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7 제 27 장 - 적자생존(適者生存) =========================================================================
[까망아, 지금 저 아래에 있는 개새끼들 보이지?]
[규!]
[저 똥개 새끼들이 지금 나를 사냥하러 이곳에 몰려왔어. 네가 저놈들을 죽여주면 안 될까?]
[규!]
당연히 안 될 리가 없었다. 까망이는 당연히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 고맙다. 내 생각에는 저놈들에게 최대한 몰래 접근해서 네 몸을 변형시키면 쉽게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래도 위험하다 싶으면 당장 도망쳐야 해?]
[규!]
까망이는 소울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자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의 손 위에서 통통거렸다.
[잘 부탁한다.]
[규!]
소울의 당부를 듣고 나자 까망이가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소울의 눈에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개새끼들, 어디 한번 까망이의 공포를 경험해봐라.’
비릿한 조소를 짓는 소울을 거목 아래에 있는 다이어울프들은 아직도 입맛을 다시며 올려다보고 있었다.
까망이는 일단 거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가장 약해보이는 다이어울프 한 마리를 찾아 다가갔다.
다이어울프가 몬스터라고 하지만 반정령인 까망이가 대놓고 몸을 숨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까망이는 거대말벌을 죽일 때처럼 다이어울프의 목을 감싸고 잘라서 죽일까 하다가 다이어울프의 발톱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차라리 다이어울프의 목이나 배 아래에서 몸을 변형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까망이는 조심스럽게 다이어울프의 배로 다가가 심장이 뛰는 곳 바로 아래에서 몸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날카로운 창으로 몸을 변화시켰다.
푹!
깽 깨갱!
마치 날카롭고 뜨거운 쇠침에 심장이 푹 쑤셔진 것 같은 고통을 느낀 다이어울프가 놀라서 비명을 질러대자 까망이는 즉시 몸을 숨기며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심장을 깊숙하게 찔린 다이어울프는 자신의 배를 뒷발로 툭툭 치면서 괴로워하다가 옆으로 픽 쓰러졌다. 그리고는 계속 낑낑거리다가 곧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푹!
깨갱 깨개갱!
죽어가는 다이어울프 옆에 서 있던 다른 다이어울프 한 마리도 가슴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고통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이번에는 다이어울프가 마구 뛰어다녔는데 순식간에 가슴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와 주변을 시뻘겋게 적셔버렸다.
푹!
깨갱 깨갱!
두 번째 다이어울프가 죽기도 전에 세 번째 다이어울프가 깨갱거리며 난리를 피웠다. 그제야 다이어울프의 우두머리가 이상을 눈치 채고는 서둘러 무리를 뒤로 물렸다.
푹! 푹! 푹!
깽 깨갱 깨개갱…….
하지만 다이어울프들의 피해는 줄지 않았다.
까망이가 계속 다이어울프들을 따라다니며 순간적으로 나타나 몸을 변형시켜 심장을 찔러 죽였기 때문이었다.
“앗싸! 잘한다. 우리 까망이!”
소울은 그 모습에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다이어울프의 두목은 고개를 치켜들고 원독이 가득한 눈빛으로 소울을 쳐다봤다.
그러자 소울도 그놈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까망아, 저기 다이어울프 중에 제일 큰 놈을 죽여줘!]
[규!]
까망이는 즉시 소울이 노려보고 있는 다이어울프들의 우두머리를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다른 다이어울프와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덩치가 컸다.
까망이는 심장의 바로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모습을 드러내고 몸을 날카롭게 변형시켰다.
푸욱!
깽 깨갱!
다이어울프 우두머리는 펄쩍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놈들보다 반사 신경이 무척 뛰어난 놈이라 자신의 피부와 근육을 가르고 찔러 들어오는 까망이를 간신히 피해 심장에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배에 구멍이 뚫린 것은 매한가지라 그 사이로 피가 뚝뚝 흘러 내렸다.
다이어울프 우두머리는 즉시 뒤도 안돌아 보고 숲속으로 도망쳤다. 그러자 나머지 다이어울프들이 모두 그의 뒤를 따라 도망쳤다.
푹! 푹! 푹!
