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0 제 30 장 - 귀환 =========================================================================
“여보세요?”
“엄마, 저에요. 소울이에요.”
“너 누군데 이런 못된 장난치니? 응?”
“아니에요. 엄마! 저 정말 소울이에요.”
“아니 그래도 계속 장난전화질이네?”
소울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도 믿어주지 않는 어머니의 행동에 기가 막혔다.
‘세상에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귀신으로 만들어놓았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집으로 내려가서 부모님을 뵐 것을…….’
마음이야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살아있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은 상태였다.
“엄마, 내 목소리 벌써 잊어 버렸어. 안 죽었다니까 왜 자꾸 집안의 장남을 죽은 놈으로 만들어? 나 안 죽었어. 안 죽었다고……. 엄마! 내 시체 봤어? 봤냐고? 무슨 엄마가 자식의 목소리도 하나 기억 못해?”
“응? 너 정말 내 아들 맞구나. 소울아! 아이고, 너 정말 소울이구나! 살아있었구나!”
자식도 못 알아 보냐고 막 화를 내는 충격요법이 다행히 성공했다. 그제야 소울은 좀 안심이 됐다.
“맞아요. 내가 소울이지 아니 그럼 누가 소울이에요?”
“에고, 내 새끼, 살아있었네. 장하다. 고맙다. 살아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엉엉엉…….”
소울은 코가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자식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힘들어 하셨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 특히 어린아이라도 된 듯 엉엉 울어대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내가 개 새끼구나. 당연히 제일 먼저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안심을 시켜드려야 했었는데……. 일의 우선순위도 파악하지 못하고 이렇게 불효를 저질렀네.’
그는 자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전화에 대고 한참동안 울음을 터트린 어머니가 좀 진정을 한 것 같아 보이자 소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중에 만나서 다시 잘 설명을 드리겠지만, 저 진짜 안 죽었어요. 정부에서 내가 하피에게 납치됐다는 증인들의 말만 믿고 그냥 죽었다고 사망자처리를 한 거예요.”
“그래, 이제는 네 말 믿는다. 세상에 그런 줄도 모르고 능력자 합동장례식에서 네 장례까지 다 치렀으니…….”
“죄송해요.”
“아니다. 난 네가 살아 돌아 와준 것만으로도 만족해. 이제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어.”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죽기는 왜 죽어요? 이제부터 제가 효도하는 것 지켜보셔야지요.”
“효도는 됐으니까 그놈의 능력자인지 뭔지 좀 당장 때려치워라.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났다가는 나 진짜 맘 편히 못 죽을 것 같아.”
“자꾸 그렇게 죽는다는 소리 할 거예요?”
“호호호, 오늘따라 네가 소리를 지르는 것이 왜 이리 좋냐?”
“엥, 나 없는 동안 우리 엄마 좀 이상해졌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내려갈게요.”
“그래 그래라. 네 아버지 집으로 돌아오시면 너 살아났다고 얘기하마.”
“살아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안 죽었어요. 괜히 자기 아들 죽였다 살리지 마세요.”
“어? 말이 그렇게 되나? 알았다. 그럼 내일 보자. 그런데 언제쯤 올 거니?”
“늦어도 저녁때까지는 도착할 거예요.”
“그래 그럼 그때보자. 고맙다. 우리 아들!”
“엄마! 사랑해요”
“그래, 나도 우리 아들 무지하게 사랑한다.”
“제가 좀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호호호, 죽었다 살아나더니 좀 징그러워졌다?”
“그럼 제가 덜 사랑할게요.”
“아니야. 그냥 네가 더 많이 사랑해라.”
“하하하, 알았어요. 원하시는 데로 할게요.”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고 나자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던 뭔가가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다.
소울은 소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소망이냐? 형이다.”
“네? 형이라고요?”
“그래. 나 안 죽었다.”
“정말 형이야?”
“그래.”
“우리 화상통화하자. 목소리만 가지고는 도저히 못 믿겠어.”
“그러던지…….”
소울은 소망이가 원하는 데로 화상통화를 했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나자 소망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했다.
“형! 정말 살아있었구나?”
