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71화 (71/492)
  • 00071  제 18 장 - 명장은 칼을 나무라지 않는다.  =========================================================================

    소울넷에 접속된 소울은 드림하우스 안을 쳐다봤다.

    며칠 만에 오는 것이지만 왠지 오랜만에 와본 것 같은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동안 체력강화훈련과 실전기초훈련을 한답시고 조금은 소울넷을 등한시 한 것은 아닌가 살짝 반성이 됐다.

    “어? 탄탈라스가 접속해있었네?”

    소울은 일단 반가웠다.

    그가 만든 초 간단 소환마법진이 있었기에, 비록 아직은 애완동물의 수준에 불과한 까망이지만 소환수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는 탄탈라스에게 만나자고 메모를 남겼다.

    탄탈라스도 자신과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메모를 보면 자신을 보러 올 것이 분명했다.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소울은 세경과 가졌던 뜨거운 시간들을 소울넷 포인트를 사용해서 모자이크와 음소거 처리를 했다.

    영혼체험을 악용하면 트리플 X등급의 포르노 저리가라 할 정도의 야동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는 소울은 자신과 세경만의 은밀한 비밀을 누군가에게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작업을 하는 내내 입 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훅 지나갔지만 두 번째는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행위를 충분히 다 해볼 수 있었다.

    또한 그녀와 많은 대화도 나눴기 때문에 정신과 육체 모두가 만족할 만큼 고양감(高揚感)을 느꼈다.

    ‘벌써 그녀가 보고 싶어지네. 나 벌써 세경에게 푹 빠진 건가? 하긴 뭐 그러면 어때?’

    소울은 피식 웃으며 소울넷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불러왔다.

    위쪽을 보니 탄탈라스가 벌써 도착을 한 것 같았다.

    확인을 해보자 탄탈라스가 아니라 세이지였다.

    누가됐던 자신과 대화를 요청했으니 대화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세이지의 요청을 승낙하자 곧바로 그의 모습이 투명하고 커다란 눈 모양의 창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는가?”

    “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소환수를 소환했더군.”

    “네, 그렇습니다.”

    “제대로 된 소환수가 아닌 반쪽짜리라서 유감이네.”

    “아닙니다.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소울은 세이지의 말에 속에서 천불이 올라왔다.

    세상에는 준 것 없이 미운 놈이 있다고 하더니 세이지가 딱 그 짝이 아닐까 생각됐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다른 것이다.

    그런데 세이지는 하는 말마다 뭔가 싸가지가 없다는 것이 팍팍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내가 신경써준 덕분에 마나집적진을 만드는데 성공하지 않았는가?”

    “맞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엎드려 절 받기와 자화자찬(自畵自讚)을 적당히 섞어서 버무린 세이지의 말에 소울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마나집전진 안에서 수련을 하도록 하게. 그 안에서 잠을 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왜 문신은 사용하지 않고 있지?”

    “문신이요? 그게 그림이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제가 그걸 다 기억해서 그릴 자신이 없어요.”

    “흐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군. 자네를 위해 준비한 문신강체술은 힘과 체력을 단번에 2배 이상 올려줄 놀라운 효능을 가지고 있네. 그런데 그걸 외워서 그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그려보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다니? 좀 실망이네.”

    “그렇습니까? 몰랐습니다. 제가 당장 바쁜 일이 있어서 시간을 내기 힘듭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데로 시간 날 때 다시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이지의 나무라는 말에 소울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지만 세이지는 소울이 어떤 상태이건 자신이 할 말만 했다.

    “F급 소환계 능력자인 자네가 아무리 신체단련을 해봐야 특수부대에서 훈련을 받은 대원의 전투력에도 미치기 힘드네. 하지만 마나집적진으로 마나를 충분히 몸에 노출시키고 문신강체술을 쓰면 E급 능력자로 등급이 향상되는 것은 금방이네. 나는 자네의 멘토로써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네. 그러니 최우선적으로 문신강체술을 얻도록 하게.”

    “네, 노력하겠습니다.”

    소울은 기분이 나빴다. 멘토고 지랄이고 고압적인 그의 태도는 은근히 사람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대는 그 뭔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정보였기에 일단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그래도 온몸에 문신을 하는 것은 별론데. 지난번에 보니까 얼굴 한쪽까지 문신이 올라오던데,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소울은 굳이 자신의 생각을 그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래서는 안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사냥법 연구팀과 같이 차원의 균열 안으로 들어갔더군. 아주 잘했네. 하지만 좀 더 강한 능력자 파티와 같이 간다면 모를까, 지금의 자네의 능력으로는 차원의 균열 중심부로 진입하기는 불가능할거야.”

    “차원의 균열에 들어갔다는 것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건 자네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알 수 있는 일이야. 뭔가 이질적인 막을 통과하는 기분이 들거든.”

    “그렇습니까? 전 전혀 못 느꼈는데요?”

    “자네는 몰라도 최동원 팀장이나 몇몇 능력자는 느꼈을 거야. 다만 자네에게 얘기를 해주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군요.”

    소울은 오늘 그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차원의 균열 중심부로 가서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기만 해도 난 자네에게 큰 선물을 할 생각이네.”

    “선물이요?”

    “그래. 당장 자네의 등급을 하나 올려줄 수 있는 좋은 선물이지.”

    소울은 그의 말에 여전히 구미가 당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선물이라는 것은 반드시 그의 요구대로 해야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울은 그가 전에 말했던 것을 회상해봤다.

