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91화 (91/492)
  • 00091  제 23 장 - 수련(修練)  =========================================================================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까망이에게 전했다. 그러자 까망이는 즉시 자신의 몸의 크기를 줄여 당구공만 해졌다.

    또다시 과녁을 향해 까망이를 던졌다.

    휙! 퍽!

    드디어 150km가 찍혔다. 그리고 과녁이 받은 충격도 5배가 됐다.

    이정도면 고블린의 머리통이 충분히 깨지지 않을까 생각됐다.

    [까망아, 당구공 크기는 조금 작은 것 같다. 야구공은 좀 큰 것 같고, 그러니까 중간 크기에 내 손에 꼭 맞게 맞춰봐!]

    [규!]

    까망이가 적당한 크기로 몸을 키웠다.

    [무게가 좀 무거워서 팔에 무리가 가는 것 같아. 조금 무게를 줄여줄 수는 없겠니?]

    [규!]

    이번에는 무게를 좀 줄였다.

    [까망아, 마지막으로 과녁에 부딪칠 때, 야구공 같이 부드럽게 말고 쇠공처럼 단단하고 무겁게 만들어봐! 알았지?]

    [규!]

    소울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과녁을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까망이를 세차게 던졌다.

    휙! 캉!

    100마일(161km)이 찍혔다. 메이저리그의 강속구 투수들이 뿌려대는 야구공의 속도와 똑같아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녁이 받는 충격이었다. 계산을 해보니 능히 오크의 머리통을 박살낼 정도의 충격이 만들어졌다.

    “됐다.”

    소울은 자신에게 굴러오는 까망이를 손으로 잡고는 마구 뽀뽀를 해줬다.

    “에고, 귀여운 것. 잘했다. 잘했어!”

    “규규!”

    소울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자 소환수인 까망이에게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까망이는 신이 나서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둘은 그렇게 서로 좋다고 웃으며 소리를 질러대다가 수련을 마치고 개인수련장 밖으로 걸어 나왔다.

    ‘나한테 투구 폼을 가르쳐줄 코치를 구해봐야겠다. 정확한 투구 폼을 마스터하면 더욱 속력이 나올 거야. 그런 후에 까망이를 가지고 실전연습을 한다면 아마 무시무시한 속도의 강속구를 뿌려 댈 수도 있겠지.’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안내 데스크를 스쳐 지나갔다.

    “잘 썼습니다.”

    “네,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소울은 친절한 안내원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짜면 모를까 비싸게 돈을 내고 쓰라고 한다면 올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소환계 능력자인 내가 저런 개인훈련장을 쓸 일이 또 있을까? 아마 없을 거야. 이제부터는 실전이 중요해. 차라리 투구 폼을 고쳐줄 투수코치에게 개인과외를 받는 게 더 중요할지 몰라.’

    소울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건물로 돌아와 기분 좋게 승강기를 타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훈련복을 벗고 샤워를 한 뒤 밖으로 나오자 스마트폰이 울려대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잘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스마트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젊은 여자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누구세요?”

    “저, 이거 이소울 씨 전화 맞죠?”

    “네, 맞는데요.”

    “저 정윤이에요.”

    “네? 정윤이요? 아! 혹시 강남 세븐 병원의 간호사이신 그 정윤이 간호사 말인가요?”

    “호호호, 맞아요.”

    정윤이는 소울이 자신을 기억하자 기분이 좋은지 맑은 목소리로 웃었다.

    하얀 피부에 호수처럼 맑고 커다란 눈이 사무치게 아름다웠던 얼짱 간호사 정윤이가 자신에게 전화를 했다는 사실에 소울은 순간 몸이 하늘로 붕 떠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소리 내지 않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무사하셨네요?”

    “네, 모든 게 소울 씨 덕분이에요.”

    “아닙니다. 제 덕분이라뇨. 전 제게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는 정윤이가 자신을 소울 씨라고 부르는 것이 무척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이소울 환자 보다는 소울 씨가 훨씬 더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참, 제가 소울 씨라고 불러도 되지요?”

    “당연하죠. 그럼 저도 정윤이 씨라고 부르면 되겠지요.”

