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21화 (121/492)
  • 00121  제 31 장 - 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다.  =========================================================================

    식사를 다 하고 나자 유정아는 직접 커피를 내려 머그잔에 담아서 그에게 가져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몸을 살짝 기댄 채 커피 향을 음미했다.

    “참, 여기 내가 쓰던 방에 있던 내 짐들은 어떻게 됐지?”

    “그건 내가 자기 부모님에게 보냈어.”

    “그래?”

    소울은 자신의 방에 조립해 놓았던 마나집적진이 생각났다.

    “내 방에 있던 것 전부 보냈어?”

    “아니, 한 가지는 아직 못 보냈어.”

    “그래? 그게 뭔데?”

    “있잖아? 그거, 내가 아직 가지고 있어.”

    유정아는 소울의 눈치를 살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울은 그럴 수 없었다.

    “내 물건 지금 어디 있는데?”

    “저쪽 방에 가져다 놨어.”

    “그래? 어디 잘 있나, 가보자.”

    “응.”

    유정아는 의자에서 일어나며 살짝 인상을 썼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소울이 보기에는 자신이 남의 물건을 허락도 없이 가져간 셈이 됐기 때문이다.

    빈방으로 가보자 예상했던 대로 은으로 만든 봉으로 조립된 피라미드 모양의 입체 정삼각형이 방 안 한가운데에 세워져 있었다.

    중앙에는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금이 쫙쫙 간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도 보였다.

    “여기 가져다 놓고 잘 쓴 모양이네?”

    “미안해. 사실 이게 뭔가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나서 내가 좀 연구해보고 나중에 자기 부모님에게 보내주려고 했어.”

    “응, 그랬구나. 괜찮아! 이렇게 네가 잘 보관하고 있었으니 난 그걸로 됐어.”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소울의 말에 유정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모습조차 섹시하기 그지없는 유정아의 S라인 몸매였다.

    그는 유정아의 훤히 비치는 가슴을 감상하다 그녀에게 물었다.

    “나 오늘 어디서 자? 설마 네 방에서 자라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1주일 동안 쓸 수 있도록 옆의 스위트룸을 비워놓았어.”

    “그래? 17층은 능력자협회에서도 VIP들만 머물 수 있는 곳 아니었어?”

    “소울도 이제 VIP가 될 테니까 괜찮아.”

    “그게 무슨 말이야.”

    유정아는 소울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지었다.

    “생각해봐! 오크군단 웨이브 때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능력자 한 명이 몬스터에게 잡혀갔다가 1달 만에 극적으로 탈출해서 귀환했어. 그 사실이 매스컴에 알려지면 능력자협회에서 어떻게 나올 것 같아?”

    “설마 나를 영웅으로 포장해서 이용해 먹겠다는 소리는 않겠지?”

    “호호호, 그래도 아주 바보는 아니었네? 감이 좋다. 자기가 말한 그대로 될 거야. 그럼 17층의 VIP 스위트룸 하나 내주는 것이 문제겠어?”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하지만 소울은 아직도 설마하고 있었다.

    “나 자기에게 두 가지만  부탁할게.”

    “부탁? 무슨 부탁? 나한테 할 부탁이 어디 있어? 그냥 하지마라!”

    소울은 일단 실드부터 단단히 쳤다. 괜히 그녀와 또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와는 이렇게 가끔 만나서 서로의 욕구불만을 풀어주는 정도가 딱 좋았다.

    너무 가까워지면 혹시라도 그녀에게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조금은 두려운 생각도 있었다.

    “호호호,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설마 내가 또 자기와 예전의 관계를 맺고 싶을까봐 그래? 아니야. 이번에는 잘못 짚었어.”

    “그럼 뭔데?”

    “일단 들어보면 자기도 만족할거야.”

    그는 유정아의 말에도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아니 경계심이 풀리지 않았다. 이래서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자기 오늘 웨어울프 한 마리를 생포해서 데리고 왔다며? 그거 나한테 팔아!”

    “안 돼! 그놈은 7대 재벌길드에게 비싼 값에 팔 거야. 나도 돈 필요하단 말이야.”

    “그거 1억5천만 원이지? 내가 2억 줄게.”

    소울은 유정아의 배팅에 속으로는 크게 놀랐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섞인 절박한 뉘앙스를 캐치해내고는 더욱 강경하게 나갔다.

    “지금 나한테 장난쳐? 경매로 넘겨서 7대 재벌길드끼리 경쟁을 붙이면 2억이 문제겠어?”

    “하아, 이거 참……. 알았어. 그럼 내가 2억 원 줄 테니까 나한테 임대해줘!”

