되죠?”

    “세금(취득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인지세, 증지대), 채권할인, 주택 매매 법무사 등기비용까지 모두 합쳐서 750만원입니다. 이미 아까 한꺼번에 다 내신 겁니다. 자세한 내역은 저희 법무팀에서 e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면 법무사보다 더 받지 않나요?”

    소울의 질문에 정일용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은 이소울 능력자를 위한 법무사의 일을 하러 온 것입니다. 변호사 일을 하러 온 것은 아닙니다.”

    “거기 법무팀에 법무사가 많이 없어서 오신 거예요?”

    “그게 아니라 앞으로 저희 법무팀을 많이 이용해달라고 홍보하러 온 것입니다.”

    정일용의 말에 소울은 뭔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아! 그쪽도 경쟁이 아주 심한가 보네요?”

    “그렇습니다. 저도 변호사만 되면 떼돈 벌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하하하, 참 솔직하시네요.”

    “뭐 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저희 능력자 지원센터 법무팀은 태생적으로 능력자들을 위해 만들어 진 관계로 무조건 능력자 편입니다. 이걸 꼭 좀 기억해주셔서 앞으로 많이 애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능력 좋고 비용이 저렴하기만 하면 애용 못할 이유도 없었다.

    “다른 곳보다 더 저렴한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비슷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능력자특별법이라던가 능력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서 아무래도 능력자들에게 좀 특화되어 있는 로펌이라고 봐야지요.”

    “그럼 능력자협회를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닌가 보군요?”

    “네, 그건 아닙니다. 어떻게 하다가 보니까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능력자 지원센터 법무팀이라는 긴 이름을 가지게 됐습니다만 능력자협회에 속해있는 것은 아닙니다. 엄연히 독립된 로펌이지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법률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능력자 지원센터 법무팀을 많이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절로 힘이 납니다.”

    정일용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능력자 지원센터 법무팀이라는 로펌을 세운 것은, 그로써는 능력자라는 집단이 앞으로 재력과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을 예상하고 뛰어든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전혀 재미를 못보고 있다가 최근 들어 능력자들이 조금씩 돈을 만지면서 소울처럼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소송에 휘말리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사무실도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법무사 대신 직접 소울을 찾아온 것은 소울이 F급 소환계 능력자에서 E급으로 올라섰다는 소문을 확인하고서였다. 장래가 촉망받는 능력자라면 아직 높은 등급으로 올라서기 전에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는 촉이 발동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의 예상대로 소울은 자신의 행사에 만족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웃음이 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소울도 정일용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변호사들처럼 뭔가 권위적이거나 사악해보이지 않았다. 솔직담백한 모습이 남자답고 왠지 믿음이 갔다.

    ‘길드를 만들게 될지, 사냥파티를 만들게 될지, 아니면 회사를 차리게 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뭐를 하던지 법률적인 자문은 꼭 필요하다. 정일용 변호사 같은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아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소울은 그렇게 생각하며 인맥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가급적이면 그와 좀 더 개인적으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정일용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두 사람은 이내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처럼 여러 가지 격의 없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신사동이 다와 가자 소울의 스마트폰으로 택배가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까톡으로 소망이의 메시지도 들어왔다.

    -형, 급한 대로 일단 3개 만들어서 보냈어. 퀵서비스로 보냈는데 지금 막 배달을 끝냈다는 연락이 왔어.

    소울은 까톡으로 소망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써서 보냈다. 바쁜 일이 있는지 그 뒤로 더 이상 까톡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잘됐다. 안 그래도 새로운 소환수를 소환하려고 했는데 딱 시간 맞춰서 보내왔네.’

    전원주택이자 단독주택을 사고 나자, 이번에는 소망이가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보내왔다.

    뭔가 조짐이 좋아보였다. 그래서 소환수도 쓸 만 한 녀석이 나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덕분에 저도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올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정일용은 여전히 밝고 환한 미소로 소울에게 인사를 했다. 소울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악수를 하곤 헤어졌다.

    승강기를 타고 곧바로 17층으로 올라간 소울은 자신의 방인 1702호실로 걸어갔다.

    문손잡이에 쇼핑백 같은 것이 하나 걸려 있었는데 확인해보니 소망이가 퀵서비스로 보낸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들이었다.

    그는 쇼핑백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골방으로 들어가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을 확인했다. 은판 위는 푸른색의 안개 같은 것이 뿌옇게 덮여 있었다.

    원형의 도형을 쳐다보자 눈금이 가득 차있었다. 마나집적진에 모인 마나가 풀(full)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소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유정아였다.

    그는 통화번호를 누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자기야! 나야.

    “알아! 네 번호 찍혀 있잖아.”

    -아참, 그렇지. 그런데 자기 확인해봤어?

    “뭘?”

    -포상금 재심 청구한 것 말이야. 지금쯤이면 들어왔을 텐데…….

    “그래? 내가 확인해보고 연락 줄게.”

    -응, 꼭 확인해봐!

    “알았어. 고마워!”

