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80화 (80/492)

00080  제 20 장 - 오크군단의 침공  =========================================================================

소울은 쇠뇌를 잡고 오크병사들을 향해 조준을 했지만 발사하지는 않았다.

탱커와 근딜만으로도 충분히 남은 오크병사들을 처리할 수 있어 보였다.

아직은 힘을 뺄 때가 아니라 생각한 그는 대 몬스터 장벽의 귀퉁이에 앉아 밀려오는 오크병사들을 쳐다봤다.

그때였다.

[규! 규규!]

[까망아, 왜 그래?]

소울은 갑자기 까망이가 자신의 몸에서 벗어나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 통통 뛰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규규!]

[뭐야?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고? 왜?]

[규! 규규]

[너 혹시 저 죽은 오크병사들에게 가고 싶은 거야? 기운을 흡수하려고?]

[규규규!]

까망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대 몬스터 장벽 옆에 쌓아 놓은 오크병사 사체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해봤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생각하면 당장은 까망이가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 다녀와! 하지만 내가 부르면 곧바로 달려와야 해!]

[규!]

소울의 허락이 떨어지자 까망은 지체 없이 대 몬스터 장벽 아래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는 죽은 오크병사 사체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남은 오크병사들을 정리하고 오크병사의 제2파(波)에 대비하라!”

을지문의 목소리가 주변을 쩌렁쩌렁하게 울려왔다.

을지문은 흥분했는지 머리에 쓴 전투헬멧도 벗어버리고 바람에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거대한 방패와 가시가 뾰쪽하게 튀어나온 메이스(철퇴)를 들고 남은 오크병사들을 보는 족족 때려죽이고 있었다.

워낙에 힘이 좋아서 오크병사들이 방패로 막고 창으로 막아 봐도 메이스 단 한방에 무기와 방패까지 찌그러지며 오크들의 머리통이 묵사발 나버렸다.

‘우와, 저놈은 사람이 아니네. 짐승이 따로 없구나.’

소울은 을지문의 모습을 보며 절로 감탄을 터뜨렸다.

“오크병사들이 또 몰려온다. 탱커들은 전면으로 가서 방패를 단단히 쥐어라!”

와아아아아아!

을지문이 이끄는 탱커들은 사기가 충천해서 다시 크게 함성을 질렀다.

소울은 그 모습을 보며 쇠뇌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밀고 내려오는 오크병사들의 숫자가 꽤 됐다. 대략 200여 마리는 되어 보였는데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이 체력조절에 들어가면서 숫자가 좀 쌓여 있었다.

팅팅팅팅…….

민첩계 원딜들이 활을 들고 화살을 날려보았지만 갑옷을 입고 창과 방패로 무장한 오크병사들을 죽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울은 차분히 기다렸다. 어차피 아무도 F급 능력자인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지는 않았다. 또한 무기 자체가 쇠뇌다 보니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쿠오오오오 오크르르…….

오크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탱커들의 방패에 정면으로 부딪쳐왔다.

쾅 콰쾅! 캉 카카캉 캉캉…….

처음에는 폭음처럼 들려오더니 이내 쇠붙이가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귀청을 찔러댔다.

비록 E급 능력자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아래에 남아있는 제1 공격대 대원은 80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위를 덮치고 있는 오크병사의 숫자는 그냥 봐도 200마리는 넘어 보였다.

하지만 제1 공격대 탱커들의 방어진은 조금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무하하하하! 이 연약한 약골 몬스터 새끼들아, 더 힘을 내보란 말이다.”

을지문은 약간 광기를 드러내며 커다란 방패로 오크병사들을 뒤로 밀어내며 신나게 메이스로 추수 때 보리타작하듯 오크병사들의 머리통을 두들겼다.

‘피를 많이 봐서 그런가? 다들 정상은 아니군.’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쇠뇌를 대 몬스터 장벽에 걸쳤다. 그리고 가장 위험해 보이는 탱커 한명의 앞을 향해 조준했다.

다른 오크병사 보다 훨씬 덩치가 큰 놈 두 마리가 탱커 한명을 밀어 붙이고 있었는데 자칫하면 방어선에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소울은 숨을 멈추고 오크병사의 목덜미를 겨냥했다. 20m 위의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쏘니 거기가 제일 만만해 보였던 것이다.

핑 핑 핑!

