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4 제 26 장 - 생존을 위하여 =========================================================================
‘설마 이게 무협소설에서나 나오는 그 무슨 내단(內丹)인가, 뭔가 하는 것은 아니겠지?’
내단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소울은 갑자기 오크샤먼의 사체에서 얻은 노란 구슬이 생각났다.
그는 품속에서 가죽주머니를 꺼내 오크샤먼의 노란 구슬을 꺼냈다.
웅!
그때였다.
갑자기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놓은 토마호크에서 공명음이 일어났다.
‘응, 이게 뭐지? 설마 노란 구슬과 토마호크가 무슨 배 맞은 남녀사이라도 되는 거야?’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노란 구슬을 손가락으로 들어 토마호크에 가깝게 가져갔다.
웅웅웅!
그러자 아까보다 훨씬 강렬한 공명음이 일어났다.
그제야 소울은 노란 구슬과 토마호크가 확실히 뭔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보니 이 노란 구슬은 오크샤먼의 마석이 아닌 모양이네. 정말 오크샤먼의 내단이라도 되는 건가? 왜 토마호크가 노란 구슬에 반응을 할까? 토마호크가 아무리 오크샤먼의 무기였다고 해도 이렇게 서로 공명할 정도로 엄청난 무기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혹시 오크샤먼이 노란 구슬을 먹고 토마호크를 비검(飛劍)처럼 마음대로 다뤘나?’
그는 세계 제일의 허풍으로 유명한 중국의 무협영화를 생각하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렸을 때야 강호의 고수들이 비검(飛劍)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에 반하고 자신도 언젠가는 저런 영웅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품고 꿈을 꾸고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철이 들면 이게 전부 쓸데없는 헛소리에 헛짓거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현실을 알게 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꿈을 잃는 것이다. 아니면 그 반대던가…….
‘정말 토마호크를 비검처럼 쓸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그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황당무계한 발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번 정도는 테스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다고 함부로 노란 구슬을 내단처럼 입에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몸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는 먹지 않고도 얼마든지 실험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일단 한손에 노란 구슬을 들고 다른 한 손에 토마호크를 들었다.
그러자 양쪽에서 소울의 팔을 통해 자신의 몸 안으로 어떤 기운이 연결되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느낌 묘하네.’
소울은 노란 구슬을 왼손에 단단히 쥔 채 토마호크를 가까이에 있는 나무를 향해 집어 던졌다.
휘익 팍!
토마호크는 나무의 중앙에 정확히 날아가서 박혔다.
“흡!”
소울은 아랫배에 힘을 주고 노란 구슬을 쥐고 있는 왼손을 앞으로 내밀어 토마호크를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토마호크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게 아닌게벼!’
소울은 아랫배에 너무 힘을 줘서 괜히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그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봤다.
오크샤먼이 토마호크를 무기로 사용할 때와 지금의 자신은 어떤 차이가 있나?
그것은 단 하나 노란 구슬이 신체 안에 있지 않고 신체 밖에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렇다고 정체를 모르는 이놈을 먹을 수는 없잖아?’
그는 잠시 고민을 하다 결국 노란 구슬을 입으로 가져갔다. 입에만 넣어놓고 삼키지는 말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자, 이제 오크샤먼과 똑같은 조건에 있다. 토마호크는 냉큼 이리 오너라!’
소울은 강한 의념을 발휘했다. 정말 토마호크가 비검 같이 날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그냥 믿어버렸다. 믿음은 위대했다.
순간 토마호크가 나무에서 뽑혀지더니 무서운 속도로 소울을 향해 쏘아져 왔다.
“으헥!”
휙! 첨벙!
토마호크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엉덩방아를 찍은 소울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시냇물 속으로 퐁당 빠져버렸다.
“아이유, 죽을 뻔 했네.”
그는 혹시라도 토마호크가 자신의 머리를 베고 지나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두 손으로 머리를 꼼꼼히 만져 보았다.
다행히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까망아, 내 토마호크 좀 찾아와!]
[규!]
까망이가 소울의 말에 즉시 시냇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토마호크를 찾아서 그에게 가져왔다.
소울은 둥둥 떠서 날아드는 토마호크의 손잡이를 가볍게 잡고 휘둘러봤다.
