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6 제 29 장 - 탈출로 =========================================================================
쏘아진 화살처럼 순식간에 오크전사에게 달라붙은 비스크는 오크전사가 반사적으로 휘두르는 칼을 왼손의 손톱으로 후려쳐서 위로 튕겨 올리고 오른손의 손톱 길게 뽑아내어 오크전사의 목에 깊이 쑤셔 박았다.
캉! 푸슉! 치이이익!
오크전사의 목에 구멍이 뚫리다 못해 반이 잘려나가자 피가 분수처럼 허공으로 치솟았다.
‘저 병신 같은 똥개새끼! 죽이려면 곱게 죽이지, 왜 사방에 피는 뿌려대고 지랄이야?’
소울은 속으로 비스크를 마구 욕하며 살짝 시간차를 두고 나무사이를 빠져나왔다.
주위를 빠르게 살펴보니 어느새 사방에서 오크전사들이 나타나 비스크를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그는 당장 어깨에 메고 있던 글레이브를 풀어 비스크를 향해 달려가는 한 오크전사의 등을 향해 던져버렸다.
휙! 푹!
빠른 속도로 날아간 글레이브가 오크전사의 등 한가운데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갔다.
오크전사 한 마리는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저쪽으로!”
소울은 비스크가 오크전사 하나의 얼굴을 잡아서 땅으로 처박으면서 한 손으로 가리킨 방향을 확인했다.
“알았어.”
그는 대답을 하자마자 쉐도우 스텝을 써서 오크전사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푹! 촤악! 치이이이익!
정면의 오크전사의 목에 날카로운 샴쉬르를 찔러 넣으면서 동시에 달려가는 방향으로 빠르게 검을 잡아챘다.
그러자 오크전사의 목이 뜯겨나가며 경동맥이 그대로 끊어져 피가 솟구쳤다.
옆에서 다른 오크전사 하나가 빠르게 달려들며 들고 있는 칼을 휘둘렀다.
휘이익!
소울은 급히 몸을 낮추면서 오크전사의 칼을 머리 위로 보내고 대신 자신의 샴쉬르로 오크전사의 발목을 베어버렸다.
서걱!
크악!
뼈가 잘리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오크전사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마무리를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던 소울은 발목이 반이나 잘리며 쓰러진 오크전사를 내버려두고 급히 몸을 일으켜 튕기듯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정면에는 또 다른 오크전사 둘이 씩씩대며 달려오고 있었다.
들고 있는 샴쉬르를 먼저 왼쪽의 오크전사를 향해 집어 던졌다. 연이어 까망이를 오른쪽 오크전사를 향해 던졌다.
휘익!
창!
휙!
퍽! 풀썩!
왼쪽의 오크전사는 들고 있는 칼로 날아오는 샴쉬르를 후려쳐서 옆으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오른쪽의 오크전사는 까망이가 날아가며 단창으로 변해 목구멍으로 파고들어가 뒤통수를 뚫어 버렸다. 뒤통수에 구멍이 뚫린 오크전사는 당연히 그 자리에서 픽하고 쓰러져버렸다.
소울은 오른쪽 오크전사가 쓰러지는 것을 보며 왼쪽 오크전사를 향해 쉐도우 스텝을 써서 빠르게 달려들었다.
오크전사가 자신의 칼을 위로 들더니 그를 향해 내려쳤다.
[까망아! 돌아와!]
소울이 강하게 염원한 순간, 그의 오른손엔 이미 까망이가 잡혀 있었다.
그는 오크전사의 칼이 자신을 향해 내려오자 굳이 상대하지 않고 쉐도우 스텝으로 옆으로 빠져 나갔다.
그러면서 오크전사의 얼굴을 향해 까망이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던졌다.
휙!
까망이는 소울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몸을 화살촉 모양으로 바꾸고 가속도를 더했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뭔가가 날아오자 놀란 오크전사는 고개를 옆으로 피하면서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췄다.
비록 적이지만 정말 눈부신 반사신경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
화살촉 모양을 하고 날아가는 것은 차가운 무생물이 아니라 얼마든지 속도와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까망이었다.
까망이는 오크전사의 회피동작을 보자 곧바로 그에 맞춰 날아가는 진로를 변경했다.
결과는 까망이의 의도대로였다.
푹!
오크전사의 오른쪽 눈을 뚫고 들어간 화살촉 모양의 까망이는 오크전사의 뇌를 뚫고도 모자라 뒤통수로 삐죽 튀어나오고서야 멈춰 섰다.
