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93화 (93/492)

00093  제 24 장 - 수상한 선물  =========================================================================

사람의 평판은 보통 그 당사자의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악명을 날리게 되거나 진의가 왜곡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평판이 좋거나 나쁘더라도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 잘 판단해야한다.

소울넷에 접속한 소울은 세이지와 탄탈라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세이지가 있는 아트란 행성과 탄탈라스가 있는 오키드 행성에 그들 말고 소울넷에 접속할 수 있는 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각 행성마다 소울넷에 접속할 수 있는 대상자가 여러 명씩 존재했다.

“잘됐네. 이제 한 명씩 알아봐야겠군.”

소울은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로 들어가 그들의 기억창고에 접속하여 세이지와 탄탈라스에 대하여 검색을 했다.

최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12번이나 각 대상자의 기억을 살펴본 결과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세이지 같은 경우 그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50:50으로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탄탈라스 같은 경우 100% 그에 대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 모두 탄탈라스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말이었다.

“이게 뭐지? 세이지야 충분히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하지만 탄탈라스는 좀 이상하네? 어떻게 단 한 사람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지?”

너무 완벽해서 수상하다는 말처럼 소울은 탄탈라스의 평판이 혹시 조작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사람이란 존재 자체가 원래 질투와 시기의 동물이다. 그런데 탄탈라스에 관해 그런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니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사라고 불리던 고(故) 마더 테레사 수녀도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하물며 태어날 때부터 입에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나 지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탄탈라스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자가 단 한 명이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세이지야 당연히 조심해야 할 놈이고, 탄탈라스도 경계해야할 자가 분명하다.”

소울은 세이지가 보낸 아트란의 영단 사건을 통해 그들이 보내오는 선물에 얼마든지 수작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 위쪽에 탄탈라스가 보낸 선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떤 선물인가 확인을 해보니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를 봉인해 놓은 봉인구(封印求)였다. 역시 현실에서 습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만약 소울에게 까망이가 없었다면 그는 아마 이 선물에 혹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세이지의 아트란의 영단 사건도 있고 해서 오히려 이 선물이 무척 의심스러웠다.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를 봉인시켜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발상자체가 정령에 대한 존중이나 애정 같은 게 전혀 없다는 반증이다. 내가 소환사가 아니었다면 이 선물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을 거야. 분명히 이 정령에도 수작을 부려놓았을 거야.”

소울은 몇 번을 생각해봐도 수상하다는 결론을 바꿀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세이지와 탄탈라스를 동일 선상에 놓고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서 의심이 풀릴 때까지 조심하고 경계하기로 결정했다.

의심하는 것은 돈이 안 든다. 그러나 괜히 어설프게 믿고 있다가 한 방에 훅 가버리면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문신강체술에 대해 조사를 해볼까?”

세이지와 탄탈라스에 대해 괜히 경계심만 잔뜩 키운 조사를 나름대로 마무리 하자 이제는 문신강체술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의 검색창을 통해 문신강체술에 대해 조사하자 대상이 수백 명이나 나왔다.

그는 문신강체술을 쓰는 자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라 조금은 놀랐다.

그렇다고 수백 명이나 되는 자들의 삶을 모두 체험해볼 수는 없었다.

조금씩 검색조건을 강화해서 대상을 좁혀나가자 마침내 자신이 찾는 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었다.

울프리나

펜리르 행성의 유사인종인 웨어울프이자 부족의 제일 전사였다. 또한 문신강체술을 온몸에 새겨 다른 전사보다 몇 배의 힘과 스피드로 모든 전투에서 승승장구한 백전노장이었다.

소울은 웨어울프 울프리나의 삶을 체험해보기로 하고 일단 최하급 영혼체험을 구매했다.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통해 울프리나의 삶에 접속하자 소울은 당장 크게 곤란함을 느꼈다.

울프리나는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삶을 통해 소울은 굳이 알고 싶지 않고, 알 필요도 없는 웨어울프 여성의 여러 가지 민감한 일들을 적나라하게 지켜봐야 했다.