    “뭐? 임대?”

    “그래. 임대계약금으로 2억 원 줄 테니까 나한테 딱 3개월만 임대해줘!”

    “그럼 3개월 뒤에는?”

    “자기가 데려가면 되지.”

    “죽이면 안 된다?”

    “물론이지.”

    파는 것도 아니고 3개월만 임대해주는데도 임대계약금으로 2억 원을 준다고 했다.

    어디가도 이것보다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은 없을 것이다.

    “좋아. 정식으로 계약하자.”

    “그래.”

    소울은 유정아와 웨어울프를 임대해주는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임대계약금 2억 원은 자기 계좌로 지금 바로 쏴줄게.”

    “그렇게 해준다면 나야 고맙지.”

    유정아는 화끈하게 인터넷뱅킹으로 바로 돈을 쏴줬다.

    소울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계좌로 2억 원이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땡큐!”

    “유어웰컴!”

    소울은 유정아를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의 어플을 통해 자신의 은행계좌로 접속해 들어갔다.

    “어? 내 계좌에 왜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 있지?”

    그는 은행잔고를 확인하고는 입을 딱 벌렸다. 자신의 계좌에 무려 7억 원이나 되는 돈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놀란 그는 입을 다물고는 즉시 상세내역을 확인했다.

    능력자협회 결정체 구매부 1억 원

    능력자협회 연구팀 1000만원

    능력개발청 연구팀 1000만원

    오크군단 전투 포상금 3000만원

    능력자 사망 보상금 5000만원

    유튜비 구들 애드센스 3억 원

    유정아 2억 원

    -------------

    잔고: 7억 원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유정아가 질문을 하자 소울은 일단 그녀와 관련된 연구 지원금부터 물어봤다.

    “능력자협회 연구팀과 능력개발청 연구팀에서 각각 1000만원씩 넣어준 모양인데 왜 이렇게 된 거지?”

    “그건 내가 계약대로 돈 넣어주고 그냥 깔끔하게 끝내라고 했기 때문이야. 사람 죽었다고 돈 까지 제대로 안주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그럼 이게 다 정아 덕이란 말이네?”

    “뭐 그런 셈이지. 고마우면 나중에 맛있는 저녁 사줘.”

    “뭐야? 나보다 돈도 훨씬 더 많이 벌면서…….”

    “그래도 자기가 사주는 밥 먹고 싶단 말이야.”

    “알았어. 그 정도야 뭐…….”

    소울은 유정아의 말을 일단 액면 그대로 믿어주기로 했다. 설사 그게 진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제는 유정아에게 저녁 식사 한 끼 정도는 얼마든지 살 능력이 됐다.

    “내 은행계좌에 오크군단 전투 포상금으로 3000만원, 능력자 사망 보상금 5000만원도 들어와 있어. 이거에 대해 아는 거 있어?”

    “오크군단 웨이브 때 자기도 나가서 싸웠잖아? 아마 그때 공헌도에 따라 전투 포상금이 나온 모양이야. 그런데 3000만원은 좀 적네. 아무리 공헌도가 낮아도 보통 5000만원은 받았다고 하던데…….”

    “생각해보니 정말 적네? 내 공헌도가 그렇게 낮지 않을 텐데……. 내일 당장 능력자협회에 가서 따져 봐야겠다.”

    “자기야! 그거 나한테 맡겨줘! 내가 확실히 처리해줄게. 분명히 중간에서 어떤 놈이 해먹은 것 같아. 내가 나서는 게 자기가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일처리가 부드러울 거야. 물론 포상금도 훨씬 더 받아낼 수 있고.”

    “정말?”

    “응, 대신 내가 하는 아주 소소한 부탁 한 가지만 더 들어줘!”

    “또 부탁이야?”

    “아잉! 자기야!”

    “닭살 돋으니까 애교 그만부리고 일단 들어나 보자. 네 그 소소한 부탁이라는 게 뭔데?”

    “칫! 한성신문의 나수연 기자라고 있거든? 걔 좀 만나서 독점 인터뷰 좀 해주라!”

    “내가 왜?”

    “어차피 자기는 이제 매스컴에 의해 뜨게 되어 있어. 기왕 매스컴에 주목받게 될 것, 내가 밀어주고 있는 얘 좀 키워주란 말이야. 나중에 다 우리한테 도움이 될 테니까 나를 믿고 한 번만 좀 도와주라. 응?”

    “흐음.”