깽 깨갱 깨개갱!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까망이는 세 마리나 더 심장에 구멍을 뚫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했다. 이 짓도 몇 번 해보니 까망이에게 나름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소울의 냄새를 맡고 쫓아와 간식으로 잡아먹으려던 다이어울프들은 동족을 10마리나 잃고 나서야 멀리 물러났다. 결정적으로 다이어울프들의 우두머리가 배에 구멍이 뚫리자 겁을 집어 먹고 소울을 포기한 것이다.
다이어울프들이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고 있는 사이, 소울은 까망이와 신나게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까망이가 죽은 다이어울프들의 사체에서 마석을 무려 3개나 찾아와 승리의 기쁨은 더욱 커졌다.
[하하하, 까망아! 잘 했다. 정말 잘했어.]
[규! 규규!]
[아이고, 속이 다 시원하다. 너 봤니? 그 똥개새끼가 나를 노려보는 거?]
[규!]
[그래 너도 봤을 거야. 얼마나 재수가 없던지 나한테 쇠뇌가 있었으면 반드시 쏴 죽였을 거야. 아니 잡았다면 내가 반드시 바비큐 구이를 해먹었을 거야.]
[규!]
소울은 까망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수다를 떨어댔다. 그리고는 마석 3개 중 2개를 까망이게 하사했다.
까망이는 소울의 행동에 크게 감격해서 그의 손에 몸을 비벼댔다.
[괜찮아. 네가 오늘 내 기분을 이렇게 시원하게 해줬으니까 2개 가져. 난 1개면 충분해.]
[규규규!]
까망이는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
그는 앞으로도 생명을 바쳐 소울에게 충성을 다 해야겠다고 스스로 맹세했다.
물론 까망이는 굳이 그런 맹세를 하지 않아도 소울에게 충성을 다해야한다는 것을 몰랐다.
어찌되었든 소환사와 소환수의 사이가 친밀하면 친밀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와 밀착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당연히 능력도 덩달아 상승되게 되어 있었다. 소환사와 소환수는 영적으로 서로 묶여 있는 사이기 때문이었다.
‘가만 그런데 이거 큰일 났네. 저렇게 피를 철철 흘리고 나무 아래에서 죽어버리면 맹수나 몬스터가 몰려들 텐데…….’
승리의 기쁨이 가라앉자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짐작대로 곧 여기저기에서 맹수와 각종 몬스터가 피 냄새를 맡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거 아주 나쁜 일만은 아니네? 다이어울프의 사체를 노리고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잡아 죽일 절호의 기회잖아?’
소울은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여겼다.
[까망아, 잘 들어.]
[규!]
[저 아래에 있는 다이어울프의 사체를 노리고 몰려오는 놈들 보이지? 저놈들을 전부 잡아 죽여.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기다리고 있다가 다가오는 놈만 잡으면 돼!]
[규!]
[그럼 난 너만 믿고 한숨 잘게?]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나뭇가지 사이로 기어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넓은 잎 사이로 숨겼다. 그리고 넝쿨을 조금 잘라서 자신의 몸을 나뭇가지에 살짝 묶었다. 혹시나 자다가 굴러 떨어질지 몰라서 하는 행동이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니며 신경을 쓰느라 피곤했던 소울은 넓적한 나뭇가지 사이에 눕자 곧바로 살살 졸음이 왔다.
그 사이에 까망이가 제일 먼저 나타난 오크 한 마리의 심장에 구멍을 뚫고 있었다.
소울은 오크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서서히 잠에 빠져 들었다.
‘오크, 놀(Gnoll), 코볼트, 리저드맨……. 참 다양한 놈들이 와서 죽어가는구나’
소울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결국 잠이 들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어간다던가? 지금 소환수인 까망이와 주인인 소울의 관계가 딱 그랬다.
파리지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피의 악순환이라고 해야 할까?
자신이 불에 타 죽을지 모르고 횃불로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거목 아래의 공터는 다이어울프의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몬스터들로 점점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다이어울프의 사체를 노리고 온 몬스터들은 까망이라는 절대 살수(殺手)가 있어 다가오는 모든 이에게 죽음의 칼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오크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오다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놀 한 마리가 빠르게 다가왔다가 귓구멍에 피를 흘리며 픽 쓰러졌다.
코볼트의 눈 한쪽이 푹 들어가며 실 끊어진 연처럼 바닥으로 푹 주저앉았다.
리저드맨 한 마리가 왔다가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리더니 도망가다가 과다출혈로 죽었다.
고블린 한 마리가 다가오다 목구멍에 구멍이 뚫리더니 켁켁대며 괴로워하다 기도가 막히며 축 늘어졌다.
