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9 제 18 장 - 명장은 칼을 나무라지 않는다. =========================================================================
그때, 소울이 조심스럽게 손해민을 보며 물었다.
“손해민 대원은 최소한 오크 천인대만 있더라도 강남 필드에서 파티 사냥을 하고 있는 능력자들이 위험해질 거라고 보고 있군요?”
“그래도 제 말뜻을 알아듣는 분이 계셨군요. 그렇습니다. 백인대가 저렇게 돌아다닐 정도면 천인대는 당연하지요. 하지만 저는 최소 만인대가 있다고 봅니다. 아니 오크 군단이 있을 가능성도 꽤 높이 보고 있습니다.”
“그럼 곧 전쟁이 일어나겠네요?”
“아마 그럴 겁니다.”
손해민과 소울은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쟁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괴력에 절로 몸이 반응을 했던 것이다.
“이거 잘못하면 능력자들 전부가 대 몬스터 전쟁에 투입될지도 모르겠네요.”
“십중팔구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까망이만 그의 어깨에서 통통거리며 재롱을 떨고 있었다.
* * * * *
손해민의 말대로 최동원 팀장이 양병호 대원의 전투헬멧을 통해 확보한 동영상을 훈련장에 나와 있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파견센터를 통해 보고하자 상황은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다.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는 즉시 동영상 자료를 분석하고 미국 능력자협회로 연락을 했다. 이미 미국 능력자협회에서 경고를 한 일도 있어서 양측은 빠르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는 즉시 ‘몬스터 주의보’를 내리고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소속 전(全) 능력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거기에다 대한민국 능력개발청에 군대를 동원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특히 대한민국 대도시 주변에 있는 각 차원의 균열 즉, 필드에 기갑과 포병을 포함한 사단 병력을 배치해달라고 구체적인 주문도 했다.
능력개발청은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에서 보낸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방부를 설득하여,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의 요청이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안 되어 전격적으로 군대를 움직였다.
미국 능력자협회에서 백악관을 움직여 대한민국에 얼마 남지 않은 주한미군을 동원한 것이 대한민국 정부와 국방부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국군은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던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이렇게 7개의 대도시 근처의 필드에 예외 없이 최소 1개 사단을 보내 대 몬스터와의 전쟁을 준비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국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건설사와 건설 장비를 동원하여 7개 대도시 근처의 차원의 균열에 대 몬스터 장벽을 쌓는 작업을 독려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자 빨리빨리 신화를 만들었던 대한민국 건설사답게 대 몬스터 장벽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각 필드를 담당한 사단의 부담이 줄어들고 방어지역이 점점 좁아져서 병력 운용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 웨이브에 이은 오크 군단의 침공은 그렇게 간단히 막거나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필드에 오크 백인대가 나타나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는 능력자 파티를 공격하는 사태가 빈번해지자 대한민국 능력자협회는 ‘몬스터 주의보’를 ‘몬스터 경고’로 등급을 격상하고 필드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E급 이상의 능력자들에게 소집령을 내렸다.
덕분에 소울이 참여한 ‘능력자 등급과 포메이션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몬스터 사냥법 연구’와 ‘능력자 능력개발과 훈련에 대한 효율성 연구’는 연구에 지원을 한 능력자들의 태반이 빠져나가버려 더 이상 연구를 진행시킬 수 없었다.
2개의 연구는 결국 무기한 연기되어 버렸다.
‘푸하하하하! 이게 웬일이냐? 더 이상 생고생 하지 않아도 공돈을 받아 챙길 수 있다니…….’
소울은 오랜만에 돌아온 옥탑 방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연구라고 쓰고 몬스터 사냥이라고 읽는 지원자가 되어 비록 돈은 좀 넉넉히 받았지만 그래도 매일 생명의 위협으로 인해 긴장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인류의 미래에 해가 되는 오크 군단의 존재와 위험성이 알려지자 오히려 자신은 더 이상 살 떨리는 연구에 참여하지 않아도 돈을 벌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E급 이상 능력자들에게 소집령을 내린 것은 신의 한수였어. 누가 내린지 모르지만 그놈은 천재가 분명해.’
