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99화 (99/492)
  • 00099  제 25 화 - 위기  =========================================================================

    오크궁병들이 어느새 대 몬스터 장벽 아래로 다가와서는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중기관총이 무섭게 그들을 찢어 발겼다.

    오크궁병들은 순식간에 온몸에 구멍이 뚫리고 머리통과 팔다리가 툭툭 끊어져 버린 채 고깃덩어리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그때부터 오크궁병들은 집요하게 중기관총을 쉬지 않고 쏘아대는 소울과 이재훈만을 노렸다.

    “안되겠어요. 어디 가서 방패라도 좀 들고 와요.”

    “네.”

    소울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도 않고 이재훈에게 소리치자 이재훈도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옆자리로 가서 바닥에 떨어진 방패 두 개를 주어왔다.

    “앞쪽에 세워놓고 급하면 방패를 사용해서 막아요.”

    “알았어요.”

    그러나 두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오크궁병들이 가까이서든 멀리서든 그들을 향해 마구 화살을 발사했다. 이재훈은 끝내 화살의 공포에서 버티지 못하고 모래주머니로 쌓은 진지 앞으로 들어가 방패로 자신의 몸을 가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소울은 그런 이재훈을 차마 뭐라고 하지 못했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지켜보겠다고 저렇게 하는 것인데 그걸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문제는 자신도 더 이상 중기관총을 쏘며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규!]

    그때, 다급한 까망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그는 중기관총을 놓고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몸을 내던졌다.

    휘익!

    아니나 다를까? 하피 한 마리가 뒤쪽에서 저공비행으로 날아와 소울을 잡아채려고 시도하다 실패하고 지나갔다.

    등줄기에 흐르는 바람의 압력을 느낀 소울은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소울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벌떡 몸을 일으켜 중기관총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 총구를 아래로 돌리는 순간, 다시 한 번 까망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규!]

    그는 이번에도 오른쪽으로 급히 몸을 날렸다.

    휙!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하피 한 마리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독수리의 발톱을 닮은 커다란 하피의 발톱이 소울의 왼쪽 어깨를 잡아채고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

    펄럭 펄럭 펄럭…….

    “아악!”

    “안 돼!”

    이재훈은 방패로 몸을 가리고 있다가 그 모습을 보자 벌떡 몸을 일으켜서 그의 다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미 소울의 몸은 하피에 의해 사람의 팔이 닿지 않는 높이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재훈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울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보자 혼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이재훈은 이 모든 것이 자신이 혼자 살아보겠다고 방패로 자신의 몸을 숨긴 것 때문인 것 같았다.

    “힐!”

    그는 소울을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마지막으로 힐을 한방 쏴줬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 내렸다.

    한편, 하피의 날카로운 발톱에 어깨를 잡힌 소울은 마치 어깨가 불 꼬챙이로 쑤셔대는 것 같은 고통에 발버둥을 쳤다.

    “놔 이년아! 놓으란 말이야. 악!”

    그러나 하피도 나름 필사적이었다.

    소울이 하도 발버둥을 치는 통에 날갯짓을 해도 금세 하늘 위로 떠오르지 않고 그저 비스듬히 날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을 도와줄 동료 하피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하피는 자신의 동족을 무수하게 죽인 이 원수 놈을 오크군단의 한 가운데로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소울은 하피가 오크군단의 한 가운데로 날아가자 곧바로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알아차렸다.

    그는 이렇게 고통에 발버둥 치다가는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갑자기 어깨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재훈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을 모두 쥐어짜서 힐을 넣어준 것이다.

    소울은 어깨의 고통이 없어진 순간 왼팔을 들어 하피의 발목을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허벅지에 달아놓은 오크샤먼에게 얻은 도끼인 토마호크를 꺼내 하피의 다리에 찍어버렸다.

    캬아아아악!

    날카로운 하피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하피의 다리에서 붉은 피가 솟구쳤다.

    소울은 자신의 전투헬멧에 뚝뚝 떨어지는 하피의 피를 보자 더욱 세차게 하피의 한쪽 다리를 찍어댔다.

    하피는 결국 소울을 포기하기로 하고 그의 어깨를 잡은 다리를 놓아버렸다.

