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0 제 33 장 - 두 번째 소환수 =========================================================================
두 사람은 만수 부동산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어제 이소울 사장님의 부모님과 동생들을 모시고 직접 안내를 해드렸는데 집을 어찌나 마음에 들어 하시는지 모릅니다.”
“그랬군요. 다들 마음에 든다고 해서 제가 직접 왔습니다. 오늘 가서 보고 결정하려고요.”
“잘하셨습니다. 역시 집은 눈으로 확인을 하고 사야지요.”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답게 장만수는 소울과의 대화를 아주 부드럽게 이어갔다. 두 사람은 가볍게 믹스커피를 하나씩 타 마시면서 여러 가지 신변잡기로 시간을 보냈다.
소울이 커피를 다 마시자 장만수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같이 가셔서 집을 구경하도록 할까요?”
“좋습니다.”
“괜찮으시면 소형차긴 하지만 제 차를 타고 가시죠?”
“네. 그렇게 하죠.”
장만수가 조심스럽게 묻자 소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울이 사려고 하는 전원주택은 장만수의 자동차로 5분도 채 안 걸리는, 말 그래도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장만수는 집 앞에다 차를 세워놓고 열쇠를 꺼냈다.
“여깁니다. 집이 크죠?”
“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괜찮네요.”
“사실 대지 면적이 100평에 방이 7개, 욕실이 4개인 이런 넓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 5억이면 거저나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다 지하실까지 아주 크게 지어져 있어요. 집주인에게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 가격으로 집을 구입하실 수 없었을 거예요.”
“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장만수의 말에 살짝 흥분했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집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몬스터 웨이브와 오크군단 웨이브 때 가족이 변을 당했을 것이다.
한 번도 아니고 연속으로 그런 일을 당했다면 자신이라도 이곳에 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아마 꼴도 보기 싫어서 하루라도 빨리 팔아치우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문제는 집이나 대지 같은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싶어도 팔수가 없다는데 있었다. 팔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사겠다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지 이미 언론을 통해 다 알려져 있었다. 그것도 몬스터 웨이브와 오크군단 웨이브 때 두 번에 걸쳐서 최악의 피해를 입은 지역 중의 하나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니 아무리 매물이 싸다고 한들 누가 와서 사겠는가?
장만수가 이 지역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집을 거래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소울 같이 능력자에다 대 몬스터 장벽이 이중으로 세워져 있어서 예전처럼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이곳의 부동산을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소울에게는 확실히 이런 현상이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정말 돈만 넉넉히 있으면 은곡마을 일대의 부동산을 모조리 사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마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사람들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부동산 시세가 완전히 잘못 점쳐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소울은 집주인에게 조금 미안했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자신이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하니 조금은 집주인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과 집을 구매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소울은 자신과 가족이 살아갈 소중한 보금자리가 될 집을 정말 꼼꼼히 살펴봤다.
집주인이 직접 설계사와 같이 밤을 새가며 심혈을 기울여 지었다는 장만수의 말처럼 이 집은 정말 잘 지어진 집이었다.
지어진지 채 3년도 넘지 않은 이 집의 시가가 25억 원이 호가한다는 말이 절대 틀리지 않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계약하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럼 집주인을 이리로 오라고 하겠습니다.”
“근처에 계시나 보네요?”
“예, 오늘 매매 계약을 할 것 같다고 하자 이웃들을 만나고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부르세요.”
소울은 더 이상 망설일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런 단독주택이면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은 7억 원에 불과해서 다 준다고 해봤자 원래 가격 5억에서 2억을 더 얹어주는 셈이 되지만 말이다.
“매매 계약을 하기 전에 매매 관련 서류 일체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장만수는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야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온나라부동산정보 홈페이지로 들어가 소울이 사려고 하는 단독주택의 부동산종합증명서를 열람하게 한 후 발급받았다.
매매 계약 시에는 반드시 본인이 계약서내용을 확인 후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한다. 계약서의 내용과 실제 땅이나 건물의 내용이 다를 경우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관련된 서류를 꼭 확인해 봐야 한다.
실제 부동산 주인이 맞는지,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빼앗길 여지가 있는지, 부동산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면적은 정확한지 등을 관련서류로 확인한 후 계약서를 작성해야하는 것이다.
부동산 서류의 공식 명칭은 ‘공부(公簿)서류’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섯 가지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지적도 그리고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이다.
다섯 가지 서류는 관할 등기소나 구청 또는 군청에서 발급가능하며 인터넷으로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 정부민원포털 민원24(www.minwon.go.kr), 인터넷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molit.go.kr) 등에서 발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2014년 1월 18일 이후에는 더 쉽고 편리한 방법이 생겼다. 바로 정부에서 만든 온나라부동산정보(www.onnara.go.kr) 부동산정보 포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부동산종합증명서를 열람, 발급받을 수 있고, 토지의 지목, 면적, 건물의 층수, 구조, 소유자 등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전국의 토지, 주택 등 부동산에 대한 가격(부동산실거래가, 공시지가, 주택공시가격) 분양정보, 토지이용 규제정보를 필지 별로 지도상에 제공하고 토지이용계획확인서, 인터넷 등기 등 민원서비스도 해당 관청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한 곳에서 제공된다.
