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9 제 28 장 - 구슬의 정체 =========================================================================
그의 행동은 웨어울프를 살리려는 노력이 아니었다.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식의 행동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이런 행동이 죽어가는 웨어울프를 살렸다.
“케엑 콜록 콜록 콜록……. 우웨에에엑 우에에에엑!”
웨어울프는 미친 듯이 기침을 하다가 이제는 콧물과 눈물을 흘리면서 연신 물을 게워냈다. 얼마나 마신 물이 많은지 입에서 마치 수도꼭지처럼 물이 터져 나왔다.
웨어울프는 몸속 저 아래 깊은 곳의 똥물까지 모조리 게워낸 후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늘이 핑 돌고 코가 찡찡거렸다. 머리가 윙윙거리고 온몸이 물에 젖은 솜이불 마냥 무겁기 짝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소울은 웨어울프의 배를 아직도 마구 밟아대고 있었다.
“그, 그만, 이제 충분하다.”
“그래? 알았어.”
“고맙다.”
“지랄, 고맙기는…….”
소울은 웨어울프가 뭔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얼른 웨어울프를 뒤로 뒤집더니 웨어울프의 뒤통수를 향해 그레이브를 힘차게 휘둘렀다.
휘익! 퍽!
철퍼덕!
웨어울프는 갑자기 세상이 새까매지며 별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게워낸 위산과 똥물이 섞여 있는 시궁창 물에 코를 처박고 기절해버렸다.
[까망아, 이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자.]
[규!]
소울은 웨어울프의 뒷목을 잡고 강물 속으로 질질 끌고 갔다.
차가운 강물 속으로 들어간 소울과 웨어울프는 까망이의 협조로 물 위에 둥둥 떠서 빠르게 강물 중간에 툭 튀어 나온 작은 바위섬으로 올라갔다.
바위섬을 중심으로 주변은 무척 유속이 빨라서 자칫 잘못하면 와류에 휩싸여 익사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바위섬 중앙에는 사방이 바위들로 가려진 평평한 곳이 있었는데 이미 거기에는 소울과 까망이가 바비큐를 할 나무와 땔감을 준비해 놓았다.
팔뚝만한 통나무를 잘라서 넝쿨로 엮어 두개를 세워놓고 그 위에 긴 통나무를 올려놓자 그럴듯한 모양이 만들어졌다.
소울은 사지를 뒤로 묶은 웨어울프를 바로 그 긴 통나무에 꽂아 올려놓았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하는 작업이라서 좀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진짜 어려운 일은 불을 피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까망이가 있었다.
[까망아, 내가 불을 피우는 것을 도와줘!]
[규!]
까망이는 언제나 시원하게 대답을 잘했다.
소울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땔감을 가리켰다.
[먼저 이 나무에서 물기를 쫙 뽑아줘!]
[규!]
운디네의 능력을 흡수한 까망이가 나무에서 수분을 몽땅 뽑아내는 정도를 못할 리 없었다. 까망이는 땔감 위로 올라가 수분을 쪽쪽 빨아들였다.
그러자 바위섬 중앙으로 가져오느라 강물을 잔뜩 흡수했던 나무들이 빠르게 건조되어 바싹 말라버렸다.
어느새 불타기 좋은 땔감으로 변모한 나무토막을 보자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맨 밑에 큼지막하고 넓적한 돌들을 잘 괴여 놓고는 그 위에 바싹 마른 작은 나뭇가지부터 점점 큰 나뭇가지까지 잘 세워서 쌓았다.
그 모습이 마치 캠프파이어를 할 때 중앙에 만들어 놓는 모닥불 같았다.
그는 전투슈트 허리춤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 작은 나뭇가지에 불을 붙였다.
탁탁탁! 화르륵!
‘크흐흐, 강물나이트 클럽 웨이터 송승한! 고맙다. 네가 길거리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나눠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난 불을 피운다고 생 쇼를 하고 있었을 거야.’
일회용 라이터!
정말 놀라운 문명의 이기(利器)였다.
[까망아, 큼지막한 물고기 2마리만 잡아 오도록 해!]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임무를 하달했다.
까망이는 그의 말에 곧바로 강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제는 제법 물에 친숙해졌는지 조금도 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역시 운디네를 흡수한 것이 물과 상성이 잘 맞게 된 모양이었다.
