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94화 (94/492)
  • 00094  제 24 장 - 수상한 선물  =========================================================================

    소울은 아트란의 영단과는 달리 이 봉인구를 먹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까망아, 나와라.]

    까망이가 소울의 호출에 잽싸게 머리카락 속에서 튀어나와 어깨로 떨어져 내린 후, 팔위를 굴러서 손바닥 위에 올라섰다.

    [규!]

    까망이는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가 봉인된 봉인구를 쳐다보더니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살펴봤다.

    [까망아, 이번에 내가 선물을 하나 받았는데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가 봉인된 봉인구란다. 너한테 줄 테니 지난번처럼 먹어 치워라!]

    [규규!]

    까망이는 겁도 없이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가 봉인된 봉인구를 덥석 집어 먹었다.

    그리고는 저번처럼 그의 손바닥을 두 번 정도 통통 튀어 오르더니 허공을 향해 뛰었다.

    소울은 그때를 맞춰서 탄탈라스가 선물을 보내며 같이 보낸 메모대로 시동어를 외쳤다.

    [운디네, 봉인해제.]

    그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까망이의 몸이 갑자기 수박처럼 커졌다 작아졌다 하며 푸른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까망이의 몸 안에 운디네가 살아서 지랄발광을 하는 모습이었다.

    ‘혹시 운디네가 저 안에서 정신을 차리고 까망이를 공격하는 건가?’

    까망이는 아무런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몸집이 커졌다 작아지기를 되풀이했다.

    소울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까망이를 향해, 아니 정확하게는 운디네를 향해 소리쳤다.

    “운디네, 까망이가 네 주인이다. 너는 까망이에게 복속된다.”

    키앙!

    순간, 마치 머리가 짓눌리는 것만 같은 묘한 진동음이 퍼져나갔다.

    그러고 나자 까망이의 몸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까망아! 괜찮니?]

    [꺼어억! 규!]

    소울은 길게 트림을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 까망이를 볼 수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까망이는 반가운 소리를 내질렀다.

    [규규!]

    우리 까망이가 변해있었다.

    검기만 하던 몸에 은은한 푸른빛이 일렁거렸다.

    눈동자도 새까만 검은 색에서 푸른 바다를 닮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전에 비해 거칠기만 하던 기운이 조금은 다듬어져 부드러운 느낌도 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까망이가 데구루루 굴러서 그의 발 위로 올라왔다.

    순식간에 다리를 타고 올라와 배를 거쳐 가슴과 어깨로 굴러가더니 팔뚝을 타고 내려가 손 위에 올라섰다.

    [규규!]

    [까망아, 너 진짜 괜찮아?]

    소울은 걱정이 되어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규!]

    [혹시 너 뭔가 변했니?]

    [규!]

    [더 강해진 거야?]

    [규!]

    소울은 까망이의 대답에 크게 안심이 됐다.

    괜히 엄한 애 하나 잡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아무래도 최하급 정령 운디네를 복속시켰던가 아니면 흡수한 것 같았다.

    트림을 한 것을 보면 흡수 쪽에 그의 생각의 무게가 좀 더 실렸다.

    ‘하아! 이거 참 먹성 좋은 놈이네.’

    소울은 절로 미소가 나왔다.

    비록 최하급 정령이기는 하나 운디네를 복속시켰던 흡수했던 까망이가 강해진 것은 확실했다.

    아직 얼마나 강해졌는지 또 그에게 무슨 새로운 능력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느낌만으로도 까망이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까망이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소울은 이번에는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 위를 쳐다봤다.

    어느새 은판 위를 가득 채웠던 마나가 몽땅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모르긴 해도 두 개의 코인에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

    그는 은판 위에 놓인 두 개의 코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개를 오른 손으로 잡아 활성화를 시키는 시동어를 외쳤다.

    “להפעיל חפץ(아티펙트 활성화)!”

    웅!

    뭔가 가볍고도 묵직한 느낌의 공명음이 그의 오른 손에 잡힌 코인에서 일어났다. 동시에 코인에서 환한 빛이 한번 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성공이군.’

    소울은 두 번째 코인도 집어서 똑 같은 방식으로 활성화를 시켰다.

    역시 가볍고도 묵직한 공명음이 들리며 빛이 한 번 일어났다가 사그라졌다.

    고개를 한번 끄덕인 그는 양쪽 팔목에 찬 타이타늄 팔찌에 하나씩 각각 부착하고 잠금장치로 잠갔다.

