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96화 (96/492)

00096  제 24 장 - 수상한 선물  =========================================================================

“그거 좋은 생각이시네요. 아마 돈도 꽤 벌 수 있을 거예요.”

“그러길 바라야지요. D급만 되도 헌터 파티에 들어가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다고 하던데…….”

이재훈은 소울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울 씨는 어떤 일 하세요? 소환계면 제대로 된 소환수 하나만 소환해도 팔자를 고친다는 얘기가 있던데…….”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F급 소환계의 절반 이상이 소환수 하나 없다는 것 들어서 아시죠?”

“아!”

이재훈은 대놓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나 자신이나 따라지신세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제1 공격대 전투준비!

그때였다.

전투헬멧의 통신모듈과 통신기를 통해 제1 공격대 전원에게 전투준비를 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하려나 봐요.”

“그렇군요. 조심하세요.”

“재훈 씨도 조심해요.”

“네.”

두 사람은 전투가 시작되려 하자 급히 서로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

이재훈은 제1 공격대는 아니었지만 힐러라서 제1 공격대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고 왔다.

그의 자리는 중기관총의 뒤쪽이었다.

아마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는 가장 안전한 자리가 아닐까 싶었다.

소울은 지난번처럼 대 몬스터 장벽 모서리에서 제1 공격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쇠뇌의 시위를 3번 당겨 각각 시위걸이에 걸고 3개의 화살을 장전했다.

그리고 대 몬스터 장벽 위의 요철(凹凸)뒤에 숨어 숲을 바라봤다.

궁궁궁궁…….

멀리서 대지를 흔드는 진동음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저 숲 뒤에서 행진해오고 있기에 이런 소리가 들린단 말인가?

그는 침을 꿀떡 삼키고는 주먹을 꽉 쥐어봤다.

대 몬스터 장벽 위에 있어서 안전하다는 생각이 왠지 오늘따라 공허한 외침처럼 느껴졌다.

드디어 숲속에서 오크군단의 오크병사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그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숲 앞은 이제 오크병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소울은 그들을 쳐다보며 나직이 혼잣말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능력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소울의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손에 쥔 병기를 꼭 잡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일단 숲을 빠져 나온 오크군단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더는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도 지난 포격에 지독하게 깨져봐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화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오크군단의 오크병사들이 일제히 기치창검을 높이 하늘로 치켜들며 함성을 질러댔다.

우르라 우라아아아아…….

천지를 진동시키는 우레와 같은 소리가 터져 나오자 오크군단의 뒤쪽의 숲 속에서 뭔가 꼬물거리며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블린, 놀, 코볼트, 오크 같은 소형 몬스터 무리들이 떼를 지어 나온 것이다.

그들은 오크군단이 지르는 함성에 눈빛이 벌겋게 변하더니 곧 눈에 살기를 띄며 강남필드 남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척 보기에도 수십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아무래도 오크군단이 작정을 하고,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지난번처럼 포병대의 탄약을 소모하게 만들려고 소형 몬스터들을 앞세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우두두두두두 우두두두두두…….

마치 그 옛날 몽골 기마대가 대초원을 질주할 때 들렸을 법한 대지의 울림이 들려왔다.

그러나 강남필드 방어사단에 편성된 포병대도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포격 개시!”

펑 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푸슈웅 푸슈슈슈웅 푸슈슈슈슈웅…….

이럴 줄 알고 미리 긁어모아 놓은 105mm 곡사포와 155mm 곡사포가 일제히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수십 대의 자주포에서 일제히 포성이 일어나며 일제사격(TOT: Time On Target)이 시작됐다. 수십 대의 다연장로켓 발사대에서도 유도탄과 무유도탄이 마구 쏘아져 하늘을 갈랐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꽝 우르르릉 우르릉 쿵 콰릉 콰르릉…….

구룡산과 대모산은 포병대의 일제사격에 순식간에 붉은 화염으로 달아올랐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질 것만 같은 강력한 포격에 노출된 고블린, 놀, 코볼트, 오크들은 온몸이 산산조각으로 퍼지고 찢겨져 허공으로 비산되어져 갔다.