    하지만 어깨를 놓는다고 소울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럴 줄 알고 하피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었던 것이다.

    소울은 토마호크를 집어넣고 오른손으로 하피의 반대쪽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크게 소리쳤다.

    “이년아! 빨리 방향을 돌려! 안 돌리면 너를 도끼로 찍어 죽이겠다.”

    캬아아아!

    하피는 소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방향이 바뀌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게 오크군단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이대로 떨어져 내린다면 그는 당연히 오크병사들에 둘러싸여 잘 다져진 고기조각이 될 것이다. 소울은 그렇다고 그대로 하피를 놓아버리자니 너무 높아서 자칫 다리가 부러질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다가오는 오크병사에게 잡혀 죽을 확률이 아주 높아진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하피는 소울에게 이를 갈며 고도를 더욱 낮췄다.

    그러자 이제 소울의 발아래로 달려가는  오크병사들이 위를 쳐다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네이팜탄이 뿌려진 곳으로는 안가는 구나.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않고, 오크군단을 향해서 가는 것을 보면 달려오는 오크병사 누구라도 날 공격해서 죽일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구나.’

    소울은 이 하피가 반드시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깨닫고 이제 이판사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절대 곱게 죽어줄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

    “으아악!”

    소울은 순간 자신의 몸이 달려오는 오크병사와 부딪치려고 하자 급히 두 다리를 끌어올렸다.

    달려오던 오크병사가 아쉽다는 표정을 하면서 달려갔다.

    소울은 두 다리를 내리며 달려오는 오크병사의 얼굴을 발로 차고 그 다음에 오는 오크병사의 어깨를 발로 힘껏 밟아 튀어 올랐다.

    그러자 고도가 순간적으로 위로 확 올라갔다.

    하지만 하피는 금세 아까처럼 다시 고도를 낮췄다.

    이제 매캐한 네이팜탄의 검은 연기들이 자욱한 곳까지 들어왔다.

    소울은 자신의 두 팔에 단단히 힘을 주고 힘껏 하피의 두 다리를 잡아 당겼다. 그의 몸이 쑥 위로 올라가자 순간 허리에 힘을 줘서 몸을 90도로 꺾고는 두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양옆으로 활짝 폈다.

    하피가 놀라서 그의 두 다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소울의 다리는 하피의 몸통을 잡아 두 발로 깍지를 껴 버렸다.

    그러자 소울은 하피의 두 발목을 잡고 있는 두 손을 놓아버리고 허리에 잔뜩 힘을 줘서 상체를 들어올렸다.

    퍽!

    캬아악!

    그의 전투헬멧의 뒤쪽이 하피의 얼굴에 정통으로 박혀 들어갔다.

    하피는 순간 눈물이 핑 돌고 코에서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날갯짓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급격히 고도가 떨어져 내렸다.

    하피는 본능적으로 이렇게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날개를 활짝 펴서 마구 펄럭였다.

    우당탕 쿵탕!

    하지만 결국 하피는 추락하고 말았다. 정신없이 땅바닥을 구르자 온몸의 뼈란 뼈는 다 부서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하피는 그 상태로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소울은 오히려 하피보다 훨씬 상황이 괜찮았다.

    추락하기 직전에 하피가 최선을 다해 두 날개를 활짝 펴고 휘두르는 바람에 속도가 많이 줄어 있었다.

    그는 땅바닥으로 추락하기 바로 직전 하피를 붙잡은 두 다리와 팔을 놓고 몸을 그대로 활짝 펴고 허공을 날았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두 다리로 충격을 줄이면서 온몸을 말아서 공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데굴데굴 굴렀다.

    “크윽!”

    비록 여기저기 타박상이 있어 고통스러웠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문제는 자신이 떨어진 곳이 오크군단이 진군해오는 진로의 한복판이라는 것이다.

    그는 급히 주변을 살펴보다가 네이팜탄의 검은 연기가 자욱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미 그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봤던 몇 마리의 오크병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엿 됐다.’

    그는 속으로 욕을 하며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야구공이 잡혔다.

    [까망아, 야구공 안으로 들어가.]

    [규!]

    소울은 검은 연기 사이로 보이는 오크병사를 향해 야구공을 던지기로 했다.