    이제 그는 1서클의 그리스 마법을 3번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아니 양쪽 팔목에 하나씩 채워져 있으니 총 6번은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자신에게 새로운 무기가 생기자 그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소울은 훈련복을 벗고 전투슈트를 입었다. 전투화를 신고 전투헬멧을 쓴 후 전투배낭을 걸쳤다.

    쇠뇌와 화살이 담긴 통을 어깨에 메고 토마호크와 숏소드를 각각 전투슈트에 달린 고리에 걸었다.

    방밖으로 나가 승강기에 올라탄 그는 곧바로 1층으로 가지 않고 능력자들의 상점이 있는 지하1층으로 갔다.

    지하1층에 도착한 그는 안내 데스크를 찾아가서 자신이 찾고 있는 덫을 파는 곳이 있는 지 확인했다.

    다행히 몬스터를 사냥하려는 사람들이 꽤 되는지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튼튼한 덫을 파는 곳이 있었다.

    그가 맨 오른쪽 끝에 있는 덫 전문점에 들리자 정장을 입은 중년인 하나가 총알같이 튀어 나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회사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좀 구경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혹시라도 특별히 찾는 물건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그러지요.”

    상점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온갖 종류의 덫이 다 모여 있었다.

    덫의 종류는 사냥감, 지역, 계절에 따라서 여러 형태로 다양하게 나눠진다.

    덫의 종류는 짐승의 발목이나 목을 옭아매는 코와, 짐승이 치이도록 하여 포획하는 틀로 크게 나뉜다. 코 종류에는 올무, 물코, 지게코, 하늘코, 함정코, 찰코, 창애 등이 있고, 틀 종류에는 통방이, 벼락틀 따위가 있다.

    소울은 찬찬히 살펴보다 하늘코를 사기로 했다.

    하늘코는 스프링 덫 이라고도 하고 챌목매라고도 하는 것으로 끝에 올가미를 장치한 살아있는 나무에 나뭇가지를 억지로 휘어서 말뚝에 살짝 걸어 두면 지나가는 몬스터가 이것을 건드리는 순간 나뭇가지가 펴지는 힘으로 발목이나 목이 얽힌 채 하늘로 치솟아 허공에 매달리게 만든 것이다.

    하늘코는 튼튼하고 질긴 줄만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현지조달이 가능했기에 소울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자신이 원하는 덫을 어디에나 놓을 수 있었다.

    ‘당장은 아니라고 해도 가지고 있으면 쓸 일이 생길거야.’

    그는 덫 전문점에 대충 어떤 물건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눈으로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계단을 타고 정문으로 걸어 나오자 강남필드 남부기지로 출발하려는 버스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남은 좌석이 있었는지 소울을 끝까지 기다려 태운 전용버스는 경찰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신속하게 강남필드 남부기지를 향해 질주했다.

    부우우우웅!

    뒤쪽 우측 자리에 앉은 소울은 자신을 쳐다보는 능력자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안전벨트를 했다.

    편하게 앉아 창가를 바라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그는 문득 까망이가 자신이 쓸 마석을 따로 가지고 있다고 했던 기억이 들었다.

    [까망아, 너 먹으려고 따로 가지고 있는 마석 있지?]

    [규!]

    까망이는 소울의 말에 뭔가 불안했는지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대답을 했다.

    ‘요놈 봐라? 이제 머리를 쓰기 시작하네?’

    그는 최대한 부드럽게 까망이에게 얘기했다.

    [까망아,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알지?]

    [규!]

    [일단 이리 나와 봐!]

    [규!]

    까망이가 그의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다가 손바닥 위로 툭 떨어졌다.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까망이의 모습은 오직 소울에게만 보이고 있었다.

    손바닥 위에 올라선 까망이를 보며 소울은 다시 한 번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내가 너 두 번이나 선물을 준 것 잘 알지?]

    [규!]

    [그래, 그건 내가 너를 무지무지하게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까망이는 나를 전혀 좋아하지 않은가봐!]

    [규우!]

    까망이는 격하게 고개를 도리질 했다. 도리질 할 머리와 몸이 구별이 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일단 눈이 좌우로 돌아가니 그런가 하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아니라고? 그런데 왜 나한테 속였어?]

    [규우!]

    까망이가 다시 한 번 격하게 도리질을 했다.

    [속인게 아니란 말이지?]

    [규!]

    [그렇구나.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마석을 전부 내 오른손에 쏟아내 봐.]