소울은 오랜만에 늘어지게 잠을 자고 일어나도 누가 일어나라고 깨우는 사람도 없는 지금의 이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새벽 6시까지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11시가 넘었는데도 아무도 늦잠 자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침을 건넜으니 그래도 점심은 챙겨 먹어야지. 갑자기 뷔페식당이 그리워지네.’
다른 것은 몰라도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건물 2층의 뷔페식당은 하루 세끼를 전부 해결하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맛있었다.
그는 결국 만만한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배달시켜 먹기로 했다.
옥탑 방까지 배달을 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아저씨에게 냉장고에서 시원한 생수를 꺼내 한 병 넘기는 것으로 자신의 양심을 위로한 소울은 입술에 짜장면과 짬뽕 국물을 다 묻혀 가면서 신나게 먹어댔다.
따르릉 따르릉…….
그의 스마트폰에서 구형 전화기의 벨소리가 사정없이 나기 시작했다.
“꼭 밥 먹는데 전화를 하는 예의 없는 놈들이 있다니까……. 헉, 세경이잖아?”
소울은 급히 티슈를 집어 자신의 입술을 닦고 전화를 받았다.
“세경아!”
-오빠, 어디에요?
“나? 집인데?”
-옥탑 방이요?
“그럼, 거기 말고 내가 집이 어디 있어?”
-나 지금 거기 가도 되요?
“여기 오려고?”
-네, 안 돼요?
“안될 리가 있나? 당연히 대환영이지. 그런데 언제 올 건데?”
-지금 바로 갈게요.
“그래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전화를 끊고 나자 소울은 갑자기 짜장면과 짬뽕을 먹기가 싫어졌다.
‘흐음, 오면 분명히 점심식사 같이 하자고 그럴 텐데…….’
잠시 생각을 한 소울은 그냥 남은 짜장면과 짬뽕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빠르게 양치질을 마친 그는 옷을 홀딱 벗고 거울로 가서 섰다.
배를 보니 어느새 자신이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멋진 복근이 보였다.
‘훌륭하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조금 내리자 괜히 헛기침이 나온 그는 그 자리에서 팔굽혀펴기를 빠르게 하여 몸의 근육을 벌크업 했다.
그리고는 적당히 근육이 커지자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자 소울은 잽싸게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밖으로 나가 옥상에서 고개를 내밀고 누가 왔는지를 확인했다.
세경이 그를 쳐다보면 손을 흔들자 그는 곧바로 문을 열어주고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세경아!”
“오빠! 왜 내려왔어요? 내가 올라가면 되는데…….”
“그, 그냥!”
소울은 그녀의 말에 살짝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럼 여기 과일이나 좀 받아요.”
“그래.”
그는 세경이 내민 비닐봉지를 받아 한 손에 들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반갑다.”
“매일 보면서 새삼스럽게…….”
자신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울의 눈빛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세경은 살짝 말을 흐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만 소울이 잡은 손을 빼지는 않았다.
푹푹 찌는 밖과는 달리 옥탑 방에는 에어컨이 쌩쌩 돌아가고 있어서 무척 시원했다.
“오빠, 여기가 천국이야.”
“하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빠, 나 샤워 좀 하면 안 될까요?”
“뭘 그런 것을 물어봐? 그냥 하면 되지.”
“고마워요. 오빠.”
세경이 자신의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자 소울은 벌써부터 사타구니 사이에 힘이 빡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젊어서 그런지 여자가 샤워하는 상상만 해도 발딱발딱 서버렸다.
“휴우!”
소울은 괜히 혼자 민망해지는 기분에 TV를 켰다.
스포츠 채널에서 프로야구 방송 하이라이트가 방영되고 있었다.
어제 열렸던 디노스 대 베아스의 경기였다.
