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82화 (82/492)
  • 00082  제 21 장 - 까망이의 첫 수확  =========================================================================

    대박을 노리는데 투자를 두려워해서야 되겠는가?

    그는 이번에 자신이 얼마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까망이가 가져다주는 마석을 챙기는 이익보다 클 것 같지는 않았다.

    ‘까망이가 가져다 준 마석만으로도 이미 투자한 본전은 뽑았구나. 아니지. 마나집적진이 그대로 남아있고 소환마법진도 은판이 좀 부서지긴 했지만 녹여 쓸 수 있잖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게 까망이의 능력의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의욕이 마구 샘솟았다.

    이제 뭔가 제대로 운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먼지를 닦아내고 기름칠을 하고 시위를 새 것으로 갈아 주자 쇠뇌는 어느새 새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소비한 쇠뇌 화살을 보급 받아 화살통 10개를 가득 채우자 어느새 그의 앞으로 까망이가 굴러오고 있었다.

    [규!]

    그의 손바닥에 들어온 까망이가 느껴졌다.

    [많이 챙겨왔어?]

    [규!]

    소울의 손안에 마석이 잡혔다.

    살짝 손을 펴서 살펴보자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F급 마석 5개와 엄지손톱만한 E급 마석 5개가 눈에 보였다.

    ‘대박! F급 마석은 100만 원 정도지만 E급 마석은 1000만원이 넘는다. E급 마석이 5개면 5000만원이잖아?’

    그는 급히 손을 오므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지퍼가 달린 파우치를 꺼내 그 안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그리고 다시 품속으로 깊이 찔러 넣었다.

    [까망아, 잘했다.]

    [규규!]

    소울이 기뻐하는 것이 느껴지는지 까망이는 손바닥 위에서 통통 뛰고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재롱을 떨었다.

    [까망아, 이거 더 가져올 수 있지?]

    [규!]

    [그래 가능하면 기운 많이 담겨있고 큰 마석으로 가져와라.]

    [규규!]

    소울의 손바닥에서 몇 번 통통거리며 뛰놀더니 까망이는 곧 그의 손바닥에서 뛰어 내려 다시 대 몬스터 장벽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까망이가 마석 10개를 가져오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마석 하나를 채취하는데 1분에서 2분 정도밖에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거 자주 나와야겠는데…….’

    숲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 몬스터 장벽과 숲 사이에는 어느새 넓은 공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포탄이 터지고 구현계 능력자들이 불덩이와 얼음덩어리를 쏘아댄 덕분이었다.

    그 넓은 공터에 지금 수많은 몬스터의 사체가 가득했다.

    아마 지금쯤이면 몬스터의 사체를 실어 나르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컨테이너 트럭들과 인부들이 이리로 몰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와서 몬스터의 시체를 싹쓸이 해가기 전에 최대한 마석을 뽑아먹어야 한다.

    ‘가만 우리도 전리품을 챙길 수 있는 권리가 있잖아. 몬스터 사체와 마석은 챙겨간다고 해도 오크병사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나 장비 같은 것은 우리한테도 챙길 권리가 있을 텐데…….’

    소울은 참 아쉬웠다.

    다른 놈은 몰라도 오크 센트리온이나 오크샤먼에게는 뭔가 쓸 만한 전리품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자! 다들 이리로 모이세요. 대 몬스터 장벽 위에 있는 분들도 모두 이리 내려오세요.”

    갑자기 제1 공격대 대장인 을지문이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울은 그의 말대로 무기와 장비를 챙겨서 대 몬스터 장벽을 내려갔다.

    부상을 당해 후방으로 간 몇 명을 제외하고 제1 공격대 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을지문이 자기 허리쯤 되는 바위 위에 올라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제1 공격대 대원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전투는 이것으로 끝난 것 같습니다. 현재 드론을 동원해서 살펴본 결과 오크군단은 강남필드 안으로 깊숙하게 후퇴를 했습니다. 이제 여기는 군에 맡기고 우리는 남부기지로 돌아가서 쉬도록 합시다.”

    와아아아아아!

    커다란 함성이 일어났다.