“토마호크, 다시 한 번 테스트를 하도록 하자.”
그는 토마호크가 마치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얘기하며 하늘로 토마호크를 살짝 집어 던졌다.
휘익!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는 토마호크를 보며 소울은 아까보다 조금은 부드럽게 그리고 조금은 덜 강하게 의념을 일으켜 보았다.
‘토마호크, 내게 돌아와라!’
그러자 신기하게도 약간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토마호크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돌아 그를 향해 날아왔다.
‘내 앞에서는 천천히 와야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토마호크는 그의 앞에 도착했을 때 속도가 확 줄어 있었다.
휘익! 턱!
“성공이다.”
소울은 뛸 듯이 기뻤다.
까망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자동귀환이 이뤄지는 투척무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토마호크를 잡고 입으로 마구 뽀뽀를 했다.
“좋아, 이제 무기다운 무기를 하나 얻었네.”
그는 이제 테스트를 충분히 했으니 노란 구슬을 입에서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맛을 다시던 그는 입 안에 노란 구슬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음? 음, 으응, 우으응?”
혀로 입천장을 눌러보고, 혀 밑이나 이빨 뒤쪽에 있지나 않을까 살펴봤지만 노란 구슬을 보이지 않았다.
‘제기랄, 먹었구나. 아까 토마호크가 날아올 때 내가 놀라서 꿀꺽 삼킨 거야. 노란 구슬의 정체도 아직 잘 모르는데 먹어버렸으니 이거 나중에 큰 탈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는 토마호크를 도끼집에 집어넣고 이번에는 무지갯빛 영롱한 물고기의 내단을 꺼내 살펴봤다.
실제로 내단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내단 비슷한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나 더 먹는다고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될 수도 있어. 그냥 살짝 맛만 보자.’
소울은 노란 구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이번에는 두 손가락으로 단단히 쥐고 살짝 입안에 넣어보았다.
순간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네? 이거 무슨 알사탕 같잖아?’
그는 너무나도 맛이 있어서 혀로 살살 굴려서 빨아먹었다. 그 순간 무지갯빛 물고기의 내단은 액체로 변해 그의 목구멍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어라, 또 먹었네? 이,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원래 인간은 호기심 때문에 흥하기도 하고 호기심 때문에 망하기도 한다.
소울은 전혀 먹을 생각은 없었지만 작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오크샤먼의 사체에서 나온 노란 구슬과 무지갯빛 물고기의 몸에서 나온 무지갯빛 구슬까지 한꺼번에 먹어버리게 됐다. 이유가 어떻든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혹시 모르니까 어딘가 조용한 곳에 숨어 들어가야겠다.’
그는 개울 근처를 뒤져 자신이 잠시 안전하게 은신할만한 곳이 있는 지 찾아봤다.
여울목이 돌아가는 바위 절벽 사이에 뭔가 움푹 들어간 곳이 있어보였다.
그곳이 동굴이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절벽을 타고 올라간 소울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딱 자신이 기어 들어갈 만한 동혈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잘됐다. 여기서 잠시 기운을 다스려보도록 하자.’
그는 기연을 얻은 무협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들이 내단에서 일어나는 기운을 다스리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도 오크샤먼의 내단과 물고기의 내단을 복용했으니 분명히 뭐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동혈로 기어 들어가 맨 끝에 등을 기대고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몸에 힘을 빼고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두 손은 배꼽 세치 아래인 단전에 모으고 차분히 들숨과 날숨을 내쉬었다.
1시간 뒤, 소울은 자신의 코에 침을 바르면서 간신히 도로 기어 나왔다. 그리고는 높지 않은 절벽을 내려와 시냇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앉아 시원하게 똥을 싸댔다.
“끄응!”
뿌지직 뿌지직…….
탈태환골은 개뿔, 대장을 지나 항문을 통과한 그의 똥냄새가 썩어 곯아 내려앉을 것 같이 지독했다. 소울은 자신의 손가락으로 코를 잡고 인상을 썼다.
그리고는 속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무협 작가와 무협 영화감독들을 욕했다.
‘무협지나 무협 영화를 다시는 보나 봐라.’
그는 흐르는 시냇물에 엉덩이를 깐 상태 그대로 담구고 손으로 깨끗이 씻었다.
