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18화 (118/492)
  • 00118  제 30 장 - 귀환  =========================================================================

    전투헬멧에서 방전된 배터리를 빼고 연두색으로 빛나는 구슬같이 생긴 새 배터리를 끼어 넣자 소울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투헬멧의 전원이 들어오자 E급 전투헬멧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이 하나씩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명우는 소울이 가지고 있는 전투헬멧과 전투슈트를 보고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전투슈트나 전투헬멧만 봐도 딱 견적이 나오는군. 실력도 실력이지만, 저렇게 쉽게 구하기 힘든 장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뭔가 있다는 말이야. 일단 이 사람과 친해져서 손해 볼 것은 없겠다.’

    유명우는 소울을 아까보다 더욱 친절하게 대했다. 남들이 보면 원래부터 아는 사이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네버다이 길드원들도 유명우의 행동을 보고 뭔가 있다고 판단을 했는지 소울에게 친절하게 대했다.

    “혹시 돌아가는 길을 모르시면 저희 길드원 하나를 붙여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돌아가는 길은 저 혼자 충분히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소울은 유명우의 부담스러운 호의를 완곡히 거절했다.

    받는 게 있으면 반드시 뭔가를 줘야하는 날이 온다. 그게 사회생활이다.

    그는 아직까지 잘 모르는 유명우에게 전투헬멧의 여유분 배터리 하나를 빌린 정도의 빚 그 이상의 부담은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와의 관계는 지금 이 정도가 딱 좋았다.

    “그럼 사냥 대박 나시기를 바랍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소울과 유명우는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기절해버린 비스크를 번쩍 들어 어깨에 메고 가는 소울은 주변을 스캔하는 탐색기능을 활성화 시켰다. 전투헬멧의 시야에 주변의 능력자와 몬스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전투헬멧의 미니맵 기능을 활성화 시켜 강남필드를 찾았다. 그러자 강남필드까지 가는 가상의 점선이 그의 시야에 떠올랐다.

    그 모습에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의 눈이 어느 때보다도 밝고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발걸음은 가벼웠고 마음은 어느새 한강의 강바람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깨가 무거웠다.

    ‘가만 그런데 내가 왜 힘들게 이놈을 어깨에 메고 가고 있지?’

    생각해보니 그는 비스크를 계속 들고 가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어깨를 비스듬히 기울여 비스크를 땅으로 떨어뜨렸다.

    쿵!

    비스크의 얼굴이 땅에 처박히며 코피가 흘렀다. 고통으로 인해 몸이 절로 움찔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소울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수통을 꺼내 물을 마시면서 주위를 살펴봤다.

    전투헬멧의 탐색기능으로 인해 주변에는 일정 크기 이상의 생명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소울은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수통의 물을 반쯤 마시고 나자 남은 물은 그대로 비스크의 머리 위에 들이부었다.

    “야! 일어나! 지금 당장 안 일어나면 네 머리만 잘라가지고 갈 테다.”

    “일어납니다. 일어난다고요. 아이고, 내 코야!”

    신기하게도 소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비스크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고블린의 마비독으로 인해 몸이 잠시 마비가 됐지만 비스크는 자신의 놀라운 회복 능력과 재생 능력을 이용해 이미 몸을 완전히 회복시킨 상태였다.

    거대말벌의 독침을 맞았다면 아마 바로 일어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고블린의 마비독 정도로는 웨어울프를 오래 마비시키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앞장서라!”

    “네.”

    비스크는 팔로 코피를 한번 쓱 닦고는 소울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기회를 봐서 소울의 목을 콱 물어버리려고 했는데 그럴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비스크는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만약 소울이 이런 자신의 생각을 안다면 또 얼마나 개 패듯이 맞아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소울은 여전히 잔대가리를 굴리고 있는 비스크의 뒤통수를 노려보다 걸음을 옮겼다.

    비스크의 어깨 위로 까망이가 알아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까망이도 이제는 비스크를 신용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믿을 수 있는 것은 까망이밖에 없었다.

    ‘이놈을 죽여? 살려?’

    그는 살짝 고민이 됐다.

    피의 맹세를 시켜 자신의 펫으로 테이밍을 할 생각과 골치 아프니 그냥 깨끗이 죽여 버리고 편하게 살자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울과 비스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묵묵히 길을 걸어갔다.