정확하게 겨냥을 하고 쏜 덕에 덩치가 큰 오크병사 두 마리가 자신의 목을 잡고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던 오크병사 둘이 그대로 쓰러지자 기회라고 생각한 탱커는 즉시 방패로 그들의 머리를 찍어 버리고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오크병사의 주둥아리에 쑤셔 박아버렸다.

탱커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위를 살짝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소울이 미소를 짓자 탱커도 고맙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소울은 탱커의 고갯짓 한 번에 그동안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만 같은 뿌듯함을 느꼈다.

의욕이 폭발했다.

그는 쇠뇌의 시위를 3번 당기고 화살을 재서 다시 아래쪽을 향해 겨냥했다.

이번에도 탱커 한 명이 위기에 처해있었다.

캉!

누군가 쏜 화살이 탱커를 위협하는 오크를 향해 떨어졌지만 투구에 맞아 튕겨 나가고 있었다.

‘중갑과 방패를 장비한 보병에게 궁병은 힘을 못쓰는 법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소울은 탱커를 위협하는 오크병사의 목을 향해 쇠뇌를 발사했다.

핑 핑 핑!

첫 번째 화살은 투구에 맞아 튕겨 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과 세 번째 화살은 오크병사의 목과 어깨에 그대로 쑤셔 박혔다.

위기를 넘긴 탱커는 즉시 몸을 추스르고 방패를 고쳐 잡았다.

발 아래 쓰러진 오크병사는 그의 방패와 전투화에 이미 묵사발이 난 상태였다.

탱커는 소울을 향해 칼을 번쩍 들고는 그대로 아래로 내리쳤다.

아마 ‘이 오크병사는 네가 죽인 거다.’라는 뜻이 담긴 것이 아닌가 싶었다.

“조심해라. 이번에는 오크 백인대가 몰려온다.”

이번에는 오크군단에서도 작심을 했는지 제대로 진형을 갖춘 오크 백인대를 제1 공격대를 향해 보냈다.

“화살이다. 피해라.”

오크 백인대에 속한 오크 궁병들이 제1 공격대와 접전에 앞서 대 몬스터 방어벽 위의 원딜과 힐러들을 향해 화살비를 뿌려댔다.

“으아악!”

“아악!”

“크윽!”

동작이 빠른 민첩계 원딜들은 모두 화살을 피했지만 힐러들은 가만히 서 있다가 3명이나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손정도는 급히 쓰러진 힐러에게 달려가더니 그중 가장 위급해 보이는 힐러 앞에 앉아 무자비하게 화살을 잡고는 뽑아냈다.

피가 분수처럼 튀어 나와 그의 얼굴을 적셨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손을 피가 펑펑 솟구치는 어깨에 대고 힐을 쏟아 부었다.

“힐!”

그러자 놀랍게도 피가 즉시 멈추고 새살이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상처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나아버렸다.

마치 몇 개월 동안의 치유가 영상을 수십 배나 빠르게 돌리듯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모습이었다.

‘대단하다. 저게 C급 힐러의 위용이구나.’

비록 연적(戀敵)인 손정도이지만 그의 능력 하나 만큼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손정도가 고개를 들자 이미 다른 2명의 힐러들이 동료 힐러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소울은 고개를 돌렸다.

오크 백인대가 거대한 오크방패를 든 오크 방패병을 앞세워 탱커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탱커들은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

하지만 곧 오크 방패병 사이로 들어오는 창들로 이해 뒤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오크 백인대는 제1 공격대만큼이나 유기적인 공격과 방어를 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 가다간 설사 오크 백인대를 막는다고 해도 뒤에서 밀려오는 다른 오크 백인대들에게 포위를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때 제1 공격대 부대장의 목소리가 전투헬멧을 통해 들려왔다.

-구현계 원딜은 오크궁병들부터 처리하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현게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한 번 대 몬스터 장벽 위에 불덩어리와 얼음덩어리, 불꽃이 팍팍 튀는 전기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구현계 원딜, 공격!

슝 슈슈슝 슝슝…….

활활 불타오르는 불덩어리와 얼음덩어리가 날아갔다. 그 뒤를 파직거리며 불꽃을 피워내는 전기덩어리들이 쫓아갔다.

구현계 원딜이 쏟아낸 공격이 백인대 후위에 위치한 오크궁수들을 향해 정확하게 쏘아져 들어갔다.

펑 퍼퍼펑 펑펑…….

쾅 꽈르릉 쾅쾅…….

파츠츠츳 파츠츠츳…….