[규규!]
까망이는 정말 열심히 일했다. 아니 열심히 죽였다.
몬스터를 죽이다보니 이제는 요령이 생겼다. 몬스터의 심장만 찌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몬스터는 의외로 가죽이나 표피가 질겨서 심장까지 뚫는 것이 쉽지 않았고 중간에 갈비뼈에 막히기라도 하면 주변이 아주 시끄러워지는 부작용까지 있었다.
그래서 까망이는 응용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자신의 몸을 여러 가지 형태로 변형시키고, 대상의 급소도 심장 한 곳뿐만이 아니라 뇌, 폐, 목까지 추가시켰다.
아무리 강한 가죽이나 표피로 몸을 둘러싸고 있어도 눈과 귀 등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눈과 귀속을 통해 뇌 속을 쑤셔대는데 안 죽는 몬스터를 까망이는 아직 보질 못했다.
이렇게 밤이 새도록 까망이는 자신의 몸을 무기 삼아 거목 아래를 시산혈해(屍山血海)로 만들어 버렸다.
아무리 죽은 몬스터 사체를 노력도 없이 차지하고 싶은 몬스터라고 해도 이꼴을 보면 놀라서 도망가기 마련이다.
끝없이 몰려오던 몬스터들도 까망이의 무자비한 살수에 질려 이제는 거목 근처로 아예 다가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몬스터들도 제 목숨 귀한 줄 알고 포기하고 도망쳐버린 것이다.
어느새 동녘 하늘에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까망이는 자신이 이뤄 낸 놀라운 전과를 소울에게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소울은 아직도 꿈나라를 헤매는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까망이는 그래서 일단 마석을 먼저 챙겨두기로 했다.
까망이가 자신이 죽인 몬스터들의 사체에서 마석을 쏙쏙 빼서 뱃속에 보관하고 있을 때, 몬스터 한 마리가 접근해왔다.
[규!]
까망이는 또 한 건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접근하는 몬스터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찔러 죽일 곳이 없었다. 거대거미 몬스터인 타란툴라의 몸은 딱딱한 각질로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타란툴라의 눈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막상 눈이 찾자 어떤 눈을 찔러야 할지 몰라 까망이는 순간 당황했다.
홑눈 여덟 개가 머리 앞쪽에 전후 2열로 나란히 있었던 것이다.
까망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제일 첫 번째 눈을 찌르기로 했다.
푹!
츠아아악 츠아악!
귀청을 긁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까망이는 타란툴라의 눈을 하나 터트렸는데도 불구하고 더 안쪽 깊숙한 곳을 공격하지 못하자 의아해했다.
까망이는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타란툴라의 눈을 모조리 터트려서 도망을 가지 못하게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타란툴라의 고난이 시작되었다.
까망이는 타란툴라의 눈알 8개를 모조리 찔러 터트려버렸다.
푹 푹 푹…….
츠악 츠아악 츠아아악…….
타란툴라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계속해서 제자리를 뱅뱅 맴돌았다. 홑눈 여덟 개를 모두 잃어버리자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타란툴라가 시력을 잃자 까망이는 타란툴라의 몸을 자세하게 살펴보며 어디를 찔러야 할지 연구했다. 시범삼아 몸의 여기저기를 찔러 봤지만 아직 까망이의 능력으로는 단단하고 두꺼운 각질을 쉽게 뚫을 정도는 되지 못했다.
[까망아, 까망아!]
[규!]
한참동안 타란툴라의 온몸을 찔러대던 까망이는 소울이 자신을 찾자 얼른 허공으로 떠올라 그에게 다가왔다.
[까망아, 뭐하는데 이렇게 시끄러워?]
[규우, 규우!]
소울은 까망이가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고개를 내려 거목의 아래를 쳐다봤다. 그의 동공이 놀라서 급격히 커지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까망아, 저거 네가 다 죽인거야?]
[규!]
까망이는 그의 질문에 다시 배를 내밀면서 당당히 대답을 했다.
[참, 많이도 죽였구나. 그런데, 저 거미 같이 생긴 놈은 뭐냐?]
[규우!]
소울이 타란툴라 한 마리가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물어보자 까망이는 즉시 자신의 몸을 변화시키면서 한참동안 몸으로 설명을 했다.
까망이가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던 소울은 그가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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