차가운 시냇물이 연약한 속살에 닿자 그는 머릿속까지 얼어 버리는 듯 했다.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고 나자 그는 아까 바위 위에 올려놓았던 무지갯빛 물고기의 살코기가 생각났다.
그는 급히 시냇물을 거슬러 올라왔다.
잘못하면 엄한 놈이 자신이 어렵게 잡아서 손질해놓은 비상식량을 모조리 먹어 치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 저놈이…….’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생선 냄새를 맡은 몬스터 하나가 자신의 소중한 비상식량을 올려놓은 바위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소울은 즉시 토마호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달려갔다.
슬랑 스리랑 슬랑…….
비상식량을 강탈해가려던 몬스터는 녹색의 반투명한 몸을 가진 슬라임이었다. 소울이 빠르게 다가오자 슬라임은 발걸음을 멈추고 명백한 적의를 드러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식량을 도둑질 해가는 강도를 향한 것처럼 보였다.
“아니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지. 네놈이 내 비상식량을 훔쳐가려고 해놓고 감히 나한테 성질을 부려?”
소울은 슬라임에게 호통을 치면서 다가갔다.
자신의 허리 밖에 안 오는 슬라임 정도야 사실 그에게 한 주먹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소형 몬스터 중 가장 약하다고 알려진 슬라임은 먹이사슬의 가장 맨 아래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휘익 철퍽!
토마호크가 크게 반원을 그리며 슬라임의 윗부분을 쳤다.
그러자 물이 갈라지듯 크게 갈라지며 슬라임이 소리를 질렀다.
“츨라아아 츨라아아아…….”
그 모습에 소울은 더욱 빠르게 토마호크를 휘두르며 슬라임을 마구 쪼갰다. 슬라임의 몸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상흔이 생겼다.
그러나 어느 순간 슬라임의 갈라진 몸이 상처하나 남기지 않고 합쳐지며 회복되었다.
그제야 소울은 슬라임의 특성을 생각하며 자신의 머리를 쳤다.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슬라임은 물리공격에 대한 데미지를 거의 받지 않잖아. 싹 태워버리던지 아니면 핵을 찾아 파괴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제는 슬라임이 그에게 꾸물꾸물 다가왔다. 마치 이번 공격은 자신의 차례라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슬라임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기다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슬라임의 몸을 자세히 살펴봤다. 눈으로는 슬라임의 핵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당장 불을 지필수도 없었다.
토마호크로 아까처럼 공격을 해봤자 아무런 데미지 없이 회복할 것이 뻔했다.
[까망아, 내가 너를 저 슬라임에게 던질 테니 넌 슬라임 몸속으로 들어가서 핵을 찾아 제거하도록 해라. 알았지?]
[규!]
까망이는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했다. 어째 예전에 비해 조금 더 똑똑해진 느낌이었다.
‘남자는 직구지.’
그는 까망이를 들어 직구 잡는 법으로 잡고 슬라임의 몸을 향해 세차게 던졌다.
휙! 철퍽!
까망이는 빠르게 날아가 슬라임의 몸에 푹 박혀버렸다.
슬라임은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몸을 푸들거렸다. 그리고는 몸에 힘을 줘서 까망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까망이는 그 순간 자신의 몸 한쪽을 뾰족하게 변형시켰다. 그리고는 슬라임의 몸속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제야 슬라임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소울은 슬라임의 얼굴을 보고는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소환수 까망이가 슬라임의 몸속을 유영하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슬라임은 어떻게 하던지 까망이를 자신의 몸속에서 빼내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어느 순간, 슬라임의 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까망이가 슬라임의 핵을 찾아내서 파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스르라임 스르라임 스르라임…….”
슬라임은 자신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을 아는지 구슬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까망이는 슬라임의 핵을 자신의 몸으로 감싸서 파괴하려다가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는 파괴 대신 흡수를 선택했다.
까망이가 슬라임의 핵을 자신의 몸속으로 쏙 집어넣고 흡수해버리자 그 순간 슬라임의 몸이 힘을 잃고 액체처럼 변해서 철퍼덕 땅으로 쏟아져 버렸다.
[규! 규규! 규규규!]
까망이의 힘찬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전사가 지르는 함성처럼 높은 고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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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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