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70화 (70/492)

00070  제 18 장 - 명장은 칼을 나무라지 않는다.  =========================================================================

“흐윽!”

소울은 세경의 거침없는 공격에 배에 왕자가 선명해지도록 힘을 주고 두 다리를 부르르 떨어댔다.

‘오늘따라 세경이 활활 타오르고 있네? 원래 이렇게 뜨거운 여자였던 거야?’

그는 세경의 행동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살짝 헷갈렸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는 달리 그의 몸은 정직했다.

자극받은 그의 중심은 과연 자신의 것이 맞기나 한 것인지 크게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고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올라가 꺼떡대고 있었다.

소울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오빠!”

“세경아!”

소울은 세경을 한번 부르고는 정신없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세경은 그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오히려 소울의 옷을 자신이 직접 벗겨 버렸다.

순식간에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소울과 세경은 서로의 몸 안으로 침몰하듯 무너져 내렸다. 옥탑 방은 악공이 정성스럽게 다루는 악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교성으로 가득 찼다.

뱃사공이 노를 젓듯이, 그렇게 두 사람만의 한여름 낮의 뱃놀이는 시작됐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땀으로 번들거리는 배 위에서 간드러지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낮동안 왕창 힘을 쏟아낸 태양이 기진맥진한 상태로 서쪽으로 넘어가자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며 온 세상을 붉게 물들였다.

그러나 노 젓는 뱃사공과 하얀 배는 하늘에 별들이 가득 찰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불금이 참 불금답다.

* * * * *

TV에서는 프로야구 경기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소울은 사실 야구보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야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차례 뜨거운 춘풍이 지나가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 소울과 세경은 침대에 누워서 TV를 시청했다.

물론 소울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경이 보고 싶다고 해서 틀어놓은 것이다.

그녀의 시선은 TV에 꽂혀 있었다.

그러면서도 소울에게 투수의 슬라이더가 약하다느니, 이럴 때는 차라리 정면승부가 좋다느니, 볼을 좀 더 정확하고 강하게 잡았어야 한다느니 하며 잘 알지도 못하는 용어까지 써가면서 연신 재잘거렸다.

세경은 나름 소울에게 열성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소울의 귀에는 그냥 청아한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들렸다.

그래도 소울의 입 꼬리는 귀에 걸려 있었다.

침대에 누워서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고 있으면서 마음껏 야구공 대용으로 그녀의 몸을 만지작거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딱딱한 야구공이 아닌 부드럽고 매끄럽고 탄력이 넘치는 것을 잡고 있었지만, 그녀의 투구(投球)의 종류에 따라 야구공 잡는 법에 대한 강의는 소울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싱커볼을 던질 때는 이렇게 잡는다는 말이지?”

“아잉, 맞아요.”

“그럼 커브는?”

“커브는 이렇게 잡아야 해요.”

“이렇게?”

“아흑, 마, 맞아요.”

세경은 소울의 장난 섞인 반응에 얼굴을 붉히고 몸을 꿈틀거리면서도 강의를 계속 이어갔다.

소울은 개인적으로 팜볼을 잡는 법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손바닥 가득 잡히는 느낌이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세경은 소울에게 포심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써클 체인지업, 포크볼, 커터, 스플리터, 팜볼, 너클볼, 스크루볼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야구 구종을 가르쳤다.

정말 소울이 투수가 되기를 바라고 그러는지 아니면 소울이 잡는 그립이 좋아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요상한 방식의 야구공을 잡는 강의는 세경과 소울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며 30분 만에 끝이 났다.

그 뒤에도 소울은 세경의 몸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의 야구공 잡는 법을 연습했다. 물론 부작용으로 갑자기 몸이 뜨거워진 세경이 달려들면 어쩔 수없이 타자의 역할도 좀 해야 했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흥미 있는 일이었다.

탁탁탁탁…….

도마 위를 누비는 세경의 칼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그녀의 손에 닿는 야채들이 규칙적인 상하운동에 의해 잘려 나가고 열역학 법칙에 충실한 냄비에서는 김치찌개의 얼큰한 냄새가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들고 있다.

분홍색 팬티만 입은 상태로 에이프런을 걸치고 요리를 하는 세경의 뒷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화보와 같았다.

샤워를 하고 나온 소울은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하며 침대 위로 올라가 등을 벽에 기대고 앉았다.