    처음에는 차원의 균열에 대한 조사를 하면 고블린을 피해 다닐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등급을 하나 올려준다고 했다.

    둘은 완전히 다른 능력임이 분명했다.

    “차원의 균열에 대한 조사가 아니라 차원의 균열의 중심부로 가서 보기만 해도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선물을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

    “그럼 처음에 말씀하셨던 고블린을 피해 다닐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도와준다는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그건 이미 마나집적진과 문신강체술 그리고 부여마법으로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

    “아! 그게 그 말이었군요.”

    소울은 이제야 그가 한 말의 뜻을 모두 이해했다.

    ‘결국 등급을 하나 올려주는 그 어떤 것을 받을 수 있다는 거네. 그런데 왜 그런 보물을 나한테 주겠다는 거지? 차원의 균열이라는 것이 그렇게 가치가 있는 건가?’

    소울의 지식으로는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알 수 없었다.

    세이지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문신강체술가 지금 소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에 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훈계를 했다.

    시간이 다 되어 그가 사라지자 소울은 마치 수능을 치른 것처럼 지쳐버렸다.

    ‘거 노인네 성질 한번 더럽게 꼬장꼬장하네. 문신강체술 안했다고 나한테 저렇게 지랄을 해댈 수 있는 거야?’

    소울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인터페이스를 보니 탄탈라스가 자신과 대화를 요청하고 있었다.

    오늘은 무슨 날인가 보다. 이렇게 거물들이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소울은 탄탈라스를 인터페이스로 불러 들였다.

    “반갑습니다. 저는 탄탈라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소울입니다.”

    소울은 탄탈라스의 인사에 정중하게 자신도 마주 인사를 했다.

    탄탈라스는 한 눈에 봐도 열정이 넘치는 눈빛에 40대 중반의 호남형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가 뵙고 싶다고 해서 놀라지는 않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영혼체험을 통해 오히려 제가 더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다행입니다.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아닙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제가 영광이지요.”

    두 사람은 서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얘기를 이어나갔다.

    한 사람은 우주의 위대한 소환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세이지 말대로 반쪽 자리 소환수를 가지고 있는 소환계 능력자였다. 소환이라는 공통분모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대화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적당히 신변잡기를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낸 탄탈라스는 이윽고 본격적으로 자신이 만나고 싶어 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던 이유는 이소울 능력자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입니다.”

    “네? 혹시 차원의 균열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 맞습니다. 그쪽에서는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군요.”

    “신기하네요. 왜 사람들은 차원의 균열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거죠? 뭔가 제가 알 수 없는 비밀이라도 숨어 있는 건가요?”

    “네? 사람들이라뇨? 저 말고 차원의 균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까?”

    탄탈라스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렇습니다. 아트란의 위저드 마스터인 세이지도 차원의 균열에 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트란의 세이지요?”

    “네, 혹시 아시는 분이십니까?”

    “알다마다요. 소울넷에서 아주 악명이 자자한 마법사인데 모를 리가 있습니까?”

    “네? 악명이 자자하다고요?”

    “모르셨습니까?”

    “몰랐습니다.”

    소울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자 탄탈라스가 오히려 더 놀라는 것 같았다.

    “어떻게 모르실 수가 있죠? 조금만 조사해보면 쉽게 알 수가 있는데…….”

    “전 최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그의 인생을 체험까지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가 큰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거야 당여하지요. 세이지 정도 되는 위인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기억만 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물론이지요. 아마 그는 자신의 인생을 편집하느라 엄청난 소울넷 포인트를 퍼부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해도 소울넷을 통해 이미 드러난 그의 악행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욱 간단히 그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아트란의 다른 소울넷 유저를 통해 검색을 해보면 됩니다.”

    “네에? 다른 유저를 통해서요?”

    소울은 탄탈라스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자신은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세이지에 대해 조사해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가만 아트란 행성에서 소울넷 유저가 한 두 명이 아니라면 지구에서도 내가 유일한 소울넷 사용자가 아닐 수도 있잖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소울은 뭔가 자신이 크게 실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구에 소울넷 유저가 몇 명이나 있는지 아십니까?”

    “물론이지요. 원하신다면 알아봐드릴까요?”

    “네, 그런데 제가 스스로 알아볼 수는 없는 겁니까?”

    “그건 규정상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알아봐 주세요.”

    “잠시 만요.”

    탄탈라스는 그가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소울넷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지구에 자신이 접속할 수 있는 유저를 찾아봤다.

    “당장 접속이 가능한 소울넷 유저는 2명입니다. 그리고 총 3명의 소울넷 유저가 등록이 되어 있네요.”

    “혹시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네, 당장 접속이 가능한 이름은 이소울과 로이 스미스입니다. 일시적으로 접속을 차단한 이름은 엘리스 존슨입니다.”

    소울은 당연히 자신의 이름은 빼고 ‘로이 스미스’와 ‘엘리스 존슨’ 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놓았다. 어쩌면 한번쯤은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기도 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탄탈라스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어디에 생각이 미쳤는지 급히 그에게 질문을 했다.

    “참, 세이지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게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네. 물론이지요. 뭐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요.”

    소울은 탄탈라스에게 세이지를 어떻게 만났고, 지금까지 세이지와 자신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두 얘기했다. 그러자 탄탈라스는 소울을 눈앞에 놓고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

    소울은 뭔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자 가만히 그를 기다려 주었다.

    한참동안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던 탄탈라스는 뭔가 굳은 결심을 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시고 추천과 선호작 부탁합니다.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건강하시고 유쾌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