첫날에 비해 더욱 촘촘해진 화력터널은 숲을 향해 가로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 사이를 어떻게든 뚫고 지나가 보려고 애를 쓰던 소형 몬스터들은 강철의 비속을 도저히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피분수를 흘리며 쓰러져 갔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꽝 우르르릉 우르릉 쿵 콰릉 콰르릉…….

특히 105mm 곡사포와 155mm 곡사포는 목숨을 걸고 재고를 처리하라는 임무라도 받았는지 포신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정말 끊임없이 쏘아대고 있었다.

거기에다 수십 대의 다연장로켓(MLRS) 발사대에서 쏘아대는 227mm 무유도탄은 900여 발의 자탄을 뿌려대며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그 엄청난 모습에 강남필드 방어사단의 병사들의 사기가 크게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은 강남필드를 방어하기 위해 모인 능력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능력자 중에서 유일하게 단 한 명만은 고개를 갸웃대며 의문을 가졌다.

‘이건 말이 안 돼. 정말 오크군단에는 돌대가리들만 모여 있는 거야? 어떻게 뻔히 죽을 줄 알면서 이렇게 포격 속으로 몬스터들을 밀어 넣지? 오크백인대에서도 발견한 오크샤먼이 저 오크군단에 단 한 마리도 없진 않을 거야. 오크샤먼의 뇌에 돌덩이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면 오크군단장에게 분명히 이런 일이 일어날 것 정도는 조언을 했을 텐데…….’

소울은 10조 조장을 불러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자 10조 조장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곧바로 제1 공격대 대장 을지문에게 의견을 밝혔다.

을지문도 얘기를 듣고 보니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남부 전진기지에 있는 강남필드 방어사령부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침 강남필드 방어사령부의 참모부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곧바로 드론들을 숲속으로 보내 정밀하게 정찰을 지시했다.

5분도 지나지 않아 드론의 광학렌즈 속으로 이상한 것들이 포착되었다.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쿠쿵…….

거대한 배틀 엑스와 방패를 든 소의 얼굴을 한 중형몬스터들이 일제히 숲속을 가로질러 남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다. 미노타우로스가 쳐들어온다.”

“그들의 뒤를 보세요. 뭔가 엄청나게 많은 숫자가 빠르게 그 뒤를 따라 달려오고 있습니다.”

강남필드 방어사령부는 순식간에 야시장처럼 변해 소란스러워졌다.

“헬파이어로 무장시킨 공격헬기를 띄우도록 하라.”

강남필드 방어사령부 사령관 연개송문은 즉시 공격헬기를 준비시켰다.

그러자 참모장 윤관이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다이어울프 위에 오크전사들이 타고 있습니다.”

“몬스터 기병대라는 소리군. 남하하는 방향은?”

“제1 공격대와 제2 공격대가 있는 헌인릉 방면입니다.”

“즉시 그들에게 경고해주도록 하고 전차와 장갑차를 그쪽으로 출동시켜!”

“네.”

강남필드 방어사령부 사령관은 연개송문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이거 까딱하다간 대형사고로 이어지겠는데 헌인릉에 있는 제 1, 2 공격대가 잘 막아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강남필드 방어사령부에서 하달된 명령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과 동시에 제1 공격대에도 현재 상황이 실시간을 알려졌다.

을지문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이를 악물었다.

-현재 전면으로 미노타우로스들이 돌격해오고 있다. 또한 그 뒤를 오크전사들이 다이어울프를 타고 몰려오고 있다고 한다. 강남필드 방어사령부 참모부에서는 아무래도 이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가 지키는 방어선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제1 공격대 원거리 딜러들은 지금부터 일반 몬스터들을 향해 그 어떠한 공격도 하지 않고 미노타우로스들과 다이어울프 부대만 공격한다. 특히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은 오직 미노타우로스들만 노려 집중공격 하도록 하라.

을지문의 명령이 제1 공격대 대원들에게 흘러가자 다들 전방을 노려봤다. 그들의 손에 서서히 땀이 차고 있었다.

“온다!”

누가 소리쳤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목청이 찢어질듯 한 고함소리에 능력자들은 정신이 번쩍 났다.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쿠쿵…….

그 엄청난 포격 속에서도 뚜렷한 대지의 떨림이 들려왔다.

