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00화 (100/492)
  • 00100  제 25 화 - 위기  =========================================================================

    주머니 속에 까망이를 집어넣고 토마호크를 왼손으로 옮겼다.

    쓰러져 있는 오크병사의 창을 집어 든 그는 오크병사의 발자국이 들리는 연기 속을 향해 세차게 던졌다.

    휙 푸악!

    켁!

    ‘아싸! 럭키샷!’

    그는 꼭 오크병사를 죽이길 바라고 던진 것이 아니었다.

    다만 한 놈이라도 맞아 부상을 입으면 적들이 조금은 위축되지 않을까 해서 창을 던진 것이었다.

    그러나 연기 속으로 날아간 창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크병사 한 놈의 복부를 그대로 뚫어버렸다. 성큼성큼 다가오던 오크병사들의 움직임이 조금은 조심스러워졌다.

    아무리 오크가 몬스터라고 해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참, 전투헬멧이 있었지.’

    그는 자신이 쓰고 있는 전투헬멧의 시야모드를 가시광선에서 자외선 비전으로 바꿨다. 그러자 주변에 다가오는 오크들의 모습이 연기 속에서 뚜렷하게 들어왔다.

    ‘연기로 사방이 가득한 지금 난 장님들과 싸우고 있는 거네?’

    소울은 용기백배하여 홀로 다가오는 오크병사 한 마리에게 다가갔다.

    연기 속에서 뭔가 다가오자 오크는 창을 앞으로 내밀면서 뭐라고 씩씩 댔다.

    하지만 소울은 굳이 오크병사가 들고 있는 창의 사거리로 가지 않아도 됐다.

    그 자리에 서서 그냥 토마호크를 오크병사의 얼굴을 향해 가볍게 날려줬다.

    휙! 퍽!

    풀썩!

    바로 앞에서 던진 것이라 빗나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오크병사에게 다가가 오크병사의 얼굴에 깊이 박힌 토마호크를 잡아 뽑았다.

    죽은 오크병사의 몸에 녹색의 피를 잘 닦은 그는 토마호크를 도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오크병사가 들고 있는 장창을 집어 들었다.

    오크병사가 들고 있는 장창은 언월도(偃月刀)와 매우 비슷한 날을 지닌 글레이브였다. 70cm에 달하는 한쪽 날이 초승달 모양으로 크게 휘어져 있었는데 손잡이 길이는 2.5m, 손잡이의 머리 부분을 포함한 손잡이 전체 길이는 3.5m에 달했다.

    3.5kg 정도의 무게를 지닌 것으로 보이는 묵직한 글레이브를 쥔 소울은 자신에게 접근해오는 오크병사들을 향해 다가갔다.

    무기를 앞세워 걸어오는 오크병사들의 옆으로 비스듬히 가서 그는 글레이브를 크게 휘둘렀다.

    휘익 푸악!

    쏴아아아아…….

    풀썩!

    오크병사 한 마리의 목이 단숨에 반으로 잘리며 피분수가 쏟아졌다.

    목이 반으로 잘린 오크병사는 당연히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다. 하지만 쓰러진 오크병사가 낸 소리로 인해 동료 오크병사들은 순간 잔뜩 긴장했다.

    소울은 가만히 서서 글레이브를 다시 한 번 크게 휘둘렀다.

    휘익 차악!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는지 오크의 목이 단번에 싹둑 잘려졌다.

    쿠웨에에에에에!

    놀란 오크가 들고 있는 장창을 사방으로 마구 휘둘렀다.

    연기가 가득한 곳에서 마치 혼자 라이브 쇼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까망아! 저놈의 머리통을 박살내자.]

    [규!]

    소울은 글레이브를 바닥에 내려놓고 까망이를 잡았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오크병사의 얼굴을 향해 까망이를 던졌다.

    휙 퍽!

    명중이었다.

    던진 방향이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까망이가 알아서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괘도를 바꿔주니 명중이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했다.

    데구루루…….

    자신의 손 안으로 굴러 들어온 까망이를 잡은 소울의 눈에 전투에 대한 자신감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이 소울을 저버렸는지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주변을 가득채운 연기를 한 번에 싸악 쓸어서 몰고가버렸다.

    그의 얼굴이 순간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해갔다.

    “이런 개 같은…….”

    소울은 시야모드를 자외선 비전에서 다시 가시광선으로 바꾸며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그리고 즉시 자신의 정면에 있는 오크병사를 향해 까망이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자신의 발 앞에 있는 글레이브를 발끝으로 밟아 당기더니 발등으로 들어 허공으로 띄워 올렸다.