    그러다 소울의 발걸음이 갑자기 그 자리에서 딱 멈췄다.

    “아! 대 몬스터 장벽!”

    멀리 대 몬스터 장벽이 세워져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강남필드에 도착한 것이다.

    소울은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제일 먼저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쌍둥이 동생인 소망이와 소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뒤이어 민세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미 남의 여자가 되었을 것을 생각하고 고개를 살짝 흔들자 이번에는 정윤이의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그동안 연락 안했다고 삐지지나 않았는지 조금 걱정이 됐다.

    유정아 박사도 생각났다. 자신이 살아서 돌아온 것을 보고 제일 먼저 뭐라고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피에게 끌려갔다가 진군하는 오크군단의 사이에 떨어져 가까스로 탈출한 기억도 떠올랐다.

    차원의 균열에서 그동안 개 고생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특히, 비스크 때문에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굶주림에

    몸부림 쳤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빠드득!

    비스크는 뭔가 싸한 느낌이 왔는지 감히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얀데스 산맥이 좁다며 종횡무진 돌아다니던 시절이 절로 떠올랐다. 마음 내키는 대로 좌충우돌하며 자유를 만끽했던 야생의 웨어울프의 삶이 그리워졌다.

    쓸데없이 소울을 괴롭히고 몬스터들의 무리로 몰아넣으며 재미있어했던 과거가 무척이나 후회됐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인 줄 알았다면 그는 절대로 소울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스크는 몰랐다. 진정한 괴물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집으로 가자.”

    “네에…….”

    소울의 말에 비스크는 인상을 쓰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싫다고 하면 분명히 자신의 목을 쳐버릴 놈이기 때문이었다.

    둘은 대 몬스터 장벽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이상하다. 대 몬스터 장벽이 이렇게 높고 견고했나?’

    대 몬스터 장벽이 가까워지자 소울은 예전의 대 몬스터 장벽과는 달리 뭔가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는 그냥 좀 높고 튼튼한 담을 세워놓은 것이었다면 지금은 정말 성벽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크고 단단해보였다.

    아무래도 그동안 대 몬스터 장벽을 보강하거나 새로 지은 듯싶었다.

    대 몬스터 장벽에 도착하자 그는 입구를 찾았다.

    남쪽이라고 생각되는 쪽으로 한참을 걸어가자 드디어 관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소울은 반가운 마음에 연신 길을 재촉했다.

    관문이 가까워지자 소울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이건 마치 대 몬스터 장벽의 관문이 아니라 무슨 요새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철조망과 방어물은 기본이고 온갖 함정과 트랩이 일대에 가득했다.

    거기에다 관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 같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중화기와 대공화기가 즐비했다.

    관문 위에서 전투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육군 장병들의 모습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비스크, 그동안 즐거웠다.”

    “네?”

    갑작스런 소울의 말에 비스크는 두려움을 잊고 뒤를 돌아봤다.

    “윽!”

    순간 비스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까망이가 거대말벌의 독침으로 목을 찌른 것이다.

    소울은 천천히 걸어와 비스크의 뒤통수를 전투화로 차버렸다.

    빡!

    비스크의 뒤통수가 또다시 깨지며 피가 흘러내렸다. 바람 잘 날 없는 비스크의 뒤통수였다.

    정신을 잃은 비스크에게 다가간 소울은 비스크의 뒷목덜미를 움켜쥐고는 질질 끌고 관문의 입구로 다가갔다.

    “와아! 웨어울프잖아?”

    “혹시 생포한 건가?”

    “혼자서 웨어울프를 생포했다면 대단한 능력자인데…….”

    “누군지 모르겠다.”

    소울이 가까이 다가오자 관문을 지키고 있는 능력자들이 그의 손에 끌려오는 몬스터가 웨어울프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왁자지껄 수다를 떨어댔다.

    “수고하십니다.”

    “천만에요. 그런데 그거 직접 잡으신 겁니까?”

    “네.”

    “대단하십니다. 생포한 거라면 돈 좀 되겠네요.”

    “그렇습니까?”

    “생포한 웨어울프는 마석 값보다 높게 쳐주니까 최소한 1억 5천은 받겠네요.”

