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83화 (83/492)

00083  제 21 장 - 까망이의 첫 수확  =========================================================================

도끼를 집어 살펴보니 도끼 부분이 작고 손잡이가 짧고 가늘었다. 도끼 부분의 날은 손 쪽으로 향해 있었고 날카로우며 낫과 같은 모양이었는데 반대쪽으로 날카로운 칼날 같은 것이 튀어나온 구조였다.

전체 길이가 35cm, 도끼날이 10cm 정도였는데 뭐로 만들어졌는지 무게는 1kg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도끼머리에는 3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고 전체적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뭔가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무기였다.

‘이거 괜찮네. 단병접전에도 좋고 여차하며 토마호크처럼 날려도 좋고. 아니 이참에 이 무기의 이름을 토마호크로 지어야겠다.’

소울은 혹시나 도끼집이 있을까 해서 다시 한 번 오크샤먼을 뒤집었다.

허벅지에 가죽으로 만든 도끼집이 보였다.

그는 조심스럽게 끌러서 잘 챙겼다.

[까망아, 고마워. 덕분에 좋은 무기를 얻었어.]

[규!]

소울은 까망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오늘 까망이 덕에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1 공격대를 따라 남부기지로 돌아왔다.

다들 마치 몇 년 만에 찾은 고향을 본 것처럼 반가워했다.

“제1 공격대 대원들은 특별한 지시사항이 있을 때까지 남부기지를 떠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신 남부기지 안에만 있으면 무엇을 해도 상관없으니 자유롭게 쉬시기 바랍니다.

와아아아아!

을지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제1 공격대 대원들은 일제히 두 손을 들고 함성을 질렀다.

그런 모습은 제1 공격대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각 공격대가 자신들이 지키던 자리를 군(軍)에 인계해주고 남부기지로 속속 돌아오고 있었다. 비슷한 함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남부기지에 새로운 술집이 생겼다.”

누군가 남부기지 안에 술집이 생겼다는 소리를 치자 능력자들은 일제히 그 사람을 따라 우르르 몰려갔다.

그 모습을 보면 오크군단도 무서워서 길을 비켜줄 것만 같았다.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오빠!”

“세경아!”

그의 몸이 돌연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딱 굳어버렸다.

손정도와 민세경이 서로 격하게 껴안는 모습이 정면으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좋겠다.”

“아니 왜 여기서 저래? 호텔가라. 호텔 가!”

“좋을 때다.”

“누구 염장 지르려고 저러나?”

비록 주변에 사람들은 얼마 없었지만 그래도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저렇게 안아 버리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들 부러운 시선을 하며 한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아니, 단 한명만큼은 그들의 모습을 아무런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소울은 이를 악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몸도 돌렸다.

발걸음도 돌렸다.

그리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

그의 뒤에서 손정도와 민세경이 서로를 끌어안고 키스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오빠, 나를 용서하지 말아요.

소울의 귀에 환청처럼 세경이 했던 말이 울려 퍼졌다.

까망이가 마석을 가져온 덕분에 잠시나마 자신이 세경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그녀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과 걱정이 다 쓸데없는 일이 돼버렸다.

이미 버스는 떠나간 것이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한번 떠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의 눈에서 주책없이 눈물이 또 흘러나왔다.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자신만 들을 수 있게, 이빨을 악물고 작게 으르렁거렸다.

“아! 시바, 쪽팔리게 눈물은…….”

그는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갔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돌아가는 전용버스가 보이자 지체 없이 올라탔다.

주차장 입구에서 허락 없이 능력자가 남부기지를 떠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지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만히 F급 능력자 등록증을 보여주자 상대방도 아무 말 없이 길을 열어주었다.

달리는 전용버스 안에서 젊은 사내 하나가 창밖을 바라보며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이 그렇게 처량해 보일 수가 없었다.

* * * * *

1억 원이 찍혔다.

자신이 태어나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거금이었다.

혹시 몰라 따로 빼놓은 E급 마석 2개를 제외한 모든 마석을 팔자 소울은 자신의 은행계좌에도 억 단위가 찍힐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했다.

