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9 제 20 장 - 오크군단의 침공 =========================================================================
“아무래도 오크군단의 군단장이 머리를 쓰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분명히 이것은 탄약을 소모시키려는 수작입니다.”
“하지만 오크군단의 군단장이 어떻게 고블린, 놀, 코볼트 같은 다른 몬스터를 부릴 수 있는 거지?”
“전 그것보다 오크군단이 같은 오크들을 총알받이로 밀어내는 것이 더 끔찍하게 느껴지네요.”
“누가 몬스터 아니랄까봐 하는 짓도 지랄 같네.”
소울은 자신의 옆에서 작게 속삭이는 대화를 들으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자살공격도 아닌 그냥 총알받이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몬스터들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든다는 것이다. 그것도 눈에 뻔히 보이는 죽음의 길을 말이다.
‘탄약을 소모시키고 나면 오크군단의 정예가 밀고 내려오겠군.’
그는 길게 한숨을 쉬고 다시 까망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쾅…….
꽝 우르르릉 우르릉 쿵 콰릉 콰르릉…….
말 그대로 강철의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고블린, 놀, 코볼트, 오크 같은 몬스터들이 쪽수가 많다고 해도 이런 어마어마한 화력터널을 지나 살아서 헌릉로에 다다른 놈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짧은 시간동안에 퍼부은 포탄과 무유도탄, 유도탄의 소모도 엄청났다. 아마 돈으로 환산하면 몇 백억은 가볍게 넘지 않을까 싶었다.
-제1 공격대 전 대원들에게 알린다. 곧 포격이 멈출 것이다.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발사대에서 포탄과 유도탄 등을 보급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곧 오크군단이 빠르게 남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헌인능 북서쪽을 사수한다. 중간에 공격헬기가 지원을 온다고 하니 유념하도록 하라.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지만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능력자로 느껴졌다. 목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껴질 정도였으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소울은 까망이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까망아, 처음에는 이 야구공을 이용할거야. 그러니까 너도 최대한 이것의 힘을 이용해봐. 하지만 나중에는 이 야구공 없이 너의 힘만으로 적을 상대해야 한다. 알았지?]
[규규!]
까망이는 소울의 절실한 심정을 이해했는지 그의 말에 몸을 통통 튀기며 대답을 했다.
그때였다.
천지를 뒤흔드는 포성과 폭음이 동시에 멈췄다.
“포성이 멈췄다.”
“저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내려오네.”
귀가 멍하도록 포격을 퍼붓다가 일시에 포격이 멈추니 세상이 온통 침묵 속에 빠져 들어가 버린 것만 같았다.
-모두 각자 맡은 위치로 이동하라.
제1 공격대 전체 통신모듈을 통해 명령이 떨어졌다.
소울이 속한 10조는 1조의 바로 뒤에 배치가 됐다.
1, 2, 3, 4, 5조가 정면에 서고 그 뒤를 10, 9, 8, 7, 6조가 지원을 하는 형식인 것 같았다.
다행인 것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헌인릉으로 인해 헌인릉 바로 위쪽에는 거대한 대 몬스터 장벽이 이미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 몬스터 장벽은 헌인릉을 따라 지어져 위에서 내려다보면 위로 툭 튀어나와있었다.
오크군단은 이곳에서 좌우로 부대가 갈려질 것이 분명했다.
제1 공격대가 맡은 지역은 헌인릉을 기준으로 북서쪽이다. 대 몬스터 장벽을 기준으로 하면 좌측인 셈이다.
헌인릉을 제외하면 이 주변에는 아직 대 몬스터 장벽이 완벽하게 세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제1 공격대는 대 몬스터 장벽을 우측으로 끼고 오크군단의 진입 예상 지점에 전력을 배치했다.
소울은 주위를 살펴보다 오른쪽에 높이 솟아 있는 대 몬스터 장벽을 보고는 마음을 굳혔다.
“유 조장님!”
“네, 무슨 일입니까? 이소울 대원.”
“전 여기보다 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오크 병사들을 저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대 몬스터 장벽 위로 올라가겠다고요?”
“그렇습니다. 뒤쪽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곳을 통해서 올라가면 될 것 같아요.”