    소울은 관문을 지키고 있는 능력자들의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놈을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최소한 하나는 생겼구나.’

    하지만 그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는 조금 이른 것 같았다.

    삐익 삐익 삐익!

    “어? 이거 왜 이러지? 고장인가?”

    “그럴 리가 있어? 능력자 등록증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

    그들은 소울을 쳐다보며 묘한 시선을 보냈다.

    “능력자 등록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아! 네.”

    소울은 순순히 품속에서 능력자 등록증을 꺼내 넘겨줬다.

    그의 능력자 등록증을 받은 사내는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서 단말기 같은 것에 대고는 확인했다.

    “어라? 죽은 사람으로 나오는데?”

    “야! 한종철, 그게 뭔 소리야? 여기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 사람보고 죽은 사람이라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여기 화면에 그렇게 떴단 말이야.”

    한종철은 자신에게 소리친 능력자를 보고 짜증을 냈다. 그리고는 소울을 보고 손짓을 했다.

    “이소울 능력자, 맞죠?”

    “네, 맞습니다.”

    “이쪽으로 잠깐 와보세요. 얼굴 좀 확인해보게.”

    “네.”

    소울은 순순히 그의 말에 따라 단말기 앞으로 다가갔다.

    “어라, 얼굴도 똑 같네. 그런데 왜 사망자처리가 됐지?”

    “그건 아마 오크군단과 전투를 벌일 때 하피에게 잡혀갔기 때문입니다.”

    “뭐라고요? 그럼 오크군단 웨이브 때 납치됐다가 지금 살아서 돌아왔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혹시 자신의 신분을 보증해줄 사람이나 지금 하신 말을 증명해줄 사람이 있습니까?”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5층에 있는 유정아 박사님이나 오크군단 전투 당시 제1 공격대의 10조 조장 유중한 능력자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가서 연락해볼 테니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네, 그러죠.”

    한종철은 즉시 관문의 한쪽에 나있는 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소울과 처음 대화를 나눴던 능력자가 은밀한 목소리로 악수를 청해왔다.

    “저는 민시낙이라고 합니다.”

    “아, 네. 이소울입니다.”

    웃으면서 악수를 청하는 민시낙의 태도에 소울도 웃으면서 그와 악수를 했다.

    “그런데 생포한 웨어울프는 어디에다 팔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오크군단 웨이브가 끝난 지가 3주가 넘었으니 모를 만도 하겠네요.”

    “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습니까?”

    “오크군단 웨이브가 한 1주일 정도는 갔을 겁니다. 그리고 3주가 지났으니…….”

    소울은 깜짝 놀랐다.

    하피에게 잡혀서 차원의 균열로 끌려간 지 2주는 훨씬 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한 달이 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날짜 감각이 그렇게 둔했었나? 그게 아니라면 설마 지구와 차원의 균열 안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나?’

    당장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로써는 그걸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전투헬멧을 계속 켜놓았다면 정확하게 알 수 있었을 텐데 배터리를 아낀다고 그동안 쭉 꺼놓았으니 비교가 불가능했다.

    “어찌됐든 생포한 웨어울프는 7대 재벌 길드에 파는 게 좋아요. 그놈들이 값을 잘 쳐주거든요. 혹시 생각 있으면 여기로 연락해보세요. 값 잘 쳐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7대 재벌 길드는 뭡니까?”

    “우리나라 7대 재벌기업에서 이번에 길드를 각각 조직했습니다. 단순한 길드는 아니고 세계 결정체 산업과 몬스터 부산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크군단 웨이브에 학을 띤 정부에서 바로 허락을 해줘서 이제 대한민국은 3대 길드와 7대 길드 그리고 7대 재벌길드가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아! 그러니까 재벌기업들이 능력자를 스카우트해서 길드를 만들었다는 말이네요? 거기에다 결정체 사업도 하고 몬스터 부산물 사업도 해먹고요.”

    “그렇습니다. 산성, 신경, 미래, 엔지, 포스칸, 로테, 한징이 바로 그들 길드의 이름입니다.”

    소울은 이름만 들어도 어떤 재벌기업이 어떤 길드를 조직했는지 알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 수정공지: 7대 재벌길드 중 근대를 미래로 이름을 고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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