    소울은 유정아가 자신에게 달려들어 온갖 애교를 부리는 것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왕 매스컴에 알려질 것, 제대로 된 언론플레이를 이쪽에서 주도적으로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최소한 유정아가 소개한 나수연이란 기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써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좋아. 그렇게 할게.”

    “어머, 정말이야?”

    “그래.”

    “아이 조아라! 쪽! 고마워! 내가 나중에 한턱 크게 쏠게!”

    유정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수연과 정확히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꽤 친한 사이인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어찌됐든 자신에게 손해가 나는 일이 아니니 그 정도 부탁은 들어줘도 무방했다.

    “그런데 사망 보상금 5000만원은 돌려줘야하나?”

    “그럴 일은 아마 없을 거야. 안 그래도 요즘 능력자 영웅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와 능력개발청이야. 물론 능력자협회도 두 팔 걷어붙이고 있고……. 보상금을 더 줬으면 더 줬지, 이미 준 돈을 뺏어가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그럼 다행이고.”

    소울은 자신의 손 안에 이미 들어온 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유정아의 말대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웅 만들기에 놀아나는 한이 있더라도 정당하게 대가만 지불한다면 팬티만 입고 강남사거리에서 춤을 출 용의도 있는 소울이었다.

    “그럼 지금 전화해서 내일 인터뷰하러 오라고 할께.”

    “안 돼! 나 내일 집에 내려가야 해.”

    “그래? 그럼 일단 전화 통화부터 해보고 다시 의논하자.”

    유정아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소파로 가서 나수연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러더니 대뜸 부모님이 계신 집 주소와 핸드폰 전화번호를 물어왔다.

    소울은 이미 유정아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다 알고 있어서 원하는 데로 다시 한 번 불러줬다.

    그러자 나수연과 다시 통화를 하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기야! 내일 집에 안내려가도 돼. 수연이가 한성신문의 방송헬기를 강원도로 보내서 부모님을 이리로 모시고 온데.”

    “정말이야?”

    “응. 나 잘했지?”

    “잘했어.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오시려고 할까?”

    “걱정 마. 수연이가 직접 연락을 해서 허락받는다고 했어.”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녀의 말대로 나수연이 허락을 얻었는지 곧바로 소울에게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두 분에게 사정을 잘 설명하고 원하시면 헬기를 보내고, 원하지 않으시면 직접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울의 부모님은 공짜로 헬기를 타고 서울 구경 올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셨는지 헬기를 타고 올라오시겠다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다.

    “잘됐다.”

    “호호호, 나 어때? 능력 좋지?”

    “그래. 능력 좋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어.”

    “내 생각은 아니고 수연이 생각이야. 아무래도 내일 당장 자기와 독점 인터뷰를 하는 조건으로 방송헬기 사용권을 얻어낸 것 같아. 뭐 서로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어냈으니 그걸로 된 거 아냐? 안 그래?”

    “정아 말이 맞아.”

    그는 웃으면서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다른 돈은 전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유튜비 구들 애드센스에서 3억 원을 입금한 것은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유튜비에 동영상을 올렸다고 그렇게 돈을 많이 주나?”

    “뭔 소리야? 자기도 유튜비에 동영상 올렸어?”

    “응.”

    “뭔데? 나도 좀 보자.”

    “그래.”

    유정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 하나를 가져오더니 소울을 데리고 소파로 가서 나란히 앉았다.

    소울은 노트북을 자신의 무릎에 내려놓고 유튜비 홈페이지로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는 자신이 올린 동영상을 찾아봤다.

    “우와, 조회수 끝내주네?”

    “조회수?”

    “여기 봐! 자기가 올린 동영상 조회수가 3억도 훨씬 넘었잖아.”

    “아! 그래서 3억 원이 입금됐구나.”

    “뭐? 이걸로 3억 원 번거야?”

    “응.”

    “우와! 이제 보니 자기 능력 있는 남자였네? 돈을 이렇게 잘 벌고 말이야?”

    “뭐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유정아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와 그가 올린 동영상을 번갈아 쳐다봤다.

    “이거 화질이 아주 좋은데? 잘 찍은 동영상이야. 혹시 이거 자기가 직접 찍은 거야?”

    “응, 예전에 고블린들이 도곡 중학교로 쳐들어왔을 때 혹시나 해서 찍어놓은 건데, 내가 입원해있던 병원의 박은영이란 간호사가 유튜비에 올리면 좋겠다고 해서 올렸던 거야.”

    “그 간호사한테 한 턱 단단히 쏴야겠는걸! 덕분에 3억을 벌었잖아.”

    “맞네. 정말 그래야겠어.”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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