1601호실에 들어와 일단 홀딱 벗고 샤워부터 했다.

뜨거운 물이 온몸을 때려대자 몸이 녹아내리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자꾸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는지 몰랐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나와 새로 산 속옷을 입었다. 티셔츠와 반바지까지 챙겨 입은 그는 유정아로부터 보상으로 받은 E급 전투슈트 세트를 정비했다.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 주구장창 쇠뇌만 쏴서 그런지 약간의 시간을 투자하자 새것처럼 깨끗이 닦고 정비를 할 수 있었다.

침대에 올라 TV를 틀었다.

뉴스에서는 지구의 각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크군단으로 인해 지금 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서방 선진국들은 큰 피해 없이 잘 막아냈다는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자료화면이 나왔는데 그 중에는 강남필드에서 능력자들과 오크군단 간의 전투하는 장면도 보이고 있었다.

소울은 자신이 싸웠던 전장이 전 세계로 방송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오크군단을 잘 막아낸 것만은 아니었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일본, 멕시코, 필리핀 등은 초기 대응에 실패하여 큰 인명피해를 냈다.

특히 G8에 가입된 나라인 러시아와 일본에 많은 사상자가 난 것은 군사력이 높거나 경제선진국이라는 타이틀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초기대응에 실패하면 어떤 국가든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공식을 전 세계가 알게 만들었다.

뉴스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되자 아까 본 세경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 세경과 손정도가 격하게 껴안는 장면이 잊히지가 않았다.

“안되겠다. 술이라도 마셔야지.”

그는 결국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술을 사러 1층의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양주, 맥주, 소주 중 어떤 것을 살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그의 옆에서 인기척이 나며 향긋한 냄새가 느껴졌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마침 상대도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서 두 사람의 눈이 중간에서 딱 마주쳤다.

“어? 유정아 박사님?”

“이소울 대원?”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3초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눈을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소울은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하다가 시선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다.

유정아는 지금 항상 입고 다니는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풍성한 가슴이 반쯤 드러나는 민소매에 날씬하게 쭉 뻗은 두 다리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핫팬츠를 입고 있었다.

“소울 씨, 지금 어디보고 있는 거예요?”

“네?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니에요? 엉큼하기는…….”

“누가요? 제가요? 유정아 박사님이 입고 있는 옷을 좀 보고 말씀하세요. 그렇게 입어놓고 보지 말라는 것이 더 이상하네요.”

그는 엉큼하다는 유정아의 말에 발끈해서 한마디 쏘아붙였다.

그러자 오히려 유정아의 얼굴에 미소가 돌았다.

“소울 씨는 역시 그렇게 발끈할 때가 귀여운 것 같아요.”

“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유정아는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오며 부드럽게 말했다.

“소울 씨, 나 지금 퇴근했거든요. 사적인 자리에서 더 이상 유정아 박사라고 딱딱하게 부르지 말아요.”

“그, 그럼 어떻게 불러요?”

“그냥 정아야! 아니면 자기야! 이렇게 부르면 되잖아요?”

“알겠습니다. 정아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호호호,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유정아는 소울의 행동이 귀엽다는 듯이 그의 팔을 툭툭 치면서 웃었다.

“그런데 여긴 뭐 사러 왔어요?”

“네? 아! 술 사러 왔어요.”

“술이요?”

“…….”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얼굴을 들이대는 유정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긴 일 끝나고 나서 먹는 치맥이 좋긴 하죠.”

“치킨과 맥주요?”

“왜 생각 있어요?”

유정아의 말에 절로 입안에서 침이 고였다.

“치킨과 맥주 조합이 나쁘지는 않죠.”

“실은 나도 술이 당겨서 한잔 마시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때요? 둘이 한잔 하러 갈까요?”

그는 살짝 고민이 됐다.

유정아 같은 미인과 술을 같이 마시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동안 워낙 당한 것이 많아서 선뜻 같이 마시기가 무서웠다.

결국 그는 마음을 잡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전 그냥 방에 가서 마실래요.”

