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19화 (119/492)

00119  제 30 장 - 귀환  =========================================================================

그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그가 준 명함을 봤다.

명함에는 ‘로테 길드, 몬스터 부산물 사업부’라고 적혀있었다.

“원래 마석 아니 결정체와 몬스터 부산물은 능력자협회에서 일괄적으로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능력자협회에서 일괄처리해서 정부가 필요한 만큼 넘겨주고 나머지는 국내기업, 연구소에 팔거나 해외에 매각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능력자협회에 등록된 길드나 사업체에서 구매, 가공, 판매를 하고 능력자협회에서는 말 그대로 유통에만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정부에서 필요한 결정체와 몬스터 부산물의 수요를 책임져야 하는 능력개발청의 입김이 닿아서 지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뭔가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하하하, 좀 얼떨떨하시죠? 차차 아시게 되겠지만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아마 실감나실 겁니다. 그만큼 능력자들의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때, 안으로 들어갔던 한종철 능력자가 공무원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 나왔다.

“이소울 능력자, 잠시 지문조회 좀 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소울이 자신의 손을 내밀자 젊은 공무원이 그의 손가락에 단말기 같은 것을 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소울 능력자는 오크군단 웨이브 때 하피에게 잡혀가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많아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저기 위에 CCTV를 통해 능력자협회 연구소의 유정아 박사님과 유중한 능력자가 신분을 확인해주셨습니다.”

“그렇군요.”

“사망 처리된 신분을 원상복귀하려면 하루는 지나야 합니다. 그러니 불편하더라도 오늘까지만 참아주세요. 내일부터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공무원들이 소울을 신기한 동물을 보듯 쳐다보더니 자기들끼리 뭐라고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 소울 같은 케이스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능력자 테스트를 다시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F급 소환계 능력자라고 누가 믿겠습니까?”

한종철이 그에게 다가와 능력자 신분증을 넘기면서 속삭였다.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웨어울프의 인수증입니다. 테이밍이 된 펫이 아닌 몬스터는 이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그럼 이놈의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디에다 팔지 1주일 안에만 결정해주시면 됩니다. 생포한 웨어울프는 능력자협회에서 특별 관리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나중에 판매하시고 나면 특별 관리비 다 따로 내셔야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요.”

“물론 그렇겠죠.”

괜히 좋다가 말았다. 하지만 이게 정상이다. 그의 말처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는가? 공짜라고 말하는 것들도 다 따지고 보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소울이 걸어서 쪽문을 나가자 능력자들이 은색으로 된 특수봉인구를 가져다 웨어울프의 얼굴에 씌우고 손과 발을 봉인했다. 그리고는 짐짝처럼 들더니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우와!”

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자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딱 벌렸다.

대 몬스터 장벽이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100m 밖에 대 몬스터 장벽이 하나가 더 있었다.

신기한 것은 양쪽의 장벽 사이에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온갖 종류의 상점과 음식점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차례대로 줄을 서서 대 몬스터 장벽 위를 올라가고 있는 관광객의 행렬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걸 관광 상품화 할 생각을 했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그때였다. 갑자기 차 한 대가 빠르게 달려오더니 그의 바로 앞에 딱 멈춰 섰다.

소울은 누가 찾아왔는지 궁금해서 고개를 빼고 쳐다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차에서 내린 것은 하얀 가운을 입고 있는 유정아 박사였다.

“소울아!”

“유정아 박사님?”

도도도도!

유정아는 큰 소리로 그를 부르더니 번개같이 달려와 몸을 날렸다.

휘익!

“어이쿠!”

소울은 반사적으로 유정아를 받았다.

이 동작 하나만으로도 유정아가 능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유정아는 소울이 그런 사실을 이미 눈치 채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의 품으로 덥석 날아서 안겨왔다.

뭉클!

그녀의 압도적으로 풍만한 가슴이 그의 가슴을 짓눌러오자 소울은 순식간에 방어막이 해체되어 버리는 것만 같았다.

유정아는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꼭 감싸고 그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쪽쪽쪽쪽쪽…….

소울은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지만 유정아가 계속 키스를 남발하자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풀어져서 헤벌쭉 웃음을 지었다.

“살아 있었구나? 난 죽은 줄로만 알았어.”