고개를 돌리자 TV에서 뉴스가 시작되고 있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던 소울은 자신의 무릎 위에서 데굴데굴 구르거나 통통 뛰면서 재롱을 떠는 까망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가 이제야 까망이가 있다는 것을 의식한 소울은 손가락 끝으로 까망의 배(배라고 생각되는 부분)를 쿡쿡 눌러댔다.

[규!]

[까망아, 어디 가서 뭐하다 왔어? 아니면 계속 내 머리카락 속에 있었니?]

[규!]

항상 듣는 소리지만 미묘하게 말의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계속 자신의 근처에서 모습을 감춘 채 있었던 모양이다.

[넌 생긴 게 꼭 검은 당구공 같이 생겼구나. 검은 털실과도 비슷하고……. 가만 이제 보니 색깔만 하얗다면 넌 야구공이라고 해도 되겠네?]

[규!]

[크크크, 왜 마음에 안 들어?]

[규!]

[너도 프로야구 중계하는 거 봤지? 슬라이더를 어떻게 잡았더라? 이렇게 잡았나?]

소울은 까망이를 야구공이라고 생각하고 잡아봤다.

그가 까망이를 잡으려고 하자 까망이는 순순히 몸을 드러내고 그의 손에 잡혀줬다.

[조금만 더 크면 딱 야구공 사이즈인데……. 뭐 그래도 내 손안에 쏙 들어오니 나쁘지 않네.]

까망이의 크기가 좀 작긴 하지만 야구공처럼 잡기가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소울은 까망이를 잡고 투수처럼 투구하는 폼을 잡아봤다.

몇 번 던지는 폼을 하다가 벽에 대고 살짝 한번 던져봤다.

휙! 통!

날아간 까망이가 벽에 부딪쳐 그의 손에 돌아왔다.

[어? 나도 모르게 널 던져버렸네? 너 괜찮아?]

[규!]

괜찮다는 것 같았다.

[그럼 이번에는 커브로 한번 던져볼까?]

[규!]

소울은 까망이의 목소리가 왠지 즐거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휙 통 휙 통 휙 통…….

소울은 그때부터 벽에다 까망이를 던지고 받기를 반복했다.

“오빠, 그 검은 공은 어디서 났어요?”

“응? 검은 공?”

“손에 든 그 공 말이에요.”

“이게 보여?”

“그럼 안보여요? 계속 벽에 다 튕기고 있었잖아요.”

“그, 그래 맞아.”

소울은 세경이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소울이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눈에도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리 던져 봐요.”

“응.”

소울은 까망이를 던지려다가 문든 까망이의 색깔이 흐릿해진 것을 보게 됐다.

[왜? 세경에게 던지는 게 싫어?]

[규우!]

까망이가 내는 소리 중에 싫거나 부정을 뜻하는 것은 확실히 소리가 다르다.

소울은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해야 했다.

“어, 침대 아래로 들어가 버렸네. 세경아! 지금 무슨 요리하는 거야?”

“요리는요? 그냥 김치찌개 하는데요.”

“그래? 냄새 끝내준다. 진짜 맛있을 것 같아.”

소울은 까망이를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놓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아무 말을 안 하는 것을 보니 그녀가 까망이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까망이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만, 이제 보니 까망이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고 또 몸의 성질을 탄력 있게 바꿀 수도 있는가 보구나. 나중에 한번 실험을 해봐야겠다.’

소울은 세경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그녀를 뒤에서 백허그로 안으며 연신 요리에 대한 칭찬을 했다.

세경은 아닌 척 하면서도 얼굴은 좋아서 죽는 표정이었다. 역시 칭찬을 싫어하는 여자는 없는가 보다.

저녁식사로 세경이 손수 차린 상을 받자 소울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김치찌개의 맛이 기가 막히게 좋은 것도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위해 밥상을 차려 줬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쁘고 감동적이었다.

이런 예쁘고 참한 여자 친구를 부모님이 보신다면 참 기뻐하실 것 같았다.

전기밥솥의 밥을 모두 작살낼 기세로 먹어댄 소울은 세경과 김치찌개를 바닥까지 박박 긁듯이 먹어치웠다.

“정말 맛있었어.”

“맛있다니 다행이에요.”

“어허, 왜 이래? 세경이 너도 네가 음식 잘하는 줄 알면서 웬 겸손질?”