‘웨어울프가 정신을 차리면 난리를 피울지 모르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겠다.’
그는 벌떡 일어나 고블린의 독침을 하나 꺼냈다. 고블린들이 가지고 있던 독낭을 꺼낸 후 그 안에 독침을 집어넣고 휙휙 저었다.
독이 잔뜩 묻은 독침을 자신의 눈앞으로 가져와 살펴본 그는 곧바로 웨어울프에게 다가갔다.
어디를 찌를까 생각하다 아무래도 연약한 부분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웨어울프의 꼬리를 들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연한 살색으로 보이는 부분에 푹 꽂아 넣었다.
순간 기절해 있던 웨어울프가 몸을 크게 들썩였다. 하지만 얼마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는지 기절에서 바로 깨어나지는 못했다.
소울은 독침을 빼서 강물에 담가 휙휙 젓고는 나뭇잎으로 깨끗하게 닦고는 다시 독낭에 한번 넣었다가 뺀 후, 갈무리했다.
수분이 쫙 빠진 나무로 쌓은 모닥불은 순식간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다.
그는 불길에 손을 쬐다가 자신이 입고 있는 전투슈트와 전투화를 벗었다.
바위 사이에다 긴 나뭇가지를 꽂아 모닥불에 가깝게 오도록 조정하고는 그 위에 전투슈트와 전투화를 하나씩 걸어 놓았다.
모닥불이 세기로 볼 때, 얼마 걸리지 않고 전부 마를 것이 분명했다.
[규!]
까망이가 바위 위로 소울의 한쪽 다리만한 커다란 물고기를 집어 던졌다.
소울은 그 것을 보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까망아, 이거면 충분하겠다. 그만하고 올라와!]
[규!]
까망이가 물 밖으로 나오자 그는 물고기에게 다가가 아가미를 손으로 잡고 토마호크로 물고기의 배를 바로 땄다. 내장을 빼내고 비늘을 긁어서 정리한 후 강물에 한번 깨끗이 씻은 후 바위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적당히 굵은 나뭇가지를 하나 찾아와 물고기의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꾀어버렸다.
모닥불 양 옆으로 나뭇가지를 3개씩 묶어 사다리 두 개를 만들고 그 위에 물고기를 꾀어 놓은 나뭇가지를 올렸다.
지글지글…….
물고기는 모닥불 위에 금방 기름기를 뚝뚝 떨어뜨리면서 잘도 익어갔다.
소울은 나뭇가지 끝에 손잡이를 하나 만들어 묶고는 그것을 살살 돌리면서 불에 잘 익혔다.
‘사실 물고기보다 저 똥개를 구워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데…….’
웨어울프는 늑대인간이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늑대이니 개나 다를 바가 없었다.
꼭 복날에만 개를 잡으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이놈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놈이었다. 구워 먹는다고 해도 동정의 가치가 하나도 없는 놈이라는 말이다.
‘일단 물고기 한 마리 다 먹고 생각해보자. 이 똥개새끼 때문에 그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으니 이제부터 잘 먹고 잘 자야한다.’
대충 계산을 해봐도 최소 1주일 정도는 시달렸던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왜 이놈에게 쫓겼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차원의 균열 안에 사는 웨어울프에게 자신이 무슨 원한을 샀을 리도 없었다.
물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잘 익어가자 소울은 일단 모든 생각을 중단했다.
그리고 익은 부분부터 조금씩 토마호크로 떼서 먹어봤다.
“맛있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까망이가 잡아온, 자신의 한쪽 다리만한 커다란 물고기는 연어처럼 붉은 속살을 가지고 있었는데 맛이 아주 기가 막혔다.
뱃속에서 식충이들이 단체로 난리를 피우기라도 하는 듯, 그의 몸에서 더 빨리, 더 많이 먹어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1주일 동안 웨어울프에게 쫓기고 몬스터들과 싸우다 보니 그의 배는 이미 홀쭉해져 있었다.
맛있는 생선의 살코기가 위장으로 들어가자 몸의 본능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영양분을 공급받길 원했다.
소울은 앙상한 물고기의 뼈만 남을 때까지 정신없이 살을 발라 먹었다.
