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7 제 25 화 - 위기 =========================================================================
펑 퍼펑 펑펑…….
쾅 콰르릉 쾅쾅…….
파츠츳 파츠츠츳…….
터지고 깨지고 지저지고…….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이 쏘아낸 공격은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를 아주 박살을 내어 놓았다.
포병대의 무시무시한 강철의 비를 뚫고 들어와 전차의 120mm 55구경 활강포와 기동헬기의 70mm 히드라 로켓포 그리고 K-21 보병전투장갑차(NIFV)의 40mm 기관포까지 피한 미노타우로스였다.
그런데 구현계 능력자들이 쏘아낸 일제공격 한 방을 견디지 못하고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처박은 것이다.
‘이래서 능력자가 필요한 거로군. 거대한 강철 방패와 생체실드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던 미노타우로스가 구현계 능력자들의 공격에는 맥을 못 추니 말이야.’
물론 능력자가 아니라도 미노르타우로스 같은 중형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 한발이면 능히 잡고도 남는다. 하지만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 한발의 가격(unit cost)이 무려 11만 달러나 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1억 3천만 원이 조금 못되는 돈이다. 뭔 놈의 대전차미사일 값이 이렇게 비싼지 군에서는 이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을 쓰는데 무척이나 후달려했다.
거기에다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을 써서 잡으면 미노타우로스의 사체가 산산조각이 나서 건질 것이 별로 없다.
그러나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파티가 사냥하면 미노타우로스 사체에서 건질 것이 아주 많아진다.
효율적으로 도저히 둘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였다.
에에에에에엥엥엥…….
갑자기 주변에 사이렌이 마구 울려대기 시작했다.
“공습이다. 하피 떼가 몰려온다.”
“하피?”
하피라면 여성의 몸을 한 날개 달린 몬스터를 말한다.
소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농작물을 싹 먹어치워 농민들의 눈물과 등골을 빠는 메뚜기 떼처럼 새까맣게 하늘을 뒤덮은 하피 떼가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역시 이놈들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입체적인 공격을 다 생각해 내다니……. 비록 적이지만 제대로 머리를 쓸 줄 아는 놈들이네. 오크군단장이 보통 놈은 아니겠어. 절대 인간의 지능 못지않은 놈이야.’
그는 절로 경계심이 일어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고개를 돌리고 옆의 기관총 진지에서 중기관총을 하늘로 들어 올리는 병사들의 모습을 쳐다봤다.
저렇게 높이 날아가는데 쏘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하피 떼가 몇 개의 무리로 나눠지더니 그 중 하나의 무리가 소울이 있는 대 몬스터 장벽을 향해 쏘아져 내려왔다.
‘이런 개 같은, 왜 이쪽으로 날아오는 거야?’
소울은 즉시 숏소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는 쇠뇌를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캬아아아 캬아아아…….
하피들의 여기저기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다. 쏴라!”
역시 누가 말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의 외침소리처럼 하피들이 대 몬스터 장벽 위에 있는 능력자와 기관총 진지를 목표로 빠르게 날아들고 있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구경 12.7mm의 K6 중기관총이 분(分)당 450~600발의 속도로 총탄을 쏟아내며 탄막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하늘에서는 마치 붉은 꽃이 점점이 피어나는 것처럼 수가 놓여지고, 하피들이 힘없이 우수수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몬스터라면 보통 녹색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하피 같은 몬스터는 붉은 피를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몬스터였다.
“잘한다. 왼쪽으로…….”
중기관총이 본신의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자 기관총 진지의 두 병사는 신나게 하피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대며 그들을 쓸어버렸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다른 하피무리의 주의를 끌었고 동시에 그들의 분노를 샀다.
캬아아아 캬아아아…….
캬아아아 캬아아아…….
하피들의 고함치는 소리가 날카롭게 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러자 이제는 사방에서 하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땅에는 길이 있어 대충 어디로 올지 예상을 해서 막을 수 있지만 하늘은 특별히 길이 없다. 그냥 하피들이 자기 꼴리는 데로 날아와 공격하면 그만이다.
