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26화 (126/492)

00126  제 32 장 - 내가 제일 잘 나가!  =========================================================================

소울은 소망이와 소현이까지 내려간다고 하자 얼른 일어서서 준비한 돈 봉투를 하나씩 넘겼다.

“용돈을 하사하노라.”

“우아! 오빠 최고!”

“형, 고마워!”

소현이는 어지간히 기쁜지 소울을 덥석 안고 방방 뛰었고 소망이는 소울에게 가볍게 손을 한번 들어 올리며 미소를 날렸다.

“아버지, 오늘 가본 집은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응, 마음에 들더구나.”

“나도 마음에 든다.”

이대산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혜진도 집이 마음에 든다고 대답을 했다. 어지간히 욕심이 나신 것 같았다.

“그럼 그 집은 제가 내일 가서 바로 계약할게요.”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구나.”

“소울아! 강원도 집 정리하면 우리도 바로 올라올게.”

“네, 그럼 가급적 빨리 올라오세요.”

“알았다.”

“건강하게 잘 있어. 밥 잘 챙겨먹고…….”

“그럼 조심히 가세요.”

소울과 쌍둥이 동생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옥상으로 올라가 헬기를 타는 이대산과 김혜진을 배웅했다. 나수연과 명장민이 끝까지 같이 따라가서 배웅하겠다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푸타타타타타…….

헬기가 멀리 밤하늘을 날아 멀어지자 그제야 소울은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신사동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서울역까지 바래다줄게.”

“아냐, 형! 피곤한데 그냥 쉬어.”

“그래. 오빠! 우리가 뭐 어린 아이들이야? 그리고 둘이 같이 가는데 뭘?”

“그럼 그럴래?”

얘기를 듣고 보니 소망이와 소현이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잘 가!”

“잘 있어. 오빠!”

“형, 나중에 연락할게.”

“그래.”

신사동 지하철역에서 쿨 하게 헤어진 소울은 동생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몸을 돌렸다.

이제 어디로 보나 처녀티가 나는 소현이를 보니 시집갈 날이 다가오는 것만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소망이의 얼굴을 보면 또 빨리 결혼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그 전에 군대도 다녀와야 할 것이다.

가족들 생각을 하며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건물 안으로 들어와 승강기를 타는데 갑자기 박은영이 생각이 났다.

‘내가 그동안 박은영 간호사를 너무 잊고 있었구나. 전화를 해봐야겠다.’

그는 생각난 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리 신호가 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나?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지?’

소울은 박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시작으로 건강한지 물어봤다.

덕분에 유튜비에 올린 동영상이 대박이 나서 큰돈을 벌게 됐다는 내용과 만나면 크게 한턱 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고 나니 이번에는 국정현이 생각났다. 아마 그도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울은 국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 소울이에요.”

-뭐? 소울이? 너 안 죽었냐?

“하하하, 저 아직 안 죽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얘기하자면 좀 길어요.”

-어쨌든 살아있으니 참 잘됐다. 난 네가 죽었다고 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어. 내가 볼 때 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거든…….

“우리 집으로 제 짐 부쳐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어쨌든 너 시간 한 번 내라. 내가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기념으로 한턱 쏠게.

“정말요?”

-물론이지. 나 그 정도 돈은 있어.

오랜만에 하는 국정현과의 전화통화는 의외로 즐거웠다.

두 사람은 나중에 시간 날 때, 따로 한번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통화를 마친 그는 1702호실로 돌아왔다. 그는 골방 안으로 들어가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 위로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는 편하게 쉬면서 어떻게 까망이를 교육시킬지 생각해봤다.

‘일단 말을 배워야 하니 유아용 방송과 한글을 배울 수 있게 어린이용 방송을 보여줘야겠지? 유아용 방송은 역시 <뽁뽁뽁>, 어린이용 방송은 <뽀뽀로> 만한 게 없지. <한글이 호야>도 한글을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될 거야.’

그는 일단 자신의 스마트폰에 필요한 방송 어플리케이션을 깔았다. 그리고는 까망이를 자신의 손위로 불러 설명을 해줬다.

[까망아!]

[규!]

[아무래도 너 말을 좀 제대로 배우는 것이 좋겠어.]

