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06화 (106/492)
  • 00106  제 27 장 - 적자생존(適者生存)  =========================================================================

    내장은 토마호크로 쳐서 토막을 내 잘라버리고 독낭은 독침의 뒷부분에 잘 싸서 묶었다. 그리고 고블린의 독침을 꺼내 거대말벌의 독침의 끝부분에 흐르는 거대말벌의 독을 하나씩 묻혔다.

    ‘흐흐흐, 누가 되던지 이걸 맞으면 한 방에 골로 가겠다.’

    그는 동전 굵기의 나무를 토마호크로 쳐서 나무토막을 잘라다 조심스럽게 거대말벌의 독침을 박아 넣고 풀잎으로 잘 묶어서 등에 맸다. 또한 고블린의 독침도 독침 통에 잘 담아두었다.

    [규!]

    그때 마침 까망이가 나타났다.

    [까망아, 고블린 얼마나 있어?]

    [규우 규우!]

    까망이는 자신의 머리 위에 성게의 침 같이 생긴 것을 하나씩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대충 세어보아도 20마리가 넘었다.

    ‘튀자.’

    한두 마리도 아니고 20마리가 넘는 고블린들에게 포위 되었다간 내일 이 맘 때 고블린의 똥으로 나올 확률이 높았다.

    소울은 바로 36계 줄행랑을 놓은 생각을 했다.

    그러다 문득 고블린의 사체에 있을 지도 모를 마석이 생각났다.

    ‘나는 저쪽 수풀 속에 숨어있자. 까망이만 보내서 마석을 수거해오면 되겠지.’

    소울은 까망이에게 고블린의 사체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마석을 회수해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혹시 거대말벌을 만나면 그놈도 잡아 죽이라고 말했다. 물론 싸움이 안 될 것 같으면 잽싸게 도망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까망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마석이 우선이야. 거대말벌은 잡으면 좋고 못 잡으면 그냥 포기하고 도망쳐!]

    [규!]

    까망이는 전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소울은 그 모습이 아직은 영 못미더웠다.

    소울이 내린 지상명령을 받아 굴러가는 까망이의 마음속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요즘 이런 저런 일로 자신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고 예전과는 달리 머리도 아주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보 같은 주인은 자신의 상태를 아직 인정해주지 않은 것 같아 답답하기도 했다.

    일단 까망이는 소울의 명령대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고블린의 사체로 스며들어가 마석이 있는 지를 확인했다.

    들어가기 전부터 마석의 향기가 나지 않아 마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들어가 본 것이었다.

    [규우!]

    까망이는 그냥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주인이 크게 실망할 것 같았다. 그래서 거대말벌을 주목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자신보다 훨씬 약한 존재인 것 같았다.

    그는 슬라임의 핵을 흡수하면서 얻은 능력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까망이는 거대말벌이 신나게 고블린의 사체를 뜯어 먹고 있는 사이, 허공으로 떠올라 몸을 부풀렸다. 그리고는 거대말벌의 머리 부분을 통째로 감싸고 거대말벌의 얇은 목 부분을 날카로운 칼처럼 변형시켜 덮어 버렸다.

    서걱!

    그러자 거대말벌의 머리통이 그대로 잘려 나가며 거대말벌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규! 규규! 규규규!]

    까망이는 다시 승리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물론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소울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의기양양해져 있었다.

    [까망아, 너 거대말벌을 어떻게 한 거야? 단 한방에 죽여 버렸네?]

    [규!]

    [잘했다. 역시 우리 까망이야. 까망이 최고!]

    소울이 달려와서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까망이는 너무 기분이 좋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울은 까망이가 거대말벌을 간단히 잡아 죽이는 것을 보고는 예전의 까망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자신도 거대말벌과 전투를 하여 잡아 죽였다. 하지만 까망이처럼 소리 없이 조용히 사냥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은 없었던 것이다.

    ‘까망이가 확실히 강해진 것 같구나. 아까 이상한 능력을 쓰는 것 같았는데 그건 또 어디서 배웠지? 혹시 슬라임의 능력도 흡수했나? 어찌되었든 까망이가 강해지면 나야 좋지.’

    소울은 까망이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토마호크로 거대말벌의 몸을 찍어내어 독침과 독낭을 챙겼다. 한번 해본 짓이라 그 속도가 눈부시게 빨랐다.