“호호호, 들켰나요?”

“한마디로 최고였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요.”

“아니야. 맛있게 먹게 해줘서 고마워.”

두 사람은 고맙다며 상대방을 서로 칭찬하기 바빴다.

다행히 집 안에 둘만 있기에 망정이지 저런 짓을 밖에서 했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꼴사납다고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양치질을 하고 침대에서 데굴데굴 거리다 사랑을 나누고 또 다시 샤워를 하고 돌아왔다. 도대체 오늘 몇 번이나 샤워를 했는지 셀수가 없었다.

그렇게 뜨겁고 야릇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오빠, 나 그만 가봐야겠어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뭐? 자고 가는 것 아니었어?”

“어떻게 올 때마다 매일 자고 가요. 그날은 친구 집에서 자고 온다고 엄마한테 거짓말을 했단 말이에요.”

“그래?”

소울은 아쉬웠다.

그녀의 품에 안겨서 그녀를 안고 자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녀가 자신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길 원했다.

하지만 그녀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는 것을 보니 집에 돌아갈 의지가 확실해보였다.

옷을 다 입고 나자 그녀는 소울에게 다가와 안겼다.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가기 싫다는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오빠와 같이 있고 싶어요. 하지만 오늘은 이만 돌아가 봐야 해요.”

“그래. 알았어.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

“아니에요. 그냥 푹 쉬세요. 난 나가서 바로 택시 잡아 타고 갈거에요.”

“그럼 택시라도 잡아줄게.”

“노노, 그냥 계세요. 내가 미안해서 그래요.”

“정말 괜찮겠어?”

“네.”

세경은 이상하게도 소울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자신을 바래다주는 것도 강하게 반대했다.

소울도 그녀가 싫다는 것을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아서 발만 동동 굴려야했다.

소울은 아쉬운 마음에 그녀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고 죽음처럼 깊고 진한 키스를 했다. 세경은 그의 키스를 받자 몸을 부르르 떨더니 마치 내일이면 죽기라도 할 것처럼 소울에게 매달렸다.

혀와 입안이 다 얼얼해질 정도로 키스를 한 두 사람은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소울은 옥상 위에서 몸을 길게 빼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계단을 내려가서 1층으로 나오는 세경의 모습이 보이자 소울은 손을 흔들었다.

세경도 걸어가다가 뒤돌아서서 그를 향해 마구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슬프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로 짠했다.

소울은 속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가슴 한쪽이 찌르르 울리며 아파왔다.

그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런 것이 사랑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을 뿐이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고난 후, 소울은 그녀가 사라진 골목길을 오랫동안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다.

세경은 소울의 옥탑 방을 나서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계단을 흐르는 동안 그녀의 눈에서는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오열을 참느라 두 주먹이 부서져라 강하게 쥐었다.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1층에 도착해서 조금 걸어가는 동안 뒤통수에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소울의 시선이라는 것을 눈치 챈 세경은 몇 번 웃는 것을 연습한 뒤 뒤로 몸을 돌렸다.

소울이 바보처럼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세경은 그 모습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마구 흔들었다.

간신히 멈춰놓았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세경은 다시 몸을 돌렸다.

그에게 자신의 눈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가증한 자신의 모습이 우는 모습으로 남길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오빠, 미안해요. 그리고 절 용서하지 말아요.”

그녀는 골목길을 벗어나자 마구 달렸다.

가슴속에서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슬픔이 몰아쳐왔다.

그녀는 또다시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아내지 못했다. 아니 이번에는 자신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가증스런 오열도 막을 수 없었다.

어떻게 택시를 잡고 집까지 왔는지 그녀는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집까지 오는 내내 가슴을 부여잡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피를 토하듯 오열했기 때문이다.

허름한 현관문을 보며 세경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손거울을 꺼내 눈물로 얼룩진 눈과 얼굴을 매만졌다.

흔적을 말끔하게 지운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세요?”

“엄마, 저에요!”

안에서 세파에 지친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세경은 언제 자신이 슬퍼했었냐는 듯 꾀꼬리처럼 밝고 맑은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청아했고 조금의 슬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는 세경의 두 손은 아직도 조금씩 떨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이 그런 세경의 머리 위에서 부드러운 달빛 조각들을 내려 보내 아롱아롱 비쳐주고 있었다.

* *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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