무엇보다 울프리나는 웨어울프로써 자존감이 높았기 때문에 자연스런 현상인 자신의 문란한 성생활을 조금도 감추려 들지 않았다.

웨어울프들에게는 무척이나 예외적으로 그녀는 원하는 남성 웨어울프들을 마음껏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였다.

그리고 소울이 보기에도 눈이 튀어나오는 엽기적인 행동도 자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인생은 체험해볼 가치가 있었다.

끝없는 생존에 대한 갈망과 전투, 그리고 복수…….

그녀의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전투의 연속이었고 투쟁의 연속이었다.

단 한 번도 그 누구의 강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싸우고 또 싸웠던 울프리나는 결국 부족의 제1 전사가 되는 영광을 얻었다.

웨어울프 족에게 부족의 제1 전사라는 감투는 족장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지위와 권리를 보장해주었다.

이제 울프리나는 그녀가 속한 부족을 이끄는 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영역에서 그 누구도 시비를 걸지 못할 만큼 부족을 성장시켰다.

“푸하, 이거 장난 아니네?”

최하급 영혼체험을 마친 소울은 얼굴이 벌겋게 변해서 나왔다.

전투, 교접, 전투, 교접, 전투, 교접…….

울프리나의 생활은 크게 이 두 가지로 대변됐다.

인간 남성의 눈으로는 계속 보기가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곧바로 울프리나를 대상으로 하급 영혼체험을 시작했다.

그녀의 전투나 성생활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 새긴 문신강체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울프리나의 특정 기간의 삶을 체험한 것은 성공적이었다.

소울은 울프리나가 자신의 몸에 하나씩 문신을 새기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이지가 자신에게 알려준 문신강체술의 요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확실히 심장과 머리 부분에는 세이지의 문신강체술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다행히 내가 쓸 만한 몇 가지 문신강체술을 건졌으니 이번 영혼체험은 수지맞았군. 크크크!”

소울은 웃음을 터뜨리며 좋아했다.

손목에서 시작해서 어깨까지, 엉덩이에서 시작하여 발목까지 연결된 문신은 울프리나의 것이나 세이지의 것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쉽게 말해서 문신강체술이 온전히 작동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세이지의 문신강체술에서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과 머리 부분에 새겨지는 문신은 울프리나가 새긴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아니 그것은 문신강체술에서 쓰이는 문신이 아니었다. 뭔가 소환할 때 쓰는 소환마법진과 비슷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소울은 당연히 수상해보이는 세이지의 문신강체술을 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는 울프리나의 문신강체술을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불가능했다. 준비물이 꽤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소울은 울프리나의 문신강체술 몇 가지를 건진 것을 큰 수확으로 보고 소울넷의 접속을 해제했다.

그는 이렇게 조금씩 정보를 모아 강해지고 있었다.

* * * * *

우아하게 아침식사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려던 소울의 계획은 능력자협회에서 보낸 한통의 긴급문자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다.

<능력자특별법에 의거 전 능력자에게 동원령을 발동합니다. 긴급문자를 받는 즉시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연락하거나 배정된 공격대에 합류하세요.

수신: 이소울 F급 소환계 능력자 – 제1 공격대 남부 전진기지 합류요망

발송: 능력자협회>

그는 긴급문자를 보고는 인상을 확 썼다.

“빌어먹을 놈들, 아침부터 왜 동원령을 내리고 지랄이야? F급 능력자들이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난 소울은 일단 샤워부터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자신 같은 F급 소환계 능력자까지 부를 정도면 강남필드에 뭔가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난 것이 틀림없었다.

지이이잉!

대충 샤워를 하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나온 소울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부르르 떨리고 있자 빠르게 탁자로 걸어가 손으로 집어 들었다.

“어? 소망이가 퀵서비스를 보냈구나? 벌써 만들어진 건가?”

소울은 머리도 말리지 않고 급히 훈련복으로 준비된 반바지와 반팔티셔츠를 입고 방밖으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는 승강기에 올라탔다.

