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72화 (72/492)

00072  제 18 장 - 명장은 칼을 나무라지 않는다.  =========================================================================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제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뭔가 중요한 일을 생각하시는 것 같던데, 이제 결론을 내리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탄탈라스는 먼저 그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 것을 보면 탄탈라스의 인성이 확실히 세이지보다 뛰어났다.

그는 단호한 표정을 짓고 소울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 심사숙고(深思熟考)해서 내린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세이지는 차원의 균열을 통해 뭔가를 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렇겠지요.”

이미 그럴 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었던 소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음 말을 듣자 곧바로 멘붕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문신을 안 한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십중팔구 세이지가 알려준 문신강체술은 문신을 한 사람을 자신의 주구로 만드는 역할을 하는 도구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네에?”

소울이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하자 탄탈라스는 충분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소울넷을 통해 드러난 그의 악행 중의 태반은 소울넷을 통해 다른 차원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빙의, 세뇌, 최면 등  그 방법도 아주 다양합니다. 가급적이면 그를 멘토에서 삭제하고 직접적인 대화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소울은 탄탈라스의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이미 세이지가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명한 악당이라는 것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길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휴우! 정말 큰일 날 뻔 했군요. 말씀하신대로 해야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많이 놀라셨죠? 그래도 이렇게 미리 알게 돼서 다행입니다. 그자에게 당했던 사람들은 아주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그렇겠지요.”

“힘내십시오. 그래도 이번에 반정령을 하나 얻지 않았습니까?”

“반정령이요? 혹시 까망이를 말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아직 반정령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계셨군요?”

“그렇습니다.

탄탈라스가 까망이의 정체에 대해 아는 것처럼 얘기하자 소울은 침을 꿀떡 삼키며 그의 말에 집중했다. 방금 세이지에게 받은 놀람 따위는 이미 어디론가 날려버린 표정이었다.

“사실 반정령이라는 말은 그냥 제가 임의대로 지은 것입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물질과 비물질의 중간, 육체와 정신체의 중간적인 존재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아!”

“그리고 일단은 소환수가 맞습니다. 정령력 보다는 소환력을 소모하니 소환수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봐야하지요. 정령이나 소환수처럼 소환이 되면 자신의 형태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임의대로 물질과 비물질의 범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존재입니다.”

소울은 탄탈라스의 설명을 듣고서야 까망이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혹시 까망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계신지 아십니까?”

“정확히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고서(古書)에서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요?”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탄탈라스의 얼굴을 바라보는 눈초리에 탄탈라스는 조금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궁금한 얘기를 멈추지는 않았다.

“이건 전적으로 제 개인 의견일 뿐입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소울 능력자의 소환수인 까망이는 기생형 반정령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생형 반정령이요?”

소울은 순간 자신의 팔에 돋아 오르는 소름에 손바닥으로 팔을 비볐다.

탄탈라스의 말에 바로 기생충(寄生蟲)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아온 징그러운 기생충의 모습이 까망이와 합쳐지자 당연히 소름이 돋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생충이 무엇인가?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 벌레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빌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서 기생충 같은 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탄탈라스는 까망이가 그런 기생충 같은 반정령이라고 했다. 소울은 당연히 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표정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탄탈라스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울이 반응하자 얼른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잠깐만요. 뭔가 지금 이상한 오해를 하고 계신 모양인데, 제가 말씀드린 기생형 반정령이란 말이 기생충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 그래요? 그럼 어떤 의미입니까?”

소울은 마치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기생형 반정령이라는 말은 소환자에게 빌붙어있어야 존재 자체를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실제로 소환자의 소환력을 소모시키는 것은 소환을 할 때뿐입니다. 모르긴 해도 이소울 능력자의 반정령은 아마 이 세상의 근원이 되고 파생되어 유지시키는 기운들을 양분으로 삼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근원이 되고 파생되어 유지시키는 기운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지구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빌려 말씀드리면 마나, 기(氣), 오러, 차크라 등을 말합니다. 마기(魔氣), 사기(邪氣), 영기(靈氣) 같은 기운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아! 그럼 제가 굳이 기운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네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환사와 소환수 사이는 얼마든지 서로 간에 영적, 정신적, 감정적, 물리적 교류가 가능합니다. 그러니 반정령도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그럼 서로 기운도 전해줄 수 있다는 겁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기운을 흡수를 한다는 것은 곧 방출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상위체로 진화(進化)하면 기운을 변형 할 수도 있고 고유한 능력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상위체로 진화가 가능하다고요? 그럼 성장형이란 말입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성장형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성장·기생형 반정령이라……. 이름이 나쁘지 않네요.”

탄탈라스는 그 사이에도 자신이 만들어낸 이름에 만족을 한 표정이었다.

“성장·기생형 반정령?”

