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02화 (102/492)

00102  제 26 장 - 생존을 위하여  =========================================================================

“이게 전부 차원의 균열에 대한 관심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소울넷 포인트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도대체 왜 이렇게 차원의 균열에 다들 관심을 가질까? 여기에는 분명히 내가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을 거야. 그게 뭐지? 무슨 이익을 가질 수 있어서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거지?”

그가 가진 지식으로는 아직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소울넷 유저들에게 큰 이익이 되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타이로스, 세이지, 탄탈라스가 자신에게 100p씩이나 소울넷 포인트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다 세이지는 ‘아트란의 영단’, 탄탈라스는 최하급 물의 정령인 ‘운디네’까지 넘겨주지 않았는가?

“그러고 보니 타이로스는 왜 나한테 선물을 안했지?”

세이지와 탄탈라스가 각각 선물을 줬다는 사실에 오히려 타이로스가 선물을 하지 않은 것이 거슬렸다.

소울은 잠시 고민하다가 타이로스에게 메모를 써서 보냈다.

내용은 간단했다.

왜? 차원의 균열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은가?

차원의 균열의 비밀이 무엇인가?

소울넷 유저에게 차원의 균열은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가?

만약 나와 비밀을 공유한다면 나도 그에 따른 이익을 공유할 용의가 있다.

대충 이 정도였다.

소울은 세이지나 탄탈라스 보다 오히려 타이로스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

타이로스로부터 ‘카카오커가 배우면 큰일 나는 사냥법’과 ‘쉐도우 스텝’을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게 직접 배운 것은 아니다. 모두 소울넷의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배웠다. 하지만 소울에게는 타이로스가 가르쳐준 것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

타이로스에게 메모를 보내고 난 후, 소울은 자신의 기억의 창고를 오늘까지만 개방했다. 그것도 단 세 사람만 했다.

당연히 그 세 사람은 타이로스, 세이지, 탄탈라스였다.

이 세 사람은 자신에게 100p나 되는 소울넷 포인트를 선물로 보냈다. 그 중에서 세이지와 탄탈라스는 비록 중간에 수작을 부리기는 했지만 ‘아트란의 영단’과 ‘운디네’라는 큰 선물까지 보냈다.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게 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선물을 보냈으니 자신도 적당한 선물을 보내야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일단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들에게만 시범적으로 중급 영혼체험을 허락해줬다.

최하급 영혼체험이 1p, 하급 영혼체험이 10p, 중급 영혼체험이 무려 100p나 한다.

이들이 정말 차원의 균열에 대한 관심이 지극하다면 분명히 중급 영혼체험을 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바로 그 차원의 균열 안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이곳이 뭔가 중요한 곳일 수도 있다. 예상대로만 된다면 아마 자신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소울넷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사람의 인생을 체험해볼까?”

소울은 기왕 접속한 소울넷에서 그냥 나가는 것이 좀 아쉬워서 딱 한 명만 골라서 영혼체험을 하고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골라야 할지 몰랐다. 잠시 생각을 해본 그는 오크샤먼에게 얻은 노란구슬이 생각났다. 그리고 토마호크도 생각났다.

“오크샤먼의 인생을 체험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 위쪽에 있는 검색창을 이용해 오크샤먼을 검색했다. 하지만 오크샤먼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무리 유사인류가 소울넷에 접속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몬스터인 오크샤먼이 접속하는 것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그는 검색창에 여러 가지 검색어를 넣어 자신이 원하는 오크샤먼과 가장 비슷한 종류를 찾아봤다.

그러자 딱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 하프오크 주술사라면 가능하겠구나.”

오크와 인간의 혼혈인 하프오크는 오크에 가깝게 태어나기도 하고 인간에 가깝게 태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하프오크 주술사라면 인간에 훨씬 가까운 유사인류로 취급해준다. 물로 소울넷에 접속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과 영성이 뛰어난 하프오크 주술사가 그렇게 많이 있을 리 없었다.

검색창에 단 하나의 이름만이 떠올랐다.

