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 제 25 화 - 위기 =========================================================================
아이스골렘은 제1 공격대 1조의 C급 소환사인 유관선이 소환한 그녀의 소환수였다. 아이스골렘은 차가운 자신의 몸을 이용해 미노타우로스를 잡고 힘겨루기를 했다. 아이스골렘의 손이 닿은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 몸에 서서히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힐, 힐, 힐!”
손정도가 그 틈을 이용해 다친 제1 공격대 1조 조원들을 위해 힐을 난사했다.
소울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제1 공격대 1조 조원들의 모습을 보며 왜 좋은 파티나 좋은 길드에 들어가야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규!]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또다시 하피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반대쪽의 기관총 진지도 이미 하피들이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를 채가 버려서 유독 소울만 표적이 되는 모양새가 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하피를 향해 중기관총을 쏴서 죽이고, 총구를 돌려 대 몬스터 장벽 위로 공격해오는 하피 떼를 다시 한 번 쓸어버렸다.
하피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중 몬스터라 가죽이 두껍거나 방어력이 높지 않아 중(重)기관총이 아니라 중(中)기관총만으로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그러나 하피보다 더 연약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하피의 발톱에 걸려 하늘로 날아가는 순간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빨랐다.
소울이 기관총 진지에서 하피들의 끝없는 공격에도 잘 버티면서 하피와 미노타우로스를 견제하자 을지문이 그를 향해 소리쳤다.
“다이어울프를 공격하게!”
“예.”
을지문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피들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미노타우로스들의 공격도 제1 공격대에 의해 막혔다. 이제 다이어울프를 타고 설쳐대는 오크전사들만 정리하면 한 숨을 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중기관총의 총구를 아래로 돌려, 빠르게 제1 공격대 주변을 달리며 공격을 하고 있는 다이어울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깨갱 깽 깨갱 깽깽…….
그러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다이어울프들이 여기저기에서 쓰러지며 고통의 개소리를 냈다. 다이어울프의 목이 잘리고 몸통이 뚝뚝 끊겨 나갔다.
그 바람에 다이어울프를 타고 커다란 칼을 휘두르며 설치고 다니던 오크전사들도 덩달아 땅으로 떨어지며 목이 부러졌다. 중기관총의 총알이 온몸에 숭숭 구멍을 뚫었고 오크전사들은 땅바닥에 그로테스크한 녹색 칠을 해댔다.
‘오오, 이거 아주 끝내주는데……. 누군가 지금 나의 활약상을 열심히 찍고 있겠지?’
소울은 하피들만 조심하면 쇠뇌보다는 중(重)기관총으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훨씬 전투의 공헌도가 높게 나올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신나게 중기관총을 쏘아댔다.
쾅 꽈르릉!
꽈르르릉 우르르릉 쾅!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거대한 폭음소리가 들려왔다.
놀라서 고개를 뒤로 돌리자 강남필드의 남부 전진기지 보다 훨씬 남쪽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하나 올라오고 있었다.
“포병대가 당했구나.”
“제기랄, 이러면 오크군단이 몰려올 차례네.”
그렇다. 포병대가 사라졌다.
하피 무리들이 포병대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서 공격을 시작하자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들이 끈질기게 그들을 물고 늘어지며 방어를 했다.
하지만 인간의 피에 취해 살짝 맛이 간 하피 몇 마리가 산처럼 쌓아 놓은 탄약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아군이고 적군이고 할 것 없이 모조리 같이 한방에 폭사(暴死)해버린 것이다.
쿠워호오오오 오크라이라이!
워크라이에 준하는 오크군단장의 진군 명령에 대기하고 있던 오크군단이 일제히 살기등등한 기세로 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들로써는 인간들이 만들어 낸 무시무시한 화력을 피해 직접 공격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빨리 미노타우로스와 다이어울프들을 처리하고 오크군단을 맞을 준비를 하라.”
을지문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느껴졌다.
하늘에는 아직도 하피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땅에는 미노타우로스와 다이어울프 위에 탄 오크전사들이 지속적으로 제1 공격대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고 전면에는 오크군단의 거대한 물결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뒤쪽에는 포병대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 거대한 버섯구름이 보이고 있었다.