“모든 것이 100% 맞는 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적으로 기록과 경험을 통해 유추를 해본 것에 불과합니다. 반정령은 사실 너무 예외적인 존재라 전혀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소울은 탄탈라스의 말을 통해 까망이 반정령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까망이의 성장과 진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럼 반정령의 전투력은 어느 정도 입니까?”

“반정령의 전투력이요? 아! 반정령과 같이 몬스터를 상대하려는 것이군요.”

소울의 한 마디에 탄탈라스는 바로 그의 생각을 눈치 챘다.

그는 자신의 턱을 한번 쓰다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반정령이란 말은 물질과 비물질, 영체와 정신체의 중간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뜻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반쪽짜리 정령이라는 말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몬스터를 직접적으로 상대할 만한 전투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전투력이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소울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애타는 표정으로 탄탈라스의 입을 쳐다봤다.

탄탈라스는 말을 하려다가 그의 절실한 표정을 보자 입을 잠깐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전투력이 없다는 말은 사람의 기준으로 만든 물리공격력과 마법공격력이 몬스터를 직접 상대하기에 많이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아!”

소울은 탄탈라스의 말에 그만 맥이 탁 풀려버렸다.

반정령이 특이한 존재고 나발이고 소울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환수인 까망이가 몬스터를 잡을 전투력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탄탈라스의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항상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너무 실망하실 필요 없습니다. 몬스터를 사냥해서 생계를 꾸려갈 생각이신 모양인데, 세상에 몬스터를 잡을 방법이 정면대결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소울은 세상이 다 무너져 버린 것 같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제 말은 맹수를 잡는 사냥꾼이 맹수보다 전투력이 높아서 맹수를 잡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몬스터도 어떻게 보면 맹수나 다름이 없습니다. 사냥하는 방법이 조금 까다로워서 그렇지, 몬스터도 굶으면 죽고 숨 못 쉬면 죽습니다. 심장이나 머리에 구멍이 뚫리거나 벼락을 맞으면 사람처럼 즉사합니다.”

“아!”

소울은 그의 말에 머리 한쪽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F급 소환계 능력자라고 다른 사람처럼 소환수를 소환해서, 소환수의 능력만으로 몬스터를 때려잡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래서 고정관념이 무서운 것이다.

탄탈라스의 말에 소울의 얼굴이 활짝 펴지고 있었다.

이제야 몬스터를 사냥할 때 어떻게 소환수를 활용할지 대충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강력한 소환수를 소환해냈다고 해서 최고의 소환사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최고의 소환사는 자신의 소환수의 능력을 잘 알고 최대한 잘 활용하는 소환사를 말합니다.”

“아!”

“소환사가 굳이 몬스터와 1:1 결투를 할 필요가 있습니까? 몬스터는 사냥을 해야 하는 존재지 결투의 대상이 아닙니다. 이것만 기억하시면 이소울 능력자 아니 소환사는 어떤 정령이나 소환수를 소환하던지 최고의 소환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그동안 제가 소환사에 대해 잘못알고 있었습니다.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소울은 탄탈라스의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었다.

명장(名將)은 칼을 나무라지 않는 법이다.

소울은 까망이에게 전투력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보다, 까망이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까망이에 대해 잘 알아야 어떻게 성장시키고 어떤 능력을 개발할지 방향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까망이와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눠봐야겠다. 아니 많이 놀아줘야 하나?’

소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탄탈라스와 대화를 계속했다.

그런데 탄탈라스의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도 차원의 균열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니까 저보고 차원의 균열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신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그렇습니다. 차원의 균열은 우주의 아주 신비로운 현상 중 하나입니다.”

“그런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네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성체라면 특히 우주의 상위 지성체라면 누구나 차원의 균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울은 도대체 차원의 균열에 어떤 신비가 있기에 이렇게 세이지나 탄탈라스 같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궁금했다. 그러나 탄탈라스는 차원의 균열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할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소울은 나름 머리를 굴려서 질문을 좀 바꿔봤다.

“지구에 나타난 차원의 균열이 확실히 우주의 신비로운 현상이 맞긴 맞습니까?”

“글쎄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인위적으로 차원의 균열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까?”

“크흠, 쉽진 않겠지만 가능하긴 합니다.

소울은 탄탈라스의 얼굴표정이 미미하게 바뀐 것을 보며 확실히 뭔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제게 의뢰를 하세요. 의뢰 내용과 의뢰에 대한 보상을 보고 한번 생각해보도록 하죠.”

“네?”

“의뢰에 대한 보상이 적절한지 제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말입니다.”

“아! 물론 그러셔야죠.”

당연한 것처럼 말을 했지만 탄탈라스는 소울이 당장 그의 의뢰를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저는 저와 제 소환수가 동반 성장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의뢰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뭐로 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 정말 유익한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반정령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미안합니다. 제가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울과 탄탈라스는 그렇게 서로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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