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73화 (73/492)
  • 00073  제 19 장 - 별리(別離)  =========================================================================

    ‘세이지나 탄탈라스나 차원의 균열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구나. 그렇다면 이것을 이용해서 나도 뭔가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소울은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다시 한 번 훑어봤다. 뭔가 아직도 자신이 모르는 기능이 많이 존재할 것 같아서였다.

    ‘찾았다. 본인이 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과 이후의 기억창고에 대한 접속 자체를 차단하는 구간폐쇄 기능이 있었구나.’

    그러나 막상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능을 찾고 보니 이것이 동전의 양면 같은 기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이지나 탄탈라스가 나의 기억창고에 접속을 하는 이유는 내 인생이 감동적이라서가 아니다. 바로 차원의 균열에 대해 뭔가 알고 싶어서 영혼체험을 하는 거야. 그런데 오늘 이후의 기억을 봉인해버리면 난 더 이상 어디서 소울넷 포인트를 얻지?’

    소울은 딜레마에 빠졌다.

    분명히 자신이 차원의 균열 안으로 들어가면 세이지나 탄탈라스가 자신의 기억창고에 접속해서 영혼체험을 통해 확인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매일 매일 들어와 확인을 하면 자신이 뭔가 중요한 비밀을 발견한 것을 그들은 얼마 되지 않는 소울넷 포인트를 이용해 거저먹게 된다.

    물론 그는 지금 차원의 균열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차원의 균열 중심부에 뭐가 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촉이 자꾸 뭔가 있다고 말을 해주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소울넷에 목숨을 걸었다고…….’

    소울은 자신이 마치 소울넷을 통해 마나집적진, 소환마법진 그리고 까망이를 획득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결국 그는 도박하는 심정으로 일단 지르기로 했다.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의 설정을 열고 5p를 질러 구간폐쇄 옵션을 사용했다.

    그러자 어제를 기준으로, 오늘 이후의 기억은 어떤 소울넷 유저도 접속할 수 없도록 기억창고가 봉인이 되었다.

    막상 설정을 조정하고 나자 그는 막연한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을 느꼈다.

    ‘잘한 거야. 잘한 것이고말고.’

    그는 스스로 자위를 하면서 소울넷 포인트를 확인해봤다.

    “헉! 이게 뭐야? 언제 120p나 모였지?”

    그는 깜짝 놀라서 로그 기록을 확인했다.

    타이로스, 탄탈라스, 세이지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이름들이 여럿 보였다.

    아무래도 차원의 균열에 대한 소문이라도 퍼진 모양이었다.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5p나 지르고 구간폐쇄 옵션을 이용한 것이 혹여 실수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지만 막상 넉넉한 소울넷 포인트가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소울넷 포인트도 넉넉하니 내게 필요한 영혼체험을 좀 해봐야겠다.’

    소울은 넉넉해진 소울넷 포인트만큼 여유를 되찾고 켈로그 행성의 타이로스의 기억창고에 접속했다.

    탄탈라스의 말을 듣고 나자 사냥꾼인 타이로스가 오랜 고난 끝에 카카오커를 직접 잡아 죽였다는 것을 생각해낸 것이다.

    ‘까망이를 당장 실전에 써먹는 것은 불가능해. 키우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몰라. 소환수가 성장하기 어렵다면 소환사인 내가 어떤 식으로라도 성장해야 한다.’

    소울은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어차피 F급 소환계 능력자가 가지고 있는 육체강화는 한계가 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서 아무리 훈련을 받아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는 이참에 전문 사냥꾼 출신인 타이로스의 경험을 자신에 맞게 흡수하여 몬스터 사냥꾼이 되기로 작심했다.

    그의 머릿속에 탄탈라스가 한 말들이 마치 메아리가 치듯 공명하고 있었다.

    ‘몬스터도 맹수나 다름이 없다. 몬스터도 사냥할 수 있다.’

    소울은 타이로스의 기억창고를 검색하여 자신에게 꼭 필요한 스킬들이 무엇인지 최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살펴봤다.

    다행히 타이로스는 자신의 사냥법을 그냥 사장(死藏)시켜 놓지 않았다.

    현자 아리스토를 만나고 카카오커를 죽이기까지 10년 동안 그는 자신의 모든 사냥기술을 책으로 집대성(集大成)해놓았던 것이다.