    “호호호, 그냥 윤이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윤이 씨!”

    그녀와 처음 통화를 하는 것이지만 두 사람 모두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아 참 좋았다. 마치 오랫동안 이렇게 서로에게 전화를 해왔었던 것처럼 느껴져서 둘의 전화 통화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분위기가 좋아졌다.

    두 사람은 잠시 신변잡기와 강남 세븐 병원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드디어 정윤이가 먼저 소울에게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소울 씨, 우리 이럴게 아니라 밖에서 만나죠?”

    “네?”

    “병원에서 저희들을 지키기 위해 몬스터의 칼도 맞으셨잖아요. 그렇게 보면 제 생명의 은인인데 그냥 넘어 갈 수 있나요? 만나서 저녁식사라도 대접해드려야죠.”

    “아니 뭐 꼭 굳이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소울은 살짝 한 번 빼봤다. 그러자 정윤이가 바로 입질을 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를 은혜도 모르는 파렴치한 여자로 만들려고 그러세요? 맛있는 것 사드릴게요. 나오세요.”

    “알겠습니다. 굳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체면 불구하고 미녀에게 밥 한번 얻어먹어보죠.”

    “호호호, 미녀의 지갑을 여시는 능력이 있으시니 능력자시네요.”

    “하하하, 맞습니다. 저 능력자입니다.”

    “호호호, 그럼 오늘 저녁은 어때요?”

    “지금이요?”

    “네.”

    소울은 정윤이가 의외로 화끈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저도 괜찮아요. 어차피 지금은 일도 안 나가는데요 뭐.”

    “아직 병원 문 안 열었습니까?”

    “강남 세븐 병원 지금 공사 중이에요. 새롭게 리모델링해서 오픈할 거래요.”

    “아! 그렇구나.”

    그는 갑자기 강남 세븐 병원 병원장 아들인 김필이 생각났다.

    “소울 씨, 지금 어디세요?”

    “저요? 신사동이에요.”

    “그래요? 가깝네요. 전 지금 압구정동인데…….”

    “그럼 제가 지금 그리로 갈까요?”

    “그래 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이죠.”

    “고마워요. 제가 압구정동에 있는 카페의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위치를 문자로 바로 보내드릴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소울 씨, 도착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어요?”

    “넉넉잡고 45분 내에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알았어요. 근처에 오시면 전화주세요. 마중 나갈게요.”

    “하하하, 알았습니다. 꼭 전화하죠.”

    소울은 전화를 끊고 나자 입 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는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화려한 봄날은 시작되는구나. 어제는 유정아, 오늘은 정윤이? 이거 아주 꽃들이 몰려오네.”

    마침 2층 뷔페식당에 가서 혼자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어떻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만나자고 했다.

    2층 뷔페식당의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혼자서 처량하게 밥을 먹는 것보다는 정윤이 같은 미녀와 마주 앉아 분식을 먹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았다.

    아무리 저녁 식사가 비싸다고 해도 정윤이 같은 미녀라면 아낌없이 지갑을 열 남자들이 줄을 섰을 텐데, 그녀는 오히려 자신에게 밥을 사준다고 하고 있었다.

    소울은 뭔가 자신에게 엄청난 위상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뭘 입고 가지?”

    막상 정윤이를 만나러 나가려고 하자 마땅히 입을 옷이 없었다. 그동안 전투슈트 세트가 아니면 훈련복만 주로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간에 옷을 사러 나가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는 할 수 없이 전투슈트를 입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색의 디지털 위장무늬가 있는 전투슈트에 묻은 먼지를 깨끗이 닦고 전투화에 광을 내는 것뿐이었다.

    쇠뇌와 숏소드, 전투헬멧까지는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방에 잘 모셔둔 그는 토마호크가 들어간 도끼집을 허리에 차고 지갑만 챙겨 들고 방을 나와 승강기를 탔다.

    승강기 안의 거울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의 모습이 훨씬 괜찮아 보였다.

    그동안 체력강화훈련과 실전기초훈련을 열심히 해서 온몸이 보기 좋은 근육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몸에 착 달라붙는 전투슈트는 그런 그의 근육을 유감없이 도드라지게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에다 신고 있는 전투화의 특성상 상당히 높은 굽이 들어가 있어 별로 작아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다 자신의 은행계좌에 1억 원이나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어깨가 펴졌다.