    [규!]

    이제야 뭘 원하는 지 눈치를 챈 까망이가 다시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까망이가 소울을 속이거나 그의 말을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촤라라라락!

    까망이의 몸속에서 무려 50여개의 마석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대박이?’

    소울은 순간 놀라서 급히 자신의 몸을 창가로 돌리고 손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가렸다.

    ‘마석이 50개나 되네? F급 마석이 100만원이니까? 이것만 해도 5000만원 아니야?’

    단순 계산만 해도 5000만원이나 됐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F급 마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E급 마석도 간간히 섞여 있었고 숫자도 10개는 되어 보였다.

    그는 까망이의 뱃속에 생각보다 많은 마석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더 많은 마석을 챙길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걸 당장 까망이에게 빼앗았다간 까망이의 원망을 살 것만 같았다. 그리고 혹시 남부기지에서 검문이라도 걸리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었다.

    [까망아, 너 나한테 마석 30개 줬었지?]

    [규!]

    [그런데 왜 넌 50개도 넘게 가지고 있어? 너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해?]

    [규우!]

    까망이의 눈이 아래로 푹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네 주인인데 이거 너무하는 것 아니야? 최소한 동등하게 반반씩 가져야지? 안 그래?]

    [규!]

    까망이는 쓸데없이 마석에 욕심을 부렸다가 야단을 맞자 손바닥에 철퍼덕 내려앉아 점점 녹아가는 것처럼 변해갔다.

    [앞으로는 무조건 반반씩이야. 그리고 내가 먼저 고르고 그 다음은 네가 가지는 거야 알았지?]

    [규!]

    [이번 한 번은 용서해줄테니까 앞으로는 잘 해라.]

    [규규!]

    소울의 말에 까망이는 다시 몸을 동그랗게 회복을 하고는 손 위에도 통통 튀었다.

    [이 마석 다시 가져가라.]

    [규우!]

    그의 말에 까망이도 양심이 있는지 차마 가져가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네? 좋아. 그럼 일단 네가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달라고 하면 나한테 줘. 알았지?]

    [규!]

    그의 손바닥 위에 있는 마석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소울은 까망이를 손으로 살살 만져주며 데리고 놀았다.

    까망이도 주인의 손길이 좋은지 여러 가지 재롱을 부리면서 그를 즐겁게 했다.

    ‘반반씩이라도 내가 먼저 고른다고 했으니까 상위 등급의 마석을 먼저 골라 가지면 내가 더 이익이지. 크흐흐흐! 이놈 너도 한번 당해봐라.’

    소울은 어차피 소환수가 획득하는 모든 것이 다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렇게 나름 잔머리를 굴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울과 까망이가 조용히 놀고 있는 사이 전용버스는 어느새 강남필드 남부기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소울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감을 잡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조작하자 곧 제1 공격대가 지금 어디 있는지 확인이 됐다.

    지난번에 오크군단의 침공을 막아냈던 같은 자리에서 전투준비 중이었다.

    10조 조장 유중한에게 통신모듈을 통해 남부기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자 유중한은 현재 자신들이 전투준비가 한창이라며 직접 올라오라는 말했다.

    소울은 남부기지를 벗어나기 전 혹시 몰라 편의점에 들러 김밥 몇 개와 음료수를 사서 전투배낭에 담았다. 그리고는 그 중 하나를 까서 손에 들고는 걸어가면서 먹었다.

    김밥 한 줄을 다 먹자 그의 눈에 헌인로가 보이고 내곡 IC를 지나자 헌릉로가 나타났다.

    헌릉로를 왼쪽으로 타고 올라가자 곧 하나 둘씩 눈에 익은 제1 공격대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어서 오세요.”

    “늦었네요?”

    “오늘도 잘 부탁해요.”

    “위로 올라갈 거죠?”

    소울은 자신에게 인사말을 하고 말을 붙이는 능력자들에게 한 명씩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소울 대원, 도착했군요?”

    “네, 유 조장님도 잘 지내셨어요?”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혹시 계속 여기 계셨어요?”

    “오늘까지 여기에서 꼼짝도 못하고 박혀 지낸 지 3일째입니다.”

    “아!”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은 그래도 어제 하루 놀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위로 올라가면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나름 활약이 대단했다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천만에요. 그럼 올라가 보겠습니다.”

    “참, 위로 올라가면 기관총 진지가 보일 거예요. 같이 호흡을 잘 맞춰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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