[규!]

[맨날 네가 규! 밖에 할 줄 모르니까 너하고 깊은 대화를 나눌 수가 없잖아. 이제부터 강남필드로 들어가지 않을 때는 이걸 보고 계속 공부하도록 해.]

[규우!]

까망이는 소울의 말을 듣고 살짝 거부하는 몸짓을 보였다. 그것은 마치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모습과 같았다. 하지만 애초에 소울에게 반항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까망아, 난 너하고 대화를 하고 싶다고, 그러니까 내 말대로 열심히 공부해야 해! 알겠지?]

[규!]

[오늘부터 대답할 때 규! 하지 말고 네! 하도록 해! 어서!]

[규!]

[어라? 너 반항할래? 규 하지 말고 네! 하란 말이야.]

[네!]

[그래, 네 하는 거야? 어라 너 지금 네! 했니? 오마이갓! 진짜 되잖아? 까망아! 넌 천재인가 봐! 어떻게 이렇게 단번에 할 수가 있어? 다시 한 번 대답해봐! 네 하고…….]

[네!]

[푸하하하하! 되네. 까망이도 말을 할 수가 있는 거네.]

소울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까망이도 소울이 크게 기뻐하자 의욕이 샘솟는지 그의 손에서 통통 뛰면서 좋아했다.

이 작은 변화에 소울은 까망이도 말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지 말고 직접 말로 대화를 하도록 하자.”

“네!”

“무하하하하! 그렇지. 바로 그렇게 대답을 하는 거야.”

사람이 있을 때라면 모를까 혼자 있는 집 안에서 굳이 까망이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까망이가 실제로 정확하게 발음을 하는지 알고 싶었던 그는 현실에서 소리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게 됐다.

“내 스마트폰에 이렇게 어플리케이션을 깔았어. 일단 말부터 배워야 하니까 유아용 방송인 이 뽁뽁뽁을 보도록 해. 보는 방법은 알지? 이 아이콘을 네가 누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이렇게 말이야.”

“네!”

“그리고 나면 한글을 배울 수 있게 어린이용 방송인  뽀뽀로와 한글이 호야를 보도록 해. 잘 이해가 안 되면 다시보기를 해서 몇 번이고 보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스마트폰에다 이어폰 꽂아놓을 테니까 까망이 네가 게으름피우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면 금방 말을 배울 수 있을 거야.”

“네!”

“크흐흐, 네가 규! 라고 하지 않고 네! 라고 하니까 너무 귀엽다. 그럼 파이팅!”

“네!”

“아니지. 내가 파이팅 하면 너도 파이팅 하는 거야. 다시 파이팅!”

“빠이띵!”

역시 처음부터 정확한 발음을 하기는 힘들었나보다. 그러나 소울은 절대 실망하지 않았다.

“그래 뭐 처음에는 다 그렇게 발음할 수도 있지. 하지만 금방 늘게 될 거야. 사실 파이팅은 한글은 아니고 외국어니까 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네!”

소울은 까망이가 네! 하고 대답할 때마다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나를 바꿨으면 열도 바꿀 수 있다. 까망이와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을 그리며 소울은 열심히 까망이의 교육에 열을 올렸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한참 신나게 까망이를 교육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소울은 누군가 하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보니 정윤이 간호사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소울 씨!

“네, 윤이 씨!”

-지금 도착했어요?

“네, 어디를요?”

-오늘 강원도 집에 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차, 사실은 부모님께서 서울로 올라오셨다가 저 만나고 지금 막 내려가셨어요.”

-그래요? 그럼 지금 서울이세요?

“네, 신사동이에요.”

-아! 잘됐다. 저도 지금 막 신사동에서 친구하고 헤어졌어요.

“그래요?”

-혹시 지금 바쁘세요?

“아뇨? 괜찮은데요?”

-그럼 저 만나기 싫어요?

“네?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제가 왜 윤이 씨를 만나기 싫어해요?”

-그런데 왜 만나자는 말 안하세요? 바쁘지도 않다면서…….

그제야 정윤이가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들은 소울은 고소를 지었다.

“굳이 그런 말을 해야 만나나요? 같은 신사동에 있으면 당연히 만나야죠. 지금 어디에요? 내가 당장 달려갈게요.”