‘이거 완전히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잘못하면 명년 오늘 병풍 뒤에서 향냄새를 맡아야 할지도 모르겠구나.’
소울은 일단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부지런히 중기관총을 쏘아대는 것이다.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그때, F급 힐러라고 밝힌 이재훈이 그에게 다가왔다. 소울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이재훈은 전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뒤쪽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하다 보니 다리가 저려왔다. 그리고 화가 났다. 사내로 태어나 이렇게 비겁하게 숨어만 있다가 죽느니 차라리 소울을 도와 전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탄약을 가는 일이라도 도와주러 분연히 몸을 일으킨 것이다.
소울은 이재훈의 도움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하나 보다는 둘이 낫다.
혼자 중기관총 쏘고, 혼자 탄통 갈고, 혼자 총열까지 갈자 무척이나 분주하고 정신이 없었다.
역시 기관총 진지에 사수와 부사수 두 명을 괜히 두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미친 듯이 중기관총을 쏴대는 소울을 바라보는 이재훈의 눈은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오크군단이 물밀 듯이 밀고 내려오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급탄, 급탄!”
“네, 잠깐만요.”
이재훈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새 탄통을 가지고 왔다.
소울은 잠시 그의 행동을 지켜보다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라도 하피들이 기습해오지 않을까 경계하려는 것이다.
이재훈이 탄띠를 연결시키며 그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안 두려우세요?”
“뭐가요”
“저렇게 오크군단이 밀고 내려오는데 안 두려우시냐고요?”
“두렵긴 하죠. 하지만 저놈들 그리 쉽게 못 내려올 거예요.”
“네?”
이재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대한민국에 군대가 포병대뿐입니까? 공군도 있고 해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공군이 나선다는 얘깁니까?”
“공군도 있고 포병대도 전부가 날아가진 않았을 거예요. 네이팜탄만 떨어뜨려도 저놈들 쉽게 살아서 못 돌아갈 겁니다.”
“아! 그렇군요.”
이재훈의 얼굴 표정이 그제야 좀 밝아졌다.
그러나 사실 소울도 절대적인 확신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강남필드 방어사령부 사령관이라면 절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는 않았을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울의 예상대로 곧 하늘에서 대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전투기 편대의 모습이 보였다.
피유우우우웅 피유우우우웅…….
쾅 콰콰쾅! 꽈르릉 꽈릉!
전투기에서 떨어져 내린 네이팜탄이 오크군단의 모인 곳에 떨어져 내리자 섭씨 3,000도에서 연소하며 광범위한 지역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비누와 휘발유를 혼합하여 만든 고농도 연료인 네이팜탄이 강남필드에서 남부로 내려오는 길목에 가로로 길게 불바다를 만들어 놓았다.
105mm 견인곡사포 포탄 한 발의 살상반경은 15미터로 최대 30미터까지 파편이 튄다. 그런데 네이팜탄 한 발은 광범위한 일정지역을 아예 불바다로 만들어 놓고 오크군단의 남하를 지속적으로 저지하고 방해했다.
이 한 가지 사실만 봐도 네이팜탄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진군을 시작한 오크군단의 오크병사들은 뒤로 도망치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지 무서운 속도로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제국군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닥치고 돌격하던 만세돌격처럼 오크병사들도 그렇게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들었다.
전투기들의 네이팜탄 폭격과 남아있던 다연장로켓의 부대의 무유도탄 공격에 오크군단은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들의 돌격은 멈추지 않았다.
오크라이라이 우레에에에에…….
이제 씩씩대며 달려오는 오크병사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오크전사들이 중간 중간에 서서 함성을 지르며 기세를 올려댔고 그들의 함성에 응답하는 오크병사들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렸다.
“제1 공격대 전투준비!”
“전열을 다듬어라. 몬스터 시체를 뒤로 치워라.”
“일제공격 준비!”
을지문을 시작으로 조장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다행히 미노타우로스와 다이어울프 그리고 그 위에 올라타서 공격하던 모든 오크전사들이 오크군단이 들이닥치기 전에 제거됐다.
이제 전열을 재정비해서 새로운 적군을 맞이할 차례였다.
소울은 전투기를 향해 무모하게 날아가는 하피들을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식한 년들!”
