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10화 (110/492)
  • 00110  제 28 장 - 구슬의 정체  =========================================================================

    역시 화끈한 울프리나였다. 소울은 그녀의 말에 어깨를 쫙 펴고 말했다.

    “좋아, 사실 나도 존댓말을 쓰는 것이 조금은 불편했어. 그러니 이제부터 말을 놓도록 할게.”

    “이미 난 그러라고 말했다.”

    “좋아. 울프리나, 넌 왜 차원의 균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오오! 알고 있었군?”

    “당연하지. 내 인생이 뭐가 그리 흥미가 있다고 사람들이 찾아오겠어? 다 차원의 균열 때문이지.”

    “흐음, 이거 경쟁자들이 꽤 많군?”

    “그게 무슨 소리지?”

    “혹시 모르고 있었나? 소울넷 등급이 어떻게 되지?”

    “최하급이야.”

    “그렇군. 그럼 하급이 되면 알 수도 있겠군.”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주면 안 돼?”

    “물론 안 될 것까지야 없지. 대신 설명을 듣고 나면 보고할 때 반드시 내 이름도 같이 넣어줘!”

    “그게 무슨 말이지?”

    소울은 울프리나의 말을 듣고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먼저 약속부터 해줘. 보고할 때 내 이름 올린다고 너에게 손해가 날 일도 아니니까.”

    “좋아. 네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약속하지.”

    “화끈해서 좋군. 그럼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응.”

    소울은 울프리나가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는 모습을 보며 흥분하기보다는 긴장했다.

    그녀의 입술에서 차원의 균열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울넷 등급이 하급으로 올라가면 소울넷 상점의 대분류 중 기타에 있는 범주 중 하나인 보고가 개방된다.”

    “아!”

    “뭔지 아는 것 같군. 그나마 다행이야. 굳이 그것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차원의 균열을 일으키는 근원이 되는 코어로 가서 보고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면 자연적으로 생겼다고 보고하고, 인공적인 것이면 코어에 새겨져 있는 문양과 일련번호 등의 정보를 같이 보내서 보고하면 되는 거야.”

    “그게 다야?”

    “응.”

    소울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세이지나 탄탈라스가 미치지 않고서야 아무런 이익도 없는 일에 소울넷 포인트를 선물로 주고 영단과 정령까지 가져다 바쳤겠는가?

    절대 그럴 리 없었다. 반드시 이 일에는 이익이 결부되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울프리나, 내 말은 그렇게 보고를 하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거지? 뭔가 소울넷으로부터 보상을 받나?”

    “어? 너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크흠.”

    울프리나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소울은 얼굴을 붉히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이런 바보 같은 놈! 아무리 소울넷 등급이 최하급이라도 그렇지 그런 것도 모르고 소울넷을 시작했어?”

    “아, 아니 그게 말이지…….”

    울프리나의 말에 소울은 뭔가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소울넷은 알다시피 우주의 고차원의 상위 지성체들이 만든 거야. 그들은 지식과 정보를 가장 큰 자산으로 생각하지. 그래서 차원의 균열 같은 우주의 신비에 대한 정보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하고 또, 아주 큰 보상을 하고 있어.”

    “그렇구나. 얼마나 큰 보상을 해주는데?”

    “그건 상황에 따라서 달라. 하지만 적지 않은 소울넷 포인트를 받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외에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어.”

    소울은 울프리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왜 세이지나 탄탈라스가 차원의 균열에 대한 정보에 대해 그렇게 목이 말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개가 뜯어 처먹을 놈의 새끼들, 이렇게 엄청난 보상이 있는 것을 나 몰래 혼자 날름하려고 했구나.’

    그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을 해보니 자신이 그들의 입장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았다.

    이런 일은 당하는 놈이 병신인 법이다.

    소울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기자, 울프리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설마 내말 듣고 너 나한테 화 난 것은 아니겠지?”

    “응? 아냐. 그런 것은 아냐.”

    울프리나는 소울이 아니라고 하자 바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소울은 그 모습에 그나마 울프리나와 같이 단순한 상대와 대화를 해서 이런 정보를 얻게 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이었다면 절대 자신에게 이런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 것이다.