    그는 무척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웃어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까망이가 거대말벌의 몸에서 마석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고블린의 사체에서는 마석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거대말벌의 사체에서는 마석이 모두 나와 2개가 됐기 때문이다.

    소울은 마석 하나는 받아서 챙기고 다른 하나는 까망이에게 넘겼다.

    [까망아, 수고했다. 이건 네가 먹든지 흡수하던지 해.]

    [규!]

    [앞으로 계속 그렇게 능력을 흡수해서 더욱 강하고 세져다오.]

    [규규!]

    소울이 전리품을 하사하자 까망이의 충성도가 정점을 찍었다. 품속에 마석을 챙겨 넣는 소울과 마석을 집어 삼키고 쪽쪽 빨아서 흡수하는 까망이 모두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까망아, 이놈들 시체를 수풀 속에 숨겨둔 후에 이곳을 떠나도록 하자.]

    [규!]

    소울이 거대말벌의 사체와 고블린의 사체를 수풀이 우거진 곳에 버리는 동안 까망이는 거대말벌의 사체에 달라붙어 거대말벌의 능력을 흡수했다.

    거대말벌의 마석을 흡수하고 있어서 거대말벌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까망이는 거대말벌의 능력을 흡수하는 순간, 거대말벌의 여왕벌이 거대말벌들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까망이는 그때 여왕벌이 뭔가 엄청난 기운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가서 잡아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소울은 까망이의 생각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까망아, 많이 기다렸지. 이제 이 자리를 빨리 뜨자. 괜히 어물거리다가 고블린들에게 잡혀 죽는 수가 있어.]

    [규우!]

    [하하하, 그래 네가 있어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소울이 서둘러 자리를 뜨자 까망이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몸을 쫓아 굴러갔다.

    고블린 사체는 한동안 그들에게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발견될 즈음에는 그 장소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다.

    사삿 사사삿…….

    그의 생각대로 아침이 지나고 점심이 지날 때까지도 자신을 쫓는 고블린 무리는 없었다. 하지만 석양이 지기 시작하자 고블린보다 더욱 피곤한 놈들이 그의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소울은 늑대의 하울링을 듣는 순간, 일이 터진 것을 직감했다.

    처음에는 뒤쪽에서 들리다가 이제는 전후좌우에서 화답하듯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거 일이 어째 이상하게 돌아가네. 고블린을 피하려다 늑대들에게 몰리는 건가?’

    그는 주변을 빠르게 살펴봤다.

    하늘은 이미 빠르게 붉은 노을로 뒤덮여가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아마 칠흑처럼 어두운 흑색의 장막이 사방을 뒤덮게 될 것이다.

    ‘네 발 달린 짐승을 피하려면 나무 위로 올라가는 것이 제일 좋은데……. 하지만 차원의 균열 안의 늑대들이 분명 보통 늑대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가장 크고 튼튼한 나무를 골라서 올라가야겠구나.’

    그의 이런 생각은 이제 소울넷의 영혼체험을 통해 얻은 기억의 영향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다 그의 눈에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하나가 들어왔다.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로 유명한 미국 세콰이어 국립공원(Seuquoia National Park)의 자이언트 세콰이어 트리인 제너럴 셔먼(General Sherman)보다 크면 컸지 절대 작을 것 같지 않은 나무였다.

    제너럴 셔먼이란 이름까지 붙은 자이언트 세콰이어 트리는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서쪽 경사면에서, 그것도 5000~7000피트 고도에서만 자생한다.

    높이가 83.8m, 줄기의 무게만 1385톤으로 추정되며, 줄기의 가장 굵은 부분 지름이 31.4m에 달하는 명실공(名實共)히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다.

    그러나 지금 소울이 눈으로 보고 있는 나무는 높이가 100m도 훨씬 넘어 보였고, 나무 밑동의 지름도 최소한 20m 는 넘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 나무 위로 올라가면 어떤 늑대라도 쉽게 올라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비록 첫 번째 나뭇가지에 도달하려면 20m 정도를 기어 올라가야 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정도 노력을 당연히 들여야 했다.