그런데 놀랍게도 전투기 하나가 하피와 부딪치며 추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울과 이재훈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벙 찐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일입니까?”
“그러게 말이에요.”
“총열이나 새로 갑시다.”
“그러죠.”
두 사람은 새롭게 총열을 갈며 탄통을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 놓았다.
오크군단은 시시각각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이 전투기와 다연장로켓에서 몇 번의 폭격을 더 가했지만 오크병사들도 바보가 아니라서 사방으로 쫙 퍼져서 개미떼처럼 달려와 피해를 극소화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오크군단의 피해가 적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크병사들은 정말 끝도 없이 계속해서 밀려 내려오고 있었다.
수십만, 아니 느낌상으로는 아마 수백만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현계 원거리 딜러 일제공격!”
또다시 대 몬스터 장벽 위의 하늘에 불덩어리와 얼음 창 그리고 푸른 전기덩어리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다가오는 오크병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펑 퍼펑 펑펑…….
쾅 콰르릉 쾅쾅…….
파츠츳 파츠츠츳…….
엄청난 폭음이 일어나며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오크병사들이 한꺼번에 쓸려나갔다.
역시 파괴력만큼은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다.
“탱커들은 충격에 대비하라!”
와아아아아아!
탱커들이 함성을 지르며 스스로 사기를 올렸다.
우두두두두 우두두두두…….
거대한 오크군단의 물결이 드디어 제1 공격대 탱커들이 지키고 있는 방어선을 향해 거세게 밀려들었다.
쿵 캉 카카캉 차창 쿠쿵 쿵…….
탱커들이 만든 방패의 벽에 오크군단의 물결이 부딪치자 일순 방파제를 넘어 올라오는 파도처럼 일순간에 부서질 듯 휘청거렸다.
하지만 아이스골렘이 나서서 힘껏 밀어붙이자 탱커들의 방패의 벽은 무난히 그들을 막아서는데 성공했다.
“크레모아를 터뜨려라!”
을지문의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것 같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꽝 꽝 꽝 꽈르르릉…….
순간 제1 공격대 전면에 설치해놓은 크레모아가 일제히 터졌다.
수십만 개의 쇠구슬이 뜨겁게 달궈진 채 무서운 속도로 오크군단의 물결을 한쪽으로 후려쳤다.
쿠웨엑 쿠엑 크악 케엑…….
오크병사들이 빗자루로 낙엽을 쓸 듯 우수수 쓰러지며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러자 제1 공격대 대원들이 탱커들과 드잡이 질을 하고 있던 오크병사들을 향해 총공격을 가했다.
오크군단의 첫 번째 물결은 그렇게 그대로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다.
“전열을 재정비하라!”
“몬스터 시체를 뒤로 치워라.”
“두 번째 라인이 밀려온다. 모두 전투준비를 서둘러라.”
또다시 제1 공격대 대원들이 전투준비로 부산해진 가운데 오크군단의 제 2파가 밀려들었다.
“어? 전차와 장갑차가 이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딘가 구멍이 뚫린 모양이네요.”
이재훈이 그에게 뒤쪽의 상황을 전해줬다. 하지만 대 몬스터 방어벽 위쪽에서 중기관총을 잡고 있던 소울은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밀려드는 오크군단을 향해 손가락이 부서져라 방아쇠를 당겨야했기 때문이다.
드르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르륵…….
소울은 오크병사들보다 그들을 지휘하는 오크전사나 오크 센트리온 같은 장교를 죽이는데 최선을 다했다.
탱커들이 오크병사들의 돌격을 막고, 구현계 능력자들이 그들을 쓸어버리고, 남은 크레모아를 다시 한 번 폭발시켜 오크군단의 물결에 쇠구슬 세례를 퍼붓는 것이 보였다.
소울도 그들과 보조를 맞춰 열심히 중기관총을 쏘아댔다.
그때였다. 이재훈이 소울에게 큰 소리를 질렀다.
“저기 오크궁병입니다.”
“헉!”
소울은 이재훈의 말에 반사적으로 그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며 급히 중기관총의 총구를 돌렸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좀 늦었습니다. 회의가 늦게 끝나서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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