“그래. 이렇게 살아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왜 멀쩡히 살아있는 형을 정부에서는 죽었다고 한 거야?”
“얘기가 좀 긴데……. 그게 말이지, 사실은……”
그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동생에게만큼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나중에 부모님이나 소현이가 물어보면 소망이가 중간에서 잘 알아서 대답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도 좀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형은 강남필드 보다 훨씬 깊은 곳인 차원의 균열이라는 곳에 있었다는 말이야?”
“강남필드는 능력자협회와 정부가 붙인 이름이고, 사실은 모두 차원의 균열 안이라고 봐야해.”
“고생이 많았겠네?”
“아이유, 말도 마라. 진짜 나 여러 번 죽을 뻔 했어. 지금 심정으로는 다시는 차원의 균열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어쨌든 살아 돌아왔으니 정말 다행이야. 아버지와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셨어. 소현이도 많이 울었고…….”
“내일 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얼굴 뵙고 안심을 시켜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참, 소현이는?”
“지금은 좀 바쁜 일이 있어서 통화하기 힘들 거야. 나중에 내가 만나서 전화하라고 할게.”
“그래. 그렇게 해줘.”
소망이는 비록 자신의 동생이긴 하지만 남자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어머니나 소현이보다 대화하기가 편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와는 거의 대화한 적이 없으니 아버지와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형,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다니?”
“계속 능력자로 살 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그거 아니면 뭘 해먹고 살겠냐?”
“전에는 형이 능력자가 된지 몰라서 조용했지만 이제 형이 능력자라는 것을 아셨으니 아마 어머니가 결사반대하실 거야.”
소망이의 말에 소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통화에서도 언급을 하셨지만 아마 얼굴을 보면 더 난리를 치실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러시겠지. 하지만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이번 일을 계기로 난 절대 위험한 몬스터는 사냥하러가지 않을 거야. 대신 능력자와 관계되는 일을 하거나 몬스터 부산물 사업을 해볼까해.”
“그건 자본이 좀 많아야 하는데……. 7대 재벌길드가 생겼다는 얘기는 들었지?”
“응, 자본이 조금은 있어야 할 거야. 하지만 어디나 틈새시장은 있게 마련 아니니?”
“길드는 안 들어가려고? 차라리 길드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좀 더 안정적이잖아?”
“그것도 한번 생각해볼게. 하지만 어지간한 길드에서는 F급 소환계 능력자를 쉽게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렇구나.”
소망이는 어떻게 하던지 소울이 능력자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뉘앙스를 풀풀 풍겼다.
하지만 그것은 소울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까망이가 없으면 모를까, 이제 까망이가 서서히 능력을 개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자신은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최하급 소형 몬스터만 잡으러 다녀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소울은 소망이와 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가 전화를 끊었다.
문득 세경이에게 전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바로 고개를 흔들고 정윤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윤이 씨!”
“누구세요?”
정윤이의 목소리는 살짝 날이 서 있었다.
“나, 소울이에요.”
“누구신데 죽은 사람의 이름으로 장난을 치시는 거예요?”
“윤이 씨, 제 목소리 벌써 잊어버렸어요? 저 진짜 소울 맞아요.”
“설마, 정말 소울 씨에요?”
“네.”
“소울 씨는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있어요?”
정윤이의 말에 소울은 쓴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꼭 제가 죽어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아, 아니에요. 그런 거……. 그런데 정말 소울 씨 맞죠?”
“네, 맞습니다. 제가 몬스터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을 알고 정부에서 그냥 사망자처리를 해서 그래요.”
“납치를 당했었다고요? 그럼 지금은요? 몸 건강히 돌아오신 거예요?”
“네, 그렇습니다. 사지 멀쩡하게 건강하게 잘 돌아왔습니다.”
“꺄악! 소울 씨! 살아있었군요.”
그제야 소울이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믿은 건지 정윤이는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아아앙…….”
“윤이 씨? 괜찮아요.”
“몰라요. 난 죽은 줄만 알고 있었잖아요. 장례식에도 갔었는데……. 흑흑흑…….”
“그랬군요. 죄송해요.”