그리스 신화에는 미궁 속에 갇힌 괴물로 묘사되는 소의 머리를 가진 중형 몬스터인 미노타우로스는 5미터가 넘는 키에 붉은 피부를 가지고 오우거를 능가하는 근육을 자랑하고 있었다.

등에는 거대한 배틀 엑스를 메고, 두 손에는 자신의 온몸을 가리고도 남을 커다란 강철 방패를 전면을 향해 비스듬히 세우고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의 몸에는 노란빛이 발광(發光)하고 있었다.

“미노타우로스가 나오다니…….”

“저 노란색 빛은 뭐야? 실드 아냐?”

“아무래도 생체실드 같은데?”

“그게 뭐야?”

“중급 이상의 몬스터 중 일부에는 저렇게 자신의 몸을 자체 방어하는 생체실드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 못 들었어?”

“응, 못 들었어.”

“잘났다. 이 새끼야!”

옆의 능력자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 들려오는 생체실드라는 것을 소울은 처음 봤다. 아니 오크샤먼이 만들어낸 실드를 봤으니 실드는 두 번째인 셈이다. 그래도 역시 생체실드라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 맞았다.

미노타우로스의 돌격을 막기 위해 포병대는 더욱 강력한 포격을 뿌려댔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꽝 우르르릉 우르릉 쿵 콰릉 콰르릉…….

하지만 놀랍게도 비 오듯 쏟아지는 강철의 빗속을 미노타우로스는 거침없이 통과하고 있었다. 물론 간혹 포탄을 직통으로 때려 맞은 놈들은 손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버렸지만 대부분은 그 무시무시한 화력의 터널을 단숨에 통과해버렸다.

푸슈웅 푸슈웅 푸슈웅 푸슈웅…….

부아아아악 부아아아악…….

꽝 꽈꽝 꽝 꽈꽝…….

하늘에서 공격헬기 수십 대가 나타나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을 날려댔다. 그리고 30mm 체인건을 뿌려대며 그들의 돌진을 저지했다.

다행히 헬파이어 대전차미사일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제대로 맞은 놈들은 형체도 없이 산산조각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꺼운 강철 방패를 전면으로 비스듬하게 들고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에게 30mm 체인건은 크게 소용이 없었다.

미노타우로스도 바보들만 모인 게 아니라서 30mm 체인건이 쏟아지면 얼른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질주했기 때문이다.

공격헬기가 날아다니며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물체를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맞추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미노타우로스만이 아니었다. 빠른 속도로 무식하게 질주해서 화력터널을 통과한 미노타우로스의 뒤를 따라 역시 무서운 속도로 따라 붙은 다이어울프 부대가 속속 헌인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반 이상은 포병대가 만들어놓은 화력터널 속에서 장렬히 산화했지만 나머지 반 정도는 털에 불이 붙은 채로 겁도 없이 달려오고 잇었다.

그러나 이쪽에서도 그들의 돌진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쾅 쾅 쾅 쾅 쾅…….

콰아아 슝 슝 슝…….

뒤쪽에서 전차들이 120mm 55구경 활강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 위에서 기동헬기 1개 대대(18대)가 일렬로 자리를 잡고 70mm 히드라 로켓포를 쏘아댔다.

또한 K-21 보병전투장갑차(NIFV)가 40mm 기관포로 교차사격을 가했다.

쿠워호오오오!

제일 앞장서서 달려오던 미노타우로스가 순간 크게 함성을 지르더니 번개같이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 함성소리에 다른 미노타우로스들도 허공으로 뛰어 오르며 변칙적으로 몸을 움직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노타우로스를 맞추기 어려워진 전차와 기동헬기들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제1 공격대 전투준비! 구현계 원딜!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조준!”

드디어 흥분한 을지문의 목소리가 전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자 곧 대 몬스터 장벽 위의 하늘에 거대한 불덩어리와 얼음으로 된 창 그리고 불꽃이 팍팍 튀어 대는 푸른 구체가 떠올랐다.

“구현계 원딜 일제공격!”

슝 슈슈슝 슝슝…….

거대한 불덩어리와 얼음으로 된 창 그리고 불꽃이 팍팍 튀어 대는 푸른 구체들이 일제히 제일 앞에서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를 향해 날아갔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