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8 제 27 장 - 적자생존(適者生存) =========================================================================
[혹시 너 저놈을 못 죽여서 그런 거야?]
[규!]
[그렇구나. 보아하니 저놈은 거대거미 몬스터인 타란툴라 같은데……. 각질을 뚫지 못해서 그런 건가?]
소울은 거목의 나뭇가지에서 몸을 일으켜 눈을 비비면서 아래쪽을 자세히 살펴봤다.
거목 아래에는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피를 쏟고 죽어 있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속으로 깊은 한 숨을 쉬었다.
‘이거 내가 괜히 까망이에게 쓸데없는 짓을 시킨 것 같구나. 한두 마리라면 모를까? 이렇게 많은 몬스터의 사체라면 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당장 중형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겠구나.’
소울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물렀다가는 몰려오는 몬스터들로 인해 꼼짝없이 갇혀 버리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곳을 조용히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타란툴라를 해치워야 한다.
‘토마호크로는 힘들겠어. 뭔가 날카로운 무기가 필요한데……. 이놈의 거미 새끼를 어떻게 잡아 죽이지?’
그는 머릿속으로 타란툴라를 죽일 방도를 생각해봤다.
모든 생명체에게는 천적이라는 것이 있다. 거미의 천적은 무엇일까?
거미를 마취시켜서 애벌레의 먹이로 삼는 대모벌이 아마도 거미의 가장 무서운 천적이 아닐까 싶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소울은 즉시 자신의 등에 매달고 있는 거대말벌의 독침을 하나 꺼냈다.
[까망아, 이건 너도 알다시피 거대말벌의 독침이야. 이걸 이용하면 저 타란툴라의 각질을 쉽게 뚫어 죽일 수 있을 거야.]
[규!]
까망이는 다행히 그의 의도를 쉽게 이해했다.
[독침 뒤쪽 부분에 독낭이 있는데 여기에서 거대말벌의 독이 나오는 거야. 네가 가져가서 무기로 사용을 하든 아니면 흡수를 하던 알아서 잘 사용해봐라!]
[규! 규규!]
소울이 나뭇가지 위에 거대말벌의 독침 하나를 내려놓자, 까망이는 잠시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내 독침의 끝부터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사실 먹는 건지, 몸에 넣는 건지 아니면 흡수하는 것인지 소울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보기에는 한 입에 먹는 것으로 보였다.
소울의 팔뚝만한 길이의 독침이 순식간에 까망이 몸속으로 사라졌다.
까망이는 소울이 거대말벌의 독침을 꺼내놓고 설명을 하자마자 자신이 얼마 전에 흡수한 거대말벌의 능력을 떠올랐다.
독침이 있고, 독낭이 있고, 그 안에 독이 있다면 까망이에게는 이것들을 사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신이 나서 거대말벌의 독침과 독낭을 그대로 흡수해버렸다.
[규! 규규!]
까망이가 그의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다.
[왜 그래? 이제 저 타란툴라를 죽일 자신이 생겼어?]
[규!]
[좋아, 그럼 가서 제거해.]
[규!]
소울의 허락이 떨어지자 까망이는 그대로 나뭇가지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는 정확히 타란툴라 머리 위에서 모습을 나타내고는 거대말벌의 독침을 꺼내 그대로 쑤셔 박았다.
칵!
츠라라락!
타란툴라는 아까보다 훨씬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거대말벌의 독침이 자신의 머릿속에 쑤셔 박히며 독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까망이의 모습은 이미 타란툴라의 머리 위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까망이의 단 한방의 거대말벌의 독침 공격에 타란툴라는 10초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뒤집어져 10개의 다리를 하늘로 들어 올리고는 바르르 떨면서 죽어버렸다.
[규! 규규! 규규규!]
까망이는 타란툴라를 단번에 죽여 버리자 승리의 함성을 외치며 타란툴라의 몸 위에서 통통 뛰었다.
소울은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넝쿨을 나뭇가지에 묶고는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리고는 다리를 꼬아 줄을 잡고 두 손을 이용해 빠르게 아래로 내려왔다.
[까망아, 잘했다. 이제 마석을 챙겨서 여기를 뜨자. 몬스터 시체가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중형 몬스터나 대형 몬스터가 나타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규!]
까망이는 소울의 칭찬에 기분 좋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주인의 말대로 몬스터 사체 사이를 돌아다니며 마석을 빠르게 뽑아서 챙기기 시작했다.