    위로 솟아오르는 글레이브를 잡자마자 그는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오크병사 한 놈을 향해 집어 던졌다.

    휙! 휘익!

    퍽! 푸악!

    큭 커억!

    거의 동시에 두 마리의 오크병사가 쓰러지자, 뒤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오크병사들이 커다란 칼을 일제 뽑아 들더니 그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붕 붕 부웅 붕!

    커다란 오크의 칼은 마치 조선시대에 죄수의 목을 치던 망나니 칼과 비슷했다.

    오크병사들은 팔뚝의 근육이 툭툭 불거져 올 정도로 칼에 잔뜩 힘을 줘서 소울을 향해 칼질을 했다.

    소울은 감히 막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뒤로 피하기에 바빴다.

    까망이가 굴러와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는 까망이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새 오크병사가 네 마리나 달려들어 그를 노리며 무식한 칼질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부웅 붕 붕붕 부웅!

    우당탕!

    소울은 자신의 얼굴과 목을 노리고 동시에 들어온 칼을 피하기가 어려워지자 즉시 몸을 땅바닥을 향해 던지고는 데굴데굴 굴렸다.

    간신히 칼을 피해낸 소울은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했다.

    ‘역시 난 근거리 딜러는 안 맞아. 원거리 딜러가 제격이야.’

    그는 벌떡 몸을 일으키고 뒷걸음질 했다.

    그의 정면으로 또 다른 오크병사의 칼이 내려오고 있었다.

    소울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정신없이 그들의 칼을 요리조리 피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소울은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나한테는 쉐도우 스텝이 있잖아? 난 왜 지금 그걸 안 쓰고 있는 거지?’

    은밀한 움직임에도 좋고 회피에도 좋은 쉐도우 스텝이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 다니기 딱 좋은 스킬인데 지금 소울은 겁에 질려 자신이 열심히 익힌 쉐도우 스텝을 전혀 사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역시 사람이 겁에 질리면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훌쩍 뒤로 물러났다.

    [까망아! 오른손으로 와!]

    [규!]

    까망이를 불러 오른손에 잡았다. 그리고는 잽싸게 고개를 돌려 사방을 한번 빠르게 훑어봤다. 쉐도우 스텝을 쓰려면 주변의 상황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했다.

    오크병사 하나가 칼을 휘둘러 오고 있었다. 그는 그 칼이 채 휘둘러지기도 전에 왼쪽으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는 바로 까망이를 집어 던졌다. 지금 상황에서는 투구 폼이고 자시고 생각할 것이 없었다. 그냥 손이 가는대로 던진 것이다.

    휙! 퍽!

    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명중인 것을 알았다.

    이번에는 오른쪽 대각선으로 두 걸음 물러서며 크게 휘어져 들어오는 오크병사의 칼을 피했다.

    큰 동작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허점을 보자 그는 지체 없이 토마호크를 꺼내 앞으로 집어 던졌다.

    휘익 퍽!

    크악!

    오크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토마호크는 목표로 한 오크병사의 옆얼굴에 박히지 않고 어깨에 박혔다.

    오크병사의 어깨는 단단한 가죽갑옷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결국 뼈는 건드리지 못하고 근육에만 살짝 박혀 있었다. 그렇다고 고통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일단 까망이를 이용해 한 놈은 해결했다. 넷에서 숫자가 하나 줄어 셋이 됐다.

    오크병사들은 소울의 움직임이 조금 전과 다르게 움직이자 급히 양옆으로 퍼져 삼각형으로 둘러싸 포위하려고 했다.

    사사삿!

    소울은 그런 오크병사들의 움직임에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의 이런 움직임에 오히려 반대로 정면의 오크병사를 향해 돌진했다.

    어깨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전투중이라 그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던 오크병사는 인상을 팍 쓰며 다시 세차게 칼을 휘둘러 왔다.

    부웅!

    하지만 소울은 급히 왼쪽 전방으로 다리를 움직여 오크병사의 칼을 피해내고 그의 어깨에 박힌 토마호크를 휙 잡아채 빠져나갔다.

    큭!

    토마호크를 뽑아가면서 살짝 비튼 탓에 오크병사는 고통에 오만인상을 다 썼다. 하지만 그 정도 고통으로 생명력이 질기기로 유명한 오크병사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오크병사는 소울의 몸의 움직임을 따라 다시 칼을 휘둘러왔다.