결국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는 그의 뱃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꺼억,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나.”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올 정도로 과식을 했다. 배가 불러서 거동이 불편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포만감은 그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있었다.
인간의 사대(四大)욕구 중 가장 강력한 욕구라는 식욕(食慾)이 채워지자 그의 입가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까망아, 나 한숨자야겠다. 경계 잘 서도록 해.]
[규!]
이제 소울이 잠을 잘 때는 의례히 까망이가 보초를 섰다.
반정령은 잠을 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소울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소울은 모닥불 옆에서 몸을 옆으로 뉘였다. 그리고 셋을 세기도 전에 잠에 빠져 들었다.
그가 잠이 들자 까망이는 모닥불 위로 떠올라 주변을 예리한 눈초리로 살피기 시작했다.
하늘도 피곤한 소울의 상태를 아는지 구름으로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며 그에게 그림자를 드리워줬다.
* * * * *
잠을 잔다고 누웠더니 소울넷에 접속되어 있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그는 즉시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소울넷 포인트가 어느새 1040p나 되었다.
“어? 울프리나와 옥사나도 대화신청을 했네? 그리고 소울넷 포인트도 100p씩 선물했네?”
소울은 조금 놀랐다.
설마 울프리나와 옥사나까지 자신의 삶에 이런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지 몰랐던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원의 균열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찌됐던 울프리나와 옥사나가 자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 하리라곤 전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일단 그녀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내게 전혀 손해날 일이 아니다.’
그는 울프리나와 옥사나에게 각각 대화요청을 승낙한다고 메모를 남겼다. 그리고 둘의 현재 상태를 확인했다. 둘 다 모두 자신의 기억창고에 접속 중이었다.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혼체험이 끝나기까지 로그 기록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제 그도 소울넷에서 제법 유명해졌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많이 접속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많아져 갔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크게 흥미를 끌만한 인생이 아닌지라, 이들 모두 차원의 균열에 관한 관심일 거라고 생각했다.
로그 기록을 모두 확인한 그는 이제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 검색창에서 운디네를 쳤다. 그러자 운디네를 소환하는데 성공한 많은 정령사의 이름이 떠올랐다.
‘이건 아니다. 물의 최하급 정령인 운디네 정도는 굳이 모르는 정령사의 인생을 체험해가며 알아볼 필요가 없어. 차라리 루크푸르트 행성의 라펠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를 거야.’
소울은 라펠에게 메모를 보내 대화를 신청했다. 소울넷에 접속을 하고 있지 않아 당장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때,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 위쪽에 울프리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는 즉시 울프리나를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로 불러들였다.
화아악!
커다랗고 투명한 눈처럼 생긴 창에 환한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 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철철 흘러넘치는 여전사가 몸매를 훤히 드러낸 갑옷을 입은 채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반갑다.”
“반가워요.”
“…….”
소울과 울프리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소울은 영혼체험을 통해 울프리나의 화끈한 전투와 뜨겁고 엽기적인 교접을 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지켜봤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를 보는 눈길이 조금은 민망했다.
울프리나도 역시 소울의 삶을 체험해봤다. 하지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었다.
그녀가 소울과 대화를 요청한 것은 단 한 가지, 계속 영혼체험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울프리나는 부탁에 익숙하지 않았다.
“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셨죠?”
“그렇다.”
소울은 울프리나가 대뜸 반말을 해대자 그녀의 성격을 생각하곤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시죠?”
“그, 그게…….”
울프리나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역시 부탁은 자신의 적성과는 안 맞는 것 같았다. 울프리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냥 원하는 것을 말해버렸다.
“계속 영혼체험을 하고 싶다. 막지 말아줘.”
“아! 그걸 원하시고 계시는군요.”
소울은 사실 울프리나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다. 예상대로 그녀가 말하자 그는 자신도 원하는 것을 말하기로 했다.
“내가 울프리나님이 원하시는 데로 해드리면 울프리나님은 제게 뭘 주실 겁니까?”
“흐음, 대가를 원하는 것인가? 어떤 대가를 원하지?”
“질문은 제가 먼저 드렸습니다.”
“난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냥 말 돌리지 말고, 잔머리도 쓰지 말고, 원하는 것을 말해라. 되면 주고 안 되면 할 수 없지. 그리고 나한테는 편하게 말 놓아도 된다. 그런 예의를 차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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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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