“하하하, 운이 좋았어요.”

“정말 다행이야. 네가 죽었다고 했을 때 난 정말 슬펐거든…….”

“날 그 정도로 좋아했었어요?”

“응, 네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이 좋아했어.”

“아이 참, 이거 왜 이래요? 가슴 떨리게…….”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순간 가슴이 마구 떨려왔다.

하는 짓이 마녀라서 그렇지 정말 얼굴과 몸매만큼은 당장 연예인을 해도 TOP 10 안에 들 정도로 대단한 여자였다.

“왜 그래? 난 진심인데? 그리고 갑자기 웬 존댓말?”

“아무리 그래도 박사님인데 밖에서는 존댓말을 써야죠.”

유정아는 그의 몸에서 내려오더니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이 타고 온 차로 걸어갔다.

“이제부터 반말해도 돼. 우리 원래 그런 사이였잖아.”

“정말요?”

“그래. 참 그리고 공식적으로 우리 관계는 이미 끝났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 바보야! 네가 죽었는데 무슨 연구를 진행하겠어? 당연히 죽은 사람의 이름을 사냥법 연구와 훈련효율성 연구 지원자 목록에서 삭제했지.”

“그러니까 내가 죽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연구에서도 잘렸다는 말이네요.”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너와 나는 아무사이도 아니지.”

“그래서 말 편히 해도 괜찮다는 말이구나.”

“응, 그래도 금방 적응했네.”

“공식적인 사이도 아닌데 내가 너한테 존댓말을 쓸 필요가 있어?”

“어머, 너 뭔가 굉장히 터프해진 것 같다.”

유정아는 연신 웃음을 잃지 않았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두 번째 대 몬스터 장벽을 빠져 나와 헬기장으로 갔다.

헬기장에는 능력자협회에서 사용하는 VIP 전용헬기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보려고 헬기까지 타고 온 거야?”

“당근이지.”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자꾸 얘가 날 감동시키네!’

푸타타타타타…….

헬기가 하늘로 떠오르자 소울은 창밖을 내다보며 긴 한숨을 쉬었다.

하늘에서 길게 이중으로 세워져 있는 대 몬스터 장벽을 보자 그제야 자신이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그런 모습에 유정아가 그의 품에 안겨오며 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소울은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몸을 안자 절로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빌딩이 즐비한 강남의 모습이 보이고 멀리서 한강이 눈에 들어왔다.

차원의 균열 안에서 매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동안, 이곳은 전혀 자신과는 상관없이 평화롭게 잘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자신이 있는 정말 서울 상공이 맞나 하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디로 가는 거야?”

“나 급해. 그냥 좀 따라와.”

“뭐가 급한데?”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옥상에 VIP 전용헬기가 내리자 유정아는 다짜고짜 그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자신의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빨리 벗어!”

“야! 나 피곤하거든?”

“지랄, 안되겠다. 나하고 같이 샤워하자.”

“어어!”

소울은 유정아의 등쌀에 못 이겨 결국 옷을 홀딱 벗고는 그녀와 함께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야 했다.

그녀는 소울의 머리에 샴푸와 린스를 한꺼번에 쭉쭉 뿌리고 몸에 샤워젤 한 통을 들이 부었다.

그러더니 직접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감기고 샤워 볼로 마구 문질러 댔다.

“어푸, 어푸! 그냥 내가 할게.”

“안 돼! 내가 직접 해줄 거야.”

유정아는 소울의 팔을 옆으로 치워 버리더니 정성껏 그의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씻어주었다. 그는 그녀의 행동에 또다시 가슴이 설레는 것을 느꼈다.

‘진짜, 얘가 왜 이러지?’

그러면서도 소울은 유정아의 행동에 조금씩 감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엽기적인 행동을 보아온 그는 언제나 그녀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녀의 진심을 의심할 수 없었다.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도 주인이 자신을 사랑하는지 안하는지 알고 있다. 하물며 사람인 소울이 그녀의 행동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없는지를 왜 모르겠는가?

소울은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잔뜩 긴장했던 근육과 정신이 조금씩 이완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샴푸와 린스 한통씩을 다 쓰고 나중에는 이태리타올로 그의 몸을 박박 밀어 때까지 벗겨준 유정아는 소울로 인해 이제 반대 입장이 되어야 했다.