“흐윽, 아니에요. 소울 씨가 죄송할 게 뭐가 있겠어요. 이렇게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소울은 정윤이가 울자 가슴이 짠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아니고 자신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니 더욱 그런 마음이었다.
“우리 만날까요?”
“네. 좋아요. 내일이라도 만나요.”
“내일은 제가 집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뵈어야 할 것 같아요. 다녀와서 제가 연락드릴게요. 괜찮죠?”
“네. 당연히 부모님부터 뵈어야죠. 하지만 부모님 다음은 저에요.”
“물론입니다.”
소울은 정윤이의 이런 마음씨가 고마웠다.
두 사람은 당장 만날 수 없는 대신 화상통화를 하며 한참동안 서로 수다를 떨어댔다.
전화를 끊고 나자 유정아가 손짓을 했다.
“이리 와서 밥 먹어!”
“응.”
소울은 유정아가 가져다준 하얀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식탁으로 걸어갔다.
식탁에는 2층 뷔페식당에서 가져온 온갖 요리들이 가득했다.
“우와, 이거 진수성찬인데? 고마워!”
“2층 뷔페식당에서 그냥 싸오기만 한 건데 뭐…….”
유정아는 별거 아닌 듯 얘기했지만 규정상 밖으로 음식을 싸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소울은 그녀가 2층 뷔페식당의 매니저나 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을 했을 것을 생각하니 무척 고마웠다.
아마도 유정아의 성격에 그들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리 와봐!”
“왜 그래? 밥이나 먹어.”
“이리 와보라니까?”
“치잇!”
유정아는 소울이 따스한 눈길로 쳐다보며 자신을 부르자 괜히 입술을 앞으로 내밀며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어느새 소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소울은 그녀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를 해주고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아야! 고마워!”
“…….”
유정아는 순간 얼굴이 발갛게 물들며 부끄러워했다.
예전에 자신을 괴롭혔던 마녀 유정아의 모습은 사라지고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는 청순한 유정아가 소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유정아는 속옷은 다 벗어 버린 채 커다란 박스 티 하나만 입고 있었다. 소울은 그녀를 자신의 다리 위에 앉힌 채로 마음껏 두 손을 이용해 그녀의 부드럽고 탄력 있는 가슴과 엉덩이를 만질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는 유정아를 번쩍 들어 침대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유정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 몸 상해! 일단 이 음식 먹고 영양보충부터 하도록 해.”
“그럴래?”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착한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눈 것이 몇 번이나 됐다. 영양보충을 먼저 해주는 것이 먼저라는 말이 당연히 그의 가슴으로 다가왔다.
소울이 다시 식탁에 앉자, 유정아는 그의 옆에 앉아 마치 새색시나 되는 것처럼 시중을 들었다. 이럴 때 보면 유정아와 결혼하는 남자는 정말 최고로 행복할 것 같기도 했다. 물론 유정아가 그것을 원하지 않으니 당분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유정아는 정윤이와 통화하는 것을 다 들어놓고도 그것에 대해서 일체 말하지 않았다. 입을 꽉 다물고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을 봐서는 질투를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철칙을 지키려고 하는 것인지 결국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소울도 그런 유정아에게 굳이 해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자 친구가 생기게 되면 그녀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소울은 유정아 덕분에 편하게 식탁 위에 있는 음식들을 깡그리 먹어치울 수 있었다.
능력자의 몸은 일반인의 몸은 다르다.
그게 설사 F급 소환계라고 해도 그 차이는 명백하다.
능력자는 몸에서 필요한 영양분이 있으면 바로 소화해서 흡수해버린다. 또 몸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몸 밖으로 자연스럽게 내 보낸다.
그래서 능력자들의 몸은 대체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근육과 몸매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몸짱이란 말이다.
소울은 차원의 균열 안에 있는 동안 능력자의 몸이라고 보기에는 심각한 영양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그의 몸은 지금 각종 음식이 들어오자 빠르게 소화를 시키고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그의 몸이 조금씩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등급이 높은 능력자는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 되는데 삐쩍 마른 상태의 고위급 능력자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바로 몸이 커지고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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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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