1층에 도착해 안내 데스크를 통해 자신에게 퀵서비스로 온 작은 상자를 받은 소울은 곧바로 다시 자신의 방으로 올라왔다.

방문을 잠군 소울은 단단히 포장된 상자를 풀고 안에서 은색의 팔찌 2개를 꺼냈다.

‘반지가 아니라 팔찌잖아?’

무슨 이유에선지 처음에 약속한데로 초정밀 세공기계를 이용하여 미세하게 부여마법이 들어간 마법진을 작은 코인에 새겨 반지에 부착시키지 못했다.

대신 코인 크기를 좀 더 크게 해서 반지 대신 팔찌를 만들어 보냈다.

그 모습이 마치 은으로 만든 시계 같아 보였다.

그는 즉시 소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소망아, 형이다.”

-형, 퀵으로 보낸 것 받았구나?

“응, 잘 받았다. 그런데 보내준 것이 반지가 아니라 팔찌다?”

-미안해. 일을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어. 여기도 나름 사정이 있어서 코인에 문양을 새기는데 그 이하로 작게는 못하겠더라고…….

소울은 즉시 동생에게 무슨 사정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으음, 그랬구나. 혹시 나 때문에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긴 것 아냐?”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있나? 난 잘 있으니까 내 걱정 하지 마.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있을게.”

-형, 보내준 돈이 좀 많이 남았어. 온라인으로 보내줄게.

“아니야. 그건 네 수고비로 주는 거야. 남은 돈으로 네 용돈도 하고, 도와준 사람들과 같이 고기라도 사먹어.”

-액수가 너무 많은데…….

“일을 하다보면 여기저기 기름칠해야 할 곳이 많이 생길거야. 네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곳에 알아서 잘 쓰도록 해라.”

-응,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네 덕분에 멋진 은팔찌 하나 차보네.”

-은팔찌? 형 그거 타이타늄 팔찌야. 혹시라도 몬스터와 싸울 때 쉽게 부서지지 말라고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거야.

“그래? 이게 말로만 듣던 그 타이타늄이었구나?”

소울은 동생인 소망이의 마음이 타아티늄 팔찌에 절절히 묻어 나오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했졌다.

-형! 교수님이 급히 찾으셔서 나 지금 들어가 봐야해. 나중에 다시 통화하자.

“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

전화를 끊은 소울은 자신의 양쪽 팔목에 타이타늄 팔찌를 껴봤다.

가볍고 심플한 체인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는 팔찌에 부착되어 있는 코인 2개를 빼서 마나집적진이 새겨진 은판 위에 올려놓았다.

어제는 침대에서 자지 않아 은판은 마나로 가득 충전되어 있었다.

혹시나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침대에서 잤는데 자신의 예상이 적중하자 그의 얼굴에는 절로 회심이 미소가 어렸다.

홉고브린의 사체에서 나온 마석을 갈아서 금과 섞어 만든 코인 위에는 마찰계수 0의 그리스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비록 초정밀 세공기계를 이용하진 못했지만 정교하게 새겨진 마법진은 은판 위에 가득한 마나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소울은 코인 2개가 충전이 되는 동안 탄탈라스가 보낸 선물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탄탈라스가 선물한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를 꺼내고 싶다.’

그가 마음속으로 강하게 염원하자 눈앞에 흐릿하게 소울넷의 인터페이스 일부가 나타났다.

‘역시 나타나는군.’

그는 이미 한 번 경험했던 일이라 그리 놀라지 않았다.

현실에서도 보이네? 대단하다.’

[봉인된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를 꺼내시겠습니까?]

[응.]

[오른손을 펼쳐주십시오.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가 봉인된 봉인구를 이동시킵니다.]

[오케이.]

그는 오른손을 위로 들고 활짝 펼쳤다.

그러자 곧 그의 손바닥 위에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반투명한 푸른빛이 일렁이는 구슬이 하나 나타났다.

‘이게 최하급 물의 정령 운디네가 봉인된 봉인구로구나.’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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