    “울프리나, 그런데 내가 이것을 보고해버리면 넌 어떻게 되는 거야?”

    “그 말 설마 나를 빼고 혼자만의 이름으로 보고를 올린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물론 그건 아니야.”

    “그럼 됐어. 보고는 메인 보고자가 있고 보고를 위해 도움을 주거나 지원을 해준 보조 보고자가 있지. 날 보조 보고자로 이름을 올려준다면 메인 보고자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그렇구나. 그럼 보조 보고자의 이름은 몇 사람이 돼도 상관없는 건가?”

    “아마 그럴걸? 하지만 보조 보고자가 어떤 도움을 줬는지 정도는 밝혀야 할 거야. 물론 나는 메인 보고자가 소울넷 우주 연구학회에 제대로 된 보고를 할 수 있게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했다고 써주면 좋겠어.”

    “알았어. 내가 보고 할 때 반드시 그렇게 보조 보고자로 이름을 올려주도록 하지.”

    “호호호, 고마워!”

    울프리나는 아까와는 달리 이제 소울과 아주 쉽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목적을 달성하고 마음의 부담이 없어지니 그녀의 입이 트인 모양이었다.

    “참, 그런데 소울은 언제 소울넷 등급이 올라?”

    “그건 잘 모르겠는데…….”

    “무슨 헛소리야? 소울넷 인터페이스 맨 바깥쪽의 사각형이 한 바퀴 돌면 등급이 오르는데 그걸 몰르겠다니?”

    “엥? 그게 그런 거였어?”

    “너 참 바보로구나?”

    “크으, 정말 그런가보네.”

    소울은 즉시 자신의 소울넷 인터페이스를 살펴봤다.

    시야의 맨 바깥쪽에 있는 선이 12시 방향에서 시작해서 어느덧 9시 방향에 가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75%가 찼다는 말이다. 나머지 25%만 채우면 그의 등급은 자동으로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오르게 된다.

    “최하급에서 하급으로 등급이 오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 꾸준히 하급 영혼체험을 하도록 해. 그리고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고…….”

    “정말 그래도 될까?”

    “물론이지. 우린 동업자잖아.”

    울프리나의 말에 소울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는 당장 울프리나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마침 울프리나의 도움을 받을 것이 있어.”

    “그게 뭔데?”

    “문신강체술이야.”

    “문신강체술? 그거야 내 전공이지. 말해봐! 뭐가 문제인지?”

    “그래. 사실은…….”

    소울은 그때부터 울프리나에게, 세이지가 가르쳐준 문신강체술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전부 일러바쳤다.

    그는 이렇게 그녀와 얘기를 하다가,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 자신의 기억창고를 꺼내서 사진이나 동영상 형태로 대화상대에게 얼마든지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울프리나는 이렇게 첫날부터 자신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세이지가 가르쳐준 문신강체술 화면을 본 순간, 울프리나는 즉시 코웃음을 쳤다.

    “뭐야? 이게…….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아트란의 비전 문신강체술이라고? 어디서 허접한 마리오네트 조종술을 가지고 와서 사기를 치네?”

    “뭐시라? 마리오네트 조종술?”

    “그래. 이건 문신강체술도 아니야. 겉으로 흉내만 내어서 힘이 조금 강해지긴 하겠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대상을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기술이야.”

    “이럴 수가?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더니…….”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세이지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세이지를 조금은 믿고 싶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을 함부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는 진리를 오늘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게 무슨 말이야? 세상은 원래 자신의 힘으로 홀로 살아가는 거야. 알았지? 그러니까 너도 자꾸 다른 놈 의지하려고 들지 말고 홀로서기를 해보도록 해. 이건 동업자가 된 기념으로 너에게 해주는 내 진심어린 충고야.”

    “그래, 고맙다.”

    단순하지만 솔직한 울프리나의 말에 소울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참, 나를 괴롭히는 웨어울프를 한 마리 사로잡았는데 그녀석의 몸에도 여기저기 문신이 있었어. 혹시 봐줄 수 있어?”

    “물론이지.”

    소울은 생각난 김에 지금 포로로 잡아 놓은 웨어울프의 몸에 새겨진 문신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했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그것은 분명히 문신강체술일 것이다.