<하프오크 주술사 옥사나>

소울은 일단 최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옥사나의 삶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옥사나의 어머니는 오크 종족에게 납치당한 상태에서 여러 번 강간을 당했다. 그리고 그녀를 임신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오크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는 역설적으로 옥사나를 임신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크 종족에게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에 옥사나의 어머니는 우여곡절 끝에 옥사나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옥사나의 입장에서는 태어난 날부터 고생길이 시작되었다.

오크전사였던 옥사나의 아버지가 인간인 어머니를 찾을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큰 패배를 당하고 죽어버리자 오크들은 옥사나와 옥사나의 어머니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힘도 약하고 어디에다 쓸데도 없는 두 사람을 오크들이 잘 대해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옥사나는 오크들의 일방적인 구박을 받으며 자라났다.

옥사나가 7살 생일을 맞은 날, 그녀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오크마을에 들른 오크종족의 큰 어른인 오크샤먼의 눈에 옥사나가 띈 것이다.

주변의 오크 부족을 힘으로 합병하여 오크왕국을 이룬 위대한 왕 아라콘의 조력자이자 스승이기도 한 오크샤먼 골레라는 옥사나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주술사의 재능이 있음을 알아봤다.

워낙 나이가 많았던 터라 몇 년을 더 살지 모르는 상태였던 골레라는 즉시 옥사나를 오크부족에게서 데려와 자신의 제자로 삼았다. 그리고 옥사나의 어머니를 인간의 마을로 돌려보내주는 호의까지 베풀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온갖 구박을 받고 자라다보니 오크 종족 자체에게 뿌리 깊은 원한이 있었던 옥사나는 골레라가 베푸는 은혜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골레라의 소원대로 주술사의 길에 들어섰다.

10년 뒤, 골레라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단 10년 만에 옥사나는 골레라가 소원한 데로 골레라를 능가하는 놀라운 주술사가 되어 있었다.

천부적인 주술사의 능력을 가지게 된 옥사나는 골레라가 죽자 곧바로 아라콘을 주술의 힘으로 자신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종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제일 먼저 자신을 구박했던 오크마을로 찾아가 단 한 마리의 오크도 살려주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렸다.

그때부터 그녀의 악명이 오크종족에게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강간했던 오크라는 종족을 용서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피가 반은 오크임에도 불구하고 오크들의 씨를 말려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크왕국의 왕인 아라콘을 움직여 주변의 모든 오크부족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오크들에게는 ‘피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처절한 동족상잔(同族相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라콘은 정말 용맹한 왕이자 오크전사였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한 팔 거드는 옥사나는 오크역사에 나올까 말까한 위대한 주술사였다.

두 사람의 힘이 합쳐지자 광대한 오클랜드 산맥의 모든 오크부족이 말살되거나 복속되었다. 오크 왕국은 이제 오크제국이 되었다.

아라콘이 제국의 황제가 되자 옥사나는 또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트롤족과 오우거족들을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옥사나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녀의 생각대로 트롤이나 오우거에 의해 오크가 몰살을 당할 것이라는 것은 오크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오크제국을 너무 무시한 생각이었다.

오히려 오클랜드 산맥에서 오크의 숫자를 적당히 제어해줄 트롤과 오우거가 사라지자 오크의 숫자는 무섭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옥사나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바로 인간의 제국을 이용하여 오크의 씨를 말리는 방법이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옥사나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카트론 제국의 황실마법사를 몰래 잡아다 세뇌를 시켜 자신의 종으로 삼은 그녀는 오크제국의 공격이 있을 때마다 정보를 흘려줬다.

오크들이 자연스럽게 몰살시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오크제국의 오크들은 워낙 숫자가 많아서 몇 번이나 정보를 흘려줘도 숫자가 줄지 않았다.

옥사나는 결국 다시 한 번 아라콘을 움직여 인간이 살고 있는 땅으로 오크제국을 통째로 옮기게 만들었다.

아라콘의 젖과 꿀이 흐르는 인간의 땅을 빼앗아 자손에게 남기자는 선동에 모든 오크들은 대찬성을 하며 이주에 선뜻 동의했다.