소울도 몬스터 사체 사이를 돌아다니며 쓸 만한 무기가 있는지 살펴봤다. 오크 한 마리가 언월도와 비슷하게 생긴 글레이브를 가지고 있었고, 리저드맨이 신월도(新月刀)라고도 불리는 샴쉬르(Samshir)를 차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소울은 아쉬운 대로 글레이브와 샴쉬르를 각각 하나씩 챙겼다.
[까망아, 저리로 가자.]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방향을 알려주고 먼저 숲속으로 들어갔다.
혹시라도 자신의 몸에 피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염려하던 그는 풀냄새가 진하게 나는 풀들을 꺾어 짓이겨 즙을 내고 자신의 온몸에다 뿌렸다.
특히 전투화 바닥에 피가 묻었을까 두려워 풀 위에서 트위스트를 추는 것처럼 허리를 흔들어댔다.
자신의 몸에 강한 풀냄새가 진하게 베인 것을 확인하자 소울은 빠르게 거목에서 멀리 떨어져 나갔다.
소울과 까망이가 자리를 떠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거목 아래로 오우거 한 마리와 트롤 가족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같으면 보기만 해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우거나 한쪽이 도망을 쳤겠지만 넘치도록 많은 먹이로 인해 그들은 서로를 소가 닭 보듯 했다.
거목을 중심으로 서로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앉은 오우거와 트롤 가족은 죽은 몬스터의 사체를 뜯어 먹으며 간만의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거목 아래의 진정한 승자는 까망이도 소울도 아닌 오우거와 트롤 가족이었다.
* * * * *
웨어울프는 몇 등급이나 될까?
절대로 F등급은 아닐 것이다.
세계 능력자협회에서는 웨어울프를 최소 E등급에서 최대 D등급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렇다면 웨어울프와 F급 능력자가 1:1 대결을 벌인다면 누가 이길까?
그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다들 당연히 웨어울프가 이긴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어딜 가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사사삭 사삭!
쉐도우 스텝이 이제 몸에 익을 대로 익은 소울의 몸이 빠르게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는 마치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시야의 끝에 웨어울프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달려오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이 정도 속도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울은 웨어울프에게 잡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소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의 눈은 평소와는 달리 살기가 넘치고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사사삭 사삿!
소울은 달리는 속도를 배가했다. 이제 그도 빠른 속도로 질주하게 되었다.
‘그래 어서 쫓아와라! 이 똥개새끼야!’
그는 속으로 이를 갈며 방울소리가 나도록 달려갔다.
그동안 저 웨어울프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았다.
며칠 동안 죽어라 자신만을 쫓아오는 통에 그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음식도 먹지 못해 뱃가죽이 등에 들러붙을 지경이었다.
거기에다 장난으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뚜렷한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자꾸 자신을 몬스터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몰아서 싸움을 붙였다.
그로인해 소울은 벌써 몇 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를 넘겨야했다.
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여기서 결착을 봐야 했다.
웨어울프가 죽던 아니면 자신이 죽던, 아니 웨어울프는 반드시 죽고 자신은 꼭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아야 한다.
아직 자신은 장가도 못 갔다. 아니 장가는커녕 누구에게 대놓고 자랑할 만한 멋진 로맨스도 하나 만들지 못했다.
저 또라이, 미친 웨어울프를 반드시 죽이고 자신은 집으로 꼭 살아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소울의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웨어울프는 그의 뒤를 쫓아 신나게 달려왔다.
점점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그리고 숲의 나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언덕이 나타났다.
그는 그쪽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그 뒤를 웨어울프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아우우우우!
소울은 웨어울프가 이제 하울링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며 쫓아오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언덕위로 올라간 순간, 소울은 급히 자신의 몸을 세웠다.
웨어울프도 순식간에 따라붙어 그의 앞에 서서 날카롭게 노려봤다.
“아, 이런 절벽이잖아?”
소울은 낭패라는 듯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웨어울프도 힐끗 아래를 내려다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반가워서 짓는 미소는 아니었다.
마치 고양이가 쥐를 죽이기 전에 가지고 놀 듯 하는 그런 종류의 미소였다.
“큭큭큭, 인간! 그동안 재미있었다. 이제 네 심장을 꺼내 맛을 봐야할 차례인 것 같다.”