    그는 야구공을 직구로 잡고 투구 폼을 잡아갔다.

    똑 바로 섰다가 왼쪽 다리를 앞으로 쭉 내밀고 체중이동을 하면서 힘차게 팔을 휘두르며 공을 던졌다.

    휙 퍽!

    야구공은 연기 속을 가르면서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오크병사의 이마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오크병사가 마치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예스!”

    소울은 주먹을 꼭 쥐고 팔을 위로 들었다가 내리며 미소를 지었다.

    야구공이 데굴데굴 굴러서 그에게 돌아오자 그는 즉시 몸을 낮추고 좌우를 둘러봤다. 그리고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생각했다.

    ‘아! 이런 꼴통을 봤나. 내가 왜 야구공을 던졌지? 그냥 까망이를 던져도 되는데…….’

    그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했다.

    [까망아, 야구공에서 나와라. 너를 직접 무기 삼아 던지는 것이 좋겠다.]

    [규!]

    소울은 야구공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대신 까망이를 잡았다.

    까망이는 당구공보다는 조금 크고 야구공 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에, 검 푸른빛이 일렁이는 모습으로 소울의 오른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그는 양쪽에서 오크병사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 먼저 오른쪽에서 다가오는 놈을 처치하기로 했다. 네이팜탄으로 인해 검은 연기가 자욱한 것이 그에게는 정말 천우신조(天佑神助)의 행운이었다.

    그는 다시 일어나서 투구 폼을 잡으려다 또다시 자신이 실수 할 뻔 한 것을 깨달았다.

    ‘굳이 투구 폼으로 던질 필요 없다. 맞기만 하면 나머지는 까망이가 해결할거야.’

    소울은 슬그머니 몸을 움직여서 다가오는 오크병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앞에서 벌떡 일어나 오크병사의 머리통을 향해 까망이를 냅다 던져 버렸다.

    휙!

    ‘아, 방향이 좀 틀어졌다.’

    소울은 너무 급하게 던지는 바람에 방향이 틀어진 것을 확인하고 아쉬워했다. 한 뼘 차이로 빗나갈 것을 예상한 소울은 지체 없이 토마호크를 꺼내 들었다.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퍽!

    오크병사의 머리통에 까망이가 명중된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규!]

    그러나 까망이가 굴러와 그의 손에 잡히자 바로 감이 왔다.

    [까망아, 혹시 지금 네가 방향을 틀어서 명중시킨 거야?]

    [규!]

    [아! 그렇구나.]

    소울은 까망이를 힘껏 쥐었다.

    원래 그런 능력이 있었는지 아니면 운디네를 흡수해서 새로 생겼는지 모르지만, 까망이는 이제 자신의 몸의 특성과 무게 그리고 날아가는 방향까지 바꿀 수 있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소울에게는 엄청난 무기가 하나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았어. 까망아, 다시 한 번 부탁한다.]

    [규!]

    소울은 즉시 왼쪽으로 이동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크병사를 향해 힘껏 까망이를 던졌다.

    정확도 보다는 빠르게 던지는 것에 신경을 쓰자 까망이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오크병사의 머리 위로 날아갈 것 같던 까망이가 갑자기 허공에서 살짝 괘도를 수정했다. 그리고는 오크병사의 머리통을 정통으로 맞췄다.

    휙 퍽!

    맞는 순간 까망이가 자신의 몸을 무겁고 단단하게 변화시켜 최대한의 타격을 주었다. 그러자 마치 수박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툭 데구루루…….

    까망이가 오크병사의 이마에서 빠져나와 자신에게 굴러 들어오자 소울은 오크병사의 이마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것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가 아직 웃기에는 상황이 급격히 위험해졌다.

    쿠웨에에 오크라이 싸란…….

    그의 주변으로 고함치는 소리 같은 것이 들리자 오크병사들이 곧바로 그 소리에 반응했다.

    ‘포위됐다.’

    소울은 직감적으로 자신이 포위됐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하피를 쳐다보니 땅바닥에 피를 토하면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망칠 방법이 없다면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를 해야 하나? 아니다. 죽기는 왜 죽어 최대한 버텨봐야지.’

    소울은 이제 오크군단이 패퇴하기만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작품 후기 ============================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 모두 감사드립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