    -천만에……. 그런데 자기 어제부터 무척 바쁜가보다?

    “뭐 그렇게 됐어. 나중에 얘기해줄게.”

    -그래. 알았어.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네.

    “응!”

    소울은 유정아와의 전화통화가 끝나자마자 거래하는 은행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열어 잔고를 확인했다.

    492,500,000 원이 찍혀있었다.

    7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집을 사고 비용을 빼면 대충 1억 9250만원이 남는다.

    그렇다면 유정아가 말한 오크군단 웨이브 전투 포상금 재심 청구에서 3억 원을 넣어줬다는 얘기가 된다.

    입금내역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뭐야? 3억을 더 받아낸 거야? 하긴 내가 그 당시 좀 활약을 하긴 했지. 그래도 좀 많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유정아가 협박을 하니까 나중에 뒤탈이 없게 좀 봐달라는 의미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말고…….

    집을 사느라 확 내려갔던 은행잔고가 다시 위로 올라오니 기분이 좋아졌다.

    어찌되었든 소울에게는 돈만 제대로 들어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가만 내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뭐지?’

    소울은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뭔가 결정적인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머리를 쥐어짜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고민을 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때가 되면, 중요한 일이라면 절로 생각날 때가 올 것이다.

    그는 그렇게 편하게 마음을 고쳐먹고 택배 상자를 개봉했다.

    ‘오오오! 이거 뭔가 전보다 확실히 좋아진 느낌이네?’

    소울은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들이 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마법진이 새겨져있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나중에 소망이에게 금일봉을 하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환마법진에 새겨진 마법진이 제대로 새겨졌는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마침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공구를 꺼내 소환마법진이 그려진 은판 몇 곳을 조심스럽게 눌러 점을 찍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판단되자 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생겼다.

    ‘소환마법진을 활성화 할 차례구나.’

    그는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 위에 가운데가 뚫린 작은 앉은뱅이 보조의자를  놓고 그 위에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올려놓았다.

    준비가 끝나자 소울은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활성화 시키는 시동어를 외쳤다.

    “הפעלה של תרשים מעגל זימון(소환마법진 활성화)!”

    궁!

    마나집적진이 활성화 될 때의 공명음 보다 조금 더 묵직한 공명음이 소환마법진을 새긴 은판에서 터져 나왔다.

    마나집적진 위에 뭉쳐있던 마나가 빠르게 위로 올라가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뒤덮었다.

    화아악!

    은판에서 밝은 빛 무리가 아롱아롱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울은 토마호크를 꺼내 자신의 왼손바닥을 살짝 그었다. 그러자 칼에 베어진 상처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 위로 다가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피를 그 위에 떨어뜨렸다.

    까망이를 소환할 때는 잘 몰라서 헌혈하는 것처럼 속이고 뽑아낸 혈액팩 하나를 몽땅 부어버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얼마나 쓸데없는 낭비인지 잘 알고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그의 피를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 위의 마법진에 충분히 적시자 어느 순간, 은판이 그의 피를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흡수해버렸다.

    적당히 피를 주입했다고 생각하자 소울은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내 손 좀 치료해줘!]

    [네!]

    이제 곧잘 대답을 하는 까망이었다. 소울은 자신의 왼손에 달라붙어서 몸으로 살살 문지르는 까망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깊게 난 상처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까망이의 능력이 올라가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그의 상처는 순식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치유됐다.

    그는 까망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살짝 쓰다듬어줬다.

    [까망아, 지금부터 새로운 소환수를 소환할거야. 이제 너한테 동생이 생기는 셈이지. 네가 앞으로 잘 돌봐줘야 한다. 알았지?]

    [네!]

    까망이는 소울의 말을 들으며 얌전히 그의 어깨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강하고 멋진 소환수가 나와야한다.’

    소울은 깊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자신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 시동어를 외쳤다.

    “זמן(소환)!”

    궁!

    다시 한 번 둔중한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셋을 세기도 전에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 위의 공간이 쫙 갈라지며 검은 덩어리 하나가 툭 떨어져 내렸다.

    “성공이다.”

    그는 가볍게 주먹을 쥐고 소리쳤다.

    소울은 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다가가 검은 덩어리를 손으로 잡았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이 까망이를 소환했을 때와는 달랐다.

    최소한 반정령은 아니었다. 물질에 기반을 둔 제대로 된 소환수가 분명했다.

    “끼깅 끼깅…….”

    “엥? 이게 뭐야?”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소환수의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이었다.

    “설마, 이거? 갓 태어난 아기 곰이야?”

    소울은 갑자기 똥 씹은 표정이 됐다.

    그는 혹시나 해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만져보고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갓 태어난 아기 곰이 분명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마나집적진의 마나가 풀로 찬 상태로 소환마법진을 활성화시키고, 소환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는데 왜 아기 곰이 나온 거지?’

    소울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을 꺼내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특별한 이상은 없어 보였다. 그는 은판이 깨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한쪽에 내려놓았다.

    마나집적진의 위에 다시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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