    전투가 끝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다들 좋다고 난리가 났다.

    을지문이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환호성이 잦아지자 그는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 제1 공격대 대원 여러분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정말 용감하게 싸웠습니다. 서울시 시민들도 여러분의 노력에 감사할 것입니다.”

    을지문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돌았다. 가슴이 뿌듯해지고 눈은 자부심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공식적인 얘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자! 이제 비공식적인 얘기 좀 해봅시다.”

    “…….”

    제1 공격대 대원들은 을지문이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하고 모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목숨을 걸고 싸웠으면 뭔가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나중에 이번 전투의 보상금으로 돈이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그냥 가면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우리에게도 전리품을 챙길 권리는 있습니다. 그러니 조용히 저 안으로 들어가서 챙길 것은 좀 챙겨갑시다.”

    와아아아아아!

    아까보다 배는 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 말은 비공식적인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해야 합니다. 아셨죠?”

    “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주의하셔야 할 점은 몬스터의 사체와 마석은 가져가시면 안 됩니다.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챙기셔야 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갑옷 보다는 무기가 훨씬 가볍고 비싸다는 겁니다. 그럼 이제 가셔서 맘에 드는 물건을 챙겨오세요.”

    을지문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제1 공격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대 몬스터 방어벽 옆에 쌓아놓은 오크병사의 사체 앞으로 모여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몬스터의 사체들이야 많이 쌓여 있겠지만 팔다리가 잘린 것은 예사고 머리가 쪼개지고 내장이 다 드러난 끔찍한 몬스터의 사체들 사이를 뒤지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전장(戰場)으로 나가서 실제로 몬스터의 사체를 뒤지는 사람들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아이유, 이거 운이 따따블로 트인 날이네. 오크 센트리온과 오크샤먼이 어디서 죽었더라?’

    소울은 일단 오크샤먼이 죽은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가는 방향보다 더 북쪽으로 을지문을 비롯한 1조 대원들이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맞다. 오크 센트리온 한 마리가 아마 저쪽으로 가다가 쓰러졌지…….’

    그는 사람들의 생각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오크 센트리온에 대한 미련을 즉시 버렸다.

    죽은 오크 센트리온이 하나 둘이 아니었지만 대한민국 능력자 중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제1 공격대 1조 대원들이 나선 이상 다른 능력자들이 그들의 전리품을 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크샤먼은 달랐다. 소울이 오크샤먼을 죽였다는 사실은 대 몬스터 장벽 위에 있던 일부 능력자들이 손정도가 하는 얘기를 듣고 아는 것에 불과했다.

    그리고 손정도는 지금 1조 대원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울이 걸어가고 있는 쪽으로는 그 어떤 능력자도 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오크샤먼이 죽은 장소로 가서 주변을 살펴봤다.

    “찾았다.”

    오크치고는 굉장히 체구가 작은 늙은 오크 하나가 이마에 쇠뇌 화살이 박힌 채 눈도 못 감고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까망아! 나한테 와!]

    [규!]

    소울은 일단 까망이를 불렀다.

    을지문이 몬스터의 사체와 마석은 가져가면 안 된다고 했지만 소울은 그의 말대로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따지고 보면 전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몬스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었다. 물론 정부와 군,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를 상대로 개인이 그런 주장을 한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소울도 까망이의 힘을 빌려 조용히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크샤먼은 오크병사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겉모습일 뿐이었다.

    오크샤먼의 옷을 벗기고 품속을 뒤지자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소울은 오크샤먼의 손가락에 끼어진 반지와 팔목에 찬 팔찌를 뺐다. 귀고리와 목걸이도 챙겼다. 품속을 뒤져 가죽주머니까지 알뜰히 챙기자 까망이가 그의 앞으로 굴러왔다.

    [규!]

    소울은 미소를 지으며 오크샤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까망아, 이 오크샤먼의 사체에도 마석 같은 게 있니?]

    [규!]

    [그럼 그것을 뽑아서 나한테 가져다줄래?]

    [규!]