    자신의 기억의 창고에 접속해서 웨어울프의 몸이 선명하게 나온 화면을 몇 개 골라 인터페이스에 띄웠다. 그리고 손으로 잡고 돌리자 울프리나가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모르겠네? 그걸 알면 참 좋을 텐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혹시라도 알게 되면 나한테 꼭 알려줘!”

    “알았어. 그렇게 하지. 어디보자……. 흐음, 이건 완전히 허접한 문신투성이구나. 어? 이건 좀 쓸 만하겠네. 이것도 나름 괜찮고. 이건 영 아닌데? 어디서 허접한 놈이 이놈의 부족의 미래를 망치고 있구나.”

    “무슨 말이야? 알아먹을 수 있게 말해봐.”

    울프리나는 소울의 말에 그를 한 번 힐끗 쳐다보더니 두 손을 허공으로 올려 마구 휘둘렀다. 한참을 그렇게 하고 난 후 손바닥을 여러 번 뒤집자 소울에게 울프리나가 보여주고 싶은 화면이 그의 인터페이스에 떠올랐다.

    “내 인생은 체험해봤지?”

    “응.”

    “그래? 그럼 너도 내 취향 알겠구나?”

    “지금 그,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잖아?”

    “하긴 그렇구나. 우린 절대 합쳐질 수 없는 멀고 먼 사이로구나.”

    “울프리나, 이 사진에 대해 설명해야지?”

    “그래, 알았다.”

    소울은 울프리나가 요염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괜히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울프리나는 소울을 향해 쉽고 간단하게 문신강체술에 대한 강의를 해줬다.

    자신이 보여주는 문양과 소울이 포로로 잡은 웨어울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이 뭐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정말 간단하고도 심플하게 가르쳐줬다.

    울프리나가 무식하고 단순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녀의 강의를 듣고 나자 절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녀는 단수하긴 하지만 절대 무식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일부러 약간 무식한 느낌이 들도록 자신을 포장해놓은 것 같았다.

    “울프리나, 고마워. 이제 확실하게 이해했어.”

    “천만에, 그런데 너 이놈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야? 죽일 거야?”

    “그건 왜? 동족이라고 살려주라는 거야?”

    “내가 왜 그놈을 살려주라고 너에게 부탁을 하겠어. 적인지 아닌지 알려고 하는 거야.”

    “적이면 어떻게 하고, 적이 아니면 또 어떻게 할 건데?”

    “적이면 문신강체술을 위해 굳이 따로 문신을 새기지 말고 그놈의 문신이 새겨진 가죽을 벗겨서 네 몸에 붙이라는 말이야.”

    “뭐? 그런 것이 가능한 거야?”

    “물론이지. 다른 종족은 몰라도 웨어울프는 그게 가능해. 내가 방법을 알려 줄 테니까 한번 사용해봐. 효과는 바로 나오니까.”

    “응, 알았어.”

    소울은 울프리나의 말에 크게 고무되었다. 그는 울프리나의 설명을 몇 번에 걸쳐 듣고는 완전히 머릿속에 새기며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울프리나가 소울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혹시 너 차원의 균열이 생겼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

    “그게 무슨 의미인데?”

    “음, 역시 몰랐군. 차원의 균열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야. 설사 차원의 균열이 생긴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우주의 자정작용에 의해 자연스럽게 복구가 되어 사라지지.”

    “그럼 혹시 지금 우리 행성에서 일어나는 차원의 균열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란 말이야?”

    “100%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99%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어.”

    “그럼 누가 차원의 균열을 만든 거지?”

    “그건 나도 몰라. 아니 이제부터 너는 그것에 대해 알아봐야해.”

    “아!”

    울프리나의 말을 듣는 순간 소울은 말할 수 없는 불길한 기분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

    “내 생각에는 차원의 균열을 만든 자는 아마 소울넷을 만든 우주의 고차원적인 상위 지성체들과 비슷한 존재일거야. 아니면 그들의 적인지도 모르지.”

    “그럼, 그런 놈들이 지구로 쳐들어오면 우린 어떻게 막으란 말이야?”

    “그러니까 우선 어떤 놈인지 잘 알아봐야지. 그리고 소울넷을 잘 이용해봐. 지금 내가 너에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야.”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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