참 좋은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모든 부동산 매매 관련서류를 절대 당일 열람하고 발급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소울은 모든 서류를 확인하고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것에 안도했다.
“여기 부동산 매매 계약서입니다. 확인해보시지요?”
“네.”
소울이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확인하고 있는 사이 만수 부동산의 문이 열리면서 눈이 퀭하게 들어가고 초췌한 얼굴을 40대 초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소울은 그를 보자마자 집주인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이 집을 구매하실 분입니다.”
“아! 네.”
그는 소울을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소파에 앉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천정을 쳐다봤다. 얼굴 표정을 보니 만사가 다 귀찮은 모양이었다.
장만수는 그에게 매매계약서를 보여주며 슬쩍 소울의 눈치를 봤다.
혹시라도 소울이 집주인의 무례로 화가 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저기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확인해주시죠?”
“휴우우우우!”
그는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받으며 땅이 꺼져라 한 숨을 쉬었다.
슬쩍 한번 쳐다보고 액수를 확인한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25억도 더 나가는 집을 꼴랑 5억에 팔면서 무슨 계약금, 중도금, 잔금을 다 치룹니까? 당장 소유권이전등기 서류 만들어줄 테니 그냥 오늘 한꺼번에 다 끝냅시다.”
“네에? 그, 그건…….”
장만수는 살짝 당황해서 급히 소울을 쳐다봤다.
소울은 그의 목소리에서 짙은 슬픔과 허무의 무게를 느꼈다. 그래서 그의 말을 거부하지 못했다. 아니 거부할 생각 자체도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 특약 하나만 넣죠. 1달 이내에 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 모든 수리비용을 매도인이 대는 것으로요.”
“콜, 그렇게 합시다.”
얼굴이 많이 상하긴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아주 잘 생긴 남자였다. 그리고 하는 짓도 아주 시원시원했다. 직업이 뭔지 모르지만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소울은 집주인과 장만수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능력자 지원센터에 전화를 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능력자 지원센터입니다.
“이소울 능력자입니다.”
-네, 이소울 능력자께서 본인전화로 전화하신 것 확인했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능력자들을 위해서 서울지부 능력자 지원센터에서 법무서비스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죠?”
-네, 그렇습니다. 어떤 서비스를 원하십니까?
“제가 단독주택을 하나 구입하려고 합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려고 하는데 오늘 계약에서 중도금, 잔금까지 한꺼번에 다 치르게 될 것 같아서 법무사를 보내줬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먼저 주택을 구매하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현재 위치를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기는 강남구 세곡동 은곡마을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소울은 정확한 위치까지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만수와 집주인은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이미 인감도장을 찍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계약을 진행할까요?”
“아닙니다. 법무사를 불렀으니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아! 네.”
법무사를 불렀다는 말에 장만수는 흥미로운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 소울이 뭐하는 사람인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울은 굳이 장만수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신 그에게 주변에 싸게 나온 땅이 있는지 물어봤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그는 지도까지 활짝 펴놓고 여기저기 싸게 나온 매물들을 설명했다.
20분 쯤 지나자 자동차가 정차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깔끔한 정장을 입은 30대 중후반의 남자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혹시?”
“이소울 씨가 부르신다고 해서 제가 직접 오게 됐습니다.”
“아! 반갑습니다. 제가 이소울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일용 변호사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정일용 변호사는 환하게 웃으며 소울의 앞으로 다가와 45도 각도로 고개를 숙였다.
소울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곧 정일용으로부터 명함을 한 장 받았다.
명함에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능력자 지원센터 법무팀 정일용 변호사라고 쓰여 있었다.
법무사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변호사가 와서 좀 의아했지만 법무사가 하는 일을 변호사가 못할 리 없다는 생각에 소울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인가요?”
“네, 맞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이소울 씨의 변호사이자 대리인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아! 네.”
“예.”
장만수와 집주인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자 장내 분위기부터 확 달라졌다.
‘호오, 이거 정일용 변호사의 포스가 장난 아닌데? 그런데 정말 웬일이지? 법무사가 해도 되는 일을 변호사가 와서 하다니……. 혹시 나중에 수고비 더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소울의 쓸데없는 걱정과는 달리 부동산 매매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과정이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와 동시에 잔금지급인데 정일용 변호사가 중간에 끼어들어, 자신이 가져온 고급승용차로 모두를 태우고 다니면서 빠르게 일을 진행해버리니 아무도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일용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소울은 생애 최초로 자신이 번 돈으로,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자신의 단독주택을 구매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그럼 잘 사세요.”
“네, 잘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좋은 매물 나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집주인의 뚱한 목소리와 200만원을 부동산 중계보수로 챙긴 장만수의 싹싹한 목소리 뒤로 소울의 손에 단독주택의 집 열쇠가 들어왔다.
소울은 기뻤다. 마구 소리를 치고 싶었다.
만약 옆에 정일용 변호사만 없었다면 당장 집안으로 들어가 기쁨의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만세를 불러댔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체면이 있지 정일용 변호사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일용은 마치 자신이 사기라도 한 듯 환하게 웃으며 축하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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