소울은 쓰러지는 오크전사에게 다가가 까망이를 잡고 그대로 뽑았다.
까망이의 몸이 순간 단검모양으로 바뀌며 소울이 자신의 몸을 잘 잡고 오크전사에게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까망이 나이스!]
[규!]
오크전사의 회피동작에 맞춰 날아가는 궤도를 수정한 것이나 센스 있게 단검 모양으로 변한 것을 잊지 않고 칭찬을 해주자 까망이는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안전한 곳이었다면 조금 더 까망이의 기분을 맞춰 줬을 텐데 상황이 여의치 못한 곳이라 소울은 그대로 다시 몸을 움직여야했다.
사사삭 사사삭…….
그는 다시 숲속을 질주했다.
커다란 나무와 우거진 수풀로 인해 조금만 숲속으로 들어가도 뒤쪽에서는 그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크의 피가 그의 몸에 묻은 이상 오크전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피 냄새를 맡으며 그를 쫓아올 것이 분명했다.
“이쪽이에요.”
어느새 오크전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비스크가 빠져나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녹색의 오크 피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소울은 비스크를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다.
“닥치고 달려!”
소울과 비스크는 그때부터 죽어라 숲속을 달려갔다. 뒤에서 오크전사들이 미친 듯이 쫓아왔지만 잡히면 사망이라는 것을 아는 그들을 따라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휙 휙휙 휘 휙휙!
“피해! 화살이다.”
“네, 저쪽으로 가요.”
어느새 오크궁수들이 나타나 둘을 향해 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놀란 소울과 비스크는 나무 사이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달리며 화살을 피해냈다. 그리고는 비스크를 따라 비스듬하게 숲속을 가로질렀다.
“얼마나 더 가야해?”
“거의 다 왔어요.”
비스크의 머리 위로 화살이 하나 날아가자 그는 더욱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소울은 이제 입을 꾹 다물고 모든 신경을 달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자 둘은 정말 무서운 속도로 숲속을 질주해나갔다.
“정면에 오크전사 둘이 옵니다.”
“왼쪽 맡아, 내가 오른쪽!”
“네.”
정면에 오크전사 둘이 등장하자 소울은 빠르게 맡을 대상을 정했다. 그리고는 더욱 달리는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크왕! 와드드득!
비스크가 허공으로 높이 뛰어 올라 오크전사에게 떨어졌다. 오크전사를 쓰러뜨리면서 목을 문 비스크는 크게 머리를 좌우로 휘저었다.
그러자 오크전사의 목이 그대로 부러지며 달랑거렸다.
소울도 비스크의 모습에 지지 않았다. 달려가는 동작을 유지한 채 전면으로 까망이를 힘차게 던졌다.
휙! 퍽!
까망이가 날카로운 창촉으로 변하며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오크전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오크전사는 비록 가죽갑옷을 잘 챙겨 입고 있었지만, 소울이 달리는 속도에다 던지는 가속도 그리고 까망이가 변신하며 스스로 낼 수 있는 가속도까지 모두 합쳐지자 그 무시무시한 속도와 파괴력에 가죽갑옷이 뚫리며 정확히 심장에 구멍이 뚫려버렸다.
[까망아! 돌아와!]
소울은 달리는 그대로 까망이를 불러들였다. 그의 손 안에 어느새 까망이가 잡혔다.
그는 살짝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이 머릿속으로 생각한대로 까망이를 던지고 회수하는 게 가능해지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강남필드로 가는 길은 아직 멀고도 험난했다.
“정면에 홉고블린입니다.”
“그냥 돌파한다.”
“네.”
소울은 홉고블린과 드잡이 질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했다.
비스크가 손톱과 발톱을 드러내며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갔다.
촥 촤악 촤아악…….
쿠엑 꿱 케엑 커억 컥…….
비스크는 눈부신 속도로 손톱과 발톱을 휘두르며 홉고블린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다.
그 뒤를 소울이 왼손에는 토마호크, 오른손에는 까망이를 들고 달려갔다.
[까망아, 단검으로…….]
[규!]
까망이는 소울의 의지에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켰다.
소울은 비스크가 지나간 곳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앞을 막는 홉고블린들의 목을 토마호크로 그어버렸다. 그리고 새까만 단검 모양으로 변한 까망이를 휘둘러 홉고블린들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얼마나 둘의 동작이 빨랐는지 홉고블린들은 그들이 지나가고 난 후에야 자신들이 당한 것을 깨달았을 정도였다.
소울과 비스크가 홉고블린들을 뚫고 지나가자마자 이번에는 오크전사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이번에는 홉고블린도 미리 대비를 하고 있어서 그들과 부딪치는 일 없이 길을 비켜주었다.