“저 3호선 신사동역 8번 출구 앞에 있어요.”

“그럼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계세요. 5분 안에 갈 테니까요.”

“호호호, 알았어요. 여기서 꼼짝 않고 기다릴게요.”

참 이상한 날이었다.

강남 세븐 병원 3대 여신이 결국 모두 먼저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

소울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에 얼른 유정아가 가져다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에 맞게 능력자협회에서 능력자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맞춘 아래위 한 벌로 된 하얀 옷이었는데 긴팔 티셔츠 앞에는 타오르는 주먹을 표현하는 능력자협회의 마크가 뒤에는 태극마크가 수놓아져 있었다.

인터넷 상에서는 능력자복이라고 꽤나 알려진 옷이었는데 소울은 그런 것까지는 잘 알지 못하고 그냥 깨끗하고 단정해보여서 입게 됐다.

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복장을 한번 빠르게 살펴보고는 능력자 등록증과 지갑 그리고 스마트폰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면서 그는 이제 지금 쓰는 스마트폰 대신 능력자 전용 스마트폰을 사가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럽게 비싸다고 악명이 자자했지만 그래도 능력자들에게 꽤나 요긴한 기능이 많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능력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스마트폰이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대외적으로 과시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싸도 잘만 팔려 나갔다.

소울은 까망이에게 24시간 유아용과 어린이용 방송을 보게 할 교육적인 목적이 더 컸지만 그래도 들고만 있어도 절로 폼이 사는 기능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윤이 씨!”

“어머, 소울 씨!”

소울이 정윤이의 어깨를 톡 치며 부르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는 듯 몸을 돌렸다.

각선미가 그대로 드러나는 하의실종 반바지에 살짝 큰 박스티를 입고 있는 정윤이의 모습은 보는 그 자체로도 정말 멋진 화보가 아닐 수 없었다.

길을 걸어가던 남자들이 모두 소울을 쳐다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일어난 정윤이의 행동에 그들은 똥 씹은 표정을 하며 속으로 열을 내면서 투덜댈 수밖에 없었다.

“소울 씨!”

“어, 어? 왜 그래요? 윤이 씨!”

정윤이가 소울을 보자마자 그의 품에 덥석 안겨 온 것이다.

소울은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좀 당황했다. 하지만 정윤이는 그의 몸을 두 손으로 꽉 끌어안고 소울의 목에 자신의 얼굴을 마구 부비부비 했다.

“아아앙, 정말 살아있었구나! 진짜 살아있었어.”

“그럼 제가 언제 죽었나요?”

“다들 죽었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서 놀랬군요.”

“네, 세상이 다 무너진 것만 같았다고요.”

“아!”

자신이 죽었다는 소식에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는 정윤이의 말에 소울은 크게 감동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두 사람을 손가락질 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그녀를 품에서 밀어내지 못하고 가볍게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자 어느새 진정을 한 정윤이는 그를 데리고 빠르게 인파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요?”

“네, 저도 제가 소울 씨를 그렇게 많이 좋아했었는지 모르고 있었어요.”

“그, 그랬어요?”

소울은 놀랐다. 정윤이의 입에서 설마 그런 솔직한 고백이 나올지는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능력자협회 합동 장례식에 참석을 해서 소울 씨의 영정 사진을 보니까 그제야 제 마음을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

그는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그녀의 충격적인 고백에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는 어디가지 말아요. 제 곁에 있어줘요. 제가 잘할게요.”

“아, 네.”

그녀는 자꾸만 소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태도는 예전에 봤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녁식사는 했어요?”

“네.”

“그럼 우리 차 마시러 갈까요?”

“좋아요.”

대답하기 무섭게 정윤이는 그를 데리고 도산대로를 타고 걸어갔다.

“제가 잘 아는 카페가 있어요. 그리 가요.”

“네, 좋아요.”

도산대로를 타고 가다 안으로 한 블록 들어가자, 재즈 음악이 흐르는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가 나왔다. 그녀는 소울의 팔을 잡아끌며 제일 안쪽 테이블로 들어갔다.

그런데 막상 테이블에 앉자 그 위치가 밖에서 보면 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알 수 없을 것만 같았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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