오클랜드 산맥에 있는 모든 오크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동시킨 그녀는 이번에야 말로 모든 오크들을 전멸시킬 생각으로 먼저 오크전사와 오크샤먼을 총동원해서 카트론 제국 수도인 포큐 시를 공격했다.

수십만의 오크전사와 수백의 오크샤먼 그리고 수백만의 오크병사들이 포큐 시를 포위하고 공격했다.

무려 1달간의 접전 끝에 아라콘을 제외한 모든 오크전사들과 오크샤먼이 전멸을 당했다. 오크병사들도 몰살을 당했다.

그사이에 후방에 남아있던 오크암컷들과 새끼들은 카트론 제국군에 의해 기습을 받아 역시 전멸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극소수의 오크들이 살아남아 오클랜드 산맥으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야 옥사나는 오크들을 전멸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오크제국의 황제인 아라콘의 목을 직접 잘라 죽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오크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수백만의 오크병사, 수십만의 오크전사, 수백의 오크샤먼을 한꺼번에 죽게 만들고 나자 그녀의 원한이 어느 정도 풀렸다. 물론 그 전까지 죽인 오크들의 수를 합치면 이미 수십억 마리도 넘었다.

옥사나는 더 이상 오크들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피붙이인 자신의 어머니를 찾았다.

하프오크인 옥사나의 얼굴은 오크를 닮지 않고 거의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 인간의 세계에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약간의 주술을 이용해 얼굴을 살짝 변형한 그녀는 자신의 종으로 만든 카트론 제국의 황실 마법사를 통해 한 재산을 챙겨 수도 포큐 시에 아담한 저택을 사서 은거에 들어갔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오붓하게 둘이서 즐겁게 살기 시작한 그녀는 역시 황실 마법사를 통해 소울넷의 존재를 알게 되고 소울넷에 접속을 하게 된다.

그녀의 은거는 소울넷을 통해 우주의 여려 차원과 행성의 유사인류의 삶을 체험해보는 것을 낙으로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옥사나의 삶을 최하급 영혼체험으로 경험한 소울은 그녀의 삶 중 골레라와 함께 한 10년의 삶이 무척이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당장은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그 10년의 삶을 알아볼 때가 아니었다.

그는 일단 아쉬움을 접고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에서 나와 접속을 해제했다.

* * * * *

눈을 뜨자 어둠속에 희미하게 빛이 들어왔다.

멍한 느낌에 손을 꼼지락 거리고 발을 꼼지락거려 보았다.

목을 좌우로 돌려보고 숨도 크게 들이켰다. 싱싱한 녹색의 풀냄새가 폐안으로 훅하고 들어왔다.

몇 번 눈을 깜빡거리고 나자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그는 슬며시 몸을 움직여 수풀 속의 움푹 파인 곳, 즉 비트 속에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비트는 ‘비밀 아지트’가 줄어든 말로 간첩 활동 따위의 은밀한 활동을 하는 사람이 숨어 지내는 곳을 말한다.

그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일종의 비트를 만들어 그 안에 숨어서 잠을 잤던 것이다.

[까망아!]

[규!]

[그래, 수고했다. 수상한 놈들은 없었지?]

[규!]

소울은 자신의 눈앞으로 내려오는 까망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가만, 너 이제 보니 허공에 뜰 수도 있구나?]

[규!]

그는 까망이의 머리 부분을 살살 만지면서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부터 있었던 능력인데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이번에 능력이 새로 생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까망이의 능력을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는 일단 전투헬멧의 탐색기능을 이용해 주변을 살펴봤다.

반경 25m 내에 존재하는 야생동물의 위치가 다 드러났다.

‘가만 이거 일정 크기 이상의 야생동물이나 몬스터가 나타나면 알람을 할 수 있게 하면 안 되나?’

전투헬멧의 설정을 찾아보니 자신의 생각대로 그런 기능이 존재했다. 가볍게 귀에 진동을 주는 방식이라 마음에 들어 바로 전투헬멧의 설정을 변경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