그들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오크사냥꾼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홉고블린들은 그들도 보내고 난 후에야 동족이 당했다는 생각에 오크사냥꾼의 뒤를 따라 우르르 몰려갔다.
숲은 때 아닌 몬스터들의 질주로 인해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이것은 그 시작에 불과했다.
비스크는 조금씩 방향을 수정하면서 달려갔다.
소울은 어디가 어딘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주변의 지형지물을 가급적이면 몽땅 외우려고 애를 썼다.
다행히 둘보다 발이 더 빠른 몬스터들은 없었는지 더 이상 달려가는 그들을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달리는 전면의 공터에는 엄청난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고서 으르렁대고 있었다.
“오우거다.”
“트롤도 있다.”
비스크와 소울은 달리던 방향을 급하게 좌로 꺾어 다시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둘은 오우거와 트롤 두 마리의 눈에 띈 상태였다.
오우거와 트롤들은 서로의 겹치는 영역으로 인해 신경전을 벌이다 갑작스럽게 자신들 앞에 나타났다가 숲속으로 잽싸게 도망친 비스크와 소울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쫓아오기 시작했다.
‘아니 저 새끼들은 왜 우리를 쫓아오는 거지?’
소울은 오우거와 트롤이 자신들을 쫓아오자 이해를 하지 못했다.
등반가에게 ‘산을 왜 올라가십니까?’라고 물어보면 ‘산이 있으니까 올라갑니다.’
라고 대답을 한다.
몬스터에게 ‘너 왜 나를 쫓아오니?’하면 아마 ‘네가 도망가니까 쫓아온다.’라고 말할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잡아먹기 위해서겠지…….
오우거와 트롤은 정말 아무생각 없이 그들을 쫓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쫓기는 비스크와 소울의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헉헉, 얼마나 더 달려야해?”
“헥헥, 조금만 더 달리면 되요.”
“야! 이 새끼야. 어제도 너 똑 같은 소리 했잖아.”
“정말인데…….”
비스크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말 억울한 것은 소울이었다.
엄한 하피에게 잡혀와 죽을 고생을 하지 않나 이제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비스크만 믿고 뭐 빠지게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스크도 나름 열심히 방향을 잡아서 달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조금만 더 가면 강남필드가 나올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문제는 비스크의 대가리가 웨어울프보다는 닭대가리에 가깝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쫓아오는 오우거와 트롤들의 속도가 아주 빨랐다. 이정도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오우거와 트롤에게 따라 잡힐 것이 분명했다.
“안되겠다. U턴하자.”
“네?”
“뒤로 돌아가자고, 우릴 따라오는 오크전사들과 이 지긋지긋한 놈들을 맞붙여놓자는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소울의 말을 이해한 비스크가 왼쪽으로 방향을 확 꺾었다. 오우거와 트롤들도 자동으로 방향을 돌려서 따라왔다.
비스크는 오크전사들이 대충 어디쯤 왔는가를 예상하며 다시 한 번 방향을 확 꺾었다. 역시 오우거와 트롤들도 방향을 틀어 둘을 쫓아왔다.
“오크전사다.”
“잘 따라 오세요.”
비스크는 소울에게 당부를 한 뒤, 정면에서 달려오고 있는 오크전사들을 향해 비스듬하게 달려갔다.
오크전사들이 소울과 비스크를 발견하자 콧구멍에서 더운 연기를 뿜어대며 부리나케 달려왔다.
“하나, 둘, 셋 하면 왼쪽으로 방향을 꺾습니다.”
“알았어.”
“하나, 둘, 셋! 지금이에요.”
“고고싱!”
화다다닥!
사사삭 사사삭!
비스크와 소울은 달리던 속도를 유지하며 급하게 왼쪽으로 꺾었다.
그러자 오우거와 트롤 둘 그리고 오크전사들도 동시에 방향을 꺾으며 둘을 쫓아 달려왔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몬스터들은 옆으로 나란히 서서 한쪽 방향을 보며 달려가게 됐다.
오우거와 트롤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바로 옆에서 달리는 오크전사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덮쳤다.
펑 펑 퍼엉! 쾅 콰쾅!
케엑 크악 커억 퀘에엑…….
언제 잡힐지 모를 날쌘 놈 둘을 쫓는 것보다, 확실히 바로 옆에서 주먹만 휘둘러도 잡을 수 있는 오크전사들이 오우거와 트롤들에게는 더욱 먹음직스런 먹이로 보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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