    소울은 타이로스가 쓴 실전 몬스터 사냥법인 ‘카카오커가 배우면 큰일 나는 사냥법’을 배우기 위해 10p를 투자해 하급 영혼체험을 했다.

    그리고 그의 스승이었던 현자 아리스토가 타이로스에게 가르쳐준 ‘쉐도우 스텝’이라는 신법(身法)을 배우기 위해 역시 10p를 들여 하급 영혼체험을 했다.

    당장 소울넷 포인트가 95p로 줄어들었지만 소울은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소울은 그렇게 가지고 있는 소울넷 포인트를 팍팍 써가며  이날만큼은  자신의 성장만을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었다.

    * * * * *

    띠리리링 띠리리링…….

    “여보세요?”

    소울은 기분 좋게 자고 일어나 약간 몽롱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

    -이소울 능력자 되십니까?

    “네, 맞는데요.”

    -여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긴급재난팀입니다.

    “그런데요?”

    -혹시 문자 못 보셨습니까?

    “못 봤는데요?”

    소울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빨리 용건을 꺼내지 않는 매너 없는 놈의 욕을 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있나? 전화를 했으면 빨리 용건을 말해야 할 것 아니야?’

    그는 냉장고로 가서 생수를 꺼내 마셨다. 그리고는 퉁명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용건이 뭡니까?”

    -아! 죄송합니다. 지금 강남필드에 몬스터 경보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능력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긴급소집을 하고 있습니다.

    “네? 몬스터 경보요?”

    소울은 자고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얼른 TV를 켰다. 그리고 자신에게 보냈다는 문자를 확인했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아, 저는 또 그냥 끊으신 줄 알았네요.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데 몬스터 경보가 나면 F급 능력자도 소집에 응해야 합니까? 여기 문자보니까 긴급소집을 하는 대상자는 분명히 E급 이상의 능력자라고 나와 있는데요?”

    -E급 이상의 능력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F급 능력자라고 해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소집을 하기도 합니다.

    “강제소집입니까?”

    -아닙니다.

    “그래요? 네, 잘 알았습니다. 수고하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소울은 강제소집도 아닌데 아침부터 자신을 깬 사내의 전화를 사정없이 끊어버렸다.

    TV 뉴스에서 대한민국의 강남필드를 비롯한 전 세계의 각 필드에서 오크 군단들이 나타났다는 긴급보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저놈들이 나타났구나. 생각보다 무지 빠르게 움직였네?’

    시계를 보니 아침이 아니라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자신의 착각이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여보세요?”

    소울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아니 그렇게 전화를 끊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누구세요?”

    -네? 저 금방 전화했던 사람인데요?

    “그러니까 누구시냐고요?”

    소울이 까칠하게 나가자 전화를 한 사람도 슬슬 열이 받는지 꽤나 퉁명스런 목소리로 변해갔다.

    -여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긴급재난팀이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본인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긴급재난팀이라니까요?

    “아니, 이 사람이 정말? 용건이 있으면 자신이 누군지 말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 긴급재난팀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본인을 누군지 밝히지 못하겠거든 그냥 전화 하지 마세요. 나 원 참!”

    소울은 다시 한 번 전화를 끊어버렸다. 강제소집도 아닌데 미치지 않는 이상 소집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요즘 스팸문자나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많은가?

    자신의 이름도 못 밝히는 이상한 놈과 쓸데없이 전화를 해봐야 시간낭비, 정력낭비였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또다시 스마트폰이 울렸다.

    소울은 스마트폰을 들어 방금 전에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번호와 동일한 번호를 보자 즉시 스팸전화로 등록하고, 전화번호를 ‘너입어’의 발신조회 사이트를 이용해 조회해보았다.

    스팸번호라고 검색창에 치면 바로 뜨는데 전화번호를 조회하면 스팸번호인지 확인하실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었다.

    확인해보니 스팸번호는 아닌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스팸번호가 아니라고 나왔다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소울이 아니었다.

    뭐든지 100% 확신하면 항상 뒤통수를 맞는 법이다.

    스팸번호로 등록을 해놓자 더 이상 소울의 스마트폰은 울리지 않았다.

    소울은 그제야 편하게 라면 하나를 끓이면서 뉴스를 볼 수 있었다.