개중에는 대 몬스터 장벽 뒤쪽으로 돌아가 저공비행으로 날아서 기습해오는 놈들까지 보였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기관총 사수는 총구를 이리저리 돌리며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하피들을 향해 무섭게 중기관총을 쏘아댔다.
덕분에 하피들은 아까보다 더욱 많은 피해를 입으며 가을날에 낙엽 떨어지듯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분(分)당 450~600발의 속도로 총탄을 계속 쏘아대는 중기관총은 곧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탄약까지 뚝 끊기고 말았다.
“급탄, 급탄!”
“알았어. 빨리 장전할게.”
기관총 사수는 초조하게 보조사수가 탄통을 교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그들을 향해 하피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기관총 사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하피를 쳐다봤다.
뽀얗고 새하얀 가슴을 덜렁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외설스러웠다. 하지만 날아드는 하피의 두 발이 독수리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보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켰다.
절체절명의 순간!
핑! 퍽!
캬아아악!
우당탕 쿵당탕!
갑자기 하피의 가슴에 짧은 쇠뇌의 화살이 깊이 박히면서 붉은 피가 터졌다. 그리고 심장에 화살이 박힌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한 하피는 그대로 대 몬스터 장벽 위에 떨어져 내리며 바닥을 세차게 박고는 데굴데굴 굴러가 버렸다.
“으헉!”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뭐하고 있어요? 빨리 탄통 안 갈고?”
“네? 갈아야지요.”
“감사합니다.”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소울의 호통에 놀라 감사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정신없이 탄통부터 갈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위험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중기관총의 총열이 너무 뜨거워져 거짓말 조금 보태서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총열을 갈아야 해!”
“알았어.”
그들은 급히 주머니에서 장갑을 하나 꺼내 끼더니 뜨겁게 달궈진 총열을 빼고는 새 총열을 갈아 꼈다. 탈착 식으로 만들어진 총열의 교환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기관총 사수가 총구를 들어 올리자 정면으로 겁도 없이 하피 두 마리가 날아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됐다.”
“쏴!”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중기관총의 총구에서 다시 불꽃이 튀어 올랐다.
그들을 위협하던 하피 두 마리의 팔과 다리가 툭툭 떨어져 나가고 머리통이 터지며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벌어졌다.
촤아악!
하피 두 마리의 잔해가 중력의 힘에 의해 땅으로 떨어져 내리고 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그들의 피가 기관총 진지 안을 덮쳤다.
두 병사는 쏟아져 내린 하피들의 피로 피범벅이 된 자신들의 모습에 질겁했다.
소울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하늘 위로 고개를 돌렸다.
하피 두 무리가 자신이 있는 대 몬스터 장벽과 주변의 능력자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피는 대 몬스터 장벽 위 하늘을 지나 후방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저런, 놈들이 포병대를 노리고 있구나.’
한 눈에 봐도 그들의 작전이 뭔지 알 수가 있었다. 포병대를 무력화 시킨 후 오크군단으로 쓸어버리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강남필드 방어사령부에서도 그런 사실을 눈치 챘는지, 재보급을 받고 전장을 향해 다시 날아오던 공격헬기와 기동헬기들이 급히 방향을 틀어 포병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미노타우로스와 다이어울프 그리고 하피의 입체적인 공격으로 인해 지금 전장은 난장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탱커들은 제 자리를 지켜라. 미노타우로스는 구현계 원딜이 맡는다. 다이어울프는 민첩계 원딜이 공격하라. 나머지는 오크전사를 처리해라.”
을지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었다.
소울은 급히 쇠뇌의 시위를 당기면서 주변을 훑어봤다.
제일 큰 문제는 하피였다. 하피 떼로 인해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이 미노타우로스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해 벌써 탱커들까지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때였다.
“으아악!”
“아악!”
갑자기 하피 두 마리가 기관총 진지 안으로 쇄도해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를 발로 채어 잡아가버렸다.
두 명의 병사는 하늘 위에서 조각조각 찢어져 처참하게 죽어갔다.