‘어? 저게 뭐지? 분명히 무슨 방어막 같은 것이 펼쳐졌었는데?’

소울은 자신의 눈을 비볐다.

오크 백인대 후미로 파고 들어간 구현계 원딜의 일제공격은 사실 오크 백인대 전체를 날려버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30마리밖에 안 되는 오크궁병의 반도 채 죽이지 못했다.

구현계 원딜들도 그 모습에 크게 당황한 듯 했다.

“제기랄, 말로만 듣던 오크샤먼이 있었군.”

“아니 무슨 오크 백인대에 오크샤먼이 끼어 있어? 이게 말이 돼?”

“말이 되고 안 되고 빨리 오크샤먼을 찾아서 죽여야 한다. 이렇게 계속 이놈들에게 잡혀 있으면 뒤쪽에서 또다시 밀려오고 있는 다른 오크 백인대는 누가 막을 거야?”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다 맞는 소리였다.

소울도 오크샤먼이란 놈이 어디 숨어 있는지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그가 어디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소울이 손가락을 빨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번 구현계 원딜의 일제공격에 오크궁병 중 반이나 죽어서 이제는 안심하고 머리를 밖으로 내밀만 했다.

민첩계 원딜도 소울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빠르게 화살을 쏘며 오크궁병들만 골라서 우선적으로 쏴죽이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탱커들을 봤다. 아직 여유가 있어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려 후미에 서있는 오크 센트리온(백부장)을 쳐다봤다.

‘내가 오크 센트리온이라면 오크샤먼같이 귀한 자원을 어디에 숨겨둘까?’

그는 쇠뇌를 오크 센트리온을 향해 조준했다.

집중해서 노려보자 오크 센트리온의 뒤쪽으로 작은 체구의 오크병사 한 마리가 숨어 있는 것이 보였다.

워낙 오크 센트리온의 덩치가 커서 쉽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려서 일제공격을 하게 할까? 아니다. 괜히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 들어내게 될 거야.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일단 내가 먼저 한번 공격을 해봐야겠다.’

소울은 일단 욕심을 한번 부려보기로 했다. 그는 쇠뇌를 대 몬스터 장벽 끝에 잘 걸치고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는 마치 저격병이 저격총을 쏘는 자세로 신중하게 오크샤먼으로 짐작되는 작은 오크병사를 조준했다.

그놈의 모습은 큰 덩치의 오크 센트리온의 모습에 가려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호흡을 멈추고 잠시 기다렸다가 드디어 부드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핑!

일발필살(一發必殺)의 기세를 지닌 쇠뇌의 화살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느릿하게 허공을 휘적거리며 날아갔다.

동시에 오크 센트리온의 뒤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전장을 살펴보는 작은 오크병사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잡았다.”

소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크 센트리온이 자신의 뒤로 고개를 돌리고 쓰러진 오크병사를 살피는 모습에 자신이 오크샤먼을 제대로 잡아 죽였다는 확신을 얻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크 센트리온이 대 몬스터 장벽 위를 노려보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길길이 날 뛰고 있었다.

“혹시 이소울 대원이 오크샤먼을 잡은 거예요?”

“네? 아!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손정도는 큰 소리로 소울에게 묻자 소울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순순히 대답을 했다.

“대단합니다. 놀라운 전과에요. 이 거리에서 오크샤먼을 찾아내서 저격을 하다니…….”

“뭐 별거 아닙니다. 그냥 운이 좋았어요.”

“무슨 말씀을, 저도 아까 분명히 봤습니다. 노란 방어막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것을 말입니다. 분명히 오크샤먼이 실드를 친 거예요. 그놈을 그냥 그대로 가만히 내버려뒀으면 아마 오크전사나 오크창병들에게 요상한 주술을 걸었을 겁니다. 그럼 우리 제1 공격대는 큰 피해를 입었을 거예요.”

“크흠!”

소울은 난데없는 공치사에 아무 말을 못했다. 하지만 기분은 무척 좋았다.

‘인성이 좋은 힐러라더니, 정말 성격은 나쁘지 않네. 남의 욕은 쉽게 해도 남의 칭찬은 저렇게 하기 힘든 법인데…….’

그는 10조 조장 유중한이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정말 손정도,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 같았다.

연적만 아니었다면 친구로 지내고 싶을 만큼 말이다.

-원딜은 오크 센트리온을 저격하세요.

그때, 전투헬멧을 통해 제1 공격대 부대장의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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