7:1로 베아스가 이긴 경기였는데 스완지 투수가 6안타 2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벌였고 베아스 타자들이 후반 6회말, 7회말, 8회말에 7점을 내는 화끈한 장면도 보여줬다.
“오빠, 야구 좋아해요?”
“그냥 보는 거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세경이 마른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물어보자 소울은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
혹시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나신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망상을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소울은 침대에 올라가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영혼 없는 눈동자로 프로야구 하이라이트를 바라보고 있자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감싸 올린 세경이 침대로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나는 야구 좋아하는데…….”
“그래?”
“네, 어렸을 때는 야구 선수가 꿈인 적도 있었어요. 물론 초등학교 때 일이지만.”
소울은 세경이 야구를 좋아한다는 말에 의외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세경의 몸으로 야구를 잘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투수를 한 것은 아니지?”
“맞는데요, 나 투수였어요.”
“정말 의외네? 난 세경이는 전혀 운동을 못할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아프시긴 전에는 가족들과 같이 주말에 종종 야구장에 갔었는데…….”
세경의 눈이 순간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추억속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녀의 눈에 살짝 물기가 서리자 소울은 그녀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들여 꼭 안아주었다.
“다시 모든 가족이 야구장에 갈 날이 올 거야. 그러니까 힘내!”
“고마워요. 오빠!
“고맙기는, 이렇게 세경이가 집까지 찾아와줬는데 내가 더 고맙지.”
“헤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응.”
“그럼 오늘 내가 하자는 데로 다 해줘요.”
“뭐?”
세경의 눈물 먹은 눈에서 초롱초롱한 빛이 났다.
소울은 그녀의 그런 눈빛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루 정도는 세경이를 위해 봉사하도록 하지.”
“호호호, 그래요. 나를 위해 오늘 봉사 좀 해봐요.”
소울은 세경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그저 세경이 자신의 품속에서 웃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즐거울 뿐이었다.
소울과 세경은 TV를 켜놓은 상태에서 서로를 품에 안고 이런저런 얘기를 시작했다.
주로 훈련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들의 주제였는데 소울은 철저히 세경과 같이 있었던 그 키가 멀대처럼 크고 잘생긴 놈에 대한 얘기는 피했다.
세경도 굳이 그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하하하!”
“호호호!”
옥탑 방에 웃음이 넘쳐흘렀다.
소울과 세경은 같은 능력자로써 비슷한 얘기의 주제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얘기가 끝이 없었다.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던 소울은 세경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는 물어봤다.
“혹시 배 안고파?”
“아뇨. 점심 먹고 왔어요. 오빠, 혹시 점심식사 안했어요?”
“아니야. 했어. 나는 혹시 세경이가 배고플까봐 그랬어.”
“정말이에요?”
“그럼. 물론 세경이가 고프기도 하고요.”
“뭐에요?”
세경은 소울의 말에 잔뜩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어서 전혀 먹히지가 않았다.
오히려 소울이 그녀의 뺨에 손을 대자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열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빠, 오늘은 어디가지 말고 나하고 방콕해요.”
“알았어.”
소울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오늘은 나만 생각해줘요.”
“당연하지.”
소울은 그녀의 말에 입 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괜히 쓸데없이 그녀의 마음을 의심했다는 자책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옥탑 방의 분위기가 분홍빛 기류로 가득해졌다.
소울과 세경은 이제 시도 때도 없이 서로의 입술을 찾아 키스를 했다.
그의 손은 세경의 탐스러운 가슴속으로 들락거렸고 세경의 손도 그의 대흉근(大胸筋)과 복근(腹筋)을 쓰다듬느라 바빠졌다.
세경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갑자기 상체를 세우고는 그의 반바지를 잡아서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소울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세경의 두 뺨이 복사 빛으로 붉어진 것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크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빠!”
“세경아!”
세경이 달착지근한 목소리로 소울을 한번 부르더니 천천히 사타구니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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