“저런 개 같은 년들이?”
소울은 욕설을 퍼부으며 얼른 쇠뇌를 바닥에 내려놓고 중기관총을 잡았다.
[까망아, 나를 노리고 다가오는 하피가 보이면 말해줘]
[규!]
까망이가 힘차게 대답을 하며 머리 위로 올라가자 소울은 기관총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대 몬스터 장벽 위의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을 괴롭히는 하피 떼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중기관총에서 무서운 속도로 총알들이 쏘아져 날아갔다.
소울은 차분하게 중기관총을 끊어서 쐈다. 정확하게 쏘지 않으면 하피들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12.7mm 총탄에 맞은 하피들이 우수수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제야 좀 정신을 차린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이 그에게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그들에게 씩 한번 미소를 지어주고는 다시 하늘 위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규!]
그때였다. 갑자기 다급한 까망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려왔다.
소울은 반사적으로 옆으로 몸을 던졌다.
휙 탁!
간발의 차이로 뒤에서 그를 노리던 하피 한 마리가 기관총 진지 내부를 훑고 지나갔다.
“이런 개 쌍년!”
그는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으며 곧바로 다시 중기관총을 잡고는 날아가는 하피의 뒤꽁무니를 향해 가볍게 방아쇠를 두 번 눌렀다가 놓았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강력한 중기관총의 총알에 하피는 허공에서 엉덩이가 박살나고 허리가 뚝 끊기며 떨어져 내렸다.
[까망아, 잘했어. 또 부탁한다.]
[규규!]
까망이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 소리쳤다.
조심스럽게 하늘을 한번 훑어본 그는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무식하게 큰 거대한 방패로 연신 능력자들을 밀어 붙이는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옆에서 등에 맨 거대한 배틀 엑스를 꺼내는 놈도 보였다.
소울은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를 향해 중기관총을 쐈다.
드르르르륵 드르르르륵…….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노란 광채가 일렁이며 총알이 튀어나갔다.
‘뭐 저런 무식한 놈의 새끼들이 있어? 방탄복도 소용없는 12.7mm 총탄을 막아? 역시 생체실드가 있기 때문인가? 하지만 과연 그게 영원한 걸까?’
소울은 처음에는 좀 놀라서 당황했지만 아무리 미노타우로스 같은 중형몬스터라도 저런 생체실드를 무한정 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새로운 탄통을 가져와 탄띠를 새로 연결하고 다시 중기관총을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갈겨댔다.
그러자 처음에는 무시하던 미노타우로스들도 나중에는 급히 방패를 들어 중기관총의 총알을 막았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벌어진 틈이 그들의 운명을 갈랐다.
제1 공격대 1조에 속해 있는 근거리 딜러 양만천과 해선지가 탱커인 을지문과 김종서가 전면을 틀어막고 있는 사이로 빠르게 뛰어 들더니 미노타우로스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베어 버리고 지나갔다.
쿠워오오오오 쿠워어억!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는 생체실드가 다한 상태에서 당한 공격으로 인해 종아리의 인대가 너무나도 쉽게 잘리자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그때, 역시 제1 공격대 1조에 속한 구현계 원거리 딜러인 최무성과 이순진이 강력한 파이어볼을 각각 하나씩 만들어 내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에게 날려 보냈다.
펑 펑!
정통으로 파이어볼 한 방씩을 사이좋게 나눠 맞은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는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그리고는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피부가 타오르는 고통에 몸을 옆으로 데굴데굴 굴렸다.
그때 근거리 딜러인 강남찬이 번개같이 달려가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의 멱을 바로 따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모습에 뒤로 슬쩍 튀어 오르자 또 다른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지복영이 민첩계 원딜답게 빠르게 화살을 날려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의 눈을 공격하자 그들은 놀라서 방패를 앞으로 들고는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이스골렘, 소환!”
순간, 두 마리의 미노타우로스 앞에 갑자기 새하얀 얼음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골렘이 등장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좀 늦었습니다. 회의가 늦게 끝나서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