“지랄하지 마라. 이 똥개새끼야. 내가 너에게 죽느니 그냥 아래로 뛰어 내려서 자살을 하고 말겠다.”
“푸하하하! 네가 겁쟁이라는 것쯤은 이미 수십 번도 더 봤다.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아마 진즉에 나와 한판 대결을 벌였을 것이다.”
소울은 웨어울프의 말에 하마터면 화가 치밀어 달려들 뻔했다. 사실 그의 말이 다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걸 면전에서 말하는 싸가지 없는 똥개새끼의 말대로 움직여 줄 수는 없었다.
“용기가 있건 없건 네놈에게 줄 심장 따위는 없다. 이 원한은 언제고 꼭 갚고야 말겠다. 그동안 잘 있어라. 이 변태 똥개새끼야!”
“난 변태 아니다.”
“넌 그냥 변태가 아니라. 사이코 변태야!”
“아니라니까!”
변태라는 말이 듣기가 싫었는지 웨어울프가 소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소울은 망설임 없이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최대한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앞으로 쭉 내밀었다.
휘이익!
소울이 언덕 위에서 뛰어 내린 순간, 웨어울프가 잠시 고민을 했다.
웨어울프도 근본은 개라서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웨어울프가 아예 물속에서 맥주병신세는 아니었다.
그는 얼마든지 강물 속에서도 소울을 잡아 죽일 힘과 능력이 있었다.
휘이이익!
웨어울프는 끝내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렸다.
소울이 보여준 얄미운 미소와 가운데 손가락 세우기 신공이 잠시 강물 속으로 뛰어 드는 것보다는 더 마음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풍덩 풍덩!
소울의 몸이 강물 위로 떨어져 내리자 곧이어 웨어울프의 몸도 강물 위로 떨어져 내렸다.
소울은 강물 속으로 빠져 든 순간, 즉시 잠수를 해서 반대편 강가로 헤엄쳐갔다.
웨어울프는 그런 소울을 찾지 못해 물속에서 고개만 내민 채 개헤엄을 치면서 그가 어디 있는지를 찾고 있었다.
소울이 강변에 거의 다 도착해서 고개를 내밀고 마구 헤엄을 쳐서 도망가는 순간, 웨어울프가 그를 발견하고 눈에서 살기가 내비쳤다.
웨어울프는 소울을 잡기 위해 강물 위에서 열심히 네 다리를 흔들어댔다.
그때였다.
갑자기 웨어울프의 한쪽 뒷다리가 강물 속으로 쑥 들어갔다.
켁! 꼬르르르…….
놀란 웨어울프는 여지없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물을 먹고 말았다.
허겁지겁 뒷다리를 끌어 올리고 나머지 발로 마구 개헤엄을 치는데 이번에는 뭔가가 자신의 코와 입에 마구 물을 쏘아대는 것을 느꼈다.
크르륵 크륵 케엑 꼬르르륵…….
코에 한모금만 물이 들어와도 정신을 차리기 힘든데, 입과 코 전체에 호스로 물을 쏘아대듯 집어넣자 아무리 천하의 웨어울프라고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웨어울프는 또다시 물을 왕창 먹고 말았다.
폐 속에 물이 차자 놀란 웨어울프는 어떻게든 강물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군가가 꼬리를 잡고는 강물 속으로 세차게 당겼다.
웨어울프는 혼비백산해서 고개를 돌려 자신의 꼬리를 잡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자신의 꼬리를 잡고 있지 않았다.
물귀신이 아닐까 생각한 웨어울프는 놀라고 흥분해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리고는 미친 듯이 네 다리를 허우적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는 빠르게 고갈되어갔다.
꼬르륵 꼬르르르륵…….
결국 웨어울프는 물귀신의 무차별한 공격에 당해 물속에서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고 말았다.
[규!]
그제야 까망이가 웨어울프의 꼬리를 단단히 잡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까망이는 웨어울프를 끌고 강물 밖으로 나왔다.
강변에 도착하자 이미 단단히 준비하고 있던 소울이 그를 반겼다.
[수고했다. 까망아!]
[규!]
소울은 배에 물이차서 빵빵해진 웨어울프의 두 손과 두 다리를 뒤로 꺾어 넝쿨로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는 웨어울프를 뒤집었다.
옆에 세워 둔 글레이브를 단단히 쥔 그는 웨어울프의 배를 발로 마구 밟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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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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