“그래요. 그럼. 같이 방에서 마시도록 해요.”

“네? 그게 아닌데…….”

“치킨과 맥주를 넉넉하게 사가요 우리. 아니 오늘은 내가 쏠 테니 마시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다 골라 봐요. 내방 가서 마시게.”

“정말이세요?”

“그럼요. 나 돈 잘 벌어요.”

그는 거절을 하려다가 유정아가 자신의 방에 가서 마시자는 말에 혹했다.

여자 혼자 사는 방에 한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그냥 여자 방이 아니었다. 무려 유정아의 방이었다.

술을 마시고 싶었다.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

세경과 손정도에게 보란 듯이 세경이보다 더 예쁜 여자와 술을 마시고 싶었다.

미녀가 사는 방도 구경하고 싶었다.

혹시 모를 행운이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몰랐다.

순식간에 수많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그는 잠시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뭉클!

뭔가 자신의 팔을 짓누르는 탄력이 느껴지자 소울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그는 유정아가 들고 있는 쇼핑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유정아는 콧노래를 부르며 바구니에 술을 쓸어 담고 있었다.

“치킨은 배달시키면 재까닥 오니까 그걸 먹도록 해요. 양주, 소주, 맥주는 넉넉히 샀으니까 이제 안주를 좀 골라볼까요?”

“네?”

유정아는 성격에 맞게 정말 화끈하게 쇼핑을 했다.

한손으로는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어 치킨을 배달시키고 한 손으로는 안주거리를 눈에 보이는 쓸어 담았다.

쇼핑바구니 3개가 가득차자 유정아는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편의점 매니저에게 줬다.

“이거 계산 끝내고 내 방으로 배달해줘요.”

“네, 고객님.”

편의점 매니저의 고개가 90도 각도로 꺾였다.

편의점에서도 ‘고객님’이라고 불릴 만큼 유정아는 편의점의 큰 손인 것 같았다.

“기다렸다가 들고 올라가면 되잖아요?”

“뭐 하러 그래요? 내 방 앞까지 알아서 배달해주는데……. 냉장고에 당장 마실 술은 있으니까 우린 그냥 올라가요.”

소울은 유정아의 팔에 이끌려 편의점을 나와 승강기를 타고 17층으로 올라갔다.

17층은 능력자협회의 고위 능력자들과 VIP들이 묵는 숙소가 있었다.

유정아도 능력자협회에서 VIP로 구분을 하는지 17층에 자신의 개인 스위트룸을 가지고 있었다.

삐빅!

카드키를 꺼내 1701호실 문 앞에 대자 미닫이 형식으로 만들어진 단단하게 생긴 문이 자동으로 옆으로 밀려 나갔다.

“들어와요.”

“아! 네.”

그는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유정아가 쓰는 방은 소울이 쓰는 방과는 차원이 다르게 컸다.

자신이 머물고 있는 방도 10평은 가볍게 넘는 크기였는데 이곳은 대충 봐도 최소 3배 이상은 큰 것 같았다.

특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보는 것 같은 고급스런 가구와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는 방은 넓은 응접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었다.

응접실 한쪽은 사무실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방 좋네요.”

“이 정도면 호텔의 프리미엄 스위트에 불과해요. 이곳에는 이 방보다 몇 배는 더 시설이 좋은 스위트룸이 가득하죠.”

“그렇군요.”

그녀의 방을 보고 놀란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야 그런 스위트룸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최소한 C급 이상의 능력자가 되거나 100억 대의 재산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방 구경하고 싶으면 하고 와요. 그동안 나는 술 마실 준비를 할 테니까요.”

“네.”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캔 맥주를 꺼내면서 하는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정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사는 방이라서 그런지 왠지 자신의 방과는 달리 향긋한 꽃향기가 났다.

화장실을 열어본 그는 넓은 크기와 자쿠지까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기가 좋구나. 내가 쓰는 방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비하면 새 발의 피구나. 아니 그럼 이곳보다 좋다는 스위트룸은 얼마나 좋은 거야?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구경해야겠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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