유 조장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즉시 이 사실을 제1 공격대 대장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소울을 비롯한 원거리딜러들 뿐만 아니라 힐러들까지 모조리 올라가게 되었다.
소울과 손정도를 비롯해 20여명의 원거리딜러와 힐러가 대 몬스터 장벽 위로 올라가자 제1 공격대는 8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 중에 원거리딜러와 힐러를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불평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아, 안녕하세요?”
소울은 갑자기 자신 앞에 나타나 사람 좋은 얼굴로 인사를 하는 손정도를 보고 순간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죄송합니다. 놀라게 해드릴 생각은 없었는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전 손정도입니다. 힐러입니다.”
“이소울입니다. 소환계입니다.”
소울과 손정도는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 이렇게 우연치 않게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됐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굳게 잡고 악수를 나눴다.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 싸우자는 아이디어를 내셨다고요?”
“아, 네. 별거 아닙니다. 그냥 위에서 쏘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의견을 낸 것뿐입니다.”
“정말 좋은 의견을 내주셨어요. 우리 같은 힐러들은 항상 몬스터가 기습해오지는 않을까 하고 긴장하고 있거든요. 여기 위로 올라와 보니 아래보다는 훨씬 안전한 것 같네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냥 도움이 아니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울은 손정도와 말하는 것이 불편해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손정도는 소울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의 곁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대 몬스터 장벽 위에서 서로 떨어져봤자 얼마나 멀어질 수 있겠는가?
쿵쿵대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꽤나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오크군단이 내려오지 않았다면 얼굴이 상기된 모습이 무척이나 꼴불견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둥둥둥둥…….
저벅 저벅 저벅…….
북소리에 맞춰 행군을 하는 오크군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순간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제1 공격대 대원들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쳐다보기만 했다.
소울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쳐다보면서 쇠뇌의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3번을 당겨 화살을 각각 재워놓고 대 몬스터 장벽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그리고 야구공을 잠시 바라보다 언제든지 꺼낼 수 있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까망이가 답답한지 주머니에서 고개를 쏙 내밀더니 그의 어깨위로 데구루루 굴러 올라왔다.
[규!]
[잘 보고 있어. 능력자와 몬스터 간의 전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까망이 네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줘!]
[규!]
소울은 까망이를 마치 사람처럼 대했다. 아니 그러기로 작정했다.
어차피 까망이의 진정한 정체에 대해서는 우주의 위대한 소환사라고 불리는 탄탈라스도 모른다. 그러니 까망이를 키우는 것은 이제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렸다.
고개를 뒤쪽으로 돌려보니 헌릉로 위에 전차와 장갑차가 가득했다.
포격이 멈춰진 사이의 간극을 그들로 메우려는 것 같았다.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공격헬기와 기동헬기 수십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판 시작하겠군.’
그의 주위로 민첩계 능력자들이 활을 들고 늘어섰다. 각자 자신들의 조를 지원하기 위해 화살을 꺼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뒤로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과 손정도를 비롯한 힐러들이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쾅 쾅 쾅 쾅 쾅…….
콰아아 슝 슝 슝…….
뒤쪽에서 전차들이 120mm 55구경 활강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 위에서 공격헬기 1개 대대(18대)가 일렬로 자리를 잡고 70mm 히드라 로켓포를 쏘아댔다.
당당하게 걸어 나오던 오크군단은 갑작스런 전차와 공격헬기의 공격에 작전을 바꿔서 돌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차와 공격헬기들이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차는 자동장전장치를 통해 빠르게 포탄을 날려댔고, 공격헬기들은 히드라 로켓포를 다 쏘자 이번에는 30mm 체인건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1200발이나 되는 탄약은 정말 순식간에 떨어지고 말았다.
빠르게 나타나 화끈하게 공격을 퍼붓던 공격헬기들이 보급을 위해 뒤로 물러나자 그 자리를 이번에는 기동헬기들이 채웠다.
복합 중(重)기관총을 쏘기 시작하자 25mm 유탄이 날아가 오크군단의 머리 위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소울이 보기에는 공격헬기에서 쏘는 체인건도 무섭지만 오크군단에게 효과적인 것은 25mm 유탄을 쏘는 기동헬기들이 아닌가 싶었다.
-사정거리로 적들이 다가온다. 원딜은 공격준비를 하라.