    늑대들의 하울링 소리가 점점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설사 자신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저렇게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것을 보니 한두 마리가 달려오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멍하니 손 놓고 있다가 늑대들에게 죽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았다.

    그는 주변을 빠르게 수색하여 넝쿨을 찾아냈다.

    얇고 질기고 긴 넝쿨을 토마호크로 빠르게 손질한 후, 토마호크의 손잡이에 묶었다.

    그리고는 적당히 거리를 벌려 힘차게 나뭇가지 위를 항해 던졌다.

    휘익 휘리리릭 턱!

    첫 번째 시도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다시 거리를 확인하고 이번에는 앞으로 달려가며 가속도를 더해 힘차게 나뭇가지 위를 향해 토마호크를 던졌다.

    휙 휘리리릭!

    두 번째 시도 만에 그는 운 좋게도 나뭇가지 사이에 토마호크를 걸 수 있었다.

    그는 힘차게 넝쿨을 잡아 당겨 보았다.

    다행히 자신의 체중 정도는 너끈히 버텨줄 정도는 되어 보였다.

    “웃차!”

    그는 훌쩍 제자리에서 뛰어 올라 넝쿨을 잡았다. 그리고는 손을 교대로 하여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두 다리는 혹시 중간에 지치면 버틸 수 있게 넝쿨을 사이에 두고 잘 꼬아 붙잡았다.

    그는 두 손과 두 다리를 이용해서 빠르게 넝쿨을 타고 올라갔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나뭇가지를 기어 다니는 애벌레처럼 보였다.

    점점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가까워지자 소울도 더욱 힘을 내어 기어 올라갔다.

    넝쿨을 타고 20m 높이를 오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실패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단 한 번도 중간에 쉬지 않고 기어코 나뭇가지 위로 올라왔다.

    “헉헉헉…….”

    그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즉시 토마호크를 찾아 도끼집에 꽂아 넣고 넝쿨을 잡아 올렸다.

    자신의 생명줄이 된 넝쿨을 나중에 내려갈 때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초대형 거목(巨木) 아래로 수십 마리의 늑대들이 컹컹대며 몰려들었다.

    소울은 늑대들을 보는 순간, 이 늑대들이 보통 늑대가 아니라 몬스터로 분류되고 있는 다이어울프라는 것을 알아챘다.

    다이어울프는 신생대 제3기 플리이오세에 살았던 늑대의 한 종으로 분류되지만 지금은 차원의 균열을 타고 종종 나타나는 몬스터로 그 거대한 덩치와 생김새 때문에 능력자협회에서 다이어울프라는 이름을 붙여준 상태였다.

    그의 기대와는 달리 다이어울프들은 나무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냄새로 소울의 행방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곧 다이어울프 중에서도 가장 큰 우두머리 같이 생긴 놈에게 자신의 위치를 발각 당했다.

    ‘제기랄 정말 무섭게 꼬나보네.’

    팔에서 소름이 돋고 등에서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다.

    덩치도 다른 다이어울프의 2배만 하고 눈빛도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무엇보다 이놈이 보여주는 카리스마에 다른 다이어울프들이 한 놈도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소울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저들이 지금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여유 있게 나뭇가지에 앉아 두 다리를 흔들며 그들을 쳐다봤다. 거기에다 주머니에서 무지갯빛 물고기를 포를 떠서 말린 것을 넣어둔 나뭇잎을 꺼내 느긋하게 한 조각씩 씹어 먹었다.

    입안에서 향긋한 육즙이 퍼지며 미각을 자극하자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며 덩달아 굳은 근육도 이완되었다.

    그러자 슬며시 저 다이어울프의 우두머리에게 자신이 쫄았던 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 저 시발 똥개새끼, 어떻게 잡아 죽이지?’

    그냥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는 다이어울프를 공격할 그 어떤 무기도 없었다. 3연발 쇠뇌만 있었어도 한방 먹여주는 건데 가지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토마호크뿐이었다.

    ‘가만 토마호크를 날려서 공격하고 회수하고, 공격해서 회수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소울은 금방 자신의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다이어울프 중 하나가 토마호크를 입으로 물고 멀리 가져가 버린다면 괜히 어렵게 얻은 귀중한 무기 하나를 그냥 날려버릴 수도 있었다.

    그는 역시 까망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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