    몬스터 웨이브 이후 최고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라서 그런지 방송국에서는 각각 특종이네 독점이네 하며 자신들만의 고급정보를 푸는 양, 쇼를 벌였다.

    방송국에서 해주는 뉴스들을 보면 거의 모든 채널이 똑같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뭔 놈의 생색내기를 저렇게 하는지 몰랐다.

    직접 발로 뛰면서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것에 익숙한 외국의 기자들과는 달리, 남의 보도를 인용해서 제 것처럼 방송하거나 기사를 확인도 안 해보고 사실인양 보도했다가 슬그머니 내리는 추태를 부리는 국내의 방송국과 기자들의 행태에 절로 주먹이 떨렸다.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이랍시고 방송을 하던 기자들을 보면 하나같이 이집트의 카이로나 두바이에서 현장보도를 하면서 마치 자신이 현장을 본 것처럼 말한다. 하나같이 유명한 통신사들의 기사를 받아서 앵무새처럼 읽는 수준이면서 말이다.

    미국의 유명한 방송사인 CNX의 기자들을 보면 전쟁 중인데도 불구하고 적국의 고위 장성이나 지도자들에게까지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이라고 죽음이 두렵지 않겠는가?

    기자로써의 자부심이 없는 일부 국내의 기자들이 정말 기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대한민국은 몬스터 퇴치 보다 언론개혁이 더 시급해.’

    소울은 즉시 채널을 돌려서 미국과 영국의 방송사가 내보내는 뉴스를 확인했다.

    ‘미국과 영국도 예외는 아니구나.’

    이제 보니 필드에 나타나기 시작한 오크 군단의 모습은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스마트폰이 울렸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도 놀란다고 이제 스마트폰이 울리기만 하면 절로 스팸번호가 아닌가? 의심부터 갔다.

    “여보세요?”

    -이소울 능력자 맞죠?

    “맞는데요? 누구세요?”

    -유정아 박사입니다.

    “아! 네. 그런데 웬일이세요?”

    -긴급재난팀에서 협조요청이 들어와서 겸사겸사 전화했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호호호, 긴급재난팀에서 전화했는데 씹었다면서요?

    “제가요? 전 그런 적 없습니다. 이름을 안 밝히고 자꾸 전화하는 이상한 스팸전화를 차단한 적은 있습니다.”

    -아하! 이제야 어떻게 된 얘기인지 대충 짐작하겠네요. 강제소집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서울지부로 출근하세요.

    “연구는 두 개다 무기한 연기 된 것 아닙니까? 내가 왜 출근해야 하죠?”

    -호호호, 보기보단 참 간이 작아요. 아니 키가 작아서 그런가?

    “이거 보세요? 거기서 왜 키 얘기가 나옵니까?”

    -아! 미안해요.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걸 깜빡했어요.

    “저 그런 거 없거든요?”

    -알아요. 키 작은 남자와 거기 작은 남자들이 얼마나 콤플렉스가 심한지…….

    “아니 참, 그런 거 없다니까 왜 자꾸 그러세요.”

    -그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혹시 둘 다 작아요? 가만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데이터에 사이즈가 나와 있었는데…….

    소울은 유정아 박사의 말에 기겁을 하고 놀랐다.

    어떻게 신체검사를 하면 거기 사이즈까지 나온단 말인가?

    그것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유정아 박사의 말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 퍼질까봐 그게 더 무서웠다.

    “그만, 그 얘긴 제발 거기까지만 합시다.”

    -원하신다면 그렇게 할게요. 참, 출근하라는 것은 연구와 상관없어요. 긴급재난팀의 입만 살아있는 자들과도 관계없고요. 난 그냥 보상해주겠다는 내 약속을 지키려고 부른 겁니다.

    “아!”

    소울은 그런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출근할 생각이 있었다.

    -그럼 도착하면 2층에서 연락해요. 같이 점심이나 하면서 얘기를 나눠봅시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소울은 뭔가 그녀에게 말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보상을 주겠다는데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괜히 라면을 끓였네.”

    소울은 라면을 먹고 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버려버렸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건물 2층 뷔페식당을 생각하자 도저히 라면을 먹어서 배를 채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입고 있는 옷을 벗어버리고 바로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대충 머리를 말리고 옷을 걸친 그는 택시를 집어타고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갔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시고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