    “좋아!”

    그는 거울을 보며 뭐가 좋다는 것인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승강기가 1층에 도착하자 그는 택시를 잡아타고 압구정동으로 갔다.

    정윤이가 문자로 보낸 카페 주소에 거의 도착하자 도중에 전화를 걸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탁!

    택시에서 내려 문을 닫고 몸을 돌리자 소울은 자신의 앞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신 같은 포스의 정윤이를 볼 수 있었다.

    가슴의 볼륨이 도드라지는 새하얀 여름 민소매 니트와 쭉 뻗은 날씬한 두 다리가 훤하게 드러낸 청바지 핫팬츠를 입고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보는 수컷으로 하여금 심장이 멈춰버릴 것 같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살짝 말을 더듬었다.

    간호사 유니폼을 입고 병원에서 일하고 있을 때도 예뻤지만 이렇게 밖에서 사복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괜히 그녀를 얼짱 간호사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잘 찾아오셨네요?”

    “약도를 보내주셔서 쉽게 찾았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죠?”

    “네.”

    정윤이는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날씬한 허리에서 급격한 경사를 지으며 확 퍼진 엉덩이를 흔들며 먼저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쭉 뻗은 다리와 새하얀 허벅지가 그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정윤이가 이렇게 예뻤나? 그리고 지금 보니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잖아? 몸매는 또 왜 이렇게 좋아?’

    피 끓는 20대인 소울의 시선이 절로 그녀에게 고정되어 떠나갈 줄 몰랐다.

    창가에 자리를 잡은 그들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쳐다봤다. 전문용어로 얘기하자면 눈으로 서로 견적을 내보고 있는 것이다.

    소울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정윤이도 소울의 많이 달라진 모습에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이소울 환자가, 아니 소울 씨가 이런 멋진 남자였었나? 자신감에 찬 눈빛하며 저 근육질의 몸은 또 언제 저렇게 만들었지? 그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이 변했구나.’

    정윤이는 자신의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를 집어 보는 척 하면서 그를 살펴봤다.

    ‘어머, 저 옷은 혹시 능력자들이 입고 다닌다는 전투용 슈트 아닌가? TV에서 본 것 같은데……. 혹시 소울 씨가 능력자가 된 거야?’

    그녀는 요새 SNS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능력자들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강남 세븐 병원을 습격한 몬스터들에 의해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난 경험이 있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지도 몰랐다.

    사실 소울을 만나려고 한 것도,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블린에게 칼침까지 맞아가며 싸운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어서였다. 또한 그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고블린과 맞서는 모습이 무척 남자답고 멋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뭐 드실 거예요?”

    “음,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정윤이의 질문에 소울은 난감했다.

    그는 사실 양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스파게티처럼 느끼한 음식은 딱 질색이었다. 그런데 메뉴를 펴자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올리브기름으로 떡칠해놓은 것 같은 그림이 가득한 각종 스파게티 종류뿐이었다.

    “혹시 스파게티 좋아하지 않으시면 뉴욕 스테이크로 하세요. 여기 그거 잘해요.”

    “뉴욕 스테이크요?”

    “네.”

    정윤이는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별로 없지만, 여러 종류의 남자들로부터 대시를 많이 받아봐서 다양한 남자들과 저녁식사를 한 경험은 있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여자들과는 달리 의외로 입맛이 보수적인 경향이 강했다.

    스파게티 보단 짜장면을, 파스타보다는 곱창구이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여자들 앞에서는 그런 내색을 안 하려고 무척 노력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윤이가 곱창볶음을 먹자고 하거나 한식당을 들어가면 남자들은 대부분 입이 찢어져라 좋아했다.

    오늘도 만약 소울이 이렇게 변한 줄 알았다면 당연히 설렁탕이나 순대국, 아니면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자고 했을 것이다.

    정윤이는 순발력 있게 소울에게 뉴욕 스테이크를 권했다. 스파게티를 싫어하는 남자들도 어지간해서는 뉴욕 스테이크를 잘 먹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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