제1 공격대 공용 통신채널을 통해 제1 공격대 대장 을지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C급 능력자이자 대한민국 최강의 탱커라는 을지문에 대한 정보는 아이러니 하게도 그토록 소울이 피하고 싶어 하는 손정도의 입에서 줄줄 새어 나왔다.
물론 그 정도 정보는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다 알게 되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자 원거리 딜러들, 특히 구현게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대 몬스터 장벽 위의 하늘에 갑자기 불덩어리와 얼음덩어리 그리고 불꽃이 팍팍 튀는 전기덩어리들이 만들어졌다.
-원딜 공격!
슝 슈슈슝 슝슝…….
하늘 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뽐내던 불덩어리와 얼음덩어리, 전기덩어리들이 일제히 제1 공격대를 향해 달려오는 오크군단을 향해 날아갔다.
펑 퍼퍼펑 펑펑…….
쾅 꽈르릉 쾅쾅…….
파츠츠츳 파츠츠츳…….
터지고 깨지고 지저지고…….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이 쏘아낸 공격은 제1 공격대를 향해 돌진해오는 오크군단을 한 번에 쓸어버렸다.
특히 불꽃이 팍팍 튀며 날아간 전기덩어리는 마치 체인라이트닝 마법처럼 공격지점에서 사방으로 퍼져가며 오크 병사들을 지저댔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머리가 쭈뼛거리게 만들었다.
소울은 그들의 활약으로 인해 할 일이 없었다.
하늘에는 아직도 기동헬기들이 중기관총을 쏘며 비처럼 유탄을 뿌려대고 있었고 구현계 원거리 딜러들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라 아직은 쌩쌩했다.
성질 급한 민첩계 원거리 딜러가 화살을 날려봤지만 아직은 거리가 있어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크군단의 정예는 방패를 앞으로 위로 들고 꾸준히 전진해왔다.
소울은 당장 쇠뇌를 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멀리서 쏴봐야 방패에 막힐 것 같고 자신이 쓰는 쇠뇌는 활처럼 지속적으로 마구 쏘아댈 수 있는 무기도 아니었다.
그저 결정적일 때 오크병사의 약점을 노리고 쏴야할 것 같았다.
전차의 포성이 멈췄다. 기동헬기들이 기수를 돌려 뒤로 돌아 날아갔다.
이제는 온전히 능력자들과 오크군단 간의 한판 싸움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전 탱커들 앞으로! 충격에 대비해라.
와아아아아아…….
능력자들이 기세를 올리려고 그러는지 함성을 내질렀다.
만신창이가 된 오크군단의 오크병사들은 처음과 같이 질서정연한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고 그저 산발적으로 제1 공격대 탱커들이 방패를 세워둔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오오오오 오크르르…….
능력자들의 함성에 자극을 받은 오크병사들이 자신들도 기세를 올리려는지 크게 함성을 질러댔다.
귀청을 마구 찌르는 것 같은 거슬리는 함성으로 인해 능력자들은 인상을 팍 썼다.
캉 카카캉 캉캉…….
드디어 오크군단의 첫 번째 오크병사의 물결이 탱커들의 커다란 방패에 부딪쳤다.
“공격!”
제1 공격대 대장 을지문의 고함소리가 전장에 넓게 퍼져 나갔다.
그러자 탱커의 뒤에서 준비 중이던 강화계 근거리 딜러들이 앞으로 튀어나가 오크병사들의 목과 갑옷의 틈 사이를 향해 창검을 찔러 넣었다.
푹 푸욱 푹푹푹…….
캉 캉캉캉…….
근딜의 공격에 탱커들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는 오크병사 반 정도가 바닥을 굴렀다.
“2보 전진!”
을지문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탱커들이 일제히 앞으로 2보 전진하며 오크병사들을 밀어 붙였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근딜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크병사들의 목과 머리에 차분히 자신의 무기를 박아 넣었다. 오크병사들이 죽자 대기하고 있던 나머지 근딜들이 빠르게 오크병사들의 사체를 질질 끌어다가 대 몬스터 장벽 옆에 쌓아 놓았다.
오크병사들의 시체가 땅바닥에 널려 있으면 전투에 방해되기 때문이고, 또한 전리품을 챙기기 위한 포석이기도 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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