    까망이는 소울의 말에 제자리에서 한번 통 튀고는 오크샤먼의 머리통을 향해 굴러갔다.

    오크샤먼의 머리통과 부딪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순간, 까망이는 오크샤먼의 머릿속으로 땅에 물이 스며들 듯 사라졌다.

    소울은 스마트폰을 꺼내 까망이가 마석을 꺼내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재기 시작했다.

    1분도 안 되어 까망이가 오크샤먼의 머리통 속에서 나와 그의 앞으로 굴러왔다.

    까망이는 그의 발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통통거리며 뛰어다녔다.

    [규규규!]

    소울은 까망이가 굉장히 흥분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까망아! 왜 그래?]

    [규규규!]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니?]

    [규!]

    [오크샤먼의 마석은 꺼냈어?]

    [규규규!]

    까망은 제자리에서 몇 번 통통거리며 뛰더니 그의 손바닥 위로 올라와서 마석을 하나 꺼내놓고 내려갔다.

    소울은 까망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마석이 마치 노란 구슬 같이 생긴 것을 보자 눈을 빛냈다.

    ‘이게 뭐지? 노란 마석도 있나?’

    그는 아무리 봐도 아이들이 구슬치기 할 때 가지고 노는 구슬 같았다. 물론 진짜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오크샤먼의 머릿속에서 까망이가 뽑아온 것이니 말이다.

    그는 노란 구슬을 손에 잡고 만지작거리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시원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것의 정체를 모르겠구나. 그래도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야. 까망이가 흥분을 하는 것을 보니 까망이나 나와 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오크샤먼이 가지고 있는 액세서리와 소지품에 대해 한번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어쩌면 소울넷을 통해 이것들의 비밀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일단 노란 구슬을 마석을 담아 놓은 지퍼 파우치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액세서리와 소지품은 오크샤먼이 가지고 있던 가죽주머니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

    [규우!]

    까망이는 노란 구슬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뭔가 상당히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까망아, 여기서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어. 나중에 다시 꺼내줄게.]

    [규!]

    소울의 말에 까망은 알았다는 듯 목소리에 기운이 실렸다.

    [마석은 가져왔지?]

    [규!]

    [나한테 줄 수 있겠니?]

    [규!]

    까망이는 그의 손바닥에 올라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F급 마석 5개와 엄지손톱만한 E급 마석 5개를 꺼내줬다.

    그는 침을 꿀떡 삼켰다.

    지금까지 까망이가 가져다 준 마석만 팔아도 1억2천만 원은 벌 수 있었다.

    강남필드에 온 이래 최고의 대박이 아닐 수 없었다.

    [까망아, 정말 수고했다.]

    [규규!]

    소울은 까망이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에는 새까만 놈이 툭 튀어나와서 많이 실망을 했는데, 이제 보니 이런 복덩이가 따로 없었다.

    앞으로 까망이와 많이 놀아줘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제 그만하고 모두 모이세요. 철수합시다.”

    을지문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아보니 제1 공격대 대원들이 남부기지로 돌아가려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울은 마석을 얼른 지퍼가 달린 파우치에 넣고 품속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땅에 떨어진 오크창병의 창을 하나 집어 들었다.

    뭔가 하나는 챙겨서 가져가야 의심을 안 받을 것 같았다.

    [규우!]

    소울이 막 한 발짝 발을 뗐을 때 까망이가 그의 몸에서 땅으로 뛰어 내리더니 오크샤먼의 몸으로 올라가서 통통 뛰었다.

    [왜? 이놈한테 챙길 것은 다 챙겼는데?]

    [규우!]

    [아니라고? 뭐가 또 남았어?]

    [규!]

    소울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까망이의 말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오크샤먼의 사체와 주변을 살펴봤다.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는 오크샤먼의 사체를 번쩍 들어 뒤집어 봤다.

    그러자 땅바닥에 오크샤먼의 사체에 눌려 있던 검은색의 도끼 하나가 보였다.

    ‘이건 뭐지? 꼭 토마호크같이 생겼네.’

    토마호크는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이 사용한 대표적인 무기로 던질 수도 있는 전투용 도끼의 이름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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