    소울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그의 칼을 피해 내고는 그의 등 뒤로 스텝을 밟으며 돌아갔다.

    동시에 토마호크로 살짝 그의 목을 그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걸렸는지 오크병사의 목에 있는 경동맥 하나가 잘리면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포위를 위해 좌우로 벌렸던 오크병사들의 시도가 무색하게 오히려 정면으로 달려들어 소울이 빠져나가자 오크 병사들이 다시 몸을 돌려 그를 향해 달려왔다.

    소울은 급히 뒤로 두 발짝 물러서며 주변을 둘러봤다.

    오크병사들은 눈앞의 두 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어느새 20여 마리의 오크병사들이 넓게 포위망을 구축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더 많은 오크병사들이 줄을 지어 늘어 선 것이 보였다.

    소울은 주변 상황을 인지하자 바로 감이 왔다.

    ‘이건 무조건 튀어야 한다.’

    정면으로 돌파해서 도망가면 잡힐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바람이 불어오는데 네이팜탄이 떨어지는 곳 근처로 기어들어갈 수는 없었다.

    소울은 아까 추락했던 하피를 찾았다.

    하피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허공으로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펄럭거리고 있었다.

    다행히 날개는 부러지지 않은 것 같았다.

    소울은 하피가 날개를 펄럭이는 것을 보는 순간, 뒤로 돌아보지 않고 하피를 향해 달려갔다.

    후다다다다…….

    그가 하피를 향해 달리자 오크병사들이 일제히 그의 뒤를 쫓아 방향을 틀었다.

    하피는 오크병사들이 일제히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모습에 놀라 급히 허공으로 몸을 띄우고는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펄럭 펄럭 펄럭…….

    소울은 달려가며 토마호크를 도끼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이제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 질주했다.

    하피의 몸이 허공으로 점점 떠올랐다.

    1m, 2m, 3m…….

    소울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 몰랐다.

    그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아마 머리털 난 이후 최고의 속도를 내고 있을 것이다.

    소울은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어느 순간 힘껏 바닥을 박차며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턱!

    그의 몸이 하늘로 쭉 솟구쳐 올랐다.

    휘이익!

    바람을 가르며 하피를 향해 날아오르던 그는 순간 거리가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한 손을 허공으로 쭉 뻗으며 동시에 몸을 쫙 폈다.

    탁!

    아슬아슬하게 하피의 한쪽 발목이 그에게 잡혔다.

    캬악!

    하피는 짧게 비명소리를 지르고는 마구 날갯짓을 했다.

    소울의 무게가 더해지자 날아오르던 자신의 몸이 다시 아래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피는 소울도 무서웠지만 사실 오크병사들은 더 무서웠다.

    오크들은 같은 몬스터라고 하피를 봐주거나 하지 않았다. 오크들에게 잘못 걸리면 대부분 죽을 때까지 강간을 당하다가 그들에게 산채로 뜯어 먹혀야했다.

    그래서 하피는 필사의 힘을 다해 날갯짓을 하며 간신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울에게도 하피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하피의 두 발목을 단단히 잡은 채 몸을 흔들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하지만 몸과는 달리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쿵거리고 있었다. 반대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사지(死地)에서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을 했으니 웃음이 나올 만도 했다.

    쿠웨에에에 오카라라라…….

    뒤늦게 달려온 오크 센트리온이 소울을 향해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결코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라는 것쯤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결국 하피는 소울을 매단 채 힘겹게 날개를 펄럭거리며 날아갔다.

    인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갈수도 없고 포탄이 떨어져 내리는 곳으로는 더더욱 갈 수가 없으니 하피는 무조건 고도를 올려서 화력터널을 따라 빙 돌아가야 했다.

    그게 좀 힘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제일 안전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발목을 단단히 잡은 위험한 인간을 내려다보며 하피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굳이 그를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피의 둥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그는 곧바로 수천조각으로 갈가리 찢겨져 죽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소울도 하피의 둥지까지 가서 죽어줄 생각 따윈 없었다. 적당한 곳에 내려서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하피와 소울은 잠시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했다.

    비록 서로 뜻하는 바는 달라 적이 되었지만 잠시나마 함께 붙어 있어야하는 것이다.

    소울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 높이 날아가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매달려 갈 수는 없었다.

    하피가 포탄이 떨어지는 화력터널 위를 넘어가자마자 소울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 작품 후기 ============================

    벌써 100회가 됐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수정공지: 전투헬멧의 시야모드를 적외선 모드에서 자외선 비전으로 바꿉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