“아이, 간지러워! 왜 이래?”

“뭘? 너도 해줬으니까 이제 나도 해줘야지.”

“해주는 것은 침대 위에서도 충분해.”

“아니야. 나도 해줄 거야. 그리고 꼭 한번 이렇게 해보고 싶었단 말이야.”

소울은 도망치는 유정아의 벌거벗은 몸에 기어코 거품을 잔뜩 묻혀 두 손으로 질리도록 닦아 주었다. 사실 닦는 것인지 만져준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둘 모두에게 큰 만족감을 선사했다.

양치질을 하고, 뜨거운 물로 다시 한 번 깨끗이 씻은 후, 커다란 새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은 소울과 유정아는 욕실을 나와 침대 위로 자리를 옮겼다.

“급하다는 게 이거였어?”

“그럼 뭐가 급하겠어?”

“정아, 은근히 밝히네?”

“호호호, 난 은근히 밝힌 적 없어. 대놓고 밝혔지.”

“하하하, 그래. 그건 맞다.”

“소울아, 이제 나 그만 놀리고 빨리 해주면 안 될까? 나 너 죽었다는 소리 때문에 한 달 동안 거미줄 치고 살았단 말이야.”

“정말? 한 달 동안이나?”

“그래도 우리 사이에 쌓인 정이 있지. 어떻게 네가 죽은 지 한 달도 안됐는데 다른 남자를 안겠어?”

소울은 그녀의 솔직한 말에 또다시 감동을 먹었다.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기는 유정아였지만 그래도 나름 자신만의 규칙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죽었다는데도 불구하고 한 달이나 자신을 생각해줬다는 것이 크게 가슴에 와 닿았다.

소울은 앵두처럼 붉은 유정아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유정아는 소울의 키스를 받자마자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며 크게 흥분했다.

그 모습에 소울도 더 이상 말장난을 할 생각을 버렸다.

사실 급하다면 그녀보다 자신이 더 급했다.

차원의 균열 안에서 몬스터들에 쫓기며 받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존을 위협받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소울도 욕구불만이 극에 달해있었다.

사람이 생사의 위협에 처하면 종족보존의 원초적 본능이 크게 치밀어 오르는 법이다.

소울이 지금 바로 딱 그 상황이었다.

부탁을 해서라도 욕구불만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소울에게 유정아 같은 미녀가 알아서 스스로 달려드니 소울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아아아아…….”

유정아의 달뜬 교성이 침실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치명적인 유혹의 살덩어리들이 침대 위에서 끈적거리며 뱀처럼 소울의 몸을 휘감아 왔다.

그녀의 몸은 이미 스스로 불을 질러버린 것처럼 소울이 어딜 어떻게 해도 모두 성감으로 직결되어 버렸다.

키스와 진한 애무를 동시에 하자 그녀는 벌써 고개를 하나 넘었는지 뜨거운 교성을 지르며 몸을 활처럼 휘었다.

두 다리를 꼿꼿이 쭉 뻗으며 부들부들 떨어대는 유정아의 얼굴은 살짝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소울에게는 그 모습이 그렇게 야하고 섹시할 수가 없었다.

터져 버릴 것처럼 부풀어 단단히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그녀의 안으로 밀어 넣으며 소울은 절로 신음을 흘렸다.

따뜻한 그녀의 안은 그를 받아들이기가 무섭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소울은 순간 머릿속이 녹아버릴 것 같은 짙은 쾌락에 취해 짐승처럼 그녀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침대가 두 사람의 격렬한 정사에 힘겨운 비명을 질러댔다. 침대의 비명 위에 유정아의 달착지근한 교성이 덮이고 이내 날카롭고 딱딱 끊기는, 듣기만 해도 등골이 짜릿 거리는 교성으로 변해갔다.

“하아아악! 자기야! 사랑해!”

“정아야! 허억!”

둘은 서로의 몸을 꼭 껴안으면서 아래를 서로를 향해 죽어라고 밀어붙였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고 귀에 이명이 들리듯 멍해졌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진저리를 쳤다.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대낮부터 깊은 밤까지 쉬지 않고 이어져갔다.

불처럼 타오르는 침대 위